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독일 바이애슬론의 비밀, 특급총잡이, TV 그리고 레반도프스키도 안 부러운 대우
평창올림픽 첫 2관왕에 오른 독일 라우라 달마이어/연합뉴스독일 바이애슬론이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연일 메달 행진을 펼치고 있다.독일은 18일 평창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바이애슬론 남자 매스스타트 15km에서 지몬 쉠프가 은메달을 수확했다. 이번 대회 바이애슬론에서 수확한 여섯 번째 메달이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종목이다. 총을 멘 채로 스키를 타고 정해진 구간을 달린 뒤 사격장에서 총을 쏘는 방식이다. 평창에선 남녀 각 5종목(개인·스프린트·추적·계주·단체출발)과 혼성 계주 1종목 등 총 11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독일은 지금까지 치러진 8개 종목에서 출전국 중 가장 많은 6개(금3·은1·동2)의 메달을 쓸어 담았다. '바이애슬론 여제' 라우라 달마이어가 여자 스프린트 7.5km와 추적 10km를 제패하며 대회 첫 2관왕에 올랐고, 남자부에선 아른트 파이퍼가 스프린트 10k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추적 12.5km(베네딕트 돌)와 여자 개인 15km(달마이어)에서 동메달도 2개 추가했다. 2위는 메달 4개(금1·은1·동2)를 딴 겨울스포츠 강국 노르웨이다. 외신 기자들 사이에선 "한국이 쇼트트랙에서 무적이라면, 독일은 바이애슬론"이라는 말이 오갈 정도다. 압도적인 경기력의 비밀은 차원이 다른 사격술에 있다. 바이애슬론 승부는 스키보다 사격에서 가려진다. 개인전은 표적을 못 맞히면 놓친 1발당 1분의 페널티가 주어진다. 개인전에서 1위와 30위 선수의 기록 차이는 1분30초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격에서 실수가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전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서는 표적을 놓칠 경우 150m 길이의 벌칙 코스를 돌게 한다. 벌칙 코스를 주행하는 데는 보통 24~27초가 걸린다. 독일 N-TV의 토비아스 노르트만 기자는 "독일 선수들의 경기를 분석하면 스키를 탈 때 선두로 올라서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대부분 사격에서 리드를 잡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마이어는 스프린트에서 초반까지 13위를 달렸지만, 2.5km 구간 복사를 마친 뒤엔 4위로 뛰어올랐다. 2위를 달리던 5km 구간 입사가 끝난 시점엔 1위를 차지했다. 퍼펙트를 쏜 달마이어(21분6초2)는 1발을 놓친 마르테 올스부(노르웨이·21초30초4)를 2위로 밀어냈다. 달마이어는 추적에서도 6km 구간 입사를 마친 뒤 2위에서 선두로 올라섰다. 달마이어(30분35초3)는 이 경기에서 딱 1발만 놓친 반면, 은메달을 딴 아나스타시야 쿠즈미나(슬로바키아·31분4초7)는 4발이나 맞히지 못했다. 아른트 파이퍼 역시 스프린트 사격에서 만점을 기록했다. 노르트만 기자는 "독일 대표팀에 뽑힌 선수라면 '특급 총잡이'로 봐도 무관하다"면서 "다른 건 몰라도 사격만큼은 최정상급"이라고 강조했다. 백발백중 '특급 총잡이'를 길러 내는 곳이 따로 있다. 독일 중부 오버호프와 남부 끝자락에 위치한 루흐폴딩이다. 오버호프는 독일 바이애슬론의 심장으로 불린다. 연평균 기온 4.4도로 여름에도 10도 안팎으로 서늘하고, 겨울엔 영하 4도에 머문다. 바이애슬론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다. 독일 최고의 사격 지도자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선수들을 명사수로 조련한다. 노르트만 기자는 "독일 선수들은 특별히 해외 전지훈련을 가지 않아도 된다. 루흐폴딩엔 세계 최고의 지도자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루흐폴딩엔 바이애슬론 전용경기장인 심가우-아레나가 자리잡고 있다. 6만6000명을 수용하는 심가우-아레나는 월드컵대회가 열릴 때면 만석을 이룬다. 훈련과 실전을 같은 곳에서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독일 스포츠통신사 SID의 바이애슬론 전문기자 니콜라스 라이머는 "오버호프와 루흐폴딩의 장점은 사계절 내내 실전과 똑같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TV도 바이애슬론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0년대 초반 독일의 공영방송 ZDF는 바이애슬론의 잠재적 인기를 감지했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ZDF는 바이애슬론 월드컵대회마다 카메라 25대와 100여 명의 스태프로 이뤄진 대형 중계팀을 꾸렸다. 당시 방송으로는 파격적인 연간 26시간의 바이애슬론 중계더 편성했다. 과감한 투자는 독일 선수들의 뛰어난 경기력과 맞물려 시청률 대박을 쳤다. 스폰서들이 바이애슬론으로 눈을 돌리는 촉매제가 됐다. 바이애슬론이 대부분을 끌어오는 독일스키연맹의 1년 예산은 약 3000만 유로(약 400억원)인데, 이 중 98% 이상은 마케팅(스폰서)으로 채우고 있다.현재 바이애슬론은 분데스리가 다음으로 인기가 높은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독일 통계 전문 기관 슈타티스타가 지난해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바이애슬론의 관심도가 매우 높은 독일인은 무려 833만 명에 달한다. 독일 전체 인구 약 8000만 명 중 10% 이상이 바이애슬론을 즐기는 셈이다. 독일 디 벨트에 따르면 파이퍼가 평창올림픽 스프린트 10km에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은 무려 독일 국민 749만 명이 시청했다. 한국과 시차가 8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독일 국민의 상당수가 새벽잠까지 설치며 중계를 본 셈이다.선수들은 최고 대우를 받는다. 한국의 상무와 비슷한 개념인 경찰·세관 체육팀 소속이 대부분인 독일 선수들은 운동에만 전념해도 대부분 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정상급에 오르면 큰 부귀도 누릴 수 있다. 2017년 독일 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된 달마이어는 최근 독일 경제지 이스포와 인터뷰에서 "바이애슬론은 돈벌이가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달마이어는 아디다스(스포츠 브랜드), DKB(은행), AOK(보험회사) 등 개인적으로 15개의 후원사를 두고 있다. 여기에 종목당 우승 상금이 1만3000유로(약 1800만원)에 달하는 월드컵은 보너스다.대회마다 3~4개 종목에 출전하는 달마이어는 작년 한 해 동안만 월드컵에서 13승을 거뒀다. 김종민 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은 "세계적인 선수는 월드컵 1회 출전으로 1억원 가까운 상금을 벌어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달마이어는 "그래도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최고 스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가 부럽지 않냐"는 질문에 "단 1초도 레반도프스키와 바꾸고 싶지 않다"면서 "적당한 인기와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지금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평창=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2018.02.2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