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단체전 3연패에 도전하는 '어펜저스'가 '홈 팀' 이자 종주국 프랑스를 만나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결승에 도달했다. 3연패까진 이제 단 1승만을 남겼다.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준결승에서 프랑스를 45-39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2라운드부터 시종일관 프랑스를 상대로 몰아쳤다. 파죽지세로 치고 나간 한국과 달리 프랑스 대표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1라운드 때만 해도 앞섰으나 오상욱과 마주한 2라운드 이후 확연히 기세가 꺾였다. 3라운드 이후엔 심판진에 항의하는 장면도 잦아졌지만, 판정 번복 등 분위기가 뒤집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프랑스 대표팀은 심판진을 향해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발언을 꺼내는 등 불만을 숨기지 못했다. 그랑팔레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큰 응원도 소용 없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12년 런던, 2020년 도쿄 대회에 이어 올림픽 단체전 3연패를 노린다. '종목 로테이션'이 반영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이제 3연패까진 단 1승만을 남겼다.
승리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구본길은 "첫 경기는 다들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일 힘들었고, 4강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이제 결승에서 우리가 훈련해온 모든 걸 다 쏟아 부을 자신감이 있다"며 "그래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남은 결승전에서의 승리, 즉 3연패를 자신했다.
거대한 그랑팔레를 가득 채운 응원도, '홈 어드밴티지'가 있지 않을까라는 불안감도 어펜저스를 흔들 수 없었다. 구본길은 "솔직히 프랑스 야유가 엄청났지만,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동료들이 내 뒤에 있다고 생각하니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고 웃었다.
구본길은 올림픽 준결승전을 훈련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그는 "후배들한테 경기에 나가기 전에 우스갯소리로 '오후 훈련 두 게임하고, 야간 운동 한 게임 끝나면 밥 먹자'고 말하고 나왔다"며 "지금 오후 운동을 잘 넘긴 셈이다. 이제 좀 쉬면 마지막 운동만 남게 된다. 야간 운동을 잘 해볼 생각"이라고 결승전을 빗대 말했다.
한국의 가족들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단체전이 열린 이날은 구본길의 둘째 아이 출산 예정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직 소식을 듣지 못했다. 구본길은 "연락을 해봐야 되는데 아직 못 해봤다"며 "애를 낳는지, 안 낳는지 지금 모르고 있다. 아내나 장모님이 일부러 걱정할까 봐 연락을 안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 그 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나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에이스 오상욱은 두 번째 금메달이 유력해졌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개인전 결승에 진출해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을 정조준한다.
에이스답게 준결승전 승리의 마지막도 장식했다. 프랑스가 8, 9라운드 한국을 맹렬하게 추격할 때 그가 경기를 마무리했다. 오상욱은 "분위기가 확실히 넘어갔다는 게 느껴졌다"며 "결승전에서는 그런 여지를 안 주고 냉정하게 경기를 뛸 수 있도록 팀원들과 얘기를 많이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8월 1일 새벽 3시 30분, 헝가리 대표팀과 자웅을 겨뤄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