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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반

[오동진 영화만사] 코미디와 공포의 결합 ‘핸섬 가이즈’ 극장가 구한다

‘설계자’와 ‘원더랜드’ 등 최근 한국영화를 짓누르는 100만명 이하라는 흥행 먹구름이 전국 극장가에 엄청난 비를 뿌리고 있다. 이 장맛비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영화계 전문가들은 7월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1929~1939년까지의 경제 대공황 이후 1930~40년대 할리우드에는 코미디 아니면 필름 누아르(어두운 분위기의 사립탐정 영화. 우울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했다)가 성행했다. 한국영화계도 현재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불경기와 그에 따른 ‘문화 대공황(문화 부문에 대한 국가나 지자체, 공공기관의 지원이 대거 철회한 것)’으로 기이한 병적 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한 시장이 됐다는 것이다. 영화산업에 있어 이 ‘예측 불가능성’만큼 심각한 것은 없다. 그래도 예측을 해보면, 앞으로 ‘장사가 되는’ 소재와 주제의 작품들은 미국 대공황 이후에 나타난 영화 장르의 경향과 비슷해 질 것으로 보여진다. 올 상반기에 이미 그런 조짐은 나타났다. 단순한 액션영화(‘범죄도시4’), 명쾌한 선악 구조의 역사물(‘파묘’)이 성공을 거뒀다. 하반기로 넘어 가는 길목인 7월초 극장가에서는 코미디 영화 ‘핸섬 가이즈’에 전폭적인 기대가 모아질 것이다. 거기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복병 같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2’ 같은 애니메이션이 개봉 2주만에 400만명을 넘어가고 있기도 하다. ‘코미디와 애니메이션’. 지금의 영화계 분위기, 한국 사회의 세태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하는 작품들인 셈이다. 우울하고 속상하기 때문에 영화만이라도 웃을 수 있는 작품들을 고른다는 것이다.‘핸섬 가이즈’는 핸섬하지 않은 두 남자의 촌극 해프닝을 그린다. 열심히 사는 노동자들, 하층계급들이고 정당한 과정을 통해 시골집도 마련하는 등 스스로 이루어 내지만 워낙 생긴 것이 ‘범죄형’이라는 이유로 온갖 사건에 휘말린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귀신까지 이들을 괴롭힌다. 기본적으로는 공포영화지만 이걸, 넘어지고 자빠지는 식의 몸 개그가 많이 나오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결합시킨 영화다. 원래 두 요소는 잘 합치지 않는다. 공포와 코미디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을 ‘핸섬 가이즈’가 해냈다는 평가다. 개봉 전 시사회에서 이 영화의 두 주인공 이성민과 이희준은 극장 안을 그야말로 ‘빵빵’ 터뜨렸다. ‘핸섬 가이즈’는 미국-캐나다 합작영화로 2010년 시체스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터커&데일 Vs 이블’이란 작품을 리메이크했다. ‘핸섬 가이즈’는 리메이크지만 리메이크 같지 않은 작품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독창적인 번안물로 평가받을 것이다. ‘핸섬 가이즈’가 전체 시장의 사이즈는 지켜 내는 데 일조할 것이다. 현재 국내 연평균 관객 수는 코로나 이전 2억명 수준에서 1억5000만명 선을 회복한 상태이며 ‘핸섬 가이즈’ 같은 영화가 그 선을 지키는 데 있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의 한국 영화계가 특정 영화로 흥행이 쏠리는 현상이 극단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두고 ‘복불복’일 뿐이며 다 각 영화 재미 차이 때문이다,식의 자본주의적 판단만으로는 솔루션을 찾을 수 없다. 양극화의 뿌리는 절대적으로 더욱 더 깊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단 한 두 편의 실패로 산업 전체가 붕괴할 위험이 농후 해진다. 좀 더 현명한 방법론을 찾아야 하며 결국 그것은 큰 손의 개입, 공적 자본의 적절한 투여가 필요하다는 얘기로 모아진다.2015년에 개봉됐던 ‘인사이드 아웃’도 500만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이런 수치는 어린이 관객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 관객 말고도 젊은 관객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때에 모아질 수 있다. 슬픔, 기쁨 등 인간의 감정을 의인화해 주인공 캐릭터로 내세운 ‘인사이드 아웃’은 사람들이 잃어버리거나 일상에서 간과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해서 바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非)어린이 관객층에도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의 500만 관객 수준을 넘어서서 이번 ‘인사이드 아웃2’ 흥행 기대치는 앞서 개봉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흥행성적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멘탈’은 코로나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던 2023년에 개봉해 720만을 넘기며 흥행 장타를 쳤다. 코미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웃긴 공포영화들. 한동안 이 분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것은 약인가 독인가. 그것이 문제로다,일 뿐이다.오동진 영화평론가 2024.06.27 06:05
경제일반

부산지역 대형마트 노동자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중단해야"

부산지역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부산시와 지자체 등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추진에 반대하고 나섰다.마트산업노조 부산본부 조합원들은 8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일요일인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면 침체한 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말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말했다.노조는 "대구시가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이후 대구시 유통 소매업의 상당수가 폐업하거나 업종을 변경했다"며 "그런데도 부산시 등은 의무휴업일 변경의 주된 이유로 지역 상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2020년 이후 부산지역 대형마트 6곳이 폐점한 것은 매출 부진 때문만은 아니다"며 "영업실적이 좋지만, 현금 마련을 위해 매각한 점포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노조는 "애초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 근거인 유통산업발전법에는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 일로 지정하려면 이해당사자와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정했음에도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마트 노동자의 의견은 묻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한편 부산시에 따르면 동구, 사하구, 강서구, 연제구, 수영구 등 5개 구는 5월 중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을 추진한다. 나머지 11개 구·군은 7월 중에 의무휴업일을 변경할 예정이다.안민구 기자 amg9@edaily.co.kr 2024.03.08 14:01
산업

2심에도 CJ대한통운 아닌 택배노조 손 들어준 법원

법원이 또다시 CJ대한통운이 아닌 택배기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행정6-3부는 24일 CJ대한통운이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을 1심처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한 것은 아니지만, 원청인 CJ대한통운이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작업환경 개선이나 노동시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택배기사들과의 단체교섭에 직접 응해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2020년 3월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CJ대한통운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이에 택배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고 지노위는 CJ대한통운의 손을 들어줬지만, 중앙노동위는 재심에서 이를 뒤집어 부당노동행위가 맞다고 판정했다.CJ대한통운은 이 판정에 불복해 2021년 7월 행정소송을 냈지만 1심인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월 "원고가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한 중노위의 재심 판정은 이 법원의 결론과 동일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CJ대한통운은 1심에서 "집배점 택배기사들과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를 맺지 않아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노동조합법 제81조 1항 3호는 사용자가 노조의 단체교섭을 이유 없이 거부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정한다. 하지만 기존 대법원 판례상 사용자는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을 맺은 자'를 뜻하기 때문에 교섭 거부가 부당하지 않다는 항변이었다.그럼에도 1심은 CJ대한통운이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기본적인 노동 조건에 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역시 사용자로 봐야 한다며 종전 판례보다 기준을 넓게 해석했다.2심 재판부는 이날 1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CJ대한통운의 항소를 기각했다.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한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이 송부되는 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상고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반면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선고 후 "오늘의 판결은 '진짜 사장 나와라'라며 7여년을 넘게 외쳤던 택배 노동자들을 비롯한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절규와 외침이 옳았다는 것을, 노조법 2·3조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이 법률에 반하는 행위였음을 법적으로 확인받은 역사적 판결"이라고 환영했다.이어 "만약 CJ대한통운이 상고한다면 노조는 즉시 '교섭응낙 가처분신청'을 통해 단체교섭을 강제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를 취하고,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1.24 16:59
연예일반

[전형화의 직필] ‘외계+인’이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스태프에게 퇴직금 준 이유는?

378일.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2부 총 촬영기간이다. 이 숫자는 단순히 오랜 시간 동안 촬영했다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특히 노동자들에겐. 촬영기간이 1년이 넘었기 때문이다.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외계+인’은 스태프들에게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퇴직금을 준 영화다. 3억원이 넘는 돈이 더 들었다. 이를 위해 제작자 지분을 줄였다. 유례없는 일이다.1년 동안 동일 직장에서 일을 했을 경우 30일 가량 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여느 직장이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영화-드라마 스태프들에겐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나마 영화 스태프는 프리랜서가 아니라 근로자로 표준계약서를 쓰기에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영화산업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이기도 하다. 방송 스태프는 프리랜서 계약이라 퇴직금은 언감생심이다. 영화 스태프가 법적으로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준 사례는 그동안 없었다. 1년을 넘게 촬영한 작품도 없을 뿐더러 계약 기간을 고려해 메인 스태프를 제외하고 새로운 스태프들로 구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외계+인’ 제작사 케이퍼필름은 촬영기간이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1년이 넘을 것 같자 고민에 빠졌다. ‘외계+인’ 촬영은 2020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진행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때였고 가장 방역지침이 엄격했던 시기였다.그 탓에 수시로 촬영이 멈췄다. 와이어를 많이 이용하고 세트에서 촬영이 많이 진행됐기에 두 컷 정도만 더 찍으면 됐지만 스태프와 배우 컨디션을 고려해 촬영을 미뤘다가 2주 가량 연기된 적도 있다. 마침 그날이 금요일이라 주말 동안 촬영을 쉬고 월요일부터 촬영을 재개하려 했지만 배우 중 한 명이 장모님 생신에 갔다가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던 탓이다. 당연하지만 촬영을 쉰다고 스태프 임금이 안 나가는 것도 아니요, 촬영 장비 대여료를 그 기간 동안 안 주는 것도 아니요, 세트장 임대료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2020년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와서 세트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물을 퍼내고 세트장을 재정비하느라 촬영이 멈추기도 했다. 그렇게 촬영 기간이 계속 길어졌으니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제작자로선 그런 상황에서 퇴직금마저 수억원이 더 나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으니 고민이 컸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사정들이 있었으니 할 수 없다며 스스로에게 명분을 줘도 됐다. 퇴직금을 안 주려고 작정하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드라마 촬영장처럼 A팀, B팀으로 나눈 다음 1년 가까이 근무한 스태프는 계약을 더 안하고 1년 미만이 되는 스태프로 새롭게 운영해도 됐다. 메인 스태프만 연장 계약을 하고 다른 스태프들은 새로운 스태프들로 채워도 됐다. 계약직 근로자들을 364일까지만 일을 시키고 해고하는 사례들처럼. 꼼수지만 위법은 아니다. 하지만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와 최동훈 감독은 그렇게 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자신들의 몫을줄이고 1년 동안 동고동락한 스태프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챙겨주자고 결심했다. 그런 결심 덕에 ‘외계+인’ 스태프들은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퇴직금을 받았다. ‘외계+인’ 제작사는 후반작업 업체도 배려했다. 통상적으로 영화를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공개하기 직전,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시사회를 한다. 주로 주요 스태프들과 주요 배우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들, 투자 배급사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외계+인’ 측은 2022년 1부 언론시사회를 앞두고 후반 CG업체 관계자들을 대거 기술시사회에 초청해 가장 먼저 보여줬다. 전체 작업물을 영화 개봉을 하고 나서야 볼 수 있기 마련인 후반 작업 관계자들에게 당신들의 수고를 가장 먼저 보여준다는 의미였다. ‘외계+인’ 1부는 여러 이유가 있긴 하지만 관객들에게 엄격한 평가를 받았다. 감독과 배우들이 최선을 다해 무대인사를 하고 싶어도 개봉 첫 주에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그 마저도 할 수 없었다. 배우와 감독이 홍보 일선에 나서지 못하자 당시 ‘외계+인’ 스태프들이 자발적으로 SNS를 통한 영화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어느 영화라고 스태프들이 자기 영화에 애정이 없겠냐 만은 ‘외계+인’ 스태프들이 더 끈끈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딱히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코로나19로 방에서 자가 격리를 하고 있던 최동훈 감독과 부부 사이라 같은 집에서 그런 감독을 보살펴야 했던 안수현 대표에게 뜻밖의 위로를 해준 건 당시 경쟁작이었던 영화 ‘헌트’의 이정재 감독과 정우성이었다.‘도둑들’ ‘암살’을 같이 했던 이정재와 오다가다 인연이 많았던 정우성이 최동훈 감독에게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해와 30여 분 동안 위로와 수다를 떨어줬던 것. 원래 ‘외계+인’과 ‘헌트’ 측은 서로의 VIP시사회에 가면서 응원하는 것도 계획했으나 ‘외계+인’ 배우와 감독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서 무산되기도 했던 터다.최동훈 감독과 안수현 대표가 가장 힘든 시간에 그들을 응원하고 격려한 건 결국 그들이 살아오면서 했던 선택들로 쌓인 인연들이었다. 해가 지면 그림자도 자신을 버리기 마련이다. 잘 나갈 때야 주위에 사람이 가득하지만 힘들면 가장 곁에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들도 떠나기 마련이다. 그럴 때 곁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건, 잘 살았기 때문이다. ‘외계+인’ 2부가 지난 21일 누적 100만 관객을 넘었다. 갈 길이 멀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 ‘외계+인’ 2부를 더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4.01.22 11:08
산업

노란봉투법 통과 노동계 '즉각 공포' vs 경영계 '거부권 건의'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노동계는 환영하고 경영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0일 노동계는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관련해 즉각 공포를, 경영계는 거부권 건의와 재검토를 각각 촉구하며 맞서고 있다. 지난 9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 노동자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사용자를 원청기업 등으로 확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손배 소송을 막는다는 취지다.한국노총은 법안 통과 후 성명을 내고 "노동자들의 숙원 과제였던 노조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이어 "이번 개정으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다단계 원·하청 관계에서 더 이상 '진짜 사장'을 찾기 위해 비상식적인 숨바꼭질을 하지 않게 됐다. 진짜 사장이 교섭함으로써 불필요한 쟁의행위와 노사갈등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또 "쟁의행위를 한 노조와 조합원에게 무자비한 손배 가압류 폭탄으로 보복했던 악덕 관행도 개선될 것"이라며 "(손배 가압류로) 더 이상 억울하게 목숨을 버리는 노동자들이 없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민주노총도 논평을 통해 "노동자 권리 보장과 거리가 멀었던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20년이 걸렸다"면서 "이날 개정으로 노조법이 제자리를 찾는 중요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한국노총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거부권 행사 요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민주노총도 윤석열 대통령이 개정안을 "즉각 공포하고 시행하라"고 요구했다.양대 노총은 오는 11일 서울에서 개최하는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개정안 공포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반면 경제단체들은 노란봉투법으로 일제히 반발하며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입장문을 통해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개정안은 노동조합법상 다수의 형사처벌이 존재함에도 추상적 개념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경총은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내기업들의 투자뿐만 아니라 해외기업들의 직접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도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의 확대로 하청노조의 원청사업주에 대한 쟁의행위를 허용해 수많은 원·하청 관계로 이루어진 산업생태계를 붕괴시킬 우려가 크다"며 "노동쟁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노사 간 갈등이 심화해 파업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경제6단체는 오는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노란봉투법'을 규탄하고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11.10 11:00
산업

박한우 전 기아 사장, '불법 파견 공모' 1심 무죄...기아는 벌금 2000만원

사내하청 근로자를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한우 전 기아자동차 사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수원지법 형사4단독 최해일 판사는 8일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 판사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화성 공장장 A 씨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기아 주식회사에는 벌금 2000만원을 판결했다.최 판사는 "화성 공장에서 일어난 위탁 계약을 살펴보면 A 씨가 공장장 지위에서 전부 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관련 내용을) 사후 보고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만으로 공모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최 판사는 "A 씨는 공장장으로서 위탁 계약에 대해 직접 결재까지 해 범행의 고의성과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이런 피고인 업무에 대한 기아 회사의 책임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박 전 사장 등은 2015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파견 대상이 아닌 자동차 생산 업무 등 151개 공정에 사내 협력사 16곳에서 근로자 860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기소됐다.이날 1심 선고는 2015년 7월 기아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고발장을 낸 지 8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검찰은 고발 접수 약 4년 뒤인 2019년 7월 자동차 생산업무의 경우 '직접 생산공정'에 해당한다며 박 전 사장과 A씨 등 2명을 불법 파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검찰은 당시 사내 하청 근로자라고 해도 원청 근로자와 동일한 공간에서 유사한 업무를 하고, 원청인 기아차 지휘를 받는 만큼 불법 파견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 특별채용에 대한 노사 협의와 관련 재판 등이 진행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지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렸다.검찰은 2018년 12월에서야 고용노동부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았고, 2019년 초 기아차 화성공장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벌였다. 재판도 2021년과 2022년에는 진행되지 않았다.수원지법 재판부는 2019년 8월 박 전 사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해당 사건과 쟁점이 대동소이한 민사사건 등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지켜보고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었다.대법원은 지난해 10월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도장, 생산관리 등 업무를 수행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9.08 16:47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리버풀 vs 맨체스터, 축구로 표출된 두 도시의 갈등

18세기의 산업혁명 이후 잉글랜드 북서부에 위치한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경제와 산업 분야에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다. 심지어 두 도시는 미국의 남북전쟁(1861~65)에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미국에서 면화를 수입해 부유해진 리버풀은 남부군을 지지했다. 그에 반해 맨체스터의 방직공장 노동자들은 북부연방의 링컨 대통령이 주창한 흑인 노예가 수확한 면화의 금수조치에 공감했다. 면화가 귀해지자 공장은 가동을 멈췄고, 노동자들은 빈곤에 빠지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노동자들은 노예제도에 반대하는 연대의 표시로 링컨의 금수조치를 계속 지지했다. 이에 1863년 링컨 대통령은 맨체스터의 노동자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썼다.겨우 56㎞ 떨어져 있는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공통점도 꽤 있다. 두 도시는 대영제국의 식민지 지배에 따른 부, 즉 다른 지역 사람들의 고통 위에 지어졌다. 전통적으로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는 도시이고, 정치적으로는 보수당이 아닌 노동당을 지지한다. 게다가 두 도시는 훌륭한 축구 전통과 놀라운 음악적 유산도 가졌다. 두 도시의 차이점 또한 상당히 많다. 리버풀보다 규모가 훨씬 큰 맨체스터는 잉글랜드 북부의 수도 같은 도시다. 인종적으로도 맨체스터는 리버풀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맨체스터의 공기는 항구도시 리버풀보다 훨씬 오염됐고, 녹지대도 부족하다. 잉글랜드의 ‘쓰레기 수도(litter capital)’라고도 불리는 맨체스터는 2002년 영연방게임의 개최를 앞두고 대대적인 청소를 통해 깨끗한 도시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폐막식이 끝난 후 불과 몇 주 만에 맨체스터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리버풀의 시민들은 삶에 여유가 있고 외향적이며 친절하다. 춥고 우울한 도시 맨체스터의 시민들이 가진 진지하고, 유머가 없으며, 냉소적인 기질과 대비된다. 일하는 도시라는 느낌을 주는 맨체스터와 달리 리버풀은 엔터테인먼트와 쇼핑을 위한 곳이다. 외부인이나 관광객에게는 리버풀이 훨씬 매력적인 곳이다. 맨체스터 사람은 ‘만큐니언(Mancunian)’이라 불리고, 리버풀 사람은 ‘리버퍼들리언(Liverpudlian)’ 또는 ‘스카우서(Scouser)’라고 칭한다. 자동차로 불과 40분 떨어진 두 도시의 만큐니언과 스카우서는 완전히 다른 억양을 구사한다. 맨체스터의 억양은 주변 도시인 리즈, 셰필드와 비슷하다. 반면 리버풀의 스카우스 악센트는 정말 독특하다. 리버풀은 아일랜드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많아 ‘아일랜드 제2의 수도(second capital of Ireland)’라고도 불리는데, 스카우스 억양은 이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2015년 10월 BBC는 ‘Wayne Rooney: The Man Behind the Goals(웨인 루니: 골 뒤에 있는 남자)’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다음날 소셜미디어에서 영국인들의 한탄이 쏟아졌다. “도저히 못 알아듣겠다”, “엄마에게 루니의 악센트를 해석해 주느라고 모든 시간을 허비했다.” 게다가 “자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렇게 아일랜드계인 루니의 스카우스 억양은 현지인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리버풀은 오래전부터 잉글랜드의 외딴섬 같은 지역이었고, 이곳 주민들은 중앙정부와 권위주의에 저항해 왔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할 때 리버풀은 ‘브렉시트’는 맨체스터에나 어울린다면, 자신들은 유럽에 남고 싶어 했다. 심지어 “리버풀은 영국과 다른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에 독립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이들도 있다.경제와 산업 등에서 라이벌인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환경, 문화, 언어 등에서도 이렇게 대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1894년 완공된 ‘맨체스터 선박 운하’는 두 도시의 관계를 급격히 악화시켰고, 불똥은 축구계로 튀었다. 두 도시의 갈등은 잉글랜드에서 가장 성공한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리버풀 FC의 경기를 통해 표출될 때가 많다.잉글랜드 1부리그에서 4, 5번째로 우승을 많이 한 클럽도 두 도시에서 나왔다. 에버튼과 맨시티는 각각 9번 우승했으나, 에버튼이 2위를 7번 차지해 6번에 그친 맨시티를 근소하게 앞선다. 라이벌 관계는 기본적으로 두 도시를 대표하는 맨유, 맨시티와 리버풀, 에버튼 사이에 존재한다. 맨유와 리버풀 다음으로 맨시티와 리버풀의 라이벌 전이 유명하다. 리버풀이 역사적으로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이들은 전통적인 라이벌이 아니다. 2013~14시즌 맨시티가 리버풀을 2점 차로 누르며 우승하면서 신흥 라이벌 관계는 시작됐다. 2010년대 후반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은 격화됐는데, 이를 주도한 인물이 맨시티와 리버풀의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와 위르겐 클롭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뮌헨과 도르트문트에서 경쟁하던 두 감독이 잉글랜드로 나란히 건너와 다시 한번 라이벌이 되면서 언론과 팬의 주목을 끌었다.세 번째로 유명한 라이벌은 맨유와 에버튼이다. 두 클럽의 라이벌 관계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4~85시즌 에버튼은 리그와 UEFA 컵 위너스 컵에서 우승했고, FA컵 결승전에도 올랐다. 트레블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연장전까지 치른 결승전에서 에버튼은 10명이 뛴 맨유에 0-1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2005년 FA컵에서 두 클럽이 만났을 때는 약 300명의 서포터스들이 집단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마지막으로 에버튼과 맨시티의 관계는 다소 긴장감이 떨어진다. 에버튼은 대부분의 트로피를 1990년 이전에 들어 올린 반면, 맨시티는 2010년 이후 전성기를 맞이한 것도 한몫했다.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3.08.19 09:10
부동산일반

국내 건설현장 사망자 10명중 1명은 외국인

최근 경기도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 2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해 건설업 사고 사망자 10명 중 1명은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13일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사고 사망자 수는 총 402명이며, 이 가운데 47명(11.7%)이 외국인으로 집계됐다.국토부와 노동부는 분기별로 건설업종의 사망사고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를 발표하지만, 외국인 사망자 숫자만 별도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올해 외국인 사망자는 아직 별도 집계된 것은 없지만, 최근에도 외국인 근로자 사망이 계속되고 있다.지난 9일 경기도 안성시 옥산동의 한 근린생활시설 신축 공사장에선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베트남 근로자 2명이 콘크리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면이 주저앉으면서 매몰돼 숨졌다. 이들은 연년생 형제로, 6∼7년 전 먼저 온 형을 따라 동생도 2년 전쯤 한국에 와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보다 이틀 전인 지난 7일에는 경남 합천군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신호수로 일하던 미얀마 국적의 20대 근로자가 토사를 하역하고 이동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또 지난 5일에는 인천 송도의 주상복합 신축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30대 외국인 근로자가 줄걸이 작업을 하던 중 떨어져 숨지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데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업무 강도가 높아 한국인이 기피하는 작업에 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외국인 노동자 관련 사고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이주노동자 산업안전보건 현황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업종에서 외국인 노동자 사망만인율(사망자수의 1만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이 5.97로 다른 업종에 비해 현격히 높다.노동부의 2020년 산재 발생 현황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이 조사에 따르면 업종별 외국인 노동자 사망만인율은 농림어업 1.05, 도소매·음식·숙박 0.30, 전기·운수·통신·금융 1.04 수준이다.또 건설업은 내외국인 격차가 커 이주노동자 사망만인율이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사망만인율 2.48(산재보험 가입자 기준)의 2배 이상 높다.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지난 9일 베트남 형제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찾아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해 건설현장 생태계에 안전 사각지대가 있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8.13 10:51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맨유-리버풀 130년 라이벌의 시작은 축구가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 리버풀 FC간의 치열한 라이벌 전은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맨유와 리버풀은 1992년 출범한 프리미어리그(EPL)를 포함해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에서 각각 20번, 19번 우승했다. 맨유와 리버풀이 리그 2위를 차지한 적은 각각 17번, 15번이다. 맨유가 국내 성적에서 리버풀을 근소하게 앞서지만, 유럽대항전에서의 성적은 리버풀이 더 좋다. 리버풀은 유러피언컵과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6번 우승한 데 반해, 맨유는 유럽 정상에 3번 올랐다. 맨유와 리버풀은 잉글랜드에서 가장 성공한 클럽이다. 3번째로 성적이 좋은 팀은 아스날(우승 13번, 2위 10번)이다. 하지만 아스날은 기록에서 두 팀과 차이가 있고, 유럽챔피언에 오른 적도 없다. 게다가 아스날의 연고지는 지리적으로 꽤 먼 런던이다. 그에 반해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불과 35마일(약 56㎞) 떨어져 있다. 맨유와 리버풀이 라이벌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혹은 리버풀 시의 서북부에 위치한 에버튼과 맨유의 관계는 어떨까? 그들도 서로를 미워할까? 라이벌 관계는 맨유와 리버풀에만 해당하는지 의문을 가진 독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필자와 함께 2회에 걸쳐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도시인 맨체스터와 리버풀에 관해 알아보자.영국 북서부에 위치한 맨체스터와 리버풀은 18세기의 산업혁명 이후 경제와 산업분야에서 오랫동안 경쟁했던 라이벌 도시다. 대영제국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기간을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라고 칭하는데, 두 도시는 이 시기에 급격한 산업화를 겪었다. 1830년 세계 최초의 도시 간 철도가 완공돼 두 도시를 연결했다. 이 철도는 맨체스터 지역의 공장에서 생산한 완제품과 원자재를 리버풀 항구로 신속하게 운송할 목적으로 건설됐다. 경제적으로도 흑자였던 이 노선으로 인해 영국의 철도 개발은 탄력을 받게 된다.18세기까지 맨체스터는 영국 북부를 대표하는 도시였다. 18세기 후반 리버풀은 북부 면직물 공장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항구 도시로 우뚝 선다. 리버풀은 19세기에 성장을 거듭해 맨체스터를 앞질렀고,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에는 대영제국 제2의 도시로 성장한다.한편 19세기 후반 오랜 불황을 겪던 맨체스터 상인들은 상품을 수출입할 때, 리버풀 항구가 부과하는 높은 관세와 두 도시를 잇는 철도 요금에 불만이 많았다. 이에 내륙도시 맨체스터가 물자를 직접 조달할 수 있게 운하를 건설하자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리버풀은 '멘붕'에 빠졌다. 리버풀의 정치인들은 운하 건설에 강력히 반대했지만, 공사는 이어졌다. 두 도시의 관계도 급격히 나빠졌다. 결국 6년의 공사 끝에 1894년 58㎞ 길이의 ‘맨체스터 선박 운하(Manchester Ship Canal)’가 완공된다.맨체스터가 내륙 항구 역할까지 하게 되자, 통관료 등의 수입이 사라진 리버풀 경제는 불황에 휩싸인다. 항만에서 일했던 부두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없어졌다. 이에 리버풀의 부두 노동자들과 맨체스터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맨유의 전신은 1878년 창단한 뉴턴 히스(Newton Heath) LYR FC다. LYR은 ‘랭카셔 & 요크셔 철도회사(Lancashire and Yorkshire Railway)’의 약자다. 뉴턴 히스는 풋볼 얼라이언스를 거친 후 1892~93시즌부터 풋볼 리그의 1부리그에 합류했다. 이때 철도회사로부터 독립하면서 클럽 이름에서 LYR이 삭제됐고, 1902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클럽 명이 바뀐다.에버튼은 1888년 설립한 세계 최초의 프로축구리그인 풋볼 리그의 창단 멤버다. 에버튼을 공동으로 창단한 존 하울딩은 안필드 구장의 소유자였고, 당시 안필드는 에버튼의 홈구장이었다. 하지만 구장의 높은 임대료에 불만을 품은 에버튼이 구디슨 파크로 보금자리를 옮기자, 하울딩은 비어있는 안필드를 위해 1892년 축구팀을 창단한다. 이 클럽이 바로 리버풀이다. 공교롭게도 뉴턴 히스와 리버풀의 첫 만남은 맨체스터 선박 운하가 완공된 지 3개월 만에 성사된다. 당시 뉴턴 히스는 1부리그 꼴찌인 16등을 기록했고, 리버풀은 2부리그에서 1위를 한 상태였다. 당시에는 자동 승격이나 강등이 없었기에, 두 팀은 단판 승부인 ‘테스트 매치(test match)’를 해야 했다. 운하 건설로 가뜩이나 사이가 나빠진 두 도시의 뉴턴 히스와 리버풀이 승격과 강등을 놓고 운명의 한판 대결을 벌인 것이다. 결과는 리버풀의 2-0 승. 이로써 리버풀은 1부리그로 승격했고, 뉴턴 히스는 2부리그로 강등당한다. 맨유와 리버풀에 입단하는 선수들은 두 도시의 경쟁 관계와 운하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고 한다. 맨유의 센터백이었던 네마냐 비디치는 2019년 인디펜던트 신문사와의 인터뷰 때 선수들에게 때로는 그런 설명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두 클럽이 맞붙는 경기의 관중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만으로도, 그들에게 이 경기가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현재까지 두 클럽은 211번 만났다. 맨유와 리버풀이 각각 82승, 71승을 거뒀고, 무승부는 58번 있었다. 최다 출전 선수는 맨유의 라이언 긱스(48번)이고, 최다 득점자는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12골)다. 필자는 맨체스터와 리버풀을 여러 번 방문했으나, 끝내 두 클럽의 경기를 직관하지 못했다. 표를 구하기 굉장히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잉글랜드 축구의 최대 라이벌 전을 직관할 수 있는 행운이 독자 여러분에게 있길 바란다.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3.08.12 09:10
산업

닻 올린 한화오션, 김동관 '육해공' 완성 위한 마지막 퍼즐 될까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롭게 출발한다. 45년 만에 간판을 바꾼 한화오션이 미래 먹거리를 총괄하고 있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우조선해양은 2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오션플라자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대우조선해양은 1978년 대우그룹에 인수돼 대우조선공업으로 사명을 바꿨고, 2002년부터 현재 명칭을 써왔다. 대우에서 한화로 간판이 바뀌는 것은 45년 만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의 기타 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이자 에너지 전문가로 꼽히는 권혁웅 한화 지원부문 부회장이 한화오션의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이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인 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셈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의 계열사가 우주·지상 방위 산업을 주요 먹거리로 삼고 있다. 여기에 한화오션의 구축함, 경비함,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 역량을 흡수하면서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예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정도경영’과 ‘인재육성’을 통해 한화오션을 글로벌 해양·에너지 선도 기업으로 키워나가자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혁웅 부회장은 이날 CEO 메시지를 통해 “한화오션의 ‘오션’은 ‘지속가능성’과 ‘도전’을 의미한다"며 "미지의 영역이 95%에 달하는 대양을 무대로 우리의 개척정신과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글로벌 해양에너지 리더’를 향한 위대한 여정을 함께 하자”고 포부를 밝혔다.새 옷을 갈아입으면서 임원들도 대거 물갈이했다. 이날 박두선 대우조선 사장을 비롯해 기존 임원 28명이 물러났다. 대신 권혁웅 대표를 비롯한 새로운 경영진이 합류하면서 대대적인 개편 조짐이 일고 있다. 권 대표이사 외에도 김종서 전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표와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대표가 사내이사로 내정됐다. 김종서 사장은 상선사업부장을, 정인섭 사장은 거제사업장 총괄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이날 한화오션 직원들의 이사도 시작됐다. 일부 직원들이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7~8층으로 이사하면서 당분간 기존 남대문 그랜드센트럴빌딩을 포함한 두 사옥 체제로 운영될 계획이다. 장교동에는 재무 등 지원 파트 직원들이 근무하고, 남대문에는 설계 직원이 남아 일하게 된다. 김동관 부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경영 정상화다. 한화오션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조6136억원에 달한다. 2021년 영업손실 1조7547억원을 더하면 2년간 적자 규모가 3조4000억원에 이른다. 적자 폭을 줄이고는 있지만 올해 1분기에도 62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터널’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특단의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노사 관계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이날 임시 주총장에는 하청노동자가 한화에 교섭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이날 성명에서 “하청노동자가 살아야 한화오션이 산다. 하청노동자 저임금 해결과 원하청 차별해소에 나서라”며 한화오션을 압박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하청노동자들이 벌인 파업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리고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하청노동자뿐 아니라 강성인 생산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조와의 관계도 잘 정립해야 한다. 협력업체 종사자를 뺀 대우조선 전체 직원 중 4800여명이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 소속 노조원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한화에 '인수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와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19일 실무협의체를 열어 목표 달성 시 기준 임금의 3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 한화 측은 이와 관련해 "모든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이후 적절한 시점에 직원들의 처우 개선, 지역과의 상생발전 등을 포함한 회사의 비전을 발표하고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5.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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