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인터뷰]신문선의 일갈 "축구협회 수뇌부, 불량품 만들어놓고 뻔뻔하게 자리 지켜"
한국 축구는 총체적 위기에 빠져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성적 부진, 비리, 시스템 문제 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미숙한 행정력은 축구대표팀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신문선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한축구협회 수뇌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신 교수는 최근 명지대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스포츠에서 공정성은 성역이다. 그런데 축구는 그것이 무너졌다"면서 "축구는 '불량품'이라는 것이 현재 국민의 인식이다. 축구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교수는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는 중대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교묘히 책임을 회피하는 축구협회 수뇌부라고 지적했다. 울리 슈틸리케(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예로 들었다. 감독을 새로 뽑아놓고도, 지원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슈틸리케 감독을 처음 데려왔을 때 겨우 아르무아 코치 한 명만 붙였다. 어느 나라 대표팀이 겨우 코치 한 명만 지원하고 시스템을 바꾸라고 하나"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기력이 좋아지기 어려운 환경을 만든 축구협회가 대표팀이 부진하자 감독만 교체하는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축구협회 수뇌부는 위기 순간마다 절묘하게 피해간다"면서 "대표팀 상황이 나빠지자 감독 책임으로 몰고갔다.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대신 전임 외국인 감독에게 그랬듯이 해임했다"고 말했다. 책임을 지지 않는 수뇌부는 물갈이 되지 않고 오랜 세월 힘을 유지하고 있다. 신 교수는 "1994년 미국월드컵부터 20년 넘게 특정 기업의 장기집권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사건과 사고가 발생해도 수뇌부에 속한 관련자들은 잠신 다른 곳에 갔다 돌아오는 식"이라고 한숨을 쉬었다.과거 축구협회는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리였다. 신 교수는 "예전 축구협회는 이익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이고 회의비도 없었고, 차비도 없었다"면서 "오로지 축구를 위해 헌신하는 축구인들의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다보니 한일전에서 패하기라도 하면 (윗선은) 오히려 '책임지게 돼 홀가분하다'는 농담을 하며 일괄 사퇴했다"고 떠올렸다. 반면 지금의 축구협회는 과거 가졌던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봤다. 신 교수는 "현재는 기업인들에게 축구협회 명함보다 더 좋은 비지니스 도구는 없다"면서 "해외에서 축구협회장이란 타이틀은 한국의 웬만한 고위 공직자보다 큰 직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축구협회는 기업의 자회사가 아니다. 축구는 전 국민이 사랑하는 문화 콘텐트"라고 덧붙였다.축구협회의 관행과 비리는 적폐가 됐다. 이렇게 쌓이고 쌓인 폐단은 팬들이 축구를 떠나게 만든 원인이 됐다. 그는 "힘을 갖고 대표팀 감독 선임은 물론 선수 선발할 때도 인사를 투명하지 않게 하고,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면서 "2014년 '의리 파동'이 대표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축구인들은 왜 아무도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라는 질문에는 "처은엔 양심있는 축구인들이 맞섰다. 그런데 싸워보니까 협회의 힘 즉, 예산권과 인사권이 막강했다"면서 "용기있는 축구인들이 회유에 넘어가 전무이사, 기술위원장 등 또 다른 호위세력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무차별 탄압을 받는다"면서 20년 동안 협회에 맞서 글을 쓴 저는 얼마나 탄압을 받았을까"라며 쓴웃을 지었다. 협회의 적폐는 축구에 대한 신뢰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 '대표팀 경기 시청률 추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신 교수는 "예전 국가대표팀은 '히트 상품'이었다. 중계를 한다고 하면 광고가 줄을 이었다. 방송사 내부에서 아무리 인기있고 입지가 탄탄한 프로보다 앞섰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한국 축구는 하향세다. A매치를 해도 관중이 오지 않아 운동장이 빈다"면서 "축구가 지금은 드라마 재방송에도 밀리고 시사 프로에도 밀린다. 광고주들은 떠났다"고 한탄했다. 또 "거기에 대한 책임은 경기를 잘 못하는 선수, 감독이다. 그 위로 올라가면 '불량 콘텐트'를 생산한 기업과 공장, 즉 축구협회다. 공장장은 전무이사와 회장이다. 기업 같으면 이미 특단의 조치를 취했을텐데, 이들은 불량품을 만들어놓고도 뻔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절대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현 신태용 감독의 대표팀의 데이터를 비교하면 지표상으로 그 어느 것도 나아진 게 없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러시아월드컵에서도 결과가 나쁘면 감독 책임 이전에 20년간 장기집권한 사람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면서 "또 다시 커튼 뒤로 숨는 것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월드컵 결과는 적폐를 대청산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협회도 평가를 받고 스스로 진단해야 발전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유소년 시스템부터 평가를 했으면 좋겠다. 정몽준 회장 체제 하에 이 만큼 예산을 투입해서 이 만큼의 결과를 얻었다"고 공개해야 한다. 신 교수는 "FIFA도 월드컵이 끝나면 보고서를 만든다. 스터디그룹이 전술부터 평가해서 월드컵 백서를 만들고, 축구의 상업적 가치 증대를 위해 전 세계 회원국에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는 스폰서가 떠났다. 사실 생활축구가 힘인데, 오로지 엘리트 축구 성과만 생각하고 힘을 쏟고 있다. 축구협회가 털고 나가야 할 백서를 만들면 100가지도 남을 것"이라고 했다. 축구가 처음부터 경영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한국 축구의 경영적 지수는 중국 축구와 비교해 떨어지고, 일본과 비교해도 시장 사이즈가 게임이 되지 않는다"면서 "축구협회 매출 증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틸레케 감독 경질로 발생한 손해도 막심하다는 지적이다. "슈틸리케 감독과 중도에 계약을 해지했으면 잔여 연봉을 줬을 것이다. 코칭스태프에게도 마찬가지"라면서 "이 경우 감독만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 비용에 대한 책임도 있다. 기업은 당연히 인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오히려 처음부터 좋은 감독을 데려오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킨 정몽규 회장도 책임을 졌어야 한다"고 했다. 박항서 신드롬은 공정함이 경영적 관점에서 바라본 축구의 좋은 예라고 했다. 신 교수는 "박항서 감독의 히딩크식 선수 선발과 훈련 방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눈이 오는데도 죽기 살기로 뛴 선수들을 보면 모두 기분이 좋아졌다. 베트남 기업들이 앞다퉈 후원했다"이라면서 "지금 학원축구엔 돈이 만연해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불신이 가득하고, 유소년 축구는 2류, 3류로 떨어졌다. 결국 태극마크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에 대한 그리움도 결국 공정함에 대한 그리움이다. 공정성이 확보되야 다음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프로축구연맹과 상생이 살길이라는 진단도 잊지 않았다. 그는 "프로 구단들은 손해보면서 FIFA 규정에 없는 조기 A매치 선수 차출에 협조한다. 그런데 태극마크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답답할 것"이라면서 "프로는 장사하기 위한 집합체 아닌가. 희망이 보여야 투자를 한다. 현대가 빠지면 축구가 망한다는 생각이 맞나. 현대가 있으면, 현대 때문에 경쟁기업이 참가하지 않는 건 생각 안해봤나"면서 "진정한 용기를 가진 국민들이 움직이고 있다.더 용기를 가져야 할 사람인 축구인들이 나서야 할 차례다. 방관하고, 포기하고 그러면 축구가 더 죽는다"고 강조했다.결국은 사람이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다. 신 교수는 "결국은 훌륭한 장사꾼이 와야 한다. 투명성을 가진 사람이 와서 떨어진 축구의 구매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그 첫걸음이 공정성이다. 인적 쇄신부터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 시점은 월드컵의 결과라고 본다. 아번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축구의 주인은 특정 기업도 아니고 호위무사 일부 축구인도 아니다. 주인은 국민"이라고 말했다.피주영 기자
2018.03.1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