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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사브르 대표팀 3연패 비결...막내가 큰 형 구박할 수 있는 ‘수평화' [2024 파리]

얼굴만 바뀐다고 세대 교체가 이뤄지는 게 아니다.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이룬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비결은 후배도 당당할 수 있는 '수평적' 문화였다.한국 펜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에이스 오상욱(28·대전광역시청) 4일 프랑스 파리에 마련된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공적인 세대교체 비결' 질문에 "선후배로 생각하지 않고 동료로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오상욱은 "새로 들어온 선수들(도경동, 박상원)이 힘을 많이 써줘서 단체전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3연패 달성에 함께 할 수 있고, 한국 펜싱 최초로 올림픽 2관왕에 오를 수 있어서 영광스러운 대회였다"고 이번 대회를 돌아봤다.2012 런던 올림픽 때부터 단체전 정상에 오른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일찌감치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 오상욱으로 구성된 초대 멤버들은 런던 대회 외에도 2017 세계선수권 우승, 2018 자카르타-팔렘방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을 일궜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부터는 김정환과 김준호가 대표팀을 떠났다. 김정환은 햄스트링 부상, 김준호는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서다. 그 자리를 도경동과 박상원이 채웠다. 25살, 24살로 구본길과는 10살, 11살 차이였다. 피스트에 올라서는 혼자 싸우지만, 각자를 격려하고 위치에 맞춰 싸우려면 하나가 되어야 하는 법이다. 11살 차이 나는 사브르 대표팀은 선후배라는 벽을 지워서 하나가 됐다. 오상욱은 "내가 후배들에게 부탁할 때는 선배로서가 아니라 동료로서 하는 것"이라며 "후배들도 선배들에게 따끔하게 얘기할 때가 있다. 동료로서 하는 말이다. 그래서 남자 사브르가 정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후배들의 당돌한 말이 결국 팀에게도 보탬이 된다. 맏형 구본길은 이번 대회 단체전 8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마지막 대회를 맞아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잃는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그때 10살 어린 후배 도경동이 나왔다.구본길은 "라커로 가 경동이에게 혼 났다. '형은 자신 있게 해야한다. 자신을 믿고 뛰어봐라. 뒤에 내가 있다'라고 혼났다. 그래서 '맞아 경동아. 내가 약해져 있었어. 자신 있게 할게. 그런데 왜 화를 내니...'라고 했다"고 후일담을 유쾌하게 전했다.구본길은 이후 열린 프랑스와의 준결승전에선 맹활약을 펼쳐 결승행을 이끌었다. 동생의 '훈계'까지도 수용하는 선배들의 마음가짐이 결국 3연패의 위업으로 이어진 셈이다.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2024.08.0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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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펜저스' 결국 해냈다...한국,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역사적 3연패 [2024 파리]

'어펜저스', 한국 남자 펜싱 대표팀이 기어코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오상욱(27·대전광역시청),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0으로 꺾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이로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12년 런던, 2020년 도쿄 대회에 이어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이뤘다. '종목 로테이션'이 반영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준결승에서 홈 팀 프랑스를 상대로 압승을 거두고 올라온 한국 대표팀은 결승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갔다. 1라운드를 맡은 박상원은 애런 실라지를 상대로 4-4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다 마지막 5점 째를 거두며 오상욱에게 리드 속에 바통을 건넸다. 오상욱은 크리스티안 라브와 팽팽하게 붙었지만, 리드를 벌리며 제 몫을 다 했다. 3라운드 나선 구본길은 안드라스 사트마리와 베테랑 맞대결을 펼쳤다. 초반 리드는 내줬으나 노련한 반격을 연달아 펼치며 3연속 득점, 3라운드까지 리드를 지켜냈다. 베테랑 구본길은 5라운드에도 나와 저돌적인 런지로 실라지를 라인 밖으로 몰아내면서 25점 고지까지 도달했다.6라운드가 고비였다. 헝가리 사트마리는 에이스 오상욱을 강하게 압박했다. 결국 오상욱은 사트마리에게 25-25 동점, 그리고 이어 역전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바로 반격에 성공했다. 오상욱은 파고드는 사트라마리의 런지 공격을 피하며 그의 손목을 터치,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 다시 한 번 길게 파고들며 런지에 성공. 오상욱은 환호하고 사트마리는 실점을 확신하며 바닥을 걷어찰 정도로 확실한 득점이었다. 결국 6라운드도 한국이 웃었다. 오상욱은 또 한 번 런지에 성공하며 사트마리의 가슴팍을 찌르고 30점 째에 도착했다. 결승전의 해결사는 예상하지 못했던, '병장' 도경동이었다. 그는 팽팽했던 한 점 상황인 7라운드에서 순식간에 35-29로 흐름을 바꿔냈다. 6라운드 헝가리가 가져갔던 흐름을 모조리 지워버리는 '한 방'이었다. 이어 8라운드엔 막내 박상원이 사트마리를 연달아 공략해내며 40-33, 7점 차 리드를 만든 후 오상욱에게 마지막 바통을 건넸다.헝가리는 9라운드 맹렬하게 공격했다. 실라지가 과감한 공격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43점까지 빠르게 도달한 오상욱은 필요한 두 번의 찌르기를 마저 성공시키며 대회 3연패의 화룡점정을 찍었다.에이스 오상욱은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수상했다. 그는 파리 대회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개인전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단체전까지 우승하면서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을 이뤄냈다. 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8.01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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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홈 응원'도 안 통해, 무적의 어펜저스..."야유? 들리지도 않았죠"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하는 '어펜저스'가 '홈 팀' 이자 종주국 프랑스를 만나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결승에 도달했다. 3연패까진 이제 단 1승만을 남겼다.오상욱(27·대전광역시청),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45-39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2라운드부터 시종일관 프랑스를 상대로 몰아쳤다. 파죽지세로 치고 나간 한국과 달리 프랑스 대표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1라운드 때만 해도 앞섰으나 오상욱과 마주한 2라운드 이후 확연히 기세가 꺾였다. 3라운드 이후엔 심판진에 항의하는 장면도 잦아졌지만, 판정 번복 등 분위기가 뒤집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프랑스 대표팀은 심판진을 향해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발언을 꺼내는 등 불만을 숨기지 못했다. 그랑팔레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응원도 소용 없었다.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12년 런던, 2020년 도쿄 대회에 이어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노린다. '종목 로테이션'이 반영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이제 3연패까진 단 1승만을 남겼다. 승리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구본길은 "첫 경기는 다들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일 힘들었고, 4강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이제 결승에서 우리가 훈련해온 모든 걸 다 쏟아 부을 자신감이 있다"며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남은 결승전에서의 승리, 즉 3연패를 자신했다.거대한 그랑팔레를 가득 채운 응원도, '홈 어드밴티지'가 있지 않을까라는 불안감도 어펜저스를 흔들 수 없었다. 구본길은 "솔직히 프랑스 야유가 엄청났지만,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동료들이 내 뒤에 있다고 생각하니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고 웃었다.구본길은 올림픽 준결승전을 훈련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는 "후배들한테 경기에 나가기 전에 우스갯소리로 '오후 훈련 두 게임하고, 야간 운동 한 게임 끝나면 밥 먹자'고 말하고 나왔다"며 "지금 오후 운동을 잘 넘긴 셈이다. 이제 좀 쉬면 마지막 운동만 남게 된다. 야간 운동을 잘 해볼 생각"이라고 결승전을 빗대 말했다.한국의 가족들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단체전이 열린 이날은 구본길의 둘째 아이 출산 예정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직 소식을 듣지 못했다. 구본길은 "연락을 해봐야 되는데 아직 못 해봤다"며 "애를 낳는지, 안 낳는지 지금 모르고 있다. 아내나 장모님이 일부러 걱정할까 봐 연락을 안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 그 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나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에이스 오상욱은 두 번째 금메달이 유력해졌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개인전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을 정조준한다.에이스답게 준결승전 승리의 마지막도 장식했다. 프랑스가 8, 9라운드 한국을 맹렬하게 추격할 때 그가 경기를 마무리했다. 오상욱은 "분위기가 확실히 넘어갔다는 게 느껴졌다"며 "결승전에서는 그런 여지를 안 주고 냉정하게 경기를 뛸 수 있도록 팀원들과 얘기를 많이 해보겠다"고 다짐했다.한국은 8월 1일 새벽 3시 30분, 헝가리 대표팀과 자웅을 겨뤄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8.0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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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국도, 응원 열기도 '어펜저스'는 못 막아...남자 사브르, 프랑스 꺾고 결승, 3연패 눈앞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하는 '어펜저스'가 '홈 팀' 이자 종주국 프랑스를 만나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결승에 도달했다. 3연패까진 이제 단 1승만을 남겼다.오상욱(27·대전광역시청),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45-39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8강전 승리의 주역이었던 2000년생 막내 박상원이 1라운드에서 2-5로 프랑스 세바스티안 파트리스에 끌려갔다. 2라운드에는 오상욱이 있었다. 막심 피안페티에게 순식간에 2점을 뽑은 그는 상대 공격을 막은 후 곧바로 공격해 들어가며 6-6 동점을 되찾았다. 7-7 동점에서도 막고 쳐내며 리드. 이후 완벽한 빠른 찌르기로 마무리. 10-7을 만들고 2라운드를 마무리했다.구본길이 바통을 받았다. 그는 볼라드 아피티를 상대로 완벽한 방어를 선보이며 차근차근 점수를 벌면서 더블 스코어 이상인 15-7로 3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박상원도 1라운드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비디오 판독 결과 선취점을 얻은 그는 연달아 득점을 기록, 20-9로 4라운드를 마무리했다. 파죽지세로 치고 나간 한국과 달리 프랑스 대표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1라운드 때만 해도 앞섰으나 오상욱과 마주한 2라운드 이후 확연히 기세가 꺾였다. 3라운드 이후엔 심판진에 항의하는 장면도 잦아졌지만, 판정 번복 등 분위기가 뒤집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프랑스 대표팀은 심판진을 향해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발언을 꺼내는 등 불만을 숨기지 못했다.프랑스의 항의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한국은 이후에도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지배했다. 구본길은 파트리스의 항의와 응원 열기에도 신경쓰지 않고 25점에 선착했고, 6라운드 오상욱도 아피티와 만나 착실히 점수를 쌓았다. 6라운드 스코어 5-1.프랑스는 7라운드 초반 피안페티가 리드를 점하며 추격했지만, 구본길은 흔들리지 않고 점수를 쌓으며 15점 차를 지켰다.8라운드 프랑스가 마지막 맹추격을 시도했다. 아피티가 노련하게 박상원을 몰아치며 9점 차까지 쫓았지만, 박상원이 끈질기게 버티며 10점 차를 지키고 40점에 도달했다.마침내 피날레. 오상욱은 파트리스에게 선취 3점을 허용하는 등 맹추격당했다. 41-36, 두 팀의 격차는 5점 차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한 점, 한 점을 나아간 끝에 45-39, 최종 승리를 수확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12년 런던, 2020년 도쿄 대회에 이어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노린다. '종목 로테이션'이 반영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이제 3연패까진 단 1승만을 남겼다.에이스 오상욱은 두 번째 금메달이 유력해졌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개인전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을 정조준한다.이란-헝가리 경기의 승자와 맞붙는 결승전은 8월 1일 새벽 3시 30분 열린다.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7.3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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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프랑스 만나는 '어펜저스' "관중 함성 대비했죠...판정 정확하던데요"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하는 '어펜저스'가 8강전을 가뿐히 승리한 후 '홈 팀'이자 '종주국'인 프랑스와 만난다.오상욱(27대전광역시청),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8강에서 캐나다를 45-33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한국은 맏형 구본길이 나선 2라운드까지 8-10으로 밀렸으나 2000년생 막내 박상원이 출격한 3라운드에서 15-11로 전세를 뒤집으며 주도권을 잡았다.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오상욱이 에이스답게 5라운드 상대 프랑수아 포숑으로부터 1점만 내주는 압도적 경기력으로 점수를 25-19까지 벌렸다. 박상원이 샤울 고든과 만난 6라운드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가며 30-21로 도망갔고, 주춤했던 구본길도 7라운드에서 살아나며 코숑을 상대로 35-22를 만들어 승기를 잡았다. 이후 점수 차를 유지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12년 런던, 2020년 도쿄 대회에 이어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노린다. '종목 로테이션'이 반영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다음 상대는 이번 대회 홈 팀이자 펜싱의 종주국인 프랑스다. 앞서 프랑스와 만났던 여자 에페 단체전 대표팀은 강렬한 홈 응원 열기에 눌리기라도 한듯 8강에서 충격패를 당했다. 8강전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난 구본길은 "사실 개인전이 끝난 후 부담을 많이 느꼈다. 그런데 후배들이 단체전에서 너무 잘 뛰어줬다. 오늘 첫 게임, 두 번째 게임에서 뛸 때 난 부담을 좀 느꼈다. 그런데 후배들이 너무 잘 해주니 마지막 게임에서 다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다. 조금씩 맞춰간다고 생각이 든다. 첫 게임을 고비라고 생각했는데 잘 넘겼으니 이후 경기들도 잘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준결승 상대가 결정되기 전 구본길에게 선호하는 상대를 묻자 그는 "둘 다 비슷한 실력의 팀이다. 물론 프랑스가 올라오면 홈 관중이 있으니 걱정스러운 부분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진천 선수촌에서 대비 훈련을 많이 했다. 누구든 상관없다"고 자신했다. 종주국답게 이번 대회 펜싱 경기장 관중의 열기는 그 어떤 종목보다도 뜨겁다. 돔 형태인 그랑 팔레는 언제나 함성 소리로 가득 차 있다. 구본길은 "확실히 프랑스에서 인기 종목이라는 게 느껴진다. 열기도, 응원도 남다르다. 경기장 규모도 그렇다"고 전했다.혹여나 판정에서 '홈 어드밴티지'가 나올 거라는 걱정도 하지 않았다. 구본길은 "(최고 무대인) 올림픽이라서 심판들도 정확하게 잡아준다. 관중 호응에 잘 흔들리지 않더라. 우리가 훈련한 것만 잘 보여준다면 좋은 성적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3연패를 노리는 남자 사브르 대표팀과 종주국 프랑스의 맞대결은 잠시 후 한국시간 10시 50분부터 시작된다.파리(프랑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7.3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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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상욱...남자 사브르 대표팀, 캐나다 꺾고 단체전 4강 진출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하는 '어펜저스'가 첫 경기를 완승으로 장식했다.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8강에서 캐나다를 45-33으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한국은 맏형 구본길이 나선 2라운드까지 8-10으로 밀렸으나 2000년생 막내 박상원이 출격한 3라운드에서 15-11로 전세를 뒤집으며 주도권을 잡았다.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오상욱이 에이스답게 5라운드 상대 프랑수아 포숑으로부터 1점만 내주는 압도적 경기력으로 점수를 25-19까지 벌렸다. 박상원이 샤울 고든과 만난 6라운드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가며 30-21로 도망갔고, 주춤했던 구본길도 7라운드에서 살아나며 코숑을 상대로 35-22를 만들어 승기를 잡았다. 이후 점수 차를 유지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12년 런던, 2020년 도쿄 대회에 이어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노린다. '종목 로테이션'이 반영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오상욱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개인전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을 정조준한다.이집트-프랑스 경기의 승자와 맞붙는 준결승전은 이날 오후 10시 50분 열린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4.07.3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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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펜싱에도 '어펜저스' 있다, 22~48세 신구조화 "함께 만들어낸" 동메달

휠체어펜싱의 ‘어펜져스’ 남자 대표팀이 값진 동메달을 품에 안았다.한국 남자 휠체어펜싱 대표팀은 24일 중국 항저우 전자과학기술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사브르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인도를 45-29로 제압했다. 끈질긴 추격전을 펼친 태국과의 준결승에서 막판 집중력이 밀려 고배를 마신 아쉬움을 동메달로 씻어냈다. 맏형 김건완(48·충남장애인펜싱협회), 류은환(32·롯데지주), 이진솔(30·코오롱FNC), 최건우(22·광주장애인펜싱협회) 등 1975년생부터 2001년생까지 신구 조화 이뤄 한국 펜싱에 이번 대회 첫 메달을 안겼다.이진솔은 경기를 마치고 “준결승에선 긴장했는데 경기를 뛰다 보니 몸이 풀려 부드럽게 공격할 수 있었다. 코치진의 지시에 따라 자신 있게 팔을 뻗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눈앞 상대를 파악하고 분석해서 빈틈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팀원들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라 더 기쁘다”고 강조했다. 김건완이 경기 시작과 함께 연속 3득점을 올렸고, 이진솔도 2라운드에서 한 박자 빠른 공격으로 상대에게 단 1점도 내주지 않으면서 초반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이후 경기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류은환과 김건완이 속도로 상대를 제압하며 15점 차까지 달아났다.위기도 있었다. 경기 중반에서 연속 8실점으로 4점 차까지 쫓겼는데 6라운드에 나선 이진솔이 압도적인 기량으로 순식간에 5점을 뽑았다. 상승세를 탄 한국은 다시 점수를 두 자릿수로 벌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태국과의 준결승은 한 뼘이 모자랐다. 13점 차로 뒤진 5라운드, 이진솔이 한 박자 빠른 찌르기로 연속 득점해 점수 차로 좁혔고 심판의 경기 재개 신호와 함께 공격을 펼쳐 상대를 당황 시킨 최건우가 상대 페널티까지 묶어 27-30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7라운드부터 다시 밀려 흐름을 내줬고 10점 차 이상으로 벌어지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박규화 휠체어펜싱 대표팀 감독은 “태국에게 4강전을 지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돼 아쉽기도 하지만 선수들이 흘린 땀을 동메달로 보상받아 기분 좋다”며 “초반 분위기를 가져와서 이길 수 있었다. 남은 경기도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항저우공동취재단 2023.10.2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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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속 金' 마흔의 어펜져스 맏형 "동생들이 잘해서 제가 출전할 틈이 없네요" [항저우 2022]

동생들이 피스트에서 상대 선수와 펜싱 검을 겨눌 때, 김정환(40·국민체육진흥공단)은 열심히 화이팅을 불어넣고 독려했다. 마흔의 검객인 그는 금메달을 딴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이번 대회는 사실상 플레잉 코치 역할을 했다"라고 웃었다.김정환과 구본길(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오상욱(대전광역시청), 김준호(화성시청)로 구성된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항저우 AG 남자 사브르 결승에서 홈 팀 중국을 45-33으로 격파했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AG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다. 실력과 외모, 인기를 모두 갖춘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어펜져스(어벤저스+펜싱)'로 통한다. 이들 넷은 2017년 세계펜싱선수권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춘 뒤 각종 세계 무대를 휩쓸어왔다.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4연패(2017년, 2018년, 2019년, 2022년)를 달성했고, 도쿄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세계 최강 사브르 대표팀의 주장은 김정환이다. 그는 이날 준결승전 카자흐스트전에 잠시 나왔을 뿐, 8강 일본전과 결승 중국전은 나서지 않았다. 그는 "대표팀의 전략"이라면서 "동생들이 정말 멋진 무대를 보여줬다. 후배들과 오랫동안 손발을 맞췄는데, 동생들이 워낙 잘해서 내가 나설 틈이 없었다. 나 대신 (김)준호가 출전해 오히려 점수 차가 더 버렬 크게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김정환은 이번 대회 부상을 극복하고 출전했다. 지난 5월 초, 후배와 훈련 도중 '악~' 하고 소리를 내지를 만큼 허벅지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이틀 뒤 2023 마드리드 월드컵 대회 출전차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 허벅지가 퉁퉁 부어올랐다. 이내 허벅지 뒤쪽이 새까맣게 멍들었다.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섰지만, 한국에 돌아와 병원을 찾은 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의사는 "햄스트링이 심하게 찢어졌다. 향후 6개월간 운동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허벅지엔 피가 가득 고여있었다. '이제 가족에게 돌아갈 시간이 왔구나. 정말 선수 생활이 끝났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항저우 AG은 물론 선수 생활의 종착지로 정한 파리 올림픽 출전도 사실상 물 건너간 걸로 보였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뛴 그였지만 이번엔 정말 심각했다. 김정환은 "운동하는 동안 낭떠러지 근처까지 간 적이 많았다. 그때마다 불씨가 가까스로 타오르곤 했는데 이번 상황이 가장 안 좋았다"고 했을 정도였다. 앞서 몇 번이나 은퇴를 고민했던 그는 내년 파리 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가기로 결심한 터였다. 전 세계를 통틀어 40대 검객은 거의 없다. 그만큼 힘든 도전이다. 그동안 늘 곁에서 선수 생활을 응원해 온 아내와 어머니도 이번만큼은 "이제 그만 검을 내려놓자"고 만류했다. 그러나 김정환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한계에 도전하고, 모든 이에게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를 악물었다. '의지'는 '기적'을 만들었다. 몸 상태가 점차 회복된 것이다. 김정환은 "햄스트링과 팔꿈치가 말썽이었는데 많이 좋아졌다"며 "회복이 기대 이상으로 빨랐다. (AG과 올림픽 등) 중요한 대회가 남았다고 생각하니 엔도르핀이 솟아났는지 진통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김정환은 대회 직전 본지와 인터뷰에서 "선수 생활 28년 동안 이렇게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적은 없다. 대회 출전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거의 완치돼 감사하다. 노장이지만 팀(단체전)에 소금 같은 역할을 하겠다. 보너스 경기로 여기겠다"며 웃었다. 김정환은 경기에 많이 나서진 못했지만 뒤에서 후배들을 응원했다. 동생들도 맏형이 있어 든든했다.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의 리더 김정환은 "사실 올림픽 금메달을 딴 가운데 아시안게임은 우승해도 본전이다. 그래서 혹시 우승을 놓치면 '열심히 운동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들을까 봐 다들 스트레스가 컸다"면서 "후배들이 정말 마음고생이 많았을 텐데 수고했다. 앞으로 주장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항저우(중국)=이형석 기자 2023.09.2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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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간 운동 금지"···그래도 AG 피스트에 오르는 마흔의 검객[IS 항저우]

지난 5월 초, 후배와 훈련 도중 '악~' 하고 소리를 내지를 만큼 허벅지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이틀 뒤 2023 마드리드 월드컵 대회 출전차 비행기에 몸을 실었는데 허벅지가 퉁퉁 부어올랐다. 이내 허벅지 뒤쪽이 새까맣게 멍들었다.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섰지만, 한국에 돌아와 병원을 찾은 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의사는 "햄스트링이 심하게 찢어졌다. 향후 6개월간 운동을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허벅지엔 피가 가득 고여있었다. '이제 가족에게 돌아갈 시간이 왔구나. 정말 선수 생활이 끝났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은 물론 선수 생활의 종착지로 정한 파리 올림픽 출전도 사실상 물 건너간 걸로 보였다. 그로부터 100여 일이 지났을 뿐이다. 김정환(40·국민체육진흥공단)은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중국 항저우로 22일 출국한다. 그는 여전히 펜싱 검을 들고 남자 사브르 대표팀 맏형으로 피스트에 오른다. 김정환과 구본길(34) 오상욱(27) 김준호(29)로 구성된 사브르 대표팀은 실력과 외모, 인기를 모두 갖춘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로 불린다.중학교 2학년 때 비교적 늦은 시기에 펜싱에 입문한 김정환은 그동안 수많은 국제대회에서 한국 펜싱의 위상을 떨쳤다. 2012 런던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한국 남자 사브르 최초로 개인전 메달(3위)을 목에 걸었다. AG에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땄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뛴 그였지만 이번엔 정말 심각했다. 김정환은 "운동하는 동안 낭떠러지 근처까지 간 적이 많았다. 그때마다 불씨가 가까스로 타오르곤 했는데 이번 상황이 가장 안 좋았다"고 했을 정도였다. 앞서 몇 번이나 은퇴를 고민했던 그는 내년 파리 올림픽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 나가기로 결심한 터였다. 전 세계를 통틀어 40대 검객은 거의 없다. 그만큼 힘든 도전이다. 그동안 늘 곁에서 선수 생활을 응원해 온 아내와 어머니도 이번만큼은 "이제 그만 검을 내려놓자"고 만류했다. 그러나 김정환은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한계에 도전하고, 모든 이에게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이를 악물었다.김정환의 '의지'는 '기적'을 만들고 있다. 몸 상태가 점차 회복된 것이다. 부상으로 내년 도쿄올림픽 출전 자격이 걸린 1~2차 대표 선발전에 불참했던 그는 8월 3차 선발전에서 우승했다. 이어 9월 4차 선발전에서도 선전하며 대표팀 명단 최종 8인에 포함됐다. 향후 국제대회 포인트에 따라 내년 파리 올림픽 출전권도 얻을 수 있다.김정환은 "햄스트링과 팔꿈치가 말썽이었는데 많이 좋아졌다"며 "회복이 기대 이상으로 빨랐다. (AG과 올림픽 등) 중요한 대회가 남았다고 생각하니 엔도르핀이 솟아났는지 진통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정환의 키가 1m78㎝로 큰 편은 아니다. 대신 팔이 유독 길다.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낸 뒤 공격하는 '막고 찌르기'에 강하다. 햄스트링 부상에 나이에 따른 움직임 둔화까지 느끼고 있지만, 정신력과 성실함으로 이를 극복했다. 1983년생 '마흔 살 불꽃펜서'에게 가장 큰 힘은 '가족'과 '어펜저스'다. 2020년 변정은씨와 결혼한 그는 지난해 아들을 얻었다. 김정환은 "운동 후 아내와 아들의 사진을 보면 큰 힘을 얻는다. 혼자였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 후배들은 승부욕이 강한 날 자극하며 이끌어줬다"고 고마워했다. 마지막 AG에 임하는 그의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이다. 그는 "올림픽에서 단체전 2회 연속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AG은 당연히 금메달로 여기는 분이 많아서 부담이 크다. 금메달을 따야 본전이다. 올림픽만큼 부담이 크다"면서도 "아시안게임에서도 '어펜저스를 이뤄 꼭 금메달을 따자'고 후배들과 다짐했다. 중국의 홈 텃세가 있겠지만, 우리가 초반에 점수 차를 벌려서 실력으로 극복하겠다"고 말했다.그는 자신의 몸 상태를 이렇게 비유했다. "예전에는 흔들리는 치아가 있었다면, 지금은 치아가 뽑히기 직전이다. 생호두를 씹는다면 고통스러울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되돌릴 수 없다. 정 안 되면 잇몸으로 생호두를 깨문다는 각오로 뛸 것"이라고 했다. 김정환은 "선수 생활 28년 동안 이렇게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적은 없다. 대회 출전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거의 완치돼 감사하다. 노장이지만 팀(단체전)에 소금 같은 역할을 하겠다. 보너스 경기로 여기겠다"며 웃었다. 이형석 기자 2023.09.2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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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어펜저스' 김정환-오상욱, 13년 차이 '세대차 선후배'의 금빛 토크

도쿄올림픽은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세계적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한 무대였다. 명승부 끝에 금메달을 딴 김정환(37), 구본길(32), 김준호(27), 오상욱(25)은 귀국과 동시에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과 광고의 러브콜을 받았고, 그 사이 두 차례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국내 대회에 나가 1~3위를 휩쓸었다. 실력과 외모, 인기를 모두 갖춘 '어펜저스(어벤저스+펜싱)'다. 이들 중 맏형 김정환과 막내 오상욱이 일간스포츠 창간 52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뭉쳤다. 둘의 나이는 13세 차. 김정환은 "여전히 종이로 된 신문을 펼쳐 기사를 보는 게 편한" 오프라인 세대다. "실제로 집에서 오랫동안 일간스포츠를 구독했다"는 애독자 출신이다. 오상욱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로 기사를 보기 시작한" 온라인 세대다. 신문에 찍힌 활자보다 디지털 콘텐트에 익숙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나이의 간극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놀리며 장난을 치고 웃음을 터트렸다.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 못지않은 '티키타카'였다. 그러다 펜싱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을 때는 나란히 눈빛부터 진지해졌다. 1시간 30분에 걸친 인터뷰와 사진 촬영 내내, 매 순간 진심을 다한 맏형과 막내. 그들의 창간 기념 토크를 생생하게 옮겼다. 대화는 비인기 종목의 벽을 넘어 전국적 인기인이 된 이들의 유명세 얘기로 시작됐다. -유명인이 된 기분은 어떤가요. 김정환(이하 김)=처음엔 실감을 못 하다가, 공공장소에서 많은 분이 알아보시는 걸 보고 '우리가 좀 유명해졌구나' 실감하고 있어요. 최근에 백화점에 갔는데 모자랑 마스크를 썼는데도 많은 분이 알아보시더라고요. 오상욱(이하 오)=저도 백화점에 갈 때나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할 때, 많이 알아보고 인사하셔서 신기해요. 기분이 좋으면서 한편으로는 '앞으로 진짜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두 분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글과 사진이 기사화되잖아요. 아내와 여자친구도 함께 화제에 오르고요. 김=정말 깜짝 놀랐어요. 제가 올린 인스타 게시물이 금세 기사로 나오다니! 올림픽 전엔 기사는커녕 SNS 팔로워가 100명도 안 됐거든요. 지금은 3만3000명이 넘었어요. 엄청난 성장률이죠. 오=저도 기사에서 제 이름 앞에 여자친구(펜싱 플뢰레 선수 홍효진) 이름이 뜨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김정환이 ‘진짜야?’라고 묻자) 진짜예요. 제 기사를 클릭했는데 바로 여자친구 이름이 보이더라고요. 김=그래서 제가 늘 '여자친구한테 잘해주라'고 해요.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상욱이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인식할 거잖아요. 그 전의 '원래 오상욱'을 좋아하는 사람과는 다를 수밖에 없거든요. 농담 삼아 '이렇게 됐으니 앞으로 순수한 유기농 사랑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효진이에게 잘해'라고 했어요. 지금 여자친구가 참 착하고, 상욱이에게 잘 맞춰주거든요. 오=여자들이 별로 안 좋아할 만한 걸 같이 하자고 해도 잘 해주죠. 김=저희가 다같이 낚시를 간 적이 있어요. 낚시가 처음인 여자분들은 지루할 수 있는데, 10시간 가까이 상욱이 취미를 함께해주는 걸 보고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오=지금은 오히려 먼저 '가고 싶다'고도 해요. 다만 제가 여자친구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얼마 전 여자친구 휴대전화를 같이 보고 있었는데, SNS로 쉴 새 없이 욕설이 오더라고요. -유명세의 그림자네요. 오=그런 것 같아요. 사진도, 글도 없는 유령 아이디들이 계속 욕을 보내요. 그래서 지금 여자친구가 SNS 댓글을 막았어요. 김=저에게도 그런 게 와요. 제가 JTBC '아는 형님'에서 김희철 씨와 '전주 1초 듣고 노래 제목 맞히기' 대결을 해서 이겼는데, 어떤 사람이 '너무 좋아하지 말아라. 김희철이 당신을 띄워주려고 져준 것이니 고마워해라'라고 보냈더라고요. 저 희철이랑 친한데, 정말 진 게 맞거든요.(웃음) 어이가 없어서 그냥 답장을 안 했어요.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오상욱 선수가 펜싱 칼로 침대 밑에 떨어진 물건을 꺼내는 걸 봤어요. 그 외에 펜싱 칼로 해본 신박한 일은 뭐가 있나요. 김=저는 방에서 불을 끌 때 써요. (일동 폭소) 칼 끝으로 스위치를 터치하는데, 너무 세게 때리면 버튼이 부서지거든요. 우리는 포인트랑 파워 조절이 자유자재니까 멀리서 칼을 뻗어서 탁 켜고, 탁 끄고 하죠. 오=못 믿으시는 것 같은데 진짜예요. 체육관에 펜싱 칼 들고 나갈 때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칼끝으로 눌러요. 김=칼끝으로 '닫힘', '지하 1층' 버튼 눌러서 내려가는 거죠. 엘리베이터 문이 막 닫힐 것 같아서 급할 때는 런지(다리를 앞으로 최대한 뻗는 동작)로 막지만, 평소에는 발레스트라(앞쪽으로 짧게 점프하는 풋워크) 정도로 들어가면 충분합니다. -일상생활에 펜싱이 녹아 있네요. 김=제가 일상생활과 펜싱을 접목해 후배들에게 조언하기 시작한 개척자예요.(웃음) 예를 들어 운전하다 교차로에 진입했을 때, 노란불이 켜지면 그냥 빨리 지나가는 게 안전하잖아요. 그런데 상욱이는 브레이크를 밟아요. 그럴 때 '이건 펜싱이랑 똑같다. 점수를 내서 치고 올라가야 할 때 막히는 거라고 보면 된다'고 얘기하죠.(웃음) 상욱이가 실력은 정말 출중한데, 아직 게임운영이나 전술이 조금 부족해요. 상대가 치고 나갈 때 땀을 닦는 척하면서 맥을 끊거나 하는 요령이 필요하거든요. 선수촌 룸메이트로 생활하면서 이런 부분을 계속 얘기하고 있어요. -서로 첫인상은 어땠나요. 김=상욱이가 고3 때였는데, 경기장에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더라고요. '오상욱이라고 봤어? 원우영 선수랑 오은석 선수를 이겼대' 하면서요. 사실 괴물 루키가 태어날 때의 분위기는 매번 비슷해요. 구본길 때도 그랬거든요. 그래서 어떤 선수인지 보고 싶었어요. 다른 선수들은 상욱이를 모르고 방심하다 졌다면, 저는 얘기도 들은 것도 있고 어린 선수들의 게임 방식도 잘 아니까 처음엔 크게 이겼죠. 그러다 상욱이가 국가대표로 뽑혀서 저랑 방을 같이 쓰게 된 거예요. 옆에서 지켜보니 펜싱에 욕심이 많고, 틈날 때마다 펜싱 영상을 보더라고요. 제 영상도 많이 보고.(웃음) 오=전 처음엔 형이 정말 차가워 보였어요. 그때 형 성격이 그랬던 건 아닌데, 저희 같은 후배들이 멀리서 봤을 때는 그랬어요. 형이 경기장에서는 워낙 자기 할 일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말을 잘 안 하니까 겉모습만 보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김=후배들은 저를 어려워했던 게 사실이죠. 상욱이는 나중에 룸메이트가 돼서 저의 본모습을 많이 봤고요. -오상욱에게는 김정환 선배와의 친분이 자랑거리였겠네요. 오=저도 처음엔 정환이 형과 방을 같이 쓰게 돼서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었어요.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요. 그런데 얘기를 하면 할수록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편하고 좋더라고요. 그때 경기장에 나가면 정환이형 덕에 제 어깨가 하늘로 치솟았어요. 다른 친구들이 형한테 인사했을 때 '그래, 잘 있었어?'라고 아는 척만 해줘도 다들 기뻐하던 시절이거든요. 그런데 형이 저한테 친근하게 대해주니까 주변 동기들이 부러워하더라고요. 제가 기가 많이 살았죠. 김=제 입장에선 상욱이가 틈날 때마다 질문을 많이 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어요. '이 타이밍에 이런 생각을 할 땐 무슨 생각이셨어요?' 같은 질문을 하더라고요. 펜싱에 열정 있는 모습을 보고 '이 친구는 내가 도움을 주면 그걸 극대화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제 경험의 농축액을 떠먹여 줬죠. -후배의 시행착오를 줄여준 거군요. 김=헛된 시간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사브르가 이렇게 강해지기 전부터 여러 길을 가봐서 '어떤 길이 옳다'는 답안지를 갖고 있잖아요. 수많은 경험 중 내가 해보면서 후회됐던 건 거르고, 좋은 것만 알려주려고 했어요. 펜싱뿐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요. 오=저한테 진짜 도움이 많이 됐죠. 예전부터 제가 늘 '김정환 선수처럼 되고 싶다'고 말한 이유가 있어요. 김=사실 처음에는 성장 속도가 생각보다 더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팍' 하고 터지면서 진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더라고요. 그때 저도 조금 보람을 느꼈고, 대견하기도 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상욱이의 지금 나이와 시절이 부럽기도 하고요. 언젠가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어야 하는 때가 올 텐데, 그때 잘 내려오는 방법도 나중에 알려주고 싶네요. -두 선수 스타일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김=공룡으로 치면 저는 육식 공룡 티라노 사우르스, 상욱이는 초식 공룡이에요. 종 자체가 달라요. 물론 초식 동물만의 장점도 있죠. 하지만 '초식 동물이 고기도 먹으면 좋은 점이 더 많을 텐데'라는 생각으로 얘기하는 거예요. '근성'이라는 건 쉽게 화를 내고 성질을 부리는 게 아니라 승부나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주는 거거든요. 저도 '김정환' 하면 늘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훈련 때부터 늘 신경을 최고조로 곤두세워요. 훈련을 경기같이, 경기를 훈련같이 하는 거죠. 물론 저도 이런 제 근성이 가끔은 싫어요. 늘 몸이 뜨거워서 오래 못 살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상욱이는 정말 오래 살 거예요. 혈압을 높일 일이 없거든요. 오=형, 제가 나중에 잘 보살펴 드릴게요.(웃음) 김=간병하러 올래?(폭소) -오상욱 선수도 이런 근성의 영향을 받았겠어요. 오=2016년에 세네갈로 국제대회를 갔는데, 단체전에서 저 때문에 졌어요. 그 당시 제가 따라 들어가는 동작을 잘 못해서 그런 일이 빈번히 일어났거든요. 그때 형이 외국 선수들도 다 있는 데서 '너 지금 (잘 안되는) 그 동작 100번 해' 하더라고요. 경기에 져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저에게 자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김=경기장에서 피스트에 서 있던 상욱이한테 '너 이리 내려와 봐' 했죠.(웃음) 오=다른 선수들은 별로 신경 안 썼겠지만, 저는 솔직히 남들이 다 보는 데서 그 동작을 반복하면서 조금 창피했어요. 그런데 그 후에 조금씩 잘 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됐다' 싶은 느낌이 오더라고요. 김=결국 그게 오상욱을 세계랭킹 1위로 만든 주 무기가 됐어요. 저도 과거에 가장 못 했던 동작이 지금 저의 주된 기술이거든요. 운동 선수가 자신 없는 기술을 회피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어요. '내 팔다리도 멀쩡한데 남들 다 하는 게 안 될 리 없다. 될 때까지 해보자' 하면서 하다 보면 단점도 장점이 될 수 있고요. 그래서 저도 상욱이한테 '남들이 보든 말든 100개 해' 한 건데, 어느 순간 그 동작을 저보다 잘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어펜저스' 인기 덕에 펜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겠어요. 김=주변의 펜싱 선후배들이 직접 운영하는 펜싱 클럽이나 동호회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연락을 많이 주세요. '너희들이 큰일 하고 있다'면서요. 저희한테 맛있는 밥이라도 사야 할 것 같은데, 오히려 '와서 사인회 좀 하라'면서 더 활용하려는 분위기입니다.(웃음) -최근 열린 두 차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어펜저스' 멤버가 1~3위를 휩쓸었죠. 김=동생들에게 '우리가 펜싱으로 계속 결과물을 내야 한다'고 얘기했어요. 세계 1등을 하고 와서 박수를 받았는데, 국내 경기에서 1등을 못하면 반대로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고요. 국내 대회 잘 치러서 '도쿄올림픽 매듭을 잘 짓자'고 했는데, 완벽한 매듭을 지었네요. 앞으로는 국제대회에서도 우리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가야죠. 그래야 저희가 지금 받는 사랑도 떳떳하게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꼭 한 번 말하고 싶었던 얘기가 있을까요. 김=저희가 요즘 방송에서 실제 모습의 95% 정도를 보여드리고 있는데,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고 싶어요. 그게 곧 펜싱 대중화의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세 번의 올림픽을 겪어본 선수로서, 지금의 관심과 사랑이 '역대급'이라고 느껴요. 앞으로는 펜싱이 '반짝 올림픽 특수'에 그치지 않고, 올림픽 준비기간에도 꾸준히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종목으로 자리잡았으면 좋겠어요. 저희들도 박찬호(야구), 박세리(골프), 김연아(피겨스케이팅) 선수들처럼 꾸준한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됐으면 하고요. 물론 펜싱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1순위겠죠. 펜싱도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권리가 있는 종목이라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오=도쿄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할 때, 럭비 대표팀 선수들이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공항에서 저희는 거의 두 시간 동안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고, 여기저기서 축하와 박수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럭비 선수들은 저희 때문에 짐을 다 찾고도 안에서 10분간 대기하고, 나와서도 사진 두 장만 찍고 집에 가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그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 수가 저희보다 훨씬 더 많을 수도 있거든요. 몸싸움을 해야 하는 종목들은 특히 땀을 진짜 많이 쏟잖아요. 저희가 잘해서 이렇게 관심받고 인기도 얻는 건 당연히 정말 감사하죠. 그와 동시에 금메달은 못 땄어도 정말 값진 땀을 흘린 다른 종목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김=맞아요. 저희 역시 과거에는 럭비 대표팀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예전의 서러움을 다 겪어본 세대로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어요. 지금 상황이 어려운 여러 종목들도 대중의 관심이 있다면 성장 기간이 단축될 수 있어요. 그늘에 가려진 비인기 종목에도 많은 격려를 보내주셨으면 해요. 배영은 기자 2021.09.23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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