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고고학’에서 영실을 연기한 배우 옥자연을 6일 서울시 동작구의 한 영화관에서 만났다. 옥자연은 “연기를 하면서도 솔직히 화가 났을 때가 있다”면서도 “영실의 어찌 보면 답답한 면이 10년 전쯤 나와 닮은 것 같기도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정도의 차이일뿐 영실과 인식(기윤)이 겪는 상황들은 연인 사이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영실이만큼은 아니더라도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거요. 그렇잖아요, 사랑이란 게. 머릿속으로는 ‘내가 너무 휘둘리는 것 같은데’ 싶으면서도 관계에 대한 애정 때문에 참고 넘어가게 되는 그런.”
‘사랑의 고고학’은 어떨 때는 흠뻑 젖었고 또 어떨 때는 지리멸렬하게 흘러갔던 영실과 인식의 길고 긴 연애를 다룬 작품이다. 8년간의 연애와 4년간의 이별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느리지만 꿋꿋하게 변화하는 영실의 서툴지만 단호한 여정을 담고 있다.
극에서 인식은 때로 너무하다 싶을 만큼 영실에게 집착하고 상처내는 말을 한다. 그리고 또한 영실은 그런 인식을 너무하다싶을 정도로 받아낸다. 옥자연은 “나뿐만 아니라 비슷한 경험한 사람이 꽤 있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물론 연기를 하면서 답답했던 때가 없던 건 아니다. 여러 번의 관계를 거치고 성숙한 인간 옥자연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지점도 분명 있었다. 그래도 그는 감정을 누르듯 담아내길 원했던 이완민 감독의 디렉션을 따랐고, 결과적으로 만족했다. 그런 답답함 역시 어떤 관계의 일부이기도 하고, 그 또한 성장의 과정이기에.
“영실과 인식, 둘 다 미성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말을 감독님이 하셨어요. 완성된 두 사람이 만나 만든 관계가 아닌 거죠. 연기를 하면서 저도 인식이가 얄밉기도 하고 확 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마음을 티 안 내고 연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5년 전, 10년 전을 돌이켜 생각하게 만드는, ‘사랑의 고고학’은 그런 힘이 있는 작품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