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단독]축구협회 '횡령' 사태 그 이후…조중연 전 회장에 '솜방망이' 징계, 최소 수위 '경고'
한국 축구를 뒤흔들었던, 대한축구협회(협회)를 사상 최대 위기로 몰아넣었던 협회 임직원 법인카드 사태 및 비리 행위 논란이 모두 마무리가 됐다. 핵심 관련자 '경고' 조치로 끝났다. 2016년 9월 일간스포츠가 최초 보도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협회 비리는 2019년 9월 1심 판결이 나오면서 약 3년 간의 여정을 끝냈다. 2016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비리신고센터'가 협회의 부적절한 예산집행을 발표했고, 협회 임직원들이 유흥주점·안마시술소·골프장·백화점·피부미용실 등에서 법인카드 1496회에 걸쳐 2억여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9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당시 '거스 히딩크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협회는 국민들의 거센 지탄을 받아야 했다. 이후 2018년 12월 검찰 징계가 발표됐고, 2019년 9월 1심 판결이 나오며 관련자들의 형이 확정됐다. 수사기관의 결과가 나오자 협회는 관련자 징계를 내렸다. 협회 비리의 핵심 인물은 조중연 전 회장이었다. 조 전 회장은 2011년 7월부터 2012년 5월 사이 3회에 걸친 해외출장에 부인을 동반하고 3000만원에 달하는 부인의 출장비용을 협회 공금으로 집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수사기관이 유죄로 확정한 부분이다.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협회는 원금 3000만원을 환수조치 받았다. 형이 확정된 후 협회는 조 전 회장에 대한 공정위원회(구 징계위원회)를 열었고, 징계를 결정했다. 협회가 내린 징계는 '경고'였다. '최소 수위' 징계다. 공정위원회 규정에 나오는 징계의 종류를 보면 협회, 시·도협회 및 연맹단체의 임원에 대해 최소 경고부터 벌금·자격정지·해임에 이어 최고 제명까지 징계를 내릴 수 있다. 경고에 대한 설명은 '경미한 잘못에 대해서 지적함'이라고 나와있다. 협회는 횡령을 저지른 조 전 회장의 죄를 경미한 잘못으로 판단한 것이다. 또 공정위원회 규정이 명시한 협회, 시·도협회 및 연맹임원 유형별 징계 기준을 보면 배임·횡령·절도 등 '금전비리' 행위 등에 대해서는 최소 '자격정지 3년 이상'이라고 나와있다. 최대 제명이다. 조 전 회장이 금전비리 행위를 했음에도 협회의 징계는 경고에 그쳤다. 협회가 스스로 공정위원회 규정을 어겼다. 협회는 이 사건이 터졌을 당시 사과문을 발표하며 "향후 결과가 나오면 내부규정에 따라 관련자를 '엄정하게' 처리할 것입니다"라고 약속한 바 있다. 이정섭 협회 홍보마케팅 실장은 "금전 비리 행위에 대해 최소 자격정지 3년이라는 규정은 우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도 있다. 과거 협회에서 여러 가지 행정직을 하시면서 일궈낸 공도 인정해야 한다. 기여한 부분도 있다. 또 전임 회장의 공로를 인정한 부분도 있다. 또 고령이시다. 연세가 있으시니 더 이상 축구 관련한 일에 종사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직에 몸담을 일도 없다고 봤다. 정상참작을 했다고 보면 된다. 이런 것들을 모두 감안해서 경고 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이혼 사실을 숨긴 채 2008년부터 2016년 동안 가족수당을 부정하게 받은 협회 직원 A씨도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A씨는 8년 동안 가족수당 1470만원을 부정 수령했다. 협회는 A씨로부터 원금 1470만원을 환수조치 받았다. 형이 확정된 후 협회는 A씨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협회는 임원을 대상으로 공정위원회, 임원이 아닌 직원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결정한다. 인사위원회가 내린 징계는 '근신 7일'이다. 두 번째로 낮은 수위의 징계다. 협회, 시·도협회 및 연맹단체의 직원에 대한 징계는 최소 경고부터 근신·감봉·정직·해고에 이어 최고 제명까지다. 근신에 대한 설명은 '7일 이상 14일 이내의 범위에서 정상 근무하면서 일일 반성문 제출'이라고 나와있다. 조준헌 협회 인사팀장은 "가족 수당에 관련된 부분은 월급명세서에 나와있다. 그가 관심있게 보지 않은 거다. 개인적으로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협회 시스템이 미비했던 점도 있었다.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개인의 잘못은 있지만, 그 직원이 일부러 그 금액을 취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의성이 없다고 봤다. 그래서 근신 7일 징계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협회 임직원들이 부적절한 곳에서 법인카드를 쓴 것은 수사기관에서 모두 최종 무혐의가 나왔다. 상당 부분 후원사 관리 등 '업무 연관성'을 인정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역시 업무상 관행을 인정한 셈이다. 공정위원회 규정 제28조(고소, 고발 등 법에 계류중인 사건의 처리 등)는 "법에 계류 중인 사건이나 판결이 확정된 사건이라고 할지라도 협회의 징계기준으로 처리대상이 되는 사안은 별도 징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법기관의 징계와 별도로 자체 내부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협회는 첫 번째 사과문에서 "협회는 문체부로부터 관련 내용을 정식으로 통보받는 즉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관련자에 대해 징계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라고 밝힌 바도 있다. 하지만 자체 징계는 끝까지 없었다. 협회의 명예와 이미지 실추. 그리고 국민들의 정서적, 윤리적 반감. 협회는 법률적 책임을 떠나 도덕적, 도의적 책임은 묻지 않았다. 한국 축구를 뒤흔들었던 법인카드 사태는 그렇게 단 한 명의 징계자 없이 조용히 막을 내렸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ins.com
2020.02.03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