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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브라질 한국영화제, 무이또 오브리가도!!

브라질 상파울루 한국문화원(원장 김철홍)이 주최하는 한국영화제에는 19편의 영화가 편제됐다. 개막작의 개념은 없으나 행사가 시작되는 20일 오후 4시(한국 시간 21일 오전 4시)에는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이 상영됐다. 29일까지 정지영 감독의 ‘소년들’을 비롯해 육상효 감독의 ‘3일의 휴가’, 김미영 감독의 ‘절해고도’, 이완민 감독의 ‘사랑의 고고학’ 등 장편 9편과 단편 1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현장에는 육상효 감독이 초청돼 참석한 상태다.‘거미집’ 상영은 당초 약간은 우려가 있었다. 워낙 한국적 상황, 더 나아가 한국영화의 역사가 지닌 특수성에 대해 눈이 밝은 관객이어야만 작품을 알아 보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봤다. 게다가 다소 작가주의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다. 상파울루 한국영화제 역시 런던이나 여타 국가의 한국문화원 주최의 영화 행사처럼 교민보다는 현지인 중심으로 관객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 관객들에게 ‘거미집’은 상당히 생소한 얘기일 수 있다.‘거미집’을 이해하려면 괴인(怪人) 감독 김기영의 미스터리한 죽음(그는 실제로 원인 모를 화재로 사망했다), 거장 신상옥 감독이 갖는 한국 현대 영화사에서의 위치는 물론 1970년대 한국의 권위주의 정치 상황, 검열 문제 등을 두루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영화가 2023년 칸영화제에서 상영 됐을 당시 5분 넘게 기립박수가 이어졌음에도 한국 개봉에서는 흥행에 참패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른바 국내 MZ세대들의 호응도가 매우 낮았는데 이들의 레트로 감성을 건드리기에 너무 영화 ‘안쪽’의 얘기였다는 점, 영화가 갖는 코믹한 정서가 코로나와 경기 불안 등 현재 한국의 사회 정서에 맞지 않았던 점, 전반적으로 사회와 영화가 공기(共氣)를 나누지 못했던 점이 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꼽혔다.그러나 브라질 관객들은 달랐다. ‘거미집’의 영화 속 영화 장면, 곧 김기영 감독의 ‘하녀’를 패러디한 장면들에서 나오는 60년대풍의 신파급 대사 어조에서부터 웃음을 흘렸다. 영화 속 정우성이 맡은 신상옥 감독이 등장하는, 판타지신도 무리없이 이해하는 듯 보였다. 1970년대 한국의 독재정치 시대, 검열의 문화에 대해서는 특히 브라질 자국 역사에 대한 경험과 동일시하는 듯이 보였다. 한 개인의 광기와 예술의 광기, 시대의 광기가 만날 때 어떤 작품, 어떤 예술이 만들어지는 가에 대한 영화의 테마를 진지하게 받아 들였다. 브라질 한국영화제가 열리는 상파울루 시립문화센터 광장에서는 이곳 청소년들의 댄스 연습이 한창이었다. 곧 K팝 댄스 경연대회가 예정돼 있다. 브라질 곳곳에서의 K팝, K시네마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그건 요즘 세계 어디서든 일반적으로 보여지는 현상이다. 문제는 이들 중남미의 K팝 열기에 기인한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국내 영화 산업 안으로 잘 끌어 들이고 있느냐는 점이다. 중미권에는 멕시코와 쿠바 외에는 100% 문자 해독 능력을 갖춘 나라가 드물다. 페루,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등은 시장도 작고 문맹률이 높아 모두 더빙을 해야 해 제작비 코스트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브라질은 인구 2억의 큰 시장이지만 남미 대륙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국가다. 남미 다른 국가는 전 지역이 스페인어권이다. 세계에서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국가는 포르투갈과 브라질, 동티모르와 아프리카 소국 한 두 개 나라일 뿐이다. 브라질 한 국가만을 위해 더빙을 준비하는 건, 다소 가성비가 떨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 중남미권을 겨냥한 체계적인 수출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영화의 해외 진출이 가장 부진한 곳이 바로 중남미다. 영화 전문 인력이 배치되기도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한데 워낙 대륙 규모가 크고, 치안이 불안정 해 활동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상황은 녹록치 않지만 현장에서 한국 영화에 대해 깊은 공감을 갖는 브라질 관객들을 목도하게 되는 건 꽤나 흥분되는 일이다. 한국은 요즘 왜 흥미로운 영화를 많이 만들어 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브라질 상파울루와 한국은 정확히 지구 반대편이다. 비행시간만, 태평양쪽으로 가든 대서양과 인도양쪽으로 가든, 그러니까 오른 쪽으로 가든 왼쪽으로 가든 대기 시간 서너시간을 포함해 도합 30시간을 가야 하는 곳이다. 멀다. 그러나 늘 느끼는 것이지만 영화는 물리적 거리를 가깝게 만든다. 이번 브라질 한국영화제는 영화가 한국과 상파울루의 거리를 두 시간의 러닝 타임 시간 안으로 좁히게 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만들었다. 무이또 오브리가도(대단히 감사합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7.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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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연, 미디어랩시소와 전속계약… 송은이와 한솥밥 [공식]

배우 옥자연이 미디어랩시소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소속사 미디어랩시소는 2일 옥자연과 전속계약을 체결 소식을 전하며 “향후 활동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지난 2012년 연극 ‘손님’으로 데뷔한 옥자연은 영화 ‘밀정’, ‘버닝’, ‘안시성’, ‘백두산’, ‘비스트’, ‘보이스’, ‘외계+인’, ‘사랑의 고고학’ 등 작품에 출연했다. 또한 드라마 MBC ‘투깝스’, OCN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경이로운 소문’, MBC ‘빅마우스’, 넷플릭스 ‘퀸메이커’, ‘경성크리처 시즌1‘ 등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특히 옥자연은 지난 2022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배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에는 넷플릭스 ‘외계+인 2부’부터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LTNS’(엘티엔에스)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약 중이다.옥자연이 새 둥지를 튼 미디어랩시소에는 송은이, 신봉선, 안영미, 장항준, 김은희, 봉태규, 김기리, 차선우, 조혜련 등이 소속됐다. 송은이를 필두로 코미디언 위주로 시작한 미디어랩시소는 최근 배우진을 영입하며 매니지먼트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한편, 옥자연은 오는 11일 공개되는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귀신전’에 출연, 사례자, 무당, 전문가들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이수진 인턴기자 sujin06@edaily.co.kr 2024.07.0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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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 영화만사] 공포심 느끼게 하는 독립·예술영화 최근 상황

지난 4월에 개봉한 ‘사랑의 고고학’은 기대작이었다. 이 작품을 만든 이완민 감독은 저예산 비상업영화계의 기린아였다. 그는 서울 시내의 한 철학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 ‘사랑의 고고학’은 작품 완성도가 높아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 지원은 물론 배급 지원까지 받았다. 다수의 관객들을 만나라는 취지였다. 그 정도로 기대를 모은 셈이다. 3시간이라는 다소 긴 러닝 타임이 마음에 걸렸지만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의 관심과 주목을 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니 기대하고 싶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결과는 참혹했다. 전국 관객 수 3093명. 이 영화의 배급사 엣나인 관계자는 흥행 성적을 보며 “공포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금의 시장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고도 했다. 분명한 사실 한 가지는 이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라 불리는 작품들은 민간 투자가 전혀 불가능해지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제로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31일 개봉한 독립영화계의 야심작 ‘드림 팰리스’는 개봉 한 달이 넘은 현재 누적 관객 1만 2038명이다. 그나마 1만명을 넘긴 것은 김선영, 이윤지라는 대중스타가 나온 덕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영화가 나온 지도 잘 몰랐거나 모르고 있다. 그건 홍보 탓도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이 없으니 광고마케팅을 거의 못했을 것인 바, 따라서 극장 스크린도 많이 확보하지 못하는 빈곤의 악순환이 진행됐을 것이다. 영화는 작품성과 완성도가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P&A(Print and Advertise : 배급과 광고) 과정에서 흥행이나 관객 수의 증감이 결정된다. 독립영화가 취약한 것은 이 분야이기도 하다. 그 어느 시기보다 작금의 극장가는 다양성의 천국이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나 ‘애스터로이드 시티’같은 희대의 자기충동적, 절대적 관념주의의 작품도 있는 가 하면 ‘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 같은 감동의 음악영화도 있다. 환경 다큐 ‘수라’나 ‘위대한 작은 농장’도 눈에 띈다. 일본영화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이나 ‘너의 눈을 들여다 보면’은 눈밝은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칸이나 아카데미 같은 해외 유수 영화제의 수상작이나 후보작 중에 ‘슬픔의 삼각형’과 ‘말없는 소녀’도 국내 개봉했다. 클래식 영화 격인 ‘순응자’와 ‘샤이닝’까지 재개봉된 상태이다. 하지만 이들 영화는 극장들이 큰 상업영화, 빅 머니 영화를 걸기 위해 들러리를 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크린 수는 10여개에 불과할 때가 많고 그나마 각 극장별로 하루 1회나 2회 상영이 고작이다. 다들 마동석의 천만 영화 ‘범죄도시3’ 스크린수 1%도 가져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시장은 정상인 것인가, 아니면 이상한 폭주를 계속하고 있는 중인가. 사업성이 제로인 만큼 일반 투자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런 류의 영화들은 철저하게 공적 지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다양한 영화 펀드가 조성돼 있고 그 기금이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되며 공정하게 지원된다면 소위 독립영화, 예술영화, 비상업영화의 생존 가능성은 밝을 것이다. 이런 자금들은 외국의 예술영화를 수입하는 영화사에게도 적용이 돼야 하며 단순히 배급마케팅 분야만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수입 자금을 다양한 형태로 지원(지분 투자, 저리 대출, 손실 충당 등등)해야 할 처지다. 지난 3월말 개봉한 독일 영화 ‘나의 연인에게’는 전국 1299명이라는 관객 수를 기록했다. 그렇게 심각한 푸대접을 받을 영화는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을 풀어 나가자 하는 의지는 ‘빈곤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반대로 이 모든 문제를 풀어 나갈 생각이 없거나 아예 문제 인식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은 ‘철학의 빈곤’이다. 자, 지금 당신은 어느 쪽인가. 오동진 영화평론가. 2023.07.13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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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인터뷰] 누에치던 방, 홍상수, 사랑의 고고학..이완민 감독의 시간

‘누에치던 방’(2018) 이후 이완민 감독이 새로운 장편영화 ‘사랑의 고고학’으로 돌아왔다. 무려 2시간 43분에 달하는 기나긴 러닝타임. 서두를 것 없다는 듯 느릿하게 흘러가는 이 영화처럼 이완민 감독도 급하지 않게, 하지만 분명한 시간을 쌓아왔다.‘사랑의 고고학’ 이완민 감독과 최근 서울 동작구의 한 영화관에서 만났다. 이 감독은 테이블 위에 종이와 펜을 올려두고 질문과 답변을 메모하고, 때론 그림을 그렸다.“일종의 강박이라고 하더라고요. 필기구를 들고 적어야 안심이 되는 그런. 사실 불안, 강박 같은 것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잖아요.”이완민 감독은 ‘사랑의 고고학’ 속 영실(옥자연)과 인식(기윤) 역시 강박으로 설명했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고지식한 영실과 역시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영실에게 집착하고 그를 몰아붙이는 인식. 불완전한 두 사람의 만남과 이별을 ‘사랑의 고고학’은 담고 있다.“영실은 억압 상태에 반복적으로 자신을 놓이게 하는 사람이죠. 심리 서적도 찾아보고 정신 분석 사례도 많이 살펴봤는데, 그런 게 반복 강박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인식 역시 어느 정도는 불안, 강박으로 설명할 수 있기도 하고요.” 여성 감독이 만든 여성 영화이지만 어떻게 보면 여성 관객들에게 가장 잔인하다. 영실이 처해 있는 상황, 인식에게 듣는 말들이 여성이라면 살면서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영화의 기승전결을 따라가는 과정이 과거의 아픈 상처를 끄집어내는 일이 될 수도 있다.이완민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끝까지 자신이 가진 면을 밀어붙이는 여자 사람’이었다. 기존 여러 작품들이 다뤘던 순정 있는 남자를 괴롭히는 나쁜 여자를 뒤집어 진짜 순정 있는 여자를 그려보고 싶었다. 그렇게 고지식하게 밀어붙인 끝에 얻게 되는 성장과 변화. 그 부분에 관객들이 초점을 맞춰주길 바랐다.“영화에는 딱히 메시지가 없지만, 그런 와중에도 분명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은 영실에겐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에요. ‘나는 나를 좀 바꿔야 할 것 같아’라는 영실의 대사는 그래서 넣은 거고요. 영실이 변화했을 거라는 데 대해서는 오해가 없었으면 하고 바랐어요.” 허투루 쌓이는 시간은 없다. 10여년에 걸쳐 이어진 영실과 인식의 사랑과 이별이 그러했듯, 이완민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프랑스에서 보낸 8년여 간의 시간, 그 경험이 만들어준 여러 작품들의 번역과 ‘클레어의 카메라’ 연출팀 참여. 이완민 감독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여러 시간을 견디고 겪고, 정제시키며 걸어왔다.“연출을 하는 건 확실히 제 정체성에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일만 하고 살아서는 생계가 되지 않죠. 자막 작업 같은 것을 하는 이유가 그거고요. ‘클레어의 카메라’ 같은 경우에는 홍상수 감독님과 ‘밤과 낮’(2008) 때 맺었던 인연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굉장히 미니멀한 현장이었기 때문에 연출팀에서 일을 하다 자연스레 출연까지 하게 됐던 거고요. 저는 ‘난 이걸 원해’라고 생각해서 달려가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하나하나 겪어가면서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싶은 것들을 제거하고 남은 걸 선택하는 사람이죠.”이완민 감독에게 ‘사랑의 고고학’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지 물었다. “두 번째 장편영화”라는 답이 돌아왔다. 뜻밖의 답에 잠시 벙쪄 있자 “그게 가벼운 의미는 아니다”라고 이 감독은 덧붙였다. 처음 만났지만, 참으로 이완민 감독 다운 대답이라고 생각됐다.“저는 최선을 다하기 보단 차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최선을 다하면 무리가 언제나 발생하는 것 같아서요. ‘사랑의 고고학’ 역시 차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있어요. 고유해서 사랑스럽습니다. 이 작품이 관객들께 하나의 대화 재료, 참고자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4.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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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리뷰] ‘사랑의 고고학’ 러닝타임마저 영화가 됐다

‘사랑의 고고학’은 아주 느린 영화다. 약 8년간의 연애와 4년간의 이별. 두 주인공의 사랑이 참으로 지난하고, 이들의 사랑만큼 러닝타임도 늘어진다. 2시간 43분. 러닝타임만 들으면 아마 ‘아바타’ 뺨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 생각할 것이다.주인공은 영실(옥자연)과 인식(기윤). 만난 지 8시간 만에 사랑에 빠진 두 사람. 그들은 몰랐을 것이다. 자신들의 사랑이 앞으로 얼마나 지난하게 펼쳐질지. 인식은 영실을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 여겼다. 자유로움이라는 것은 매혹적이지만 한편으론 상대에게 불안한 마음을 주는 게 사실. 인식은 영실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이후 그 집착은 점점 그 강도를 더해간다.영실은 시간을 다루는 사람이다. 고고학자인 그는 쌓인 시간의 무게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줄 안다. 인식의 마음이 어딘가 뒤틀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영실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고자 한다. 그렇게 8년여의 시간이 흐른다. 물론 관계라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한 사람의 힘으론 되지 않는 것이 있다. 영실은 자신이 쌓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이제 자신이 그 뒤틀린 관계에서 벗어날 때라는 것을 실감한다. 그 후 영실이 홀로 다시 서기까지 걸린 시간이 약 4년. 어떤 시간도 허투루 쌓지 않는 영실의 진면목은 바로 이때 드러난다.가장 눈에 띄는 건 배우 옥자연이다. ‘경이로운 소문’, ‘마인’, ‘빅마우스’ 등에서 세고 강한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해왔던 그는 ‘사랑의 고고학’에서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영실이 인식과 만난 30대 초반부터 그와 관계를 마무리한 40살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의 흐름을 작위적인 느낌 없이 표현해낸다.기윤의 연기는 더없이 현실적이라 연기처럼 느껴지지 않을 정도.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에 빛나는 그는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못된 말을 일삼는 인식 역에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 봤던 것 같은 인식의 대사들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많은 관객들의 뇌리에 남을 전망. 이런 현실감을 만들어내는 데는 배우 기윤의 몫이 크다. 전작 ‘누에치던 방’(2018)에서 진득한 연출력을 보여줬던 이완민 감독은 ‘사랑의 고고학’에서도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준다. 컷과 컷이 지나치게 빠른 최근 영화들 사이에서 ‘사랑의 고고학’은 관객들로 하여금 여백의 미덕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컷 없이 이어지는 장면들 사이사이, 관객들은 아마도 깊숙하게 묻어뒀던 자신의 사랑의 기억을 고고학자처럼 꺼내게 될 것이다.12일 개봉. 15세 관람가. 163분.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4.1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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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인터뷰] ‘사랑의 고고학’ 옥자연 “죽을 때 후회없는 삶 살고파”

옥자연의 꿈이 처음부터 배우였던 건 아니다. 법대 갈 성적이 안 돼 서울대학교 인문학부에 진학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의 꿈은 막연했다. 그랬던 삶의 길이 배우로 굳어진 건 대학생 때다. “어쩌면 할 수 있겠다” 싶어 연극계에 발을 디디면서 배우로서의 시간이 시작됐다.영화 ‘사랑의 고고학’ 개봉을 앞둔 옥자연을 최근 서울 동작구의 한 영화관에서 만났다. ‘경이로운 소문’부터 ‘슈룹’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드라마 성공을 경험하고 있는 그는 ‘사랑의 고고학’으로 오랜만에 스크린 주연으로까지 나서게 됐다. 옥자연은 “운이 좋았다. 불러주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좋은 콜을 받았던 거죠. 제가, 대본이 쏟아져 들어오는 배우라서 여러 작품 가운데 뭘 고른 것도 아니거든요. 들어오는 작품들은 웬만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다 임했어요. 계속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에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에 대한 가치관과 방향성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10대 시절 고등학생 특유의 정의감에 빠졌던 옥자연은 대학생이 된 이후엔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삶을 돌이켜 보니 그동안 발만 담그듯 해온 일이 많았다. 밴드도 했고 연극도 했고 그림도 그렸다. 그런 활동들 가운데 뭐가 제일 재미있었을까 고민하니 답이 나왔다.“그 전까지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냥 영화 보고 연극 보는 거 좋아하는 학생이었거든요. 아마 제가 영화만 보는 아이였다면 배우가 못 됐을 수도 있어요. 화면에 나오는 건 특별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연극은 다르잖아요. 눈 앞에서 사람이 움직이고, 연기를 하는 걸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옥자연은 아주 느릿하게, 서두르는 기색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그의 커리어도 마찬가지다. “반대는 없었지만 우려와 걱정은 있었다”는 부모님의 응원도, “여전히 배우라는 직업으로 먹고 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는 옥자연의 생각도 미지근하긴 마찬가지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런 미지근한 태도로 옥자연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일을 해나가는 것 같았다. 단기간에 스타가 돼야겠다거나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초조함이 그에게선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 면은 일견 ‘사랑의 고고학’ 속 영실과 닮았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단 자신이 선택한 관계이기에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영실이 옥자연의 얼굴에서 보였다. 옥자연은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기를 원할 뿐이다. 정의감에서 재미로, 다시 의미로. 인간 옥자연은 새로운 챕터에 서 있다.“의미 있는 게 무엇일지를 고민하는 요즘이에요.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하고요. 인간은 어쨌거나 유한한 존재고 삶은 생각보다 길지 않은 것 같거든요.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기왕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아직은 막연하지만, 이렇게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언젠가 좋은 기회를 만나 세상에 나올 일이 있겠죠.”배우로서 목표도 비슷하다. 배우로 살며 어느 순간부터는 의미를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힘, 혹은 위로를 줄 수 있는 작품을 해나가고 싶다. 시청자나 관객으로서 옥자연이 따스한 작품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배우로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저한테 달린 일이 아닌 것 같아요. 다만 지금 제가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계속 열심히 해나갈 뿐이죠. 그리고 스스로 자신이 있고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다섯 작품은 하고 싶어요. 그러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죽을 때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는 옥자연. 이런 그의 진중함이 묻어 있는 ‘사랑의 고고학’은 12일 개봉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4.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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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사랑의 고고학’ 옥자연 “답답한 영실이? 딱 10년 전 나 같더라”

답답해 보이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연애. 영화 ‘사랑의 고고학’ 속 영실이 딱 그렇다.‘사랑의 고고학’에서 영실을 연기한 배우 옥자연을 6일 서울시 동작구의 한 영화관에서 만났다. 옥자연은 “연기를 하면서도 솔직히 화가 났을 때가 있다”면서도 “영실의 어찌 보면 답답한 면이 10년 전쯤 나와 닮은 것 같기도 하더라”고 이야기했다.“정도의 차이일뿐 영실과 인식(기윤)이 겪는 상황들은 연인 사이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영실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거요. 그렇잖아요, 사랑이란 게. 머릿속으로는 ‘내가 너무 휘둘리는 것 같은데’ 싶으면서도 관계에 대한 애정 때문에 참고 넘어가게 되는 그런.”‘사랑의 고고학’은 어떨 때는 흠뻑 젖었고 또 어떨 때는 지리멸렬하게 흘러갔던 영실과 인식의 길고 긴 연애를 다룬 작품이다. 8년간의 연애와 4년간의 이별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느리지만 꿋꿋하게 변화하는 영실의 서툴지만 단호한 여정을 담고 있다.극에서 인식은 때로 너무하다 싶을 만큼 영실에게 집착하고 상처내는 말을 한다. 그리고 또한 영실은 그런 인식을 너무하다싶을 정도로 받아낸다. 옥자연은 “나뿐만 아니라 비슷한 경험한 사람이 꽤 있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물론 연기를 하면서 답답했던 때가 없던 건 아니다. 여러 번의 관계를 거치고 성숙한 인간 옥자연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지점도 분명 있었다. 그래도 그는 감정을 누르듯 담아내길 원했던 이완민 감독의 디렉션을 따랐고, 결과적으로 만족했다. 그런 답답함 역시 어떤 관계의 일부이기도 하고, 그 또한 성장의 과정이기에.“영실과 인식, 둘 다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말을 감독님이 하셨어요. 완성된 두 사람이 만나 만든 관계가 아닌 거죠. 연기를 하면서 저도 인식이가 얄밉기도 하고 확 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마음을 티 안 내고 연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5년 전, 10년 전을 돌이켜 생각하게 만드는, ‘사랑의 고고학’은 그런 힘이 있는 작품 같아요.”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4.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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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옥자연 “‘경이로운 소문2’ 반가워, 진선규 선배 악귀 연기 기대”

배우 옥자연이 자신이 시즌1에 출연했던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옥자연은 6일 서울시 동작구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사랑의 고고학’ 개봉을 기념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즌2로 돌아오는 ‘경이로운 소문’에 대해 “나 역시 시청자로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옥자연은 ‘경이로운 시즌1’에서 악귀 백향희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그는 “백향이 같은 경우는 맨땅에서 만든 캐릭터였다. ‘이거 어떻게 해애 되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서 조각을 시작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사랑의 고고학’ 속 영실은 자기자신 속에서 많은 것을 꺼넀다고. 옥자연은 ‘경이로운 소문2’ 방송을 앞두고 자신에게 부활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그런 일은 없다. 작품적으로 봐도 내가 부활해서 다시 안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또 “시즌1이 잘돼서 시즌2에 대한 부담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잘될 것 같다. 특히 진선규 선배의 악귀 연기가 기대된다. 더할나위없이 멋진 캐릭터가 나올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4.0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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