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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활·총·검으로 세계 정상, 반도체 1위 국가 답네 [2024 파리]

금빛 찌르기, 금빛 명중, 금빛 화살까지.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이 활·총·검을 들고 세계 무대를 휘젓고 있다. 섬세하지만 빠르고 강한 손기술, 첨단 기술까지 접목한 체계적인 훈련을 앞세워 쾌거를 이뤄냈다.현지 시간 28일 기준으로 한국 대표팀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총 3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27일 펜싱 오상욱(28·대전시청)이 남자 사브르 종목에서 한국 대표팀의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28일 여자 사격 공기권총 10m 오예진(19·IBK기업은행)이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이후 임시현(21·한국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 전훈영(30·인천시청)으로 구성된 여자 양궁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우승했다.여자 양궁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을 때, 한국은 잠시나마 올림픽 종합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격에서 은메달 2개를 추가로 따내며 뒤를 받친 것이 컸다. 5연속 입상부터 올림픽 10연패까지한국 펜싱은 오상욱의 금메달로 2008년 베이징 대회부터 5회 연속 올림픽 개인전 메달을 따냈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남현희의 여자 플뢰레 개인전 은메달로 입상하기 시작한 한국 펜싱은 2012년 런던 대회 김지연(여자 사브르)의 금메달과 최병철(남자 플뢰레), 정진선(남자 에페)의 동메달로 명맥을 이어갔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선 박상영이 남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을 따내 '할 수 있다' 신드롬을 일으켰다. 리우에서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사브르 맏형' 김정환이 2021년 열린 도쿄 대회에서도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오상욱은 개인전 동메달리스트 김정환과 구본길, 김준호 등과 '어펜져스(펜싱+어벤져스)'를 이끌었던 막내 선수. 2020 도쿄 대회에선 개인전 8강에서 탈락했으나, 3년 뒤 파리 금메달로 한을 풀었다. 2019년 세계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모두 개인전을 제패한 그는 올림픽 금메달까지 수확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 전성기를 열었다. 진종오가 은퇴한 이후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사격에선 27일 박하준(24·KT)-금지현(24·경기도청)의 공기소총 10m 혼성 은메달로 신호탄을 쐈다. 28일에는 오예진과 김예지(31·임실군청)가 나란히 금·은메달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 사격 선수가 올림픽 시상대에 함께 올라간 건 2012 런던 대회 50m 권총 진종오(금메달) 최영래(은메달)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오예진은 리우 대회 50m 권총 진종오 이후 한국 선수로는 8년 만에 올림픽 결선 신기록도 세웠다.양궁은 여자 단체전 올림픽 10연패에 성공하며 '세계 최강'임을 재입증했다. 한국은 양궁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이 종목 우승을 합작했다. 세 선수 모두 올림픽 경험이 없어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이변 없이'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양궁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슈팅 로봇'과 함께 훈련하며 정확도를 높였다. 또한 '고정밀 슈팅머신'을 도입, 선수들이 최상의 폼을 유지하도록 노력했다. 후원사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기술을 활용한 훈련 장비를 적극 활용한 결과, 양궁 대표팀은 여러 나라의 맹렬한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활·총·검으로 금 42개…'병장기의 민족'2024 올림픽 대표팀의 목표는 금메달 5개, 종합 순위 15위 이내였다. 단체 구기 종목과 투기 종목이 지역 예선에서 대거 탈락하면서 목표를 낮춰 잡았다. 2020 도쿄 대회에서 거둔 6개보다도 적은 수치. 하지만 한국 대표팀은 활·총·검의 힘으로 대회 시작 사흘 만에 목표의 절반 이상을 이뤄냈다.올림픽에서 '병장기 종목'의 강세는 최근 더 두드러진다. 28일 기준 한국 대표팀이 역대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은 총 99개. 이 중 42개가 활·총·검으로 따낸 쾌거였다. 세계 최강 양궁에서 28개의 금메달을 수확했고, 사격에서 8개, 펜싱에서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도성장 시기에 한국은 태권도(통산 금메달 12개)와 유도(11개), 레슬링(11개)을 앞세운 격투기 강국이었다. 최근에는 무게 중심이 병장기 종목으로 바뀌었다. 2012 런던부터 2016 리우, 2020 도쿄, 2024 파리 네 개 대회에서 얻은 총 28개의 금메달 중에서 활·총·검으로 따낸 것만 22개(양궁 12개, 사격 5개, 펜싱 5개)에 달한다. 체육 철학자인 김정효 서울대 외래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 선수가 활·총·검에서 뛰어난 이유는 선천적인 이유와 후천적인 이유가 있다. 한국인은 선천적으로, 역사적으로 집중력이 좋고 손기술이 좋다"라면서 "우리는 젓가락을 사용한다. 어릴 때부터 손 감각이 뛰어나다. 또한 손의 감각은 두뇌 집중력과 연관돼 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이 반도체 부문 세계 1위에 오를 때 나왔던 분석과 유사하다.김정효 교수는 "근대 스포츠는 보통 큰 근육을 사용한다. 큰 근육을 사용하는 스포츠에선 (한국인이) 서양인의 신체를 이기기 어렵다. 양궁이나 사격, 탁구 등은 다르다. 손 감각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스포츠. 이 종목에서 한·중 동양인 선수들이 강한 이유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에 막대한 훈련량과 협회의 지원, 첨단 기술 접목까지 더해져 지금의 (병장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짚었다. 윤승재 기자 2024.07.29 14:34
산업

대화 물꼬 튼 삼성전자 노사, 입장 차 좁혀지나

삼성전자 노사가 교섭을 위해 다시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반도체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한발씩 양보하며 극적 타결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 노사는 23일 오전 기흥 나노파크에서 임금교섭을 재개한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총파업을 선언한 뒤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이 대화의 물꼬를 트며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6일 전삼노가 임금 협상 재개와 관련해 공문을 보냈고, 사측이 18일 이에 응답하면서 대화가 재개됐다. 사측이 ‘노조의 요구안을 포함해 회사와 노조의 조건 없는 대화 재개’라는 회신을 보냈기에 충분한 대화가 오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룹의 준법 경영을 다루고 있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이찬희 위원장도 노사 교섭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22일 준감위 정례회의 참석에 앞서 “현재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볼 예정”이라며 “노사 문제는 이제 삼성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밝혔다. 정례회의 이후 열린 삼성 최고경영진과의 간담회에서도 노사 관계에 대한 내용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사측과 노조 모두 이전과는 달리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전삼노는 임금 인상률 5.6%(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 노동조합 창립 휴가 1일 보장, 성과금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 크게 4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우선 사측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적용하고 있는 ‘노동조합 창립 휴가 1일 보장’ 건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과금 제도 개선 요구안도 협상의 여지가 충분하다. ‘임금 인상률 5.6%’와 관련한 협상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사측 제시안(5.1%)과 수치상 차이가 0.5%라 대화를 통해 새로운 협상안이 도출될 수도 있다. 사측이 조합원의 복지와 관련한 혜택을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삼노 측도 사상 첫 총파업 이후 피로도가 쌓이고 있고,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삼노는 이날 임금 교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총파업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이번 총파업으로 한 번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하나하나 바꿔 나가보자”고 말했다. 노조도 이번 총파업으로 모든 요구를 관철시킬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실리를 취하는 선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전삼노는 조합원 수가 이날 기준으로 3만4763명(전체 직원의 27.8%)까지 늘어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반등하고 있지만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비롯한 업황이 삼성전자에 결코 유리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노사가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점을 찾고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노조와의 지속적 대화를 통해 상생의 노사관계가 정립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7.23 07:00
산업

이재용·전영현 등 경영진 총출동, '중국 2인자' 삼성만 만난 이유는

중국의 ‘2인자’와의 만남에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삼성전자의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이재용 회장은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와 면담했다. 리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별도 면담한 국내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리 총리가 삼성전자와만 면담한 이유는 미중 반도체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를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공장을, 쑤저우에서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운영 중에 있다. 이로 인해 이번 면담진에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반도체 수장으로 선택된 전영현 DS부문장도 포함됐다.삼성 경영진은 전영현 부회장을 비롯해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MX사업부장 사장,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양걸 삼성전자 삼성차이나 사장, 김원경 삼성전자 글로벌공공업무실장 사장 등이 참석했다.리 총리는 2005년 시진핑 당시 저장성 서기 방한 때 비서장 직책으로 삼성전자 수원·기흥 사업장을 방문했고, 이번에 19년 만에 이 회장과 한국에서 만났다.이 회장은 리 총리에게 "코로나19 시절 삼성과 삼성의 협력사들이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신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중국 정부는 코로나19 기간 삼성전자 중국 출장 직원을 위한 전세기 운항 허가, 시안 봉쇄 기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생산 중단 방지, 상하이 봉쇄 기간 삼성SDI 배터리 핵심 협력사 조기 가동 지원 등 삼성의 사업 차질 최소화를 지원한 바 있다. 리 총리도 이 회장에게 투자와 협력 확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리 총리는 이 회장에게 "삼성의 대중국 협력은 중한(한중) 양국 호혜·협력 발전의 생동감 있는 축소판"이라며 "양국 기업이 첨단 제조·디지털 경제·인공지능(AI)·녹색 발전·생물 의약 등 새로운 영역에서 협력 잠재력을 발굴해 중한 경제·무역 협력의 질을 높이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삼성 등 한국 기업이 계속해서 대중국 투자·협력을 확대해 중국의 새로운 발전이 가져다준 더 많은 새 기회를 함께 누리는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리 총리는 3000여개 외자 기업이 참여하는 수입제품 전시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가 2018년 11월 처음 열린 이후 매년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격려하기도 했다.이 회장은 오래전부터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해 국무원 총리, 정치국 사무위원 등 중국 핵심 인사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회장은 2020년 코로나19로 해외 출장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도 중국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했다. 당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중국을 방문한 기업인은 이 회장이 처음이었다.삼성은 국내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사업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발표하는 중국 외자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평가 순위에서 삼성은 2013년부터 11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또 삼성은 과학기술 분야 인재 육성을 위해 중국 중·고·대학생 대상 과학경진대회, 12∼16세 여학생 대상 '삼성 STEM 걸스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4.05.27 08:55
IT

미중 관계 개선 모색에 반도체 전쟁 휴전?…숨죽인 삼성·SK

미국과 중국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국제 정세가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양국의 기술 패권 경쟁에 발만 동동 굴렀던 우리나라 반도체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두 강국이 서로를 겨냥한 제재를 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가로막았던 먹구름도 걷힐 전망이다. 올 하반기 반도체 수요 반등 예측과 맞물려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중 관계의 점진적 회복이 곧바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온다.20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만남에 대한 질문에 입을 꾹 닫았다. 회사의 발언이 양국 의사결정에 작게나마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시진핑 주석과 블링컨 장관은 극적으로 성사된 면담에서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이슈를 두고 입장 차를 분명히 했지만 고위급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최근까지도 미국과 중국은 미래 선도 기술인 반도체 리더십을 지키기 위해 견제 장치를 잇달아 내놨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했다.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자국 기업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통제를 발표했다.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기업들에게는 아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서 각각 D램,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삼성전자는 낸드의 40%,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의 40%, 20%를 중국에서 만들고 있어 장비를 들여오지 못하면 생산 효율화 작업 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다행히 오는 10월까지였던 한시적 유예 조치를 미국이 연장하겠다고 밝혀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생산라인 다변화가 단기간 내 이뤄지긴 힘들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있었다.이어 지난달에는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제품에 대해 안보 결함을 이유로 구매 금지 결정을 내리며 반격에 나섰다.대체 물량이 일부 넘어올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우리나라의 외교 전략에 따라 중국의 다음 감시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이렇듯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투톱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43.2%로 2위 마이크론(28.2%)을 여유롭게 따돌렸다. SK하이닉스는 23.9%로 3위에 안착했다.낸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34.0%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일본 키옥시아는 21.5%, SK하이닉스는 15.3%로 2위와 3위를 기록했다.모처럼 미국과 중국이 얼굴을 맞댔지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갈등을 미국과 중국이 봉합하면 좋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근본적인 스탠스(입장)가 바뀌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성 교수는 또 "기술과 안보 문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완화될 여지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근본적인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이런 신중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0.28%, 1.13% 오르는 데 그쳤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06.21 07:00
산업

삼성·SK·LG·현대차, 중국 대신 미국에 ‘울며 겨자먹기’ 행보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있다. 윤 정부의 ‘친미 성향’으로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하는 ‘울며 겨자 먹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6일 정부에 따르면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맞춰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꾸려질 전망이다.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외교 일정이고 경제안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에 5대 그룹 총수들이 대거 미국으로 건너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도 “모든 외교의 중심은 경제”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이런 정부의 기조에 따라 지난 달 일본에 방문했던 5대 그룹 총수는 이번에는 ‘미국 경제사절단’으로 윤 대통령과 동행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경제사절단은 오는 24~28일 일정으로 파견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번 방미에서 미국 경제인들과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한미 첨단산업 비즈니스포럼, 첨단산업·에너지 분야 MOU 체결식 등이 준비되고 있다. 그렇지만 기업인 입장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미국과 중국 중 한 곳만 택해야 하기에 위험부담이 없지 않다. 특히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보유하고 삼성과 SK, LG, 현대차 입장에서는 북미 시장에만 집중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재용 회장은 지난 3월 3년 만에 중국 출장을 다녀왔지만 글로벌 반도체 핵심기지 중 하나인 시안 공장을 찾아가지 않았다. 해외의 유일한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이라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20년 5월 이곳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기지다. 삼성전자가 이곳에 투자한 금액만 300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미국의 반도체법’에 따라 시안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해외 매체들은 미국의 제한으로 삼성전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통용된다. 삼성전자와 TSMC 등 반도체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제한은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은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공표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미국과 중국 모두 기업 입장에서는 포기할 수 없는 큰 시장이라 종전까지는 양국에서 사업 확대를 모색하며 균형적인 발전이 지속됐다”며 “이번 정부 들어서는 미국 쪽으로 급격히 몰리면서 그 균형이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행보가 2~3년 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우려된다”고 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 공장에서 D램, 다롄 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면서 첨단 장비 업그레이드를 막아서고 있어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우시 공장에서는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12%를, 다롄 공장에서는 전 세계 낸드플래시 생산량 6%를 담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반도체의 경우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으로는 수요를 채울 수가 없다”며 “삼성과 SK 같은 반도체 기업에 중국 시장에서의 반도체 생산량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LG와 현대차 역시도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LG에너지솔루션은 난징 공장에서 생산하는 비중이 꽤 높은 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북미 시장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고 있지만 미국의 ‘배신’에 허를 찔리기도 했다. 당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미국 시장에 올인 전략을 세운 K배터리에 대한 수혜가 예상됐다. 하지만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이 포드와 손을 잡고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북미 시장 진출의 길이 열려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현대차도 중국 법인 베이징현대를 통해 공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을 겨냥하고 있지만 미중 갈등 심화로 곤란한 상황이 됐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4.07 06:58
IT

미 반도체 압박 속 이재용, 3년 만에 중국 사업장 방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중 패권 분쟁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3년 만에 중국을 찾았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흔들기로 입장이 난처한 가운데 글로벌 파트너십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24일 중국 톈진에 위치한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자부품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현지에서 근무하는 임직원과 간담회를 가졌다.이 회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20년 5월 산시성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사업장 이후 처음이다.이번 출장의 목적은 27일까지 열리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 참석이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경영진 100여 명이 중국 중앙부처 지도급 인사 등과 만났다.이 회장은 이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 중 한 명인 천민얼 톈진시 서기와 면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다만 이 회장은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업과 관련한 현안을 묻자 "북경(베이징) 날씨가 너무 좋지요?"라며 말을 아꼈다.이 회장은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핵심 반도체 생산라인인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각종 견제 장치를 설치하면서 미래 투자에 제한이 걸렸다.미국 반도체지원법이 대표적이다.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신 중국·러시아·이란 등 이른바 안보 우려국가에 기준 이상으로 투자하면 보조금을 반환하는 조건을 내걸었다.기술 수준이 낮은 레거시 반도체는 생산 능력을 10%까지, 첨단 반도체는 생산 능력을 5%까지만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완전 봉쇄가 아니라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지만, 최소한의 투자만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한 곳이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쑤저우에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이번 방중은 이 회장이 직접 현장 경영을 펼치며 중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반도체지원법 리스크 해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이번에 이재용 회장은 2021년 가동을 시작한 삼성전기 톈진 MLCC(적층세라믹캐피시터) 생산라인을 살펴봤다. 미중 국력 다툼의 중심에 있는 반도체 공장은 방문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전기 톈진 공장은 부산사업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 IT·전장용 MLCC를 공급하는 주요 생산 거점 중 한 곳이다.삼성은 부산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 및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는 한편, 톈진은 전장용 MLCC 주력 생산 거점으로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MLCC는 전자 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류 흐름을 일정하게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을 막아주는 핵심 부품이다. 대부분 전자제품에 들어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일본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다.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소속 톈진 지역 주재원 및 중국 법인장들도 만나 해외 근무 애로사항을 경청했다.최근 수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과 한국 간 인적·물적 교류가 제약을 받는 상황 속에서도 톈진을 비롯한 중국 지역 주재원 및 임직원은 공급망 차질 최소화에 주력해 왔다는 평가다.톈진에는 삼성전기 MLCC·카메라모듈 생산 공장, 삼성디스플레이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 생산 공장이 위치하고 있으며, 삼성SDI는 중국 톈진에서 스마트기기·전기차 등에 사용하는 2차 전지를 생산하고 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03.27 07:00
생활/문화

'삼성 실세' 한종희, 차분한 글로벌 데뷔…혁신보다 동행 강조

올해부터 삼성전자 가전·모바일 사업을 이끄는 한종희 부회장(DX부문장)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 데뷔했다. 반도체와 양대 축을 이루는 가전·모바일 사업의 실세의 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한 부회장은 과감한 변신을 시도하기보다 차분한 모습으로 대중에 이미지를 각인했다. 삼성 가전·모바일 이끄는 한종희 데뷔 무대 한종희 부회장은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팔라조 볼룸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열린 CES 2022의 온·오프라인 기조연설에 나섰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2명 중 1명이다. TV 전문가 출신으로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을 맡아 TV 사업 15년 연속 세계 1위 달성을 이끌었다. 회사는 그의 리더십과 경영 역량이 사업부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에서 CE(가전)부문과 IM(모바일)부문은 DX(디바이스 경험)부문으로 통합됐다. 삼성전자 고유의 가전 디자인 철학인 '비스포크'를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 '갤럭시Z 플립3'에 접목한 사례처럼 제품·서비스 간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한 부회장은 두 주력 사업의 운전대를 쥐며 단숨에 회사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이에 업계는 한 부회장이 첫 세계 무대에서 어떤 비전으로 소비자에 어필할지 주목해왔다. 특히 CES는 삼성전자가 매해 새로운 사업 청사진을 제시하는 자리다. 2020년에는 가전 사업을 총괄했던 김현석 사장(전 CE부문장)이 향후 10년을 '경험의 시대'로 정의하며 인공지능(AI)·5G 등과 융합한 최신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2018년과 2019년에도 김현석 사장이 강단에 올라 지능화한 초연결 사회로의 전환을 역설했다. 작년 행사는 코로나19로 취소됐다. 기술 경쟁력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강조 한종희 부회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연결성'에 기반을 둔 기술 도약에 더해 '친환경' '동행'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한 부회장은 "미래를 위한 동행은 꼭 실천돼야 한다"며 "다음 세대가 원하는 변화를 이루고,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기술을 발전시키고 혁신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연결성과 관련해 이번 CES에서 타사 가전도 하나의 플랫폼으로 잇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연합전선인 HCA(홈 커넥티비티 얼라이언스)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통합된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IoT(사물 인터넷) 표준을 정립한다. GE·하이얼·일렉트로룩스·아르첼릭·트레인 등 유명 업체들이 참여한다. 또 한 부회장은 "글로벌 팬데믹 위기는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의 가치를 일깨웠다"며 "전자 업계와 고객사, 소비자 모두가 작은 변화를 만드는 데 동참한다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큰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QLED(양자점 발광 다이오드) TV'와 무선이어폰 '갤럭시 버즈2', '패밀리 허브' 냉장고 등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적용해왔다. 올해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은 전년 대비 30배 이상 많은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해 제조할 계획이며, 2025년까지 모든 모바일·가전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재활용 소재를 사용할 예정이다. 한 부회장은 미래 세대와 함께 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성과를 자랑하며 기조연설을 마무리했다. 삼성전자는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년째 전 세계 35개 이상의 지역에서 200만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하는 '솔브 포 투모로우'와 다음 세대를 위한 기술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삼성 이노베이션 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2012년 이후 2100만명 이상의 청소년들에 도움이 됐다는 게 한 부회장의 설명이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1.06 07:00
경제

이재용, 연초부터 글로벌 행보 전망…고전하는 중국 유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2년 연초부터 글로벌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휴정 기간 동안 해외 출장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연말연시 법정 휴정 등으로 이 부회장은 내년 1월 13일 재판일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다. 이 부회장은 수감 이전까지 설날 해외 출장을 정례화하는 추세였다. 연휴 기간 삼성전자 해외 사업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는 행보였다. 2020년 브라질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했다. 또 2019년 설날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2기 공사 현장을 찾은 바 있다. 지난 8월 출소 이후 미국과 중동 출장을 다녀온 그는 글로벌 흐름 점검과 인적 네트워크를 단단히 다지는데 중점을 뒀다. 이번 출장의 행선지는 유럽 또는 중국이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라 중국이 다음 출장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최근 한종희 DX부문장 직속으로 중국사업혁신팀을 새로 만들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중국에서 고전하는데다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조직 개편으로 풀이된다. 2020년 설날 이 부회장의 글로벌 행보 때 동행했던 한종희 부회장은 중국 사업 전반에 대한 혁신을 직접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3분기 기준)은 약 30%로,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높다. 이어 미국 29%, 아시아·아프리카 16.4%, 유럽 12.6% 등의 순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3∼2014년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를 웃돌았지만 2019년부터 1% 미만대로 떨어졌다. 중국 토종 브랜드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리얼미 등이 급성장한데다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논란으로 반한 감정이 확산하면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일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올해 10월 애플이 비보를 제치고 중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삼성 갤럭시 브랜드의 현지 경쟁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이 최근 출시한 갤럭시Z플립3·갤럭시Z폴드3 등 폴더블폰도 국내외에서 흥행몰이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산시성 시안과 쑤저우에 각각 반도체 생산 공장과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시안 공장은 삼성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다. 이 부회장으로선 중국이 삼성의 최대 수출 시장이자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도 결코 놓칠 수 없는 중요 시장인 것이다. 따라서 삼성은 중국 시장 마케팅 강화 전략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삼성 임직원들을 격려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과거에 발목 잡히거나 현재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 시간이 없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2.30 10:43
경제

"추석 전 타결 목표"…완성차, 임단협 본격 돌입

여름휴가를 마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이번 주 다시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에 나선다. 추석 연휴 전 타결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오는 10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다. 합법적인 파업 권한을 확보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앞서 기아 노조는 지난달 20일 사측에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으며, 중노위는 같은 달 30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기아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성과급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정년연장(최대 만 65세), 노동시간 주 35시간으로 단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아직 별도의 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한국GM 노조는 오는 10일 확대간부합동회의를 열고 잠정합의안 부결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다. 노조는 간부회의 후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어 파업과 특근 거부 등 쟁의행위 돌입 여부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22일 14차 교섭에서 기본급 3만원 인상과 450만원의 일시금 지급 등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노조가 지난달 26~27일 진행한 조합원 대상 투표에서 51.15%가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노조 측은 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 등 1000만원 이상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해 왔다. 작년 임단협을 아직 끝내지 못한 르노삼성차 노사도 이번 주 본교섭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측은 2020·2021년 임단협 통합 교섭, 기본급 동결 보상금 200만원과 생산성 격려금 1인당 평균 200만원 등 총 800만원의 일시금 지급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며 맞서 휴가 전 잠정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노조는 이번 주 사측의 추가 제시안을 보고 쟁의행위 찬반투표 실시 여부 등을 정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 '맏형' 격인 현대차 노사가 3년 연속으로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하면서 업계의 관심은 기아 등 다른 완성차 업체의 교섭으로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여파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위기가 지속하는 가운데 나머지 업체가 '노조 리스크'를 털어내고 미래차 전환 등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1.08.09 07:00
경제

벤츠·BMW에 추월당한 '르·쌍·쉐'…노사갈등 이중고

‘르·쌍·쉐’로 불리는 르노삼성차·쌍용차·한국GM 등 외국계 3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진한 실적을 내는 가운데 노조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GM(5470대)과 르노삼성차(5466대), 쌍용차(3318대) 등 외국계 3사의 내수 판매 합계는 1만4254대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수입차 시장의 판매 1, 2위를 다투는 메르세데스 벤츠(8430대)와 BMW(6113대)의 국내 등록 대수(1만4543대)보다 289대 적은 수치다. 외국계 3사의 내수 합계가 벤츠와 BMW의 합계에 추월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자동차 판매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가 압도적인 1, 2위를 지키며 양극화가 한층 뚜렷해진 가운데 그나마 3∼5위를 차지하던 외국계 3사의 자리마저 수입차 업체에 위협받는 모습이다. 문제는 외국계 3사에 마땅한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노사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르노삼성의 노사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8년 만에 적자를 낸 후 희망퇴직까지 진행하는 등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악화한 경영상황을 이유로 기본급 동결, 격려금 500만원 지급을 제시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합의가 불발되면서 노조와 사측은 각각 전면파업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현 대치 상황이 지속할 경우 르노삼성차의 생산량은 장·단기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르노삼성 노조 관계자는 "일단 직장폐쇄가 철회돼야 한다"며 "그다음에 수긍할 만한 정도의 제시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GM도 2014년부터 7년 연속 적자이지만, 노조는 올해 1인당 약 1000만원에 달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노사 갈등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출국정지 조치를 받으면서, 임단협 협상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한국GM이 2018년 군산공장 폐쇄를 단행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 단계적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쌍용차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쌍용차는 지난달 27일 조직 개편을 발표하며, 전체 조직 수를 23% 줄이고, 상근 임원 수(26명→16명)도 38% 감축했다. 업계에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지만, 노조는 '총고용 유지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 향후 노사갈등이 예상된다. 정일권 쌍용차 노조위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9년에 이미 2646명이 나간 뒤 10년이 지났지만 바뀌지 않고 또다시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사람을 내보내서 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은 틀린 얘기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완성차 3사가 벼랑 끝에 섰다. 반도체와 코로나19 등 여러 악재로 갈수록 경영상황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자칫 회사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1.05.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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