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ma2024 ×
검색결과122건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50-50 오타니와 40-40 김도영의 도전 그리고 'MVP'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한국 KBO리그가 정규시즌 막바지 일정을 소화 중이다. 가을 야구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데 팀 성적과 별개로 유독 눈길을 끄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와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다.오타니는 LA 에인절스 시절 두 번이나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MLB 슈퍼스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9324억원)라는 엄청난 대형 계약을 성사했다. 2022년 신인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김도영은 지명부터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의 1차 지명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의 전유물이지만, KIA의 선택은 달랐다. 지역 연고 출신 파이어볼러 문동주(현 한화 이글스)가 아닌 김도영에게 유니폼을 입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두 선수의 '동반 MVP' 수상은 가능할까. 오타니의 경우 14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MLB에서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시즌 50(홈런)-50(도루)에 근접해 있다. 19일(한국시간) 기준 성적은 48홈런-49도루. LA 다저스가 10경기를 남겨 놓고 있어 50-50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이 예상하는 오타니의 시즌 성적은 51홈런-52도루. 김도영 역시 37홈런-39도루를 기록, 40-40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KIA의 잔여 경기(6경기)를 고려하면 홈런 몰아치기가 필요하다.오타니는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MVP 수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이 존재한다. 가장 큰 이유는 오타니의 역할이 타격에만 전념하는 지명타자이기 때문이다. 과거 두 번의 MVP 수상(2021·2023)은 투수와 타자를 겸하며 모두 좋은 성적을 낸 시즌이었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 탓에 투수를 휴업하고 수비하지 않는 야수로만 뛴다는 게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그런데도 오타니의 개인 통산 세 번째 MVP 수상은 유력한 분위기다. 특히 50-50을 해낸다면 MVP 수상 문턱을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상 여부를 떠나 오타니가 누구도 가지 못한 길을 만들고 있다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 누구도 접근하지 못한 기록인 50-50에 다가선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김도영도 마찬가지다. 2003년생, 프로 3년 차인 그는 리그 사상 첫 월간 10-10, 최소 타석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단타부터 홈런까지 차례로 때려내는 기록),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30-30 클럽, 역대 최연소 선점·최소 경기 100득점 등 숱한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1994년 MVP) 이후 최고의 야수라고 불러도 손색없다. 리그를 불문하고 20-20만 달성해도 '호타준족'이라 부른다. 일본 프로야구(NPB)에서는 30-30이 역대 13번밖에 나오지 않았다. 40-40은 아예 없다. MLB에서도 40-40은 오타니 포함, 역대 여섯 명만 해낸 대기록이다. KBO리그에선 40-40 달성자가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뿐이다. 만약 김도영이 이 기록을 해내지 못하더라도 그의 젊은 나이를 고려하면 충분히 재도전할 수 있다. 그만큼 엄청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대형 스타들의 활약은 리그에 활력을 더하고 볼거리와 얘깃거리를 더 많이 생산해 낸다. 이는 리그의 인기와 관심으로 이어지고, 더 큰 사랑을 받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두 선수가 어떤 모습으로 시즌을 마무리할지 흥미롭다.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4.09.20 00:02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역대급 화력' 메이저리그는 유격수 전성시대

오랜 시간 유격수는 공격보다 수비 중요성이 강조된 포지션이었다. 물론 과거 거포였던 '미스터 컵스' 어니 뱅크스나 대형 유격수 시대를 활짝 연 '철인' 칼 립켄 주니어처럼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도 있었다. '빅리그 3대 유격수'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한 데릭 지터·알렉스 로드리게스·노마 가르시아파라도 빼놓을 수 없다. 흥미로운 건 시대가 변하면서 유격수의 수비가 아닌 공격 능력을 둘러싼 위상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메이저리그(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는 '유격수의 해'라는 기사까지 나오는 상황이다.올 시즌 각종 공격 지표 상위권을 유격수들이 장식하고 있다. 코리 시거(텍사스 레인저스) 프란시스코 린도어(뉴욕 메츠) 트레이 터너(필라델피아 필리스) 같은 베테랑 유격수는 물론이고 바비 위트 주니어(캔자스시티 로열스) 거너 헨더슨(볼티모어 오리올스) 엘리 데 라 크루스(신시내티 레즈)처럼 젊은 선수들이 소속팀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세이버메트릭스 지표 중 하나인 wRC+(조정득점생산력)는 리그 평균 선수를 100으로 본다. 올해 유격수 포지션의 평균 wRC+는 106(이하 27일 기준)으로 평균보다 살짝 높다. 언뜻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는 1900년 이후 유격수 포지션 최고 수치. 또한 MLB가 30개 팀으로 개편된 1998년 이후 유격수 포지션의 누적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이 가장 높았던 건 2019년의 96.8인데 올 시즌 유격수 포지션 WAR이 91.6. 현재 페이스라면 역대 최고 114.8이 가능하다. 포지션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 OPS(출루율+장타율)도 모두 높다. 타율은 포지션 중 1위(0.256)이고 나머지 세 지표는 지명타자에 이은 2위이다. 이런 흐름은 기존 스타 유격수 시거·터너·린도어 이외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맞물린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AL) 신인왕 헨더슨은 벌써 홈런 33개를 때려냈다. 위트 주니어는 타율과 득점, 최다안타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와 최우수선수(MVP) 경쟁에 들어갔다. 데 라 크루스는 20(홈런)-60(도루) 클럽에 기압한 상황. 이외에도 잭 네토(LA 에인절스) 오닐 크루스(피츠버그 파이리츠) CJ 에이브럼스(워싱턴 내셔널스) 메이신 윈(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이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1998년만 하더라도 각 팀의 주전 유격수 중 OPS+가 평균 기준인 100을 넘은 선수가 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무려 17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유격수의 비약적인 공격 성장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예년과 달리 어느 정도 공격력을 갖추면 수비가 다소 약하더라도 팀마다 출전 기회를 보장하는 분위기에 기인한다. 두 번째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처럼 해외에서 재능 있는 선수가 꽤 많이 유입됐다는 점이다. 각 팀의 주전 유격수 30명 중 14명이 미국 이외 외국인 선수들이다. MLB닷컴 선정 마이너리그 톱 유망주 100명 중 23명이 유격수라는 걸 고려하면 현재 흐름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상에서 회복 중인 김하성이 잔여 시즌 타격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흥미롭다. 이미 수비에선 MLB 최정상급 유격수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타격은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비만큼 중요한 게 공격. 현재 MLB 트렌드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4.08.28 05:30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잘못된 리빌딩 대가는 참혹하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지난 7일(한국시간) 지긋지긋한 연패 사슬을 21경기에서 끊어냈다. 21연패는 1988년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기록한 아메리칸리그(AL) 최다 연패 타이기록. 1961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내셔널리그, NL)가 달성한 1901년 이후 MLB 최다 연패 기록인 23연패와 불과 2경기 차다.21연패 중 2점 차 이내 패배가 다섯 번에 불과했으니 거의 모든 경기를 완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페이스라면 시즌 120패 이상도 가능하다. 단일 시즌 MLB 최다패 기록(20세기 이후)은 1962년 뉴욕 메츠의 120패(40승 1무). 당시 메츠는 신생팀으로 리그에 처음 출전했다. 화이트삭스의 상황은 다르다. 그들은 왜 수모의 팀이 됐을까.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화이트삭스는 AL의 강호였다. 2021시즌 93승 69패(승률 0.574)를 기록,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에 무려 13경기 앞선 AL 중부지구 1위였다. 코로나19로 단축 시즌(60경기)으로 진행된 2020년에도 승률 0.583(35승 25패)로 가을야구 문턱을 넘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 팀이 불과 몇 년 만에 몰락한 셈이다. 화이트삭스의 이상 징후는 2022년 나타났다. 강력한 지구 1위 후보로 손꼽혔으나 간신히 5할 승률(81승 81패)을 지킬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현재 화이트삭스는 2021시즌 활약한 9명의 주전 야수 중 3명(요한 몬카다·앤드류 본·루이스 로버트 주니어)만 남아 있다. 선발 투수 5명은 모두 팀을 떠났고, 불펜 주력 멤버도 대부분 다른 팀에서 뛰고 있다.지난 시즌까지 화이트삭스는 최대한 주축 선수들을 지켰다. 그러나 겨우내 대대적으로 선수단을 정리하며 훗날을 도모했다. MLB에서 전례가 없는 건 아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011년부터 3년 연속 100패 이상을 기록한 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시즌(2016년)을 제외하고 모두 PS에 진출, 이 중 두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도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세 번의 100패 시즌을 보낸 뒤 현재의 강팀으로 탈바꿈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팀들은 화이트삭스만큼 바닥을 치지 않았다.화이트삭스의 실패 이면에는 잘못된 유망주 선택이 한몫한다. 몬카다·엘로이 히메네스·로버츠 주니어 등을 주축으로 삼겠다는 판단이 어긋나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마이너리그 유망주 출신으로 MLB에 데뷔조차 하지 않은 히메네스에게 2019년 3월 6년, 총액 4300만 달러(587억원) 대형 계약을 안겼으나, 그 효과는 미미했다. 히메네스는 반복된 부상 탓에 지난 시즌을 제외하면 한 번도 84경기 이상 뛰지 못했다. 그는 결국 이번 여름 볼티모어로 트레이드됐다. 쿠바 출신 몬카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9년 활약(25홈런)에 고무돼 5년, 총액 7000만 달러(956억원) 계약을 했는데 실패에 가깝다. 올 시즌에는 고작 11경기 출전에 그친다. 선발 투수 중에선 루카스 지올리토(보스턴 레드삭스) 딜런 시즈(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레이날도 로페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카를로스 로돈(뉴욕 양키스) 등 누구도 팀에 눌러 앉히지 못했다.철저한 팜(유망주) 관리와 적정 수준의 세대교체. 여기에 미래를 맡길 선수를 고르는 혜안 등이 리빌딩의 요소로 꼽힌다. 이게 뒷받침하지 않으면 미래에 대한 보장을 장담하기 어렵다. 화이트삭스는 베테랑 리더를 팀에 남겨 놓지 않았고, 트레이드 시점도 놓쳐 팜을 살찌우지도 못했다. 유망주에 대한 선택마저 연이어 실패, 그 결과 기록적인 연패와 마주할 수밖에 없다.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4.08.16 00:04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가을야구, 이 손안에 있소이다

2024 메이저리그(MLB)가 어느덧 전체 일정의 3분의 2 정도를 소화했다. 각 리그 와일드카드 진출 팀이 전년 대비 2개에서 3개로 늘어나 포스트시즌(PS) 진출 경쟁이 한층 격화된 상태. 소속팀의 가을야구 운명을 짊어진 선수 5명을 살펴봤다.먼저 외야수 훌리오 로드리게스(24)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희망이다. 시애틀은 지난 5월 중순부터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1위를 지키며 한때 지구 2위와의 승차를 10경기까지 벌렸다. 2년 만에 PS 진출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추격을 허용, 지구 2위로 내려앉았다. PS 진출 확률도 40% 미만으로 뚝 떨어져 비상이 걸렸다. 시애틀은 투타 불균형이 심각하다. 지난해 30(홈런)-30(도루)을 달성한 로드리게스의 어깨가 무거운데, 그마저도 지난 24일(한국시간)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로드리게스의 복귀 시점에 시애틀의 가을 야구 진출 여부가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LB 최저 승률 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에이스 가렛 크로셰(25)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크로셰는 현재 소속 팀의 운명뿐만 아니라 개인의 미래도 안갯속이다. 트레이드 시장의 주요 매물로 거론, 유니폼을 바꿔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20년 데뷔한 크로셰의 시즌 성적은 6승 7패 평균자책점 3.07. 100마일(160.9㎞/h)의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투수로 AL 탈삼진 1위다. 2026년 이후에나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할 예정이어서 비교적 낮은 연봉으로 기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 구위와 제구를 겸비해 그를 영입하는 팀은 가을야구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전망이다.미네소타 트윈스 3루수 로이스 루이스(25) 역시 꼭 필요한 선수다. MLB 데뷔 3년 차인 루이스는 매년 부상에 고전했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유망주. 하지만 지난해까지 연평균 경기 출전이 35경기에 머물렀다. 올 시즌에도 내전근 염좌 문제로 꽤 긴 시간 부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7일 복귀한 루이스는 흐름을 바꾸려 하고 있다. AL 중부지구 2위 미네소타는 지구 선두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쫓고 있다. 와일드카드 경쟁에선 다른 팀들에 우위를 보이는 만큼 루이스의 복귀는 천군만마. 2년 연속 가을야구 문턱을 넘으려면 '건강한 루이스'가 필수다.LA 다저스 에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31)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글래스노우는 규정이닝을 채운 경험이 없다. 2016년 빅리그에 데뷔한 후 매년 잔부상에 시달린 탓이다.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워커 뷸러의 부상, 바비 밀러의 부진 등이 맞물린 다저스는 선발 뎁스(선수층)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다저스는 '넉넉한 지구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다저스의 목표가 지구 우승 그 이상이라는 걸 고려하면 '절대 에이스'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글래스노우가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마지막으로 꼽을 선수는 김하성의 동료 내야수 매니 마차도(32·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다. 샌디에이고의 승률은 5할을 약간 웃돌지만 NL 와일드카드 경쟁에선 녹록하지 않은 경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더욱이 지구 라이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까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와 조 머스그로브가 부상과 개인사로 이탈했다. 부상 중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8월 복귀 여부도 미지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차도의 도약이 절실하다. 2할대 중반 타율과 4할대 초반의 장타율은 그의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표가 아니다. 그의 부활은 샌디에이고의 가을 희비를 엇갈리게 할 수 있다.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4.07.29 00:02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슬라이더와 스위퍼의 차이점

메이저리그(MLB)는 지난 시즌부터 스위퍼를 공식 구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옆으로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지자 아예 이 구종을 '스위퍼'라고 부르며 집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오타니가 스위퍼를 처음 던졌다고 볼 순 없다. 이전에도 적지 않은 투수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횡적인 슬라이더를 구사했기 때문이다.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존 스몰츠(당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종으로 꺾이는 슬라이더를 자주 던졌다. 이런 영향을 받아 당시엔 슬라이더 역시 커브와 마찬가지로 횡이 아닌 종으로 움직이는 구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스위퍼가 인정받으면서 슬라이더를 바라보는 시선이 또 한 번 바뀐 느낌이다. 그런데 MLB 중계를 보다 보면 횡적인 변화보다 종적인 변화가 더 커 보이는데도 스위퍼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다. 지난해 KBO리그를 호령한 에릭 페디(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올 시즌 활약 중인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의 스위퍼는 같은 구종이지만 움직임이 다르기도 하다. 페디의 스위퍼가 횡으로 많이 휘는 전형적인 스위퍼지만 네일의 스위퍼는 횡보다 종의 움직임이 뚜렷하다. 슬라이더와 스위퍼는 무엇이 다를까. MLB에선 투수의 구종을 육안이 아닌 기계로 분류한다. 구종을 분류하기 위해선 기준을 입력해야 하는데, 스위퍼로 체크되려면 횡으로 15인치(38.1㎝) 이상 꺾여야 한다. 슬라이더는 약 6인치(15.24㎝)인데 슬라이더와 스위퍼 사이의 움직임은 상황(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 말인즉슨 랜디 존슨·밥 깁슨·스티브 칼튼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대부분의 투수가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누군가의 슬라이더는 지금 기준으로 스위퍼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종합해 보면 슬라이더는 스위퍼보다 짧게 꺾이는 느낌이 강하다. 마치 예전에 커터, 즉 컷 패스트볼이란 새로운 구종을 탄생시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구종이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새로운 구종이 탄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1980년대 등장해 지금까지 활용되는 스플리터도 포크볼의 변형이었고 무브먼트와 구속이 다르기 때문에 신구종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결국 새로운 구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구속과 움직임이 구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구종이 타자에게 치기 어렵다는 인식을 줘야 한다. 타자에게 위협적이지 못한 구종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 구종에 대한 연구와 출현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홈런 타자 브렌트 루커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의 타자들이 지속적으로 슬라이더와 스위퍼 차이를 말한다"고 밝혔다. 결국 어떤 구종이더라도 공략하지 못하면 핑계가 될 뿐이다. 구종은 상대적이고 진화한다. 스위퍼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이유다.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4.07.17 00:02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스포츠 베팅 스캔들

지난 3월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당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스포츠 베팅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 사건은 서곡에 불과했다. 이달 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마이너리그 내야수 투쿠피타 마르카노가 자신의 소속팀에 베팅한 사실이 알려져 야구계에서 영구 추방됐다. 게다가 투수 마이클 켈리(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제이 그룸(샌디에이고) 앤드류 살프랭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내야수 호세 로드리게스(필라델피아 필리스) 등도 관련 문제로 1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사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최근엔 현역 MLB 심판이 스포츠 도박에 연루돼 MLB 사무국으로부터 조사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패트 호버그 심판은 2017년부터 MLB 풀타임 심판을 맡고 있는데, 정확한 판정으로 명망이 높았다. 2022년 월드시리즈(WS) 2차전에선 주심으로 나서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MLB에 더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그는 현재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이런 현상은 비단 MLB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프로농구(NBA) 토론토 랩터스 포워드 존테이 포터는 자신이 다쳐 경기에 뛸 수 없다는 걸 도박사에게 미리 알려주는 등 스포츠 도박 문제로 영구 제명됐다. 미국프로풋볼(NFL)에선 켈빈 라이들리가 도박 연루 혐의를 받았다. 이렇게 종목을 가리지 않고 문제가 터지는 건 스포츠 도박 허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MLB의 경우 과거 '블랙삭스 스캔들' 이후 철저하게 야구가 스포츠 도박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MLB 경기에 대한 베팅 허용 범위가 커지며 선수 및 관계자의 문제가 더욱 부각됐다. 지난 4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제이슨 게이는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냉정하게 진단한 바 있다. 게이에 따르면, 수많은 스포츠 베팅 앱이 만들어지고 스마트폰을 통해 몇 번의 간단한 터치로 베팅할 수 있는 환경이 최근 스포츠계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쏟아지는 베팅 관련 정보에 기술적인 뒷받침까지 이뤄지니 도박에 빠져드는 사람이 늘 수밖에 없다는 의미. 단순히 경기 승패뿐만 아니라 선수의 개인 성적까지 베팅 대상이 돼 여러 문제를 낳고 있다. 선수나 구단 관계자가 주변에 관련 정보를 넘겨주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심지어 직접 베팅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더 큰 문제는 합법화된 스포츠 베팅을 새로운 수익 창출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돈을 갈망하는 개인의 욕망과 수익을 좇는 구단들의 이기주의가 맞물려 자칫 심각한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안전장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어둠으로 얼룩진 돈까지 벌겠다는 욕심은 자칫 공멸로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4.06.26 02:35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니그로리그 기록 합병 후 달라진 통산 기록들

그동안 꾸준히 주장되어 온 니그로리그 기록과 메이저리그(MLB) 통산 기록이 지난달 30일(한국시간) 합산됐다. 1920년부터 1948년까지 29년에 걸쳐 유지된 니그로리그를 거친 흑인만 23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찾아내고 인정받은 경기 기록은 전체의 75%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니그로리그 기록이 MLB 기록과 합산된 배경으로 미국 내 흑인 사이에서 MLB 인기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걸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나날이 커지는 인종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크다는 게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어찌 됐든 니그로리그 기록이 MLB 기록에 포함되면서 여러 가지 통산 기록 순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먼저 통산 타격 1위였던 타이 콥(0.366)이 조시 깁슨(0.372)에 밀려 2위가 됐다. 3위는 오스카 찰스턴(0.363)으로 기존 3위였던 로저스 혼스비(0.358)를 4위로 밀어냈다. 통산 장타율 1위였던 베이브 루스(0.690)도 깁슨(0.718)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깁슨의 '순위 빼앗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통산 OPS(출루율+장타율)에서도 1.177로 이 부문 1위였던 루스(1.164)에 앞선다. 그뿐만 아니라 단일 시즌 최고 타율 역시 1943년 기록한 0.466으로 1위(2위 1929년 찰리 스미스·0.451)를 꿰찼다. 단일 시즌 최고 OPS도 2004년 배리 본즈(1.421)에서 1937년 깁슨(1.474)으로 1위 주인공이 바뀌었다. 그리고 1944년 사첼 페이지가 기록한 평균자책점 1.01은 단일 시즌 역대 3위(1위 1880년 팀 키프·0.86)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도 니그로리그 마지막 시즌인 1948년 버밍엄 블랙 배런스에서 뛰었던 기록이 합산되면서 윌리 메이스의 통산 안타가 3293개로 늘었다. 비슷한 사례로 뉴욕 쿠반에서 기록(1946~48년)이 포함된 미니 미노소 역시 2000안타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MLB 유색 인종 1호 선수 재키 로빈슨 역시 수혜자가 됐다. 캔자스시티 모나크스에서 뛴 기록이 반영돼 통산 안타가 1567개로 수정된 것이다. 니그로리그 최고 투수였던 페이지 역시 28승이 추가돼 통산 125승이 됐다. 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깁슨은 당대 전문가들이나 니그로리그에서 동시대 함께 뛰었던 선수들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니그로리그에서 14년을 뛴 깁슨은 통산 홈런왕을 11번이나 차지한 슬러거로 통산 홈런이 166개(602경기)에 이른다. 그와 함께 한 선수들은 "파워는 루스를 능가한다"라고 입을 모았다.페이지 역시 마찬가지다. 니그로리그에서 무려 20년을 뛴 페이지는 1948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선수 등록했을 때 나이가 이미 41세였다. 그렇지만 그는 1952년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의 투수로 12승 10패 평균자책점 3.07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페이지의 전성기는 당연히 니그로리그 시절이다. 당시 리그 최고 강속구 투수였던 페이지는 MLB 최고의 파이어볼러로 알려졌던 월터 존슨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진 선수로 기억하는 목격자들이 많다.이처럼 니그로리그에서 뛰었던 적지 않은 선수가 월등한 기량과 실력을 보유했다고 한다. 시대의 희생양이었던 이들이 지금이라도 공식 기록에 이름을 올린 것에 무한한 찬사를 보낸다.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4.06.04 02:11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폴 스킨스의 무기, 스플링커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주목 받는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다.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리그 최상위권인 오타니는 다저스 이적 후 성공적으로 연착륙 중이다. 그런데 최근 오타니만큼 회자하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지난 12일(한국시간) 빅리그에 데뷔한 오른손 파이어볼러 폴 스킨스(22·피츠버그 파이리츠)다.루이지애나주립대 출신 스킨스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초특급 유망주다. 탄탄한 체격(키 1m98㎝·몸무게 106㎏)에서 나오는 160㎞/h 강속구를 앞세워 아마추어 시절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철저한 관리 속에 마이너리그 12경기(2023년 5경기, 2023년 7경기)만 소화하고 지난 12일 MLB에 콜업, 스타성을 입증했다. 시카고 컵스를 상대한 MLB 데뷔전에서 스킨스는 100마일(160.9㎞/h) 이상 투구를 17차례나 해냈다. 지난 18일 성사된 두 번째 등판 역시 컵스전. 결과는 6이닝 노히트 노런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1회 말 시작부터 팀 기록인 7타자 연속 포함, 삼진을 11개(볼넷 1개)나 잡아내며 타자를 압도했다. 스킨스의 최고 매력은 100마일 투구를 쉽게, 그리고 계속 던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MLB를 평정한 모든 선배 투수가 그렇듯이 빠른 공 하나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한다. 랜디 존슨의 슬라이더, 놀란 라이언의 커브,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체인지업처럼 빠른 공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주연급 조연이 필요하다. 스킨스 역시 그런 무기를 장착하고 있는데 바로 스플링커다. 스플링커는 스플리터와 싱커의 하이브리드 구종. 이번 스프링캠프부터 스플링커를 던지기 시작한 스킨스는 마이너리그에서 구종을 가다듬었다. 그 결과 MLB 데뷔전에서 스플링커를 21개나 던졌다. 두 번째 등판에서도 100마일 직구에 스플링커를 섞어 타자를 농락했다. 스킨스를 상대한 컵스 유망주 피트 크로우-암스트롱은 "100마일 넘나드는 빠른 공도 위력적인데 95마일(152.9㎞/h) 싱커가 마치 체인지업과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고 놀라워했다. 크로우-암스트롱이 언급한 싱커가 스플링커다. 타자들이 스킨스의 스플링커에 대처하기 어려운 건 우선 빠르기 때문이다. MLB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평균 구속이 94.7마일(152.4㎞/h)에 이른다. 움직임은 잭 휠러(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스플리터와 흡사한데 구속은 9마일(14.5㎞/h)이나 차이 난다. 그러니 타자들의 배트가 허공을 가르기 일쑤다. 스킨스는 스플링커가 스플리터도 아니고 싱커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길 하기도 한다. 올해 MLB 선발 투수 중 가장 빠른 스플리터 평균 구속은 야마모토 요시노부(다저스)의 89.9마일(144.7㎞/h)이다. 불펜 투수 중에선 2명만 스플리터 평균 구속이 91마일(146.5㎞/h)을 넘는다. 스킨스의 '마구'는 구속이 빠른데 변화까지 심하니 타자 입장에선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스킨스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00.1마일(161.1㎞/h)이다. 선발 투수 중 그를 제외하고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가장 빠른 건 바비 밀러(다저스)로 98.3마일(158.2㎞/h). 스킨스보다 2마일(3.2㎞/h) 가까이 느리다.스킨스의 빅리그 여정은 막 시작됐다. 그에겐 이미 강력한 두 가지의 무기가 있다.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자못 흥미롭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4.05.22 00:02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고우석의 트레이드, 행운일까 불행일까

한국과 일본의 꽤 많은 프로야구 선수에게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야구 인생 최종 목표에 가깝다. 최고 선수들이 뛰는 무대인 만큼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 대형 계약을 따내겠다는 선수들의 꿈을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우석도 마찬가지다. 고우석은 지난겨울 LG 트윈스에 MLB 진출 의사를 지속해서 전달했고, 2년 총액 450만 달러(61억원)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며 태평양을 건넜다. 당시 도전 시기가 이르다는 평가와 젊은 나이에 해볼 만하다는 엇갈린 평가가 존재했다. 그는 도전을 선택했다. LG도 이를 지지했다.일은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시범경기부터 삐걱거리더니 결국 개막전 로스터 진입에 실패했다.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시즌을 맞이했는데 실망스러운 마음 때문인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나 했더니 지난 4일(한국시간) 충격에 가까운 이적 소식이 전해졌다. 샌디에이고가 내셔널리그(NL) 타격왕 출신 루이스 아라에스를 트레이드로 데려오면서 고우석을 포함한 선수 4명을 마이애미에 내준 것이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지난해 11월 구단주(피터 사이들러)가 숨을 거둔 뒤 적극적으로 팀 연봉을 줄이고 있다. 몸값이 비싼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대신 트레이드로 전력 보강을 노린다. 개막 직전 선발 투수 딜런 시즈를 영입한 게 대표적인 예였다.이번 트레이드는 고우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부푼 꿈을 안고 미국행을 선택한 고우석인 만큼 빅리그 마운드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트레이드된 게 당장은 충격일 거다. 하지만 냉정히 상황을 살펴보자. 7일 기준 샌디에이고의 성적은 19승 19패로 NL 서부지구 2위다. 지구 선두 LA 다저스(24승 13패)와의 승차가 5.5경기다. 반면 마이애미는 10승 27패로 NL 동부지구 꼴찌. 이른 시점이지만 마이애미는 올 시즌 성적을 포기하고 미래를 준비할 분위기다. 와일드카드라도 노릴 수 있는 샌디에이고와 상황이 다르다. 개인 성적뿐만 아니라 팀의 불펜 분위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샌디에이고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05로 17위, 마이애미는 4.75로 24위다. 불펜이 책임진 이닝도 샌디에이고는 6위(140이닝)이지만, 마이애미는 153과 3분의 1이닝으로 전체 1위. 두 팀의 불펜을 고려하면 고우석이 빅리그에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은 마이애미 이적 후 조금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더욱이 샌디에이고는 평균자책점 0점대 마무리 투수 로베르토 수아레스를 필두로 엔옐 데 로스 산토스와 스티브 콜렉·마쓰이 유키·완디 페랄타·아드리안 모레혼 등이 안정적인 성적으로 두터운 뎁스(선수층)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애미는 마무리 투수 태너 스캇부터 불안하다. 스캇의 평균자책점은 2.77로 언뜻 준수해 보일 수 있으나 9이닝당 볼넷이 9.7개에 이른다. 데클란 크로닌과 앤서니 말도나도 등 신인급 선수와 KBO리그 출신 버치 스미스 등의 활약으로 간신히 버틴다. 고우석에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당장은 실망스럽고 혼란스럽겠지만 고우석은 '프로 초짜'가 아니다. 복잡한 감정을 빠르게 추스르고 더 좋은 기회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기대해 보겠다.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4.05.09 11:59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ERA 4.50' 야마모토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지난해 12월이었다. 야마모토 요시노부(26)가 LA 다저스와 메이저리그(MLB) 역대 투수 최고액인 3억2500만 달러(4482억원)에 계약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를 향한 기대가 엄청났다. 다저스는 야마모토의 전 소속팀인 일본 프로야구(NPB) 오릭스 버팔로스에 이적료 개념의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비용으로 5000만 달러(690억원) 이상 지급했다. 계약 총액이 4억 달러(5516억원)에 이른다.하지만 시즌 초반 야마모토의 행보는 기대 이하다. 21일(한국시간) 기준 그의 성적은 5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4.50이다. 2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피안타 20개(피홈런 3개)로 12실점(11자책점)했다. 볼넷(5개)/탈삼진(30개) 비율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표가 떨어져 있다. 서울시리즈로 치러진 MLB 데뷔전 충격(1이닝 4피안타 5실점)에선 벗어났지만, 이후에도 4경기 평균 6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문제점은 뭘까. 시범경기에서 야마모토의 투구를 지켜본 현지 전문가들은 '구위가 좋지만, 커맨드는 기대 이하'라고 입을 모았다. 야마모토는 지난해 NPB에서 23경기, 평균자책점 1.21(164이닝)이라는 만화 같은 성적을 거뒀다. 투구 비율을 살펴보면 평균 153㎞/h 포심 패스트볼이 41.7%, 평균 145㎞/h와 124㎞/h인 스플리터와 커브가 각각 26.3%, 15.6%였다. 그런데 야마모토는 MLB 데뷔 첫 4경기에서 포심 패스트볼 41.5%, 커브 28%, 스플리터 23.4%를 기록했다. 평균 구속으로는 커브가 1.6㎞/h 빨라졌고, 컷 패스트볼은 1.6㎞/h가 떨어졌다. 나머지 구종은 스피드 차이가 없다.눈여겨볼 부분은 구사율이다. NPB에서는 포심 패스트볼과 함께 스플리터가 확실한 무기였는데 MLB에선 3%포인트(p) 가까이 줄었다. 대신 커브 비율이 13%p 가까이 늘었다. 투심 패스트볼은 아예 투구 레퍼토리에서 빠졌다. 그뿐만 아니라 컷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구사율 모두 떨어졌다. 종합해 보면 일본에서와 달리 야마모토의 커브 의존도가 높아졌고, '여전히' 스플리터를 많이 던진다. 20일 기준 MLB 모든 투수의 스플리터와 커브 비중은 각각 3.2%와 8.2% 정도. 쉽게 말해 포심 패스트볼을 제외하고 스플리터와 커브를 이렇게 많이 던지는 MLB 투수는 현재 야마모토가 유일하다. 독특한 공 배합이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MLB가 슬라이더와 변형 슬라이더의 일종인 스위퍼 시대라는 점이다. MLB에는 구종 트렌드가 있는데 2020년대 접어들면서 포심 패스트볼보다 투심 패스트볼, 커브보다는 슬라이더와 스위퍼가 주종을 이룬다. 물론 유행은 돌기 마련이다. 새 구종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과거에 인기 있던 구종이 다시 각광받기도 한다. 타자 눈에 익숙해지면 구종도 그에 따라 변화하는 셈이다. 야마모토의 경우 요즘 투수들이 피하는 커브를 많이 던지는 게 부진의 원인일 수 있다. 지난해 '유령 포크볼'로 좋은 성적을 낸 센가 고다이(뉴욕 메츠)처럼 '스플리터 비율을 높이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물론 단순히 공 배합이 아닌 NPB보다 떨어진 커맨드의 문제일 수 있다.원인이 무엇이든 야마모토의 현재 성적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과연 그가 어떤 전략 수정으로 계약 당시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4.04.21 19:22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