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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김기덕,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가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비공식부문 상인 '젊은 비평가상' '골든마우스상' '나자레노타데이상'까지 합쳐 총 4개의 상을 휩쓸었다. 한국영화가 베니스를 비롯해 칸과 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4년 박찬욱 감독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올드보이'로 2등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지만 '1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2004년 '빈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같은해 '사마리아'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을 받았던 김기덕 감독도 이번 수상을 통해 데뷔후 처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피에타' 어떻게 황금사자상 거머쥐었나?'피에타'의 수상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 건 3일 베니스 현지에서 열린 언론시사회 직후부터다. 공식상영에 앞서 현지 취재진들을 위해 마련되는 상영회. 냉철한 시선으로 영화를 보는 평론가 및 기자들이 참여하는 자리인만큼 상영후 박수를 보내는 등의 '인사치레'도 생략되는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피에타'의 경우에는 영화가 끝난후 10여분간 기립박수가 나와 관계자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언론시사회의 뜨거운 반응은 호평으로 이어졌다. '포지티프 프랑스컬처' '라 누오바 베네치아' 등은 별점 5개 중 5개 만점을 주면서 '가장 유력한 황금사자상 후보'라고 극찬했다. 현지 유력 매체들로부터 높은 평점을 받은 작품이 실제로 수상작이 되는 예가 많았던만큼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4일 열린 공식상영에서도 '피에타'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알 수 있었다. 레드카펫 행사때 영화팬들이 '김기덕'을 외치며 사인공세를 펼치는가하면 현지 언론이 조민수와 이정진에게도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상영이 끝난 뒤에는 찬사가 쏟아졌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측 관계자도 "극도의 긴장감과 놀라움의 탄식을 자아내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수상이 확실시된 것은 영화제측으로부터 폐막식 참석 요청을 받으면서부터다. 주최측이 폐막식 참석을 유도할 때는 어떤 부문이든 수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 공식일정을 마친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는 리도섬 인근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영화제측의 연락을 받고 참석을 확정했다. 파리로 넘어가 시간을 보내던 이정진은 항공편을 찾지 못해 '수상기원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아쉬움을 털어내야했다. 현재 '피에타'는 해외 20여개국과 수출계약을 마친 상태다. 이번 수상으로 인해 해외판매 문의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게 제작사 측의 전언. 국내 개봉성적도 좋은 편이다. 6일 개봉후 이틀만에 누적관객수 1만명을 넘어섰다. ▶김기덕, 은둔생활 접고 4년만의 신작으로 건재 과시 이번 수상은 김기덕 감독이 건재함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편견에 맞서싸우고 투자난항 등으로 힘들어하며 움츠린채 지낸 기간이 4년. 이번 수상으로 인고의 시간에 대한 보상을 받은 셈이다. 앞서 김기덕 감독은 '비몽'(08)이후 4년동안 극영화 연출에 손을 대지 못했다. 세계 3대 영화제를 섭렵하면서 '거장'으로 인정받고 있었는데도 흥행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투자자를 찾기가 힘들었다. 김 감독은 이처럼 충무로 메인스트림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쌓인 열등감을 다큐멘터리 '아리랑'(11)에 담아내기도 했다.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한국영화산업의 문제점을 꼬집어낸 이 작품은 지난해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았다. 당시 김기덕 감독은 칸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을 때에도 해탈의 경지에 이른 듯한 표정으로 '아리랑'을 불러 화제가 됐다. '피에타'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도 김기덕 감독은 수상을 한 후 '편안한' 표정으로 '아리랑'을 불렀다. 1996년 '악어'로 데뷔후 해외에서 한국영화계 대표감독으로 꼽히면서도 국내에서는 '이단아'로 살아야만 했던 16년간의 시간을 털어내는 듯한 곡조였다는 전언이다.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2012.09.09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