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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줌인] 연기밖에 모르는 김혜자, ‘천국보다 아름다운’ 인생의 모든 것을 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배우 김혜자(84)의 인생을 총망라한 작품인 듯하다. 한평생 오로지 연기밖에 모르고 살았던 그의 한결같은 열정이 매 장면 장면에 서려있다. 그의 연기는 기쁨과 슬픔, 사랑 등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며 느끼는 기본적인 감정들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시청자의 마음에 깊게, 오래 남을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지난 19일 방송을 시작한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80세의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이해숙(김혜자)이 젊어진 남편 고낙준(손석구)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다. 김혜자는 작품에서 실제 42살 차이가 나는 손석구와 멜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해숙은 사고로 걷지 못하는 낙준을 평생 병수발하며 가장 역할을 했다. 시장 바닥에서 일수꾼으로 일하면서 온갖 수모와 험한 일을 겪은 고단한 인생이다. 그럼에도 해숙은 언제나 해맑은 남편 바라기다. 자신을 끔찍이 사랑하는 낙준만큼 해숙도 남편을 애지중지 보살핀다. 그러다 낙준이 죽고, 해숙 역시 그를 따라 생을 마감한다. 천국에서는 살아갈 나이를 선택할 수 있는데 해숙은 낙준이 생전 “지금이 우리 마누라 제일 예뻐요”라고 말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80살로 살길 과감하게 택한다. 정작 천국에서 만난 남편은 30살로 살고 있었던 것. 해숙은 졸지에 자신만 늙고 건강하지 않은 모습으로 살 수밖에 없는 애처로운 처지에 놓인다.‘천국보다 아름다운’은 2회까지 방영했을 뿐이지만 시청자들에게 한 사람의 일대기를 모두 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바로 김혜자 덕분이다. 김혜자는 남편을 떠나보낼 때의 슬픔, 천국에서 재회했을 때의 기쁨, 자신만 늙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후회, 자신과 낙준 사이에 정체불명의 여인인 솜이(한지민)가 갑자기 들이닥쳤을 때의 질투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밀도 높은 연기로 그려냈다. 노년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극의 분위기가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해숙이 낙준과 천국에서 처음 재회하고, 남편이 30살인 것을 목격했을 때 절망하며 “X됐다”고 말하는 김혜자의 연기는 슬프면서도 웃음을 안긴다. 해숙이 “이럴 바엔 차라리 지옥이 낫겠다”고 울부짖을 때는 애처로우면서도 사랑스러움이 느껴진다. 김혜자는 늙음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을 시청자가 거부감 들지 않게 적당한 유쾌함으로 승화시키며 인간미 느껴지는 이야기로 완성시켰다.해숙 캐릭터는 김혜자의 실제 삶과 맞닿아있어 더욱 리얼함을 준다. 평생 남편만을 바라본 해숙의 이야기는 오랜 시간 연기만을 바라봐온 배우 김혜자의 삶 그 자체를 보는 듯하다. 실제 김혜자는 ‘천국보다 아름다운’ 제작발표회에서 “하고 싶은 게 연기밖에 없고 관심도 연기밖에 없다. 그냥 이거밖에 모른다. 다른 거 하라고 하면 0점이다. 연기하는 게 제일 좋고 행복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김석윤 감독 역시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김혜자 맞춤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어떻게 하면 김혜자라는 배우가 모든 걸 쏟아낼 수 있을까를 우선적으로 고민했다. 기성복이 아닌 맞춤복처럼 드렸기에 캐릭터도 더 생동감 있게 잘 나왔다”고 전했다. 올해 데뷔 64년차인 김혜자는 오랜 시간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국민 배우’, ‘국민 엄마’로 불렸다. 그러나 그의 작품 세계는 비단 엄마를 넘어 삶과 죽음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로 점차 확장돼 갔다. 모성을 표현할 때도 김혜자가 그리는 엄마는 전형성에선 살짝 빗나간다. 영화 ‘마더’에선 왜곡된 모성이 어떤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를 그렸는가 하면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는 치매로 인해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를, ‘눈이 부시게’에서는 몸은 70대이지만 영혼은 25세인 김혜자를 연기했다. 나이들어감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공포를 표현하면서도 그만이 가지고 있는 긍정의 에너지로 삶의 아름다움을 또한 빚어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현생이 아닌 죽음 이후의 천국이라는 공간의 이야기로, 한층 더 넓어진 김혜자의 연기 세계를 볼 수 있는 작품이라 더 의미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김혜자 배우는 엄마 역할을 많이 하면서 시대의 엄마들이 얼마나 치열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보여줘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를 넘어서 인간, 죽음, 노년의 삶에 대한 이야기까지 확대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김혜자 배우의 나이대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고민 등을 최대치로 끌어낸 연기를 보는 재미가 높다”고 짚었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5.04.25 06:06
연예일반

양희은·양희경 자매, 오늘(4일) 모친상…“이렇게 가실 줄 몰랐는데”

가수 양희은·배우 양희경 자매가 모친상을 당했다.양희은은 4일 자신의 SNS에 모친의 생전 사진을 올리며 “엄마가 떠나셨네. 세상에, 이렇게 가실 줄 몰랐는데”라고 직접 모친상 소식을 전했다. 이어 “연말연시에 당신 자손들 두루두루 집에서 다 보셨다. 잘 잡숫고 일상을 변함없이 유지하셨다”고 덧붙였다.양희은은 “오늘 새벽 0시 5분, 평화롭게 가셨다”며 “이제는 더이상 엄마가 안 계신 집, 울타리 없이 허전하기만 하네. 안녕! 엄마!”라고 적었다. 양희은, 양희경 자매의 어머니 故윤순모 여사는 지난해 10월 열린 ‘2023 문화예술발전 유공 시상식’에서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을 직접 수상하며 건강한 모습이었으나, 3개월 만에 운명을 달리했다. 양희은은 지난해 1월 방송된 MBN ‘당신 참 좋다’에 출연해 어머니가 7~8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았다며, 어머니에 대한 뭉클한 사랑을 전하기도 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01.04 08:50
연예일반

“초밀착해 ‘민낯’ 조명” MBN 최장수 ‘특종세상’, 제작진이 밝힌 롱런 비결은? [IS인터뷰]

“최대한 밀착해서 민낯을 보여주려 합니다.” 지난 2012년 첫방송된 ‘특종세상’은 MBN의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MBN 개국과 동시에 첫발을 내딛어 ‘나는 자연인이다’보다 먼저 시청자를 만났고,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시청자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 인기 비결은 출연자들에게 초밀착해 색다른 면모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MBN 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특종세상’ 박효석 PD와 김정인‧박남숙 작가가 프로그램 제작 과정과 방향을 전했다. ‘특종세상’은 지난 10년여 년간 부침을 겪으며 변모해왔다. ‘현장르포 특종세상’으로 시작해 시사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사회 문제를 다루다가 점차 인물을 조명하는 교양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편성 시간 또한 몇 차례 변경돼 ‘삼시세끼’, ‘미스터트롯’ 등 쟁쟁한 프로그램들과 경쟁하면서도 두터운 고정 시청자층을 자랑했다. 김 작가는 그 비결들 중 하나로 유연성을 꼽았다. “‘현장르포 특종세상’일 때는 현장을 직접 취재하며 만들었는데 시청률, 미디어 환경 등에 따라 자연스럽게 프로그램도 변했죠. 유기체, 생명체처럼 바뀌었어요. 그렇게 바뀌다보니 교양프로그램 중에 역사가 긴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됐고 그만큼 수명이 오래되다 보니까 아이가 자라듯 제작진들도 함께 성장해왔습니다.”제작진은 ‘특종세상’만의 차별점이자 장점을 인물의 ‘민낯’을 보여주려는 기획 의도라고 강조했다. 박 작가는 “정말 우리는 밀착해서 본다. 정제된 모습으로 촬영하는 게 아니라 맨얼굴을 보려 한다”고 전했다. 김 작가 또한 “연예인 같은 경우엔 집을 공개하는 건 기본이고 잠드는 모습까지 찍다보니 메이크업을 안 한 모습이 자주 나온다. 출연자들이 ‘이것도 찍을 거야?’, ‘이것도 찍는다고?’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는데 어쩔 수 없다. 우리 프로그램은 다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여타의 프로그램들에서 다루지 않은 인물의 면모들도 발견할 수 있다. 박 작가는 “연예인이 출연하더라도 휴먼다큐와 같다. 이들도 사람이고, 누군가의 가족이기도 하다”며 배우 유퉁 출연분을 꼽았다. “저 또한 편견이 있었어요. 여러 번 결혼하고 이혼했다는 내용을 기사로만 봤으니 실제 어떤 분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죠. 저희가 그 분의 모든 것들을 알 수 없지만 촬영하면서 딸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는 걸 느꼈어요. 재혼한 전 부인 밑에서 자라는 딸이 걱정돼 몸이 아프신데도 자신의 모든 걸 갈아넣으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코로나19 탓에 아이를 보지 못하니까 눈물로 지새우시는 걸 보면서 부성애가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더라고요.” 지난해 6월 ‘특종세상’에선 8번 이혼한 유퉁이 몽골인 전 아내와 살고 있는 당시 12살 딸을 그리워 하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다수의 결혼과 이혼으로 ‘문제적 남자’로 알려졌지만, 방송에선 딸에게 학비를 보내고 철마다 옷을 사서 보내는 부성애로 감동을 자아냈다. ‘특종세상’은 한 편당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의 제작 기간을 거치는 동시에 출연자들과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캐스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유퉁의 모습을 여러 편으로 나눠 방송할 수 있었다. 수년간의 설득 끝에 출연하게 된 가수 임희숙도 있었다. 김 작가는 “전화를 굉장히 많이 돌린다. 한 분을 섭외하기 위해 100통을 한 적도 있다. 처음엔 매몰차게 거절했던 분들도 나중엔 출연을 결정해주시기도 한다”며 저인망식으로 섭외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박 작가 또한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연락을 계속 유지하면서 다른 프로그램들에 출연한 분들 중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찾으려 한다. 지난 2월 방송된 ‘꼬마 신랑’ 배우 김정훈씨가 치매를 겪고 있는 노모를 돌보는 모습은 처음 알려졌다”고 말했다.이 같은 작업 과정에서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관계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계룡산에서 치매 노모를 모시는 백발의 아들 이야기를 다룬 제작진은 최근 출연자 어머니 부고를 듣고 모두가 가슴 아파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생전 말단비대증을 앓다가 지난 1월 세상을 등진 농구스타 김영희를 향한 마음도 그러했다. ‘특종세상’은 비보가 전해지자 고인을 기리는 추모 방송을 하기도 했다.이렇게 지난 10여년 간 600회에 가까운 회차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 제작진은 누군가의 아픔과 슬픔, 애환을 방송에 담아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 박 작가는 80년대 톱모델에서 덕원스님이 된 고(故) 최호견을 떠올렸다. “덕원스님께서 불교로 귀의한 후 30년간 방송 출연을 전혀 안 하셨어요. 그런데 우리 방송 출연을 결정했고 만나고 싶은 분들이 있다고 하셔서 프로그램을 준비했죠. 그런데 얼마 후 지병이 있으셔서 돌아가셨어요. 제작진에게는 전혀 말씀을 안 해주셔서 저희도 지병이 있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죠. 아마 방송을 통해 마지막 정리를 하고 싶으셨던 건 아닌지 짐작하고 있어요. 덕원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출연자들 중 가장 기억에 남아요.” ‘특종세상’ 제작진들은 인터뷰 내내 인물을 다루는 것에 조심스러움을 드러냈다. 김 작가는 “화제성만 바라보고 출연자들의 모습을 담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그 인물의 면모를 담으려 한다”고 전했다. 박 PD 또한 이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방송 전체를 보고 촬영하거나 편집하기 때문에 출연자들과 입장이 다소 다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최대한 사전에 조율하면서 출연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죠. 방송이 나간 후에는 제작진의 입장을 최대한 설명드리면서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지 않게 노력도 하고 있고요.” ‘특종세상’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자신들만의 강점을 살리고 있다고 전했다. 박 작가는 “물론 ‘특종세상’을 좋아해주는 고정 시청자층도 있지만 시청자들도 변모하기 마련”이라며 “같은 인물을 다루더라도 예전엔 극한 상황을 함께 보여줬는데 이젠 자연스러운 모습을 좋아한다. 이를 반영해 출연자들의 꾸미지 않은 자연스런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박 PD는 시청자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방송 프로그램이다 보니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영향력을 끼치자라는 목표로 함께 작업해왔어요. 간판을 바꾸듯 프로그램명도 조금 변하고 다루던 소재들도 달라졌지만, 처음에 우리가 추구했던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05.12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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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IS] '별세' 숀 코네리, 치매 앓고 있었다

향년 90세로 세상을 떠난 할리우드 배우 숀 코네리가 생전 치매를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일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숀 코네리의 아내 미슐린 로크브린은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고인이 치매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미슐린 로크브린은 "그는 나중에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었다. 생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자다가 세상을 떠났고, 그것은 그저 너무 평화로웠다"며 "숀 코네리는 아무 소동 없이 사라지고 싶어했다. 그 마지막 소원을 이룬 것이다"라고 밝혔다. 숀 코네리는 지난달 31일 바하마에 위치한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가족들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봈다. 1955년 데뷔한 그는 50년 넘게 최고의 배우로 활약했다. 특히 1962년 '007' 첫 시리즈인 '007 살인번호'에서 초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인디아나 존스', '더 록' 등 다수의 작품을 흥행시켰다. 지난 200년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20.11.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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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와이프' 한지민, 비혼주의된 지성에 끈질긴 구애 [종합]

'아는 와이프' 지성과 한지민의 운명이 반복됐다.12일 방송된 tvN 수목극 '아는 와이프'에서는 지성(차주혁)과 한지민(서우진)이 과거를 바꿨지만 또 만났다.한지민은 아버지의 죽음을 막았다. 아버지가 장기 출장을 가 건강검진을 못 하면 죽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공항으로 달려가 출장을 만류했다. 한지민은 장승조(윤종후)를 보고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하는 걸 도와줬다. 지성은 한지민을 만나지 않기 위해 학교에 가지 않았다.한지민은 지성을 찾아갔다. 지성은 "우리는 얽히면 안 된다"고 피했다. 한지민은 "우리 운명대로 걸어가겠다. 나는 예전과는 다를 거다"고 말했다. 다시 도망치려던 지성은 한지민을 향해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발견하고 함께 쓰러졌다. 그러면서 다시 2018년으로 돌아왔다. 이정은(서우진 모)은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3년 전 사망했다. 모든 게 다시 한번 바뀌었다.2018년의 지성은 도보 여행 중이었다. 은행과 장승조, 오의식(오상식) 등은 지성을 애타게 찾았다. 지점 직원들은 돌아온 지성을 열렬히 반겼다. 대신 지성은 누구와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장승조와 오의식은 지성을 걱정했다. 지성은 "결혼 안 한다. 나 때문에 누가 불행해지는 게 싫다"고 말했다.잡아탄 택시는 의문의 아저씨가 몰고 있었다. 두 사람은 반갑게 안부를 건넸다. 지성은 아저씨에게 "왜 저였냐"고 물었다. 아저씨는 "그냥 너무 간절해 보여서. 그렇게 살았으면 미워하고 원망하고 죽지 못해 살았을 거다. 익숙해진다는 건 양날의 검 같은 거다. 인간은 어리석어서 겪지 못하면 깨닫지 못한다. 그게 뭐든"이라고 답했다. 아저씨는 이제 그만 벌주고 행복해지라고 조언했다. 또 한지민 소식은 좀 아냐고 물었다.지성은 복직 관련 문제로 본사에 갔다. 한지민을 만날까 봐 노심초사했다.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계단으로 갔다. 복직계를 쓰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때 한지민이 지성 뒤에 서 있었다. 한지민은 "오랜만이네요, 차주혁 씨"라고 인사했다. 그리고 "저 아직 포기 안 했어요. 차주혁 대리님. 그러니까 기다려요"라고 말했다. 한지민은 가양동지점에 이직 신청했다.한지민은 지나가다가 박희본(차주은)을 보고 알은 체 했지만 박희본은 한지민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한지민은 박희본에게 거짓말하고 지성에 대한 정보를 캐냈다. 박희본은 "나이가 몇 갠데 툭하면 훌쩍 떠나고 연락 두절돼서 식구들 애타게 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걸어 다닌다. 생전 연애도 않고 결혼 생각도 없다. 자기는 결혼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여자를 불행하게 만든다나"라고 말했다.지성과 장승조가 사고를 치는 바람에 가양동지점은 인원을 충원하기로 했다. 지성은 한지민이 올 때가 떠올라 결사반대했다. 결국 대부계에서 인원을 충원하기로 했다. 한지민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점장 회의 때문에 본사에 온 손종학(차봉희)에게 접근했다. 손종학은 한지민의 싹싹한 성격에 마음을 바꿨다. 한지민은 가양동지점으로 출근했다.이아영 기자 lee.ayoung@jtbc.co.kr 2018.09.12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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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윤여정 "성매매 연기에 우울증…소리지르며 촬영"

영화 '죽여주는 여자'(이재용 감독)가 개봉 5일 만에 5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례적으로 중장년층 관객들이 관람 열풍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노인 성매매, 안락사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뤘음에도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노련한 연기력으로 공감대를 높인 '죽여주는 배우' 윤여정(70)이 있다.이재용 감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덜컥 출연을 결정했다. 다만 '알고싶지 않았던 현실'을 맞닥 뜨리고 일명 '박카스 할머니'라 불리는 캐릭터를 직접 연기하면서 우울증을 앓았다. 툴툴거리며 거침없는 입담을 뽐내기로는 충무로 1인자.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애정과 소녀감성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죽여주는 영화'를 선택했다."한 친구는 제목을 보자마자 '더럽다'고 했다. '나 이거 할거야' 했더니 제목만 보고 '하지마. 곱게 늙어야지 주접떨면 안돼. 제목이 그게 뭐야?'라면서 엄청 뭐라고 했다."-완성된 영화는 아직 못 본 것인가."일부러 VIP시사회에 초대했다. '잘 만들었어. 잘 봤어'라고 하더라. 내가 '이제 인터뷰도 해야 하고 엄청 바빠. 아주 죽겠다'고 툴툴 거렸더니 '그런 말 하지마. 가치있는 일을 했으니까 인터뷰도 하고 이재용 감독 응원해줘'라면서 날 다독여줬다."-내심 기뻤겠다."난 아닌 것을 알면서도 자기 고집을 쭉 내비치는 사람보다 말을 바꾸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사람이 좋다. 그 친구의 응원이 가장 좋았다."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꺼려지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내가 바보다. 바보 같았다. 시나리오를 보고 '에이 뭐 이걸 진짜 일일이 시키겠냐'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냥 스케치 정도로만 따지 않을까 싶었는데 늘 배신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그렇게 속았으면서 또 속고 살아. 신기하다. 인간이니까 그렇겠지 뭐."-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부분에 끌렸나."이재용 감독에 대한 신뢰가 가장 컸다. 처음 보는 감독이 이 소재의 시나리오를 들고 왔다면 부정적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 과연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했다. 세상에 아주 없는 이야기가 영화화 되지는 않는다. 자극적이고 독단적으로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그렇게 믿었던 이재용 감독이 힘든 연기를 요구한 것인가."처음엔 하라는대로 했다. 근데 끊임없이 디테일을 요구할 줄은 몰랐다. 세 번까지 하고는 정말 죽겠어서 소리를 지른 기억이 난다. 이미 열이 나서 의견은 얘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재용 감독은 나중에 '태어나서 그렇게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 근데 소리를 질렀더니 시키는 것을 멈췄다. 진작 지를껄 그랬다.(웃음)"-'돈의 맛' 때와 비교한다면?"'죽여주는 여자'가 정신적으로 훨씬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임상수 감독을 만나 '미안하다. 사랑한다'고 얘기했잖아. 그 땐 그 나름대로 힘들었는데 '죽여주는 여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더라. 그 사람은 얼마나 끔찍한 장면인지 아니까 원 테이크로 갔거든."-알고싶지 않은 이야기를 알게 됐다고 했다."노인 성매매, 박카스 할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는 뉴스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디테일한 상황까지는 몰랐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세상만사 모든 것을 경험했을리는 없지 않나. 경험을 못했다고 해서 더 알고 싶지도 않다. 끔찍한 세상은 오히려 피하고 싶다. 지금까지 애쓰고 살았는데 더 힘든걸 알아서 뭐하나. 나한테 도움되는 것도 아니고. 근데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알게 됐고 직접 연기까지 했다."-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우울증에 시달렸다. 그 할머니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딸로 태어났을 것 아니냐. 내가 내 엄마의 귀한 딸인 것처럼. 거기까지 내몰릴 때는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할 일이 그것밖에 없냐'고 쉽게 말하는데 내 나이가 70이다. 난 지금 연기라는 기술이 있으니까 먹고 사는데 일반적으로 70살이 됐을 때 돈이 없으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 땐 학력도 소용없다." -속사정을 다 알 수는 없으니까."'저 사람도 무슨 사정이 있을거야'라고 생각해주면 그나마 양반이다. '죽여주는 여자'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죽기 전까지 몰라도 되는 일들이었다. '이게 뭔가. 도대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인생은 이렇게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것인가' 생각하게 됐다. 현장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았다. 우울증에 좀 깊게 빠졌다. 결코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죽고싶은 남자들에게는 구원자나 다름없다."전무송이 첫 리딩을 마치고 그랬다. '이 여자는 살인마가 아니야. 천사야' 그 말이 와 닿더라. 우리 영화는 노인 자살률을 높이는 상위 세 가지 이유를 모두 담고 있다. 중풍에 걸려 독립생활을 스스로 할 수 없고, 치매에 걸려 내가 누군지 모르게 되면서 자존감이 파괴된다. 또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서 정신적 빈곤을 겪는다. 감독이 엄청나게 고민했다. 조력자라고 하지만 명백한 살인이니까."-직접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로서 조언을 해주지는 않았나."조언보다는 내 해석을 말해줬다. '난 이 여자가 오래 전부터 죽고 싶었을 것 같다. 본인 아이를 입양 보낸 후 혼자는 죽지 못해 꾸역꾸역 삶을 연명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들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할 것 같다. 조력자가 필요하다면 소영이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죽이는 심정으로 죽이는 것이다' 감독도 바로 고개를 끄덕이더라."-죽이는 방식도 다양하다."그것도 엄청 고민했다. 특히 죽이고 나서의 리액션이 막막했다. 우리 중 누구도 사람을 죽여본 경험은 없으니까. 몇 날 몇 일을 생각하던 이재용 감독은 '쿨하게 죽이는게 어떻냐'고 하더라. 근데 난 암만 해도 그렇게는 못 할 것 같더라. 여자가 무력할 때 할 수 있는 행동은 사실 우는 것 밖에 없다. 이재용 감독은 울고불고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감독이지만 난 울 수 밖에 없었다."-죽음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꽃도 피고 지듯이 사람도 태어나 가는 것은 자연의 순리다. 우리가 어떻게 바꿀 수는 없다. 다만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것은 무섭다. 병으로 죽을지, 치매가 올지 아무도 모르지 않나.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행복한 죽음이라는 것이 있을까?-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난 죽을 날짜를 받아 놓은 사람이라면 최대한 환자가 원하는대로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마약법 때문에 쉽지 않은데 서양에서는 마지막에 놔주는 몰핀은 '엔젤키스'라고 한다더라. 한 환자는 피아노 레슨을 하고 싶어 했다는 사연도 봤다. 생전 자신이 가장 즐거워 했던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배우가 '무대에서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행복하다면 행복할 수 있겠지."인터뷰 ②에서 계속됩니다.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사진= CGV아트하우스 [인터뷰①] 윤여정 "성매매 연기에 우울증…소리지르며 촬영"[인터뷰②] 윤여정 "70대 뒷방할머니…슬슬 인생 정리해야지"[인터뷰③] 윤여정 "데뷔 50주년? 결혼 50주년이면 이벤트" 2016.10.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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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故 황정순 유가족들 갈등…‘납치 vs 음모’

최근 사망한 원로배우 황정순의 유족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났다. 최근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별세한 배우 고 황정순씨의 조카손녀가 황씨의 양아들을 (황씨) 감금 혐의로 올해 초 고소했다고 밝혔다. 관련 사항을 수사 중인 경찰에 따르면, 조카손녀 A씨는 "지난해 9월 양아들 B씨가 황씨와 내가 함께 사는 집에 들어와 황씨를 성모병원 정신과에 강제로 입원시켰다"고 주장했다. 반면 양아들 B씨는 "모친의 건강이 안좋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병원에 입원시켰을 뿐"이라고 반박했다.양측은 고 황정순의 생전 치매 여부에 대해서도 엇갈린 증언을 내놓았다. 황씨의 매니저 역할을 하던 조카손녀는 "(황씨가) 치매가 아니라 단순 노환 증세를 보였다. 아들이 거짓으로 치매 병력을 꾸며 고인을 납치, 정신병원에 감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아들 쪽에서는 "유산을 노린 조카손녀의 음모"라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유산을 상속할 수 없다고 명시된 유서에 대해서도 오랜 기간 치매를 앓아 온 황씨의 유언장 내용을 믿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황정순은 작고한 남편과의 사이에 세 명의 의붓자식을 두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황씨의 법적 상속인은 세 명이다. 의붓 손자(의붓 아들의 아들)와 외조카 손녀, 그리고 외조카 손녀의 남동생이 그의 양자로 입적되어 있다.황정순은 1940년 동양극장에서 극단 배우로 활동을 시작해 1943년 영화 '그대와 나'로 데뷔했다. '내일의 팔도강산', '김약국의 딸들' 등의 영화와 KBS '보통사람들', '바람과 구름과 비'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총 377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60~70년대 한국의 대표 어머니상으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17일 별세했다. 원호연 기자 bittersweet@joongang.co.kr 2014.03.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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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186.가계도의 진실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조상의 가계도가 잘 발달된 나라 중 하나다. 무려 600여 년 전까지 꼼꼼하게 기록된 가계도도 있다. 반면 미국은 가계도를 갖춘 집안이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인들의 조상은 대부분 영국이나 유럽 각지에서 문제를 일으켜 건너간 사람들이다.한 미국인은 자신의 조상을 추적하다 두 손 들고 말았다. 조상을 추적한 결과 100여 년 전 살았던 부계 쪽은 해적이요, 모계 쪽은 매춘부였다고. 가계도 때문에 집안의 숨겨진 비밀이 밝혀질까봐 얼른 추적을 중지했다. 현재 미국의 유명 정재계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 1세대들은 종교적 이유도 있었지만 도망자들도 많았다. 아무리 상류층이라도 유럽에선 얼굴을 들고 살 수 없을 정도로 추악한 인물들이 많았다. 때문에 미국 명문가 집안들 역시 가계도 추적을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구명시식을 위해 면담을 하다보면 유독 자식 걱정이 많다. “저는 팔자에도 없는 못난 자식을 낳아서 이 고생일까요?” 단언하건데 이 세상에 팔자에 없는 자식은 없다. 당뇨나 간질환의 70%는 유전적 질환이듯 행동·습관·정신이상의 70%도 유전이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마음과 얼의 문제가 후대에 드러날 뿐, 절대로 우연은 없다. 어떤 구명시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남자가 “우리 어머니께선 굶어서 돌아가셨습니다”라며 천도를 청했다. 중풍으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다 마침내 끼니마저 끊고는 아사하고 만 것이었다. 그런데 구명시식을 시작하자 죽음의 비밀이 밝혀졌다. “어머니께서는 생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매일 굶기셨습니다. 할머니께서 아사로 돌아가신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그러자 남자는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가족의 가계도도 이처럼 정확한데 나라의 가계도는 어떻겠는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라에도 가계도가 있다. 나라가 지은 업장이 대대손손 내려오는 것이다. 때문에 강증산 선생께서 인간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는 나라의 가계도를 ‘천지공사’를 통해 좋은 방향으로 바꿔놓으셨다. 내가 하는 구명시식도 일종의 천지공사다. 증산선생의 천지공사만큼 나라의 업장을 소멸시키는 큰 공사는 아니지만 개인 또는 한 가계의 업장을 소멸시켜 천도시키는 영혼의 천지공사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시작되는 여덟 번째 백일기도는 자신의 가계를 공사(工事)하겠다는 일심(一心)의 기도가 될 예정이다. 가계를 위한 구명시식은 참으로 중요하다. 가계가 바로 서야 한 나라가 바로 서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가계를 찾지 못 했다. 일제강점기라는 큰 시련을 만나면서 떳떳해야할 가계가 수치와 치욕의 기록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국가인 '애국가'는 안익태 작곡이지만 작사가는 공개를 꺼려한다. '애국가'의 작사가는 친일 인물로 낙인찍힌 윤치호 선생이다. 또 3.1 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으로 발표한 '독립선언서'는 육당 최남선 선생이 썼다. 훗날 육당 선생은 친일, 변절해 민족에 큰 상처를 줬다. 서대문 역사관 앞마당에 서 있는 ‘독립문’의 전각 글씨도 이완용 솜씨라는 논란이 있다. ‘무궁화 아름다운 삼천리강산~’으로 시작되는 '국립 경찰가'의 작곡가는 친일 사전에 기록된 현제명 선생이다. 뛰어난 음악가였는지는 모르나 대한민국의 경찰가를 친일음악가가 작곡했다는 사실은 왠지 찝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계도를 다시 세우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고칠 것은 고쳐야 진짜 가계도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부끄러운 역사는 숨긴다고 능사가 아니다. 나는 이번 8차 백일 구명시식을 통해 대한민국의 구멍 난 가계도를 수리하는 대공사를 벌여볼까 한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2013.04.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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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176.어느 유물론자의 구명시식

1990년대 미국 뉴저지에서 올린 구명시식이다. 지금까지 그 어떤 칼럼에도 밝히지 않았던 얘기다. 먼 나라 미국에서 올린 구명시식에는 춤과 노래가 없었다. 마땅히 춤을 추거나 노래할 수 있는 분도 찾을 수 없었다. 심고 끝에 내가 가진 영능력으로만 구명시식을 올리기로 결심했다.어느 날, 환갑을 바라보는 여교수가 찾아왔다. 그녀는 저명한 교수였던 아버지를 위한 구명시식을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부친은 학계의 거성이었다. 나도 그 분의 이름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우리 아버진 전 세계에 소문난 유물론자셨죠. 항상 죽으면 그만이라고 하셨어요. 과연 구명시식을 올리면 우리 아버지 영가가 오실까요? 아버지가 오신다는 건 생전 당신의 말씀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는 일일텐데요.”그녀의 부친은 철저한 유물론자였다. 때문에 종교도 철저히 배척했다. 영혼불멸 사상을 앞세운 종교는 사람들을 기만한다고 주장했다. “종교는 아편이라고 강조하셨죠. 사람이 착하게 살고 살아있는 순간을 충실히 즐기면 된다고 하셨어요. 영혼을 들먹이는 종교나 사상은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고 믿으셨죠.”영혼이 없다고 믿는 유물론자인 부친 영가를 초혼하는 구명시식. 이는 다시 말해 영혼을 초혼하는 나의 영능력을 시험하는 자리였다. 부친 영가가 나타나면 부친이 틀렸다는 것이요, 부친 영가가 나타나지 않으면 내가 틀렸다는 것이니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구명시식이었다. 구명시식이 시작되자 놀랍게도 부친영가는 자연스럽게 나타나 딸에게 “담배 한 대 피우고 싶다”라며 말을 건넸다. 딸은 “그럴 줄 알고 미리 준비했어요”하면서 부친이 좋아했던 시가를 올렸다. “역시 우리 딸이다. 내가 좋아하는 술도 가져왔냐?” “그럼요.” 딸은 평소 즐겨 마시던 브랜드의 위스키를 올렸다. 부친은 한 가지를 더 찾았다. “담배·술…그 다음은 뭔 줄 알지?” 딸은 부친의 말에 제사상에 육포를 올려놨다. 아버지가 좋아하던 육포였다. 마침내 부친 영가는 매우 행복해하며 술과 담배·육포를 즐겼다. 영혼이 틀림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었다. 부친 영가는 호남 지역에선 아주 유명한 분이였다. 일제 강점기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대학의 교수가 됐다. 그는 평상시에도 한국어를 거의 쓰지 않았다고 한다. 딸은 그나마 어머니와 대화하기 위해 겨우겨우 한국말을 배웠다 한다. 부친을 닮아선지 딸도 굉장히 앞선 여성이었다. 논리적으로 쿨한 교수인 그녀는 구명시식에 부친이 나타나자 진심으로 기뻐했다. 아버지의 논리가 맞고 틀린 것을 떠나 유물론자인 부친 영가와의 재회 자체를 즐거워했다. 부친 영가는 자신이 주장했던 유물론의 실체를 공개했다. “나는 원래 영혼을 안 믿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유물론은 영혼의 존재를 빌미로 괜히 남을 피곤하게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사람이 죽으면 왜 영혼이 없겠냐?” 부친 영가는 딸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 걱정을 하자 “사람은 물 먹은 대로 오줌 싸게 되어 있다. 더 살게 내버려 둬라”고 말했다. 그는 영계로 돌아가기 전 내게 신신당부했다. “절대 내 구명시식을 올렸단 말은 하지 마십시오. 만약 내가 구명시식에 나타났다는 사실이 학계에 알려지면 내 이론이 뭐가 되겠습니까? 허허허.” 이제 세월이 25년 가까이 흘렀다. 대한민국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유물론자 학자의 사상까지 너그럽게 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에 최초로 이 구명시식을 공개한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2013.03.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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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75. 부모와 자식의 차이

요즘 캥거루족이란 말이 있다고 한다. 서른이 넘어도 여전히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젊은이들을 말한다. 사실 캥거루족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지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자식들 얘기를 하면 80%는 아직도 자식에게 생활비를 보낸다고 한다. 이미 자식은 결혼해 자식까지 낳았지만 부모에게 생활비를 보내드리기는커녕 거꾸로 부모에게 용돈을 받듯이 생활비를 받는다. "애들 유치원비는 얼마나 비싼 줄 아세요? 자식들 월급으로는 절대 손주를 키울 수 없어요." 아이를 키우는 3대요소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과 운전실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이라고 했던가. 덕분에 할아버지·할머니가 된 우리 세대는 이중으로 고초를 당하고 있다. 젊어서는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보내고 늙어서는 자식에게 생활비를 보내고 있으니 말이다. 50대인 A씨는 효자로 소문이 자자했다. 맞벌이 부부인지라 가계수입도 꽤 높았다. 하지만 A씨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중풍으로 4년째 요양소에 계시고 아버지는 살짝 치매가 오는 바람에 부모님 병원비로만 한 달에 300만 원 가까이 나간다. 게다가 자식들 교육비도 상상을 초월했다. 대학등록금에 유학을 준비하는 자식을 위해 적금을 하나 들다보니 월급날만 되면 카드값 걱정에 한숨만 쉰다고. "저희 집은 오남매입니다. 그 중 저만 부모님을 모시고 있어요. 왜 다른 형제들은 전혀 도와주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A씨의 고충은 백번 이해됐다. 그러나 부모는 40년이 넘도록 자식을 보호해주는데 자식은 10년 남짓 부모의 병구완을 했다고 모든 슬픔을 다 짊어진 사람처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부모는 죽을 때까지 자식을 위해 희생하지만 자식은 단 10년도 부모를 위해 희생하기 힘들어한다. 이것이 부모와 자식의 결정적 차이다. 자식은 오랜 시간 부모로부터 받는데 익숙해졌고 항상 더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면서도 부모를 봉양하거나 모시기는 꺼린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평생 채무자·채권자라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은 죽을 때 신세지지 않는 것이다. 치매에 걸린다거나 중환이 생기면 아무리 짧은 시간 아프더라도 자식을 고생시킨다. 그 고생마저 시키지 않으려고 보험에 들고 부지런히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다. 그런 부모의 노력은 자식이 부모의 나이가 되어봐야만 안다. 부모가 걸어온 길을 똑같이 걸어봐야 비로소 부모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으며 많은 것을 줬는지 깨닫게 된다. 매번 백일기도를 올릴 때마다 후암에는 돌아가신 부모님의 사랑을 뒤늦게 깨닫고 효도하려는 자식들의 기도가 줄을 잇는다.하지만 그들도 모르는 것이 있다. 살아생전 뿐 아니라 돌아가신 뒤에도 부모는 자식을 영원히 돌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다가오는 4월 1일, 6차 백일기도가 시작된다. 이번 기도의 테마는 부모와 자식이다. 생전 자신을 듬뿍 사랑해주셨던 부모님의 사랑을 반추하며 기도 영상을 통해 부모님과의 시간을 추억하시길 바란다.(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 2012.03.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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