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미안해서'...승자도 패자도 울었다, 잔인한 銅 결정전
'눈물바다'로 마무리된 집안 대결. 치열하고 처연했다. 한국은 배드민턴 여자복식에서 동메달을 확보했다. 지난달 31일 4강전에 나선 김소영-공희영 조는 중국 천칭천-자이판, 이소희-신승찬 조는 인도네시아 그레이시아 폴리-아프리야니 라하유 조에 패하며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다. 올림픽에서 한국 조가 메달 결정전에 나선 건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 결승전 이후 처음이다. 당시 하태권-김동문 조가 이동수-유용성 조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 결정전 맞대결은 처음이다. 김소영은 4강에서 패한 뒤 "(한국 조끼리) 결승에서 붙어서 경쟁했으면 더 마음이 편하고 서로 재밌게 경기했을 것이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만나서 아쉽지만,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다"라며 아쉬움이 섞인 각오를 전했다. 두 팀은 지난 1월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태국오픈과 파이널에서 나란히 결승전에 진출,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눠 가졌다. 태국오픈은 김소영-공희영, 파이널은 이소희-신승찬이 승리했다. 두 팀의 전적은 4승2패로 이소희-신승찬 조가 앞섰다. 두 선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도 출전한 경험이 있다. 신승찬은 정경은과 호흡을 맞춰 동메달을 획득했다. 스포츠맨조차 어떤 조를 응원해야 할지 애매한 일전. 네 선수 사이에도 긴장감은 느껴졌다. 선공을 정하기 위해 마주 선 상황에서 가벼운 눈인사를주고받았다. 과도한 기합과 제스추어를 자제하며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상대의 좋은 흐름을 끊기 위해 의도적으로 챌린지(비디오 판독)을신청할 만큼 승리를 향한 의지를 감추지 않기도 했다. 결과는 김소영-공희용의 승리. 1게임은 15-10에서 내리 6득점 하며 가볍게 따냈고, 접전이 이어지던 2게임도 막판에 점수 차를 벌렸다. 두 선수는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승부가 끝난 뒤에는 서로를 향한 격려와 축하가 이어졌다. 이소희와 신승찬은 '맏언니' 김소영의 첫 메달 획득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김소영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소희와 승찬이가 어떻게 준비했는지 알고 있기에 '미안하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김소희는 "(김소영-공희용이) 마음껏 기뻐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안했다"라고 털어놨다. 신승찬은 파트너 이소희를 향해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자신은 리우 대회에서 메달(동메달) 한 개를 획득했다. 메달을 안겨주지 못한 동갑내기 친구의 심경을 헤아렸다. 한 조는 빈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잔인한 동메달 결정전. 하필 한국 배드민턴 앞에 놓였다. 네 선수는 치열한 승부와 뜨거운 동료애로 올림픽 무대를 빛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8.02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