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KLPGA 중계권료 26배 ‘껑충’… JTBC골프, 판을 키웠다
한국 골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비롯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선수들의 맹활약과 국내 골프인구의 증가로 세계 3대 골프 시장으로 꼽힌다. 용품은 물론 골프장, 방송 등 관련 산업의 규모는 해마다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0년 시즌에는 국내 골프방송 시장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JTBC골프가 PGA 투어의 한국 내 독점 중계권을 따내면서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방송 중계권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2005년 1월 7일 국내 골프방송 업계에 이정표가 세워졌다. ‘전 세계 모든 투어를 한 눈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J골프(현 JTBC골프)가 첫 전파를 송출하면서 전 세계 투어를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당시 국내에서는 SBS골프를 통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일부 대회 등이 중계되고 있었다. 그러나 J골프의 개국으로 PGA, LPGA 투어는 물론 PGA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투어, 시니어투어인 챔피언스 투어 등 다양한 투어를 볼 수 있게 됐다. J골프가 유러피언투어와 유러피언여자투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와 남아공 투어인 션샤인투어까지 중계하면서 볼거리가 다양해졌다. 골프 중계방송 시장의 활성화는 국내 여자프로골프투어의 판을 키우는 밑거름이 됐다. J골프가 개국한 2005년 당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연간 11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6년 시즌부터 J골프가 MBC와 함께 KLPGA 투어를 중계하기 시작하면서 KLPGA 투어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2006년 15개에서 2007년 19개, 2008년에 25개 대회가 열렸고, 2016년 시즌에 처음으로 30개를 돌파해 32개 대회가 치러졌다. J골프&엑스포츠(2007~2009년), J골프&MBC ESPN(2010년), J골프&SBS골프(2011~2013년), SBS골프(2014~현재)로 중계권사를 거치면서 2008년 연간 2억5000만원이었던 중계권료는 2018년 기준 68억원으로 26배나 껑충 뛰었다. 중계방송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2011년 J골프에서 세계 최초로 골프 스마트폰인 ‘버디(Birdie)’를 출시하면서 HD급 스트리밍 중계 서비스와 각종 레슨 동영상을 휴대폰으로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J골프는 2012년에 20대의 카메라가 장착된 ‘풀 HD 초대형 중계차’를 도입해 보다 생생한 화면을 안방에 구현해내기 시작했다. 이 밖에 2014년 시즌부터 JTBC골프를 시작으로 SBS골프까지 가세해 5시간 중계를 도입하면서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1번 홀부터 시청할 수 있게 됐다. 중계권 시장의 성장은 한국 골프의 위상 제고에도 영향을 미쳤다. J골프가 LPGA 투어와 중계권 계약을 맺은 2009년 이후 LPGA 투어 내 한국 스폰서는 크게 늘어났다. 1995년 삼성월드챔피언십으로 시작된 한국 기업의 LPGA 투어 타이틀스폰서 후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4개까지 늘었다. 그만큼 한국 골프는 물론 한국 선수들의 투어 내 위상은 높아졌다. 글로벌 투어를 지향하는 LPGA 투어의 정책에 한국이 큰 기여를 했다는 해석도 있다. 올 시즌 JTBC골프가 중계하는 골프 대회 수는 139개나 된다. SBS골프는 30개 대회 만을 중계한다. JTBC골프는 중계 대회 수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기존의 골프채널은 물론 JTBC스포츠 채널에서도 골프를 중계하는 듀얼 채널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LPGA 투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류가 덜 했던 PGA 투어 역시 올해부터 한국 시장과의 거리가 가까워지게 됐다. JTBC골프가 올해부터 PGA 투어의 전 세계 중계권을 보유한 미국 디스커버리사와 파트너십을 맺게 되면서 시장 내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디스커버리사와 계약은 단순한 투어 중계권 계약의 성격이 아니다. JTBC골프는 향후 디스커버리와의 협업을 통해 골프&라이프스타일 등 골프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트 생산에 초점을 두고 협업해 나가기로 했다. 디스커버리가 만든 ‘골프 TV'를 통해 독점 계약 선수인 타이거 우즈의 콘텐트를 제공하는 등 주문형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본격 선보일 예정이다. 취미 활동으로 골프를 중시하는 골퍼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달라진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트 생산은 골프 중계방송 시장에 판도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2020.02.06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