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올림픽 탁구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32)이 남자 탁구대표팀 코치로 선임된 2일 유남규(46) 남자대표팀 감독은 선수 시절 자신과 호흡을 맞췄던 유 코치 이야기를 꺼냈다. 유 감독은 1997년 유 코치와 남자복식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바 있었다. 유 감독은 "그때 승민이가 중3이었다. 복식을 처음 맞춰서 나간 대회가 폴란드 오픈이었는데 그때 동메달을 땄다. 그게 진짜 엊그제 같은데 벌써 17년이 흘렀다"면서 "대표팀 맏형에서 어느덧 은퇴를 하고, 코치까지 한다고 하니까 아직도 실감이 안 간다. 정말 엊그제 같은데…"라고 회상했다.
1988 서울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였던 유 감독은 유 코치와 각별한 관계다. 1990년대 중반 혜성같이 등장한 유 코치는 탁구 신동으로 불리며 유 감독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꼽혔다. 이어 14살 차 대표팀 선후배, 스승과 제자 관계를 거쳐 어느새 한국 탁구를 이끌 감독-코치로 성장했다. 탁구협회의 결정으로 남자탁구대표팀은 오는 9월 열릴 인천 아시안게임에 유남규-유승민 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코칭스태프로 꾸리게 됐다.
그만큼 유 감독은 유 코치의 성공에 대한 기대감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유 감독은 "유 코치가 최근 현역에서 은퇴한 만큼 현대 탁구계의 흐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비록 지도자 경험은 없다 해도 선수들을 아우르면서 많은 후배들이 본받을 점이 많을 것으로 본다"면서 "한국 탁구 입장에서도 유승민 같은 인물이 지도자가 되는 게 긍정적이다. 그만큼 기대도 크고 잘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지도자 선배로서 유 코치를 향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유 감독이 가장 먼저 강조한 건 "처음부터 욕심을 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유 감독은 "의욕이 넘치고 잘 해야되겠다는 기대감,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 의식을 먼저 갖고 한단계씩 밟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좀 더 선수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을 갖출 것도 조언했다. 유 감독은 "내가 처음에 지도자할 때는 내 생각대로만 하려고 했다. 그래서 '왜 이걸 못 하지? 이해가 안 가네'하는 식으로 감정 표출도 많이 했다. 그렇게 하다보니 선수들이 부담을 느꼈다"면서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마음을 읽고 하다보면 선수들도 더 신뢰하고 따를 것이다"고 말했다.
유 코치는 "현역 은퇴 후 곧바로 코치가 됐지만 아직 생생한 현장 경험이 대표팀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아는 선수들인 만큼 '형님 리더십'을 발휘해 다독여 나갈 계획이다"며 포부를 밝혔다. 지난 1일 대표팀 소집부터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유 코치가 유 감독과 함께 2달 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결과를 낼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