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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S] 리스너로 거듭난 박경림, 20년 그리고 현재(with. 조인성)
20년이란 시간은 박경림을 성장케 하는 원동력이었다. 인기 정점을 찍은 때도 있었고, 슬럼프에 빠져 힘든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소중했다. 덕분에 지금의 행복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됐다. 그녀의 곁엔 박경림을 사랑하는 600여 명의 관객들과 조인성이 함께했다. 20일 오후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박경림의 리슨콘서트'가 진행됐다. 공연 시작 1분 전 대기실에서 공연장으로 나서는 박경림의 모습으로 오프닝을 알렸다. "황금 같은 시간에 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올가을을 너무나 기다렸다. 2년 만에 뵙는다. 박수와 함성, 숨소리까지 그리웠다"고 인사했다.박경림은 "이렇게 말하는 직업을 갖게 된 지 올해로 딱 20년이 됐다. 적지 않은 세월이다. 어릴 때부터 말하는 걸 좋아했다. 중학교 때는 말하기 대회에 나가서 서울시장상을 받았다. 참 감사하게도 제가 얘기하면 친구들은 웃어줬고 그 모습에 더욱 신이 났다. 그래서 모두가 제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 그 마음이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됐다. 다행히도 컨디션이 좋은 날, 나쁜 날 목소리가 같았다"고 셀프 디스를 던져 웃음을 안겼다.뇌구조가 공개됐다. 모두가 자신의 얘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박경림은 "남의 얘기에 귀를 닫고 살던 내가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던 중 새로 이사 간 아파트 관리소장님과 만났다. 30분 동안 지난 세월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며칠 뒤 우연히 아랫집 어머니를 만났다. 갑자기 사위 얘기를 하더라. 그간 많은 사람이 저에게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또 다른 경림이가 귀를 막아 그 얘기를 흘려들었다. 그때 알게 됐다. 나만 말하고 싶은 게 아니구나 싶었다.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박경림과 인연이 있었던 떡집 사장, 그녀의 팬클럽 로즈 출신인 한 여성 팬이 박경림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박경림은 웃음을 터뜨렸다. "순식간에 따뜻한 공기로 가득 찼다"면서 행복함을 표했다. 원주에서 살지만 박경림의 공연에 네 번째 참석한 팬, 뇌종양을 이겨낸 팬이 어려움을 이겨냈던 이야기를 전하며 공감을 얻었다.이번 '리슨콘서트' 앞에 '신개념'이 붙었다. 이것 때문에 부담을 많이 느꼈다고 고백했다. 박경림은 "마침내 신개념을 탄생시켰다. 저의 3D 캐릭터를 탄생시켰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캐릭터 이름은 '림'이었다. '착각의 늪'에 맞춰 박경림과 림이 함께 춤을 춰 흥겨움을 자아냈다. 이와 함께 '리슨콘서트'는 즉석에서 팬의 사연을 듣고 그때 그 시절을 담아낸 포스터라는 이벤트를 펼쳤다.박경림의 인생그래프가 공개됐다. 데뷔 초 상승곡선, 시트콤 '뉴논스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많은 분의 사랑을 받았다. 길을 가다 눈이 마주치면 사인을 해달라고 했고 주위에 막 사람이 모일 때였다. 지금은 인사만 하고 간다"고 말해 웃음바다가 됐다. 최고 정점은 최연소 MBC 연예대상을 받았던 해였다. 슬럼프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겨냈다. 박경림은 "과거보다 지금이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땐 누군가가 날 올려봐 주는 게 좋고 늘 허공만 봤다. 근데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살펴보지 못했다. 지금은 아래에 있다 보니 옆도 보고 위도 가끔 보면서 추억도 한다.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반성한다. 철이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박경림의 전남편(?), '뉴논스톱'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조인성이 게스트로 깜짝 등장했다. 환호와 함성이 쏟아졌다. 20년 전 박경림이 어땠냐고 묻자 조인성은 "무서웠다. 누나가 무서운 게 아니라 사회초년생이었기 때문에 선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두려움과 무서움들이 있었다. 지금은 만만하다"라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정을 나눌 수 있는 사이라는 게 참 좋다. 든든하다"고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박경림은 "저보다 더 잘하고 있어 보기 좋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조인성 하면 생각나는 단어들을 관객들이 직접 나열했다. 이를 본 조인성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한 것 같다.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 고민에 대해 "어머니란 단어는 참 가깝고 많이 생각하는데, 아버지와는 왜 어머니보다 덜 가까운 걸까 고민했다. 아버지도 처음부터 아버지는 아니었을 텐데"라고 털어놨다. 미래에 꾸리고 싶은 가정과 관련, "내 아버지만큼만 해도 좋을 것 같다. 가정을 지켜주고 챙겨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만 해도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박경림은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 뭐든 하면 시간 좀 오래 걸리는 스타일"이라면서 조심스럽게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조인성은 "언젠가 가정을 꾸려야 하고 그 가정이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겠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내가 어떤 아빠가 되어 있을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군가를 만날 때까지 장벽이 있었다. "이젠 이상형보다는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났을 때 내가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싶다.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거절당할까, 상처받을까 두렵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데뷔 시기부터 함께한 박경림과 조인성은 2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변함없는 우정을 자랑해 훈훈함을 불러왔다. 그 안엔 힘든 시기도 있었던 터. 조인성은 "그냥 견뎌냈던 것 같다. 잘만 견뎌내면 언젠가 봄은 오는 것 같다. 계속 겨울은 아니지 않나. 난 지금 완전한 봄이다"라고 자신했다. 마지막으로 조인성의 노래와 박경림의 콘트라베이스 연주가 감미로움을 배로 높였다.'박경림의 리슨콘서트'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박경림의 말을 전하는 콘서트가 아닌 관객의 이야기를 듣는 신개념 공연이다. 지난 19일 시작된 공연은 오늘(21일) 마침표를 찍는다.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사진=(주)위드림컴퍼니
2018.10.21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