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3학년 이용대(18·화순실고). 길거리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연예계 지망생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말끔하게 잘생긴 청년이다.
그러나 생글생글한 미소가 매력적인 이 청년은 한국 배드민턴의 미래를 짊어질 유망주로 중학생 때부터 주목 받아온 무서운 아이. 지난 11일 막을 내린 세계 청소년선수권서 3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이용대 선수를 만나봤다.
▲용대를 누가 막아
이용대가 라켓을 잡은 것은 초등학교 때. 운동신경이 뛰어나 중학교 때 청소년 대표 그리고 17살 때는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고교무대에서 72연승을 기록 ‘용대불패’의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혼합 복식과 남자 복식에 출전하여 메달을 노린다.
주니어무대에서 그의 경기력은 이미 입증되었다. 상대 선수의 경기 스타일을 금방 파악해 내는 뛰어난 두뇌 회전과 순발력은 또래 선수들을 압도한다. 그러나 시니어 무대에선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해 독일오픈과 태국오픈에서 정재성과 짝을 이뤄 정상에 올랐지만 코리아오픈과 세계선수권에서는 조기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대표팀 김중수 감독은 “스윙이 너무 크고 스매싱 파워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웨이트트레이닝에 주력하고 테니스·스쿼시 라켓을 이용. 스매싱 파워를 기르고 있다.
▲ 내가 잘생겼나요?
한국 체육계에는 지금까지 여러 명의 얼짱스타가 탄생했다. 축구의 안정환. 농구의 이상민. 배구의 이형두 등은 경기력뿐만이 아니라 잘생긴 외모로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다. 선수가 경기력이 아니라 외모로 평가받는다는 것이 불합리해 보이지만 대중의 관심은 잘생긴 스타에게 쏠리게 마련이다.
180cm의 훤칠한 키에 막내동생 같은 귀여움이 묻어있는 어린 왕자 스타일. 이용대도 뛰어난 외모를 지녔다. 아직 큰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덜 알려졌지만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내면 엄청난 인기를 누릴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문제는 자기 관리. 매스컴의 집중 조명으로 인한 부담감이나 스타 의식을 떨쳐버리지 못하면 대성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용대에겐 그런 걱정이 기우일 듯 싶다. 애늙은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어린 나이지만 속내가 깊다.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냐고 묻자 “여러 선배의 장점만을 닮고 싶다”. 대표팀 막내라 혹시 군기 잡혀본 적 있느냐는 유도성 질문에도 “선배들이 너무 잘해준다”고 노련하게 비껴간다. 졸업 후 진로도 이미 결정했다. 실업 팀 삼성전기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야간대학을 다닐 예정. 18세의 나이치곤 인생에 대한 자세가 진지하고 야무지다. 부모에 대한 효성도 지극하다고 한다.
▲이번엔 불효자예요
카타르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의 목표는 소박하다. 7개 전 종목에서 4위권 진입.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후 김동문·하태권·나경민 등 간판스타 들이 줄줄이 은퇴. 무명의‘젊은 피’들로 대표팀이 구성된 것. 김중수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세대교체의 중간평가로 규정짓는다. 금메달이 확실한 선수가 아직 없고 좀더 국제무대 경험을 쌓아야 한다.
혼합복식의 이재진(밀양시청)-이효정(삼성전기)조와 남자복식의 정재성(삼성전기)-이용대(화순실고)조에게 희망을 걸고 있지만 중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파워가 막강해 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 세계 최강 중국은 아테네올림픽 멤버들이 계속 뛰고 있다. 한국 배드민턴은 아시안게임을 시험무대로 삼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효자 종목의 명성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태릉=김형빈 기자 [rjaejr@ilgan.co.kr]
▲ ‘제2의 박주봉’으로 각광
이용대는 ‘제2의 박주봉’으로 각광받고 있다. 박주봉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배드민턴계에서 명성을 떨친 ‘남자 복식의 교과서’. 한때 동남아시아에선 ‘주봉 햄버거’ ‘주봉 아이스크림’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국제대회 71회 우승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현역 시절 태릉선수촌에서 크로스컨트리를 하면 내로라하는 육상 선수. 체력 좋기로 소문난 레슬링·유도 선수들을 제치고 항상 선두로 골인했다. 또 복싱 선수와 시합을 해도 뛰어난 스피드와 순발력. 유연하고 현란한 푸트워크로 상대의 펀치를 무력화시켜 승리를 거두곤 했다. 육상이나 권투를 했어도 세계 정상급에 올랐을 거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이용대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일까. 대표팀 김중수 감독은 이용대를 미완의 대기로 평가한다. 박주봉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 무리라는 것. 순발력과 스피드는 뛰어나지만 체력을 보완해야 하고 경기를 보는 시야도 더 넓혀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용대가 명실상부한 ‘제2의 박주봉’이 되려면 철저한 자기관리 자세를 배워야 한다.
박주봉은 선수 시절 열대지방으로 경기하러 가기 전엔 실내에서 스팀을 틀어 온도를 30도 이상으로 올려놓고 연습했다. 심폐기능 강화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뛰었고 조금만 쌀쌀해도 감기 예방을 위해 내의를 꼭 챙겨 입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대회 중엔 쇼핑 등 외출을 삼가고 숙소에 틀어박혀 휴식을 취했다. 세계 제1인자의 길은 수도승처럼 외롭고 힘든 것이다. 김형빈 기자
▲셔틀콕 스매싱 최고 330Km
양궁의 날아가는 화살이 빠를까 스매싱한 셔틀콕이 빠를까? 정답은 셔틀콕이다. 화살은 시속 235km. 그러나 셔틀콕은 최고 330km에 육박한다.
단순히 숫자로만 따진다면 배드민턴 선수들은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거나 피할 수 있는 절대 무공의 무림 고수인 셈이다. 배드민턴은 순간 최고 속도가 가장 빠른 운동. 메이저리그 강속구 투수들의 공도 170km를 넘지 못한다. 송판도 격파할 정도의 위력을 지닌 강력한 스매싱. 셔틀콕에 달린 16개의 깃털이 없었다면 배드민턴은 부상 선수가 속출하는 무시무시한 게임이 되었을 것이다.
깃털의 공기저항에 의해 스매싱의 종속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하이클리어·헤어핀 등 끊임없이 랠리가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경기가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