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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규정이닝 선발 0명'+불펜 데이 4회...다저스 8번째 우승 만든 '명장' 로버츠

정규시즌 승률 1위. 하지만 약점 투성이였다. 데이브 로버츠(52) 감독이 그런 LA 다저스를 초인적인 인내심과 철저한 계산 끝에 정상에 세웠다.다저스는 3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브롱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WS) 5차전 7-6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시리즈 4승(1패)에 도착한 다저스는 팀 통산 8번째 우승을 완성했다.얼핏 보면 우승이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다저스는 정규시즌 98승을 기록, MLB 30개 구단 통틀어 승률 1위에 올랐다. 시즌 전 오타니 쇼헤이를 10년 7억 달러(9668억원)에 영입했고 야마모토 요시노부도 12년 3억 2500만 달러(4488억원)에 데려왔다. 스토브리그 최대어 2명을 독점한 데 그치지 않고 타일러 글래스나우,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등 올스타급 선수들을 끝없이 수집했다. 선수 이름값만 놓고 보면 그 누가 감독이어도 우승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로버츠 감독은 그동안 우승의 발목을 잡는 '범장'으로 여겨졌다. 2019년 클레이턴 커쇼를 불펜으로 쓰다 백투백 동점 홈런을 내주기도 했고, 2018년 투수 운용을 두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뛰어난 인품과 소통 능력으로 선수단의 전폭적 지지는 받았으나 좀처럼 단기전 호성적을 내지 못했다. 정규시즌은 팀 전력이 좋았기 때문이고, 그가 다저스의 우승을 막는다는 지적도 받았다.하지만 올 시즌 현실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시즌 운용의 근간인 선발진이 완전히 무너졌다. 시즌 중 트레이드로 온 잭 플래허티(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시절 포함 162이닝)를 제외하면 규정 이닝 선발 투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시즌 전 기대했던 글래스나우, 야마모토, 워커 뷸러, 바비 밀러 등이 모두 부진했다. 5선발이 정상적으로 돌아간 구간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로버츠 감독과 다저스는 차근차근 조각을 맞추며 버텼다. 개빈 스톤 등 신인이 정착했다. 랜던 낵, 저스틴 로블레스키 등 조금 부족한 신인들도 어떻게든 이닝을 책임졌다. 요단 라미레즈, 나빌 크리스맷 등 선수들을 영입했다가 잠시 후 방출하더라도 이닝을 맡겼다. 덕분에 선발뿐 아니라 불펜 과부하도 막았다. 에반 필립스, 알렉스 베시아, 다니엘 허드슨, 블레이크 트레이넨 등 필승조 자원은 70이닝을 넘기지 않고 정규시즌을 마쳤다. 그동안 뎁스(선수층)에 의존하는 야구는 한정된 로스터로 운영하는 포스트시즌에 통하지 않았다. 다저스도 고정된 선발 투수들이 필요했으나, 채우는 데 실패했다. 야마모토와 플래허티, 뷸러를 제외하면 포스트시즌 선발 투수가 없었다. 그리고 선발진 불안은 결국 포스트시즌 초반,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NLDS) 1승 2패로 출발하는 원인이 됐다.로버츠 감독은 기용의 묘와 원칙 있는 교체를 선보이며 이를 이겨냈다. NLDS 4차전에서 불펜 투수만 쓰는 불펜 데이로 무실점 완승을 거둔 로버츠 감독은 이어 5차전에선 야마모토를 5이닝만 맡기고 필승조를 동원하는 전술로 시리즈 역전승을 거뒀다. 좌우 타자 상대 성적에 맞는 교체는 물론 주자가 쌓이기 시작할 때 끊어주는 빠른 교체도 돋보였다. 아무리 불펜이 좋아도 연투 끝엔 지칠 수밖에 없다. 로버츠 감독은 7전제에 접어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부터는 과감하게 연투를 관리했다. 1차전 플래허티의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한 다저스는 2차전엔 초반 실점하자 필승조를 모두 거둬들였다. 그 결과 3~4차전을 승리했고, 3연전째인 5차전 때는 초반 실점하자 필승조를 모두 아꼈다. 그리고 그 결과 6차전에선 필승조를 모두 사용해 시리즈 마지막 승리를 수확했다.WS에서도 로버츠 감독의 뚝심은 이어졌다. 1차전부터 3차전까지 3연승을 달린 로버츠 감독은 4차전 다시 불펜 데이를 펼쳤다. 하지만 초반부터 실점이 이어졌다. 필승조 대신 롱릴리프나 추격조, 신인 선수들을 내자 점수가 벌어졌고, 로버츠 감독은 필승조를 모두 아끼고 승리를 내줬다.결국 그 뚝심이 31일 5차전에서 통했다. 다저스는 이날 선발 플래허티가 무너지면서 0-5로 출발했지만, 아껴둔 필승조가 모두 출격했다. 그 결과 플래허티가 내준 4점을 제외하면 남은 7과 3분의 2이닝 동안 단 2실점으로 양키스 타선을 막았다.단 한 번만 교체가 엇나가도 무너질 수 있는 경기였지만, 로버츠 감독은 뚝심과 과감함으로 이를 이겨냈다. 필승조들에게 가급적 한 이닝을 맡겼고, 주자가 2명 이상 쌓이면 다음 투수로 마운드를 바꿨다. 가장 위기에서 최근 흔들렸으나 3일 휴식한 마무리 트레이넨에게 2와 3분의 1이닝을 건넸다. 지안카를로 스탠튼과 앤서니 리조 강타자가 버티던 8회 실점 위기 때도 그를 바꾸지 않았다. 이어 9회엔 하루 휴식했을 뿐인 선발 투수 워커 뷸러에게 마운드를 맡겼다. 대성공이었다. 뷸러는 직구 제구 난조에도 예리한 너클 커브로 탈삼진 2개를 솎아내고 팀의 기념비적인 우승을 완성했다.승리를 만든 건 상대 실책을 틈타 7점을 뽑은 타선이었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이 한 달 동안 보여준 투수 운용이 없었다면, 다저스는 일찌감치 침몰할 수 있었다. 항상 투수 기용으로 비판받은 로버츠 감독이었지만, 이번 가을엔 그가 진정한 주인공이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10.3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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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면 목표 달성 쉽지 않아" 불펜 ERA 3위, 감독의 답은 칭찬 아닌 '걱정'

"불펜이 이 상태로 간다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걸 달성하기 쉽지 않다."염경엽(56) LG 트윈스 감독의 냉철한 판단이다.염경엽 감독은 16일 잠실 SSG 랜더스전이 우천 순연되기 전 취재진과 만나 한동안 불펜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LG의 불펜 평균자책점(ERA)은 4.87로 3위. 표면적인 성적은 크게 나쁘지 않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짜임새가 아쉽다.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리그 1위(3.43)였다.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선 불펜 7명을 투입하는 '벌떼 야구'로 대역전승, KS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현 펜서콜라 블루 와후스)이 꿈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다. 왼손 필승조 함덕주는 팔꿈치 수술, 김진성과 백승현의 초반 부진이 겹치면서 불펜 운영에 어려움이 따랐다. 홀드왕 출신 정우영도 컨디션 난조가 겹쳐 2군에 머문 시간이 길었다. 염경엽 감독은 "1선발급(에이스)이 하나는 꼭 나와야 한다. 1선발이 없으면 올해 불펜을 갖고는 포스트시즌(PS)에 가서도 좀 힘들다"며 "끝까지 해서 (불펜의 새 카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여러 카드를 활용했지만, 실패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경엽 감독은 불펜을 꾸준히 테스트할 계획이다.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지명한 정지헌, 최근 상무야구단에서 전역한 임준형 등이 후보다. 염 감독은 "후반기에 (이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해 주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에 (유)영찬이나 이런 선수들까지 좋아지면 PS도 쉬워지는 거"라며 "(박)명근이 (백)승현이 (정)우영이, 이 3명은 꼭 올라와 줘야 한다. 이게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3명(박명근·백승현·정우영)이 올라오고 새로운 카드가 만들어지면 작년같이 PS에서 승부를 걸 수 있다"고 덧붙였다.LG의 팀 순위는 3위.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가을야구도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여러 가지 방법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어차피 내 머리에서 1~3위에 있어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기전 승부로 대권에 도전한다는 계획. 불펜의 짜임새를 얼마나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염 감독은 "작년에는 1이닝씩 (불펜 투수들이) 막았다면 올해는 (임)찬규가 +1(선발 뒤에 등판하는)로 가서 2~3이닝을 막아주는 그런 계산을 하고 있다"며 "목표는 1등이지만 (졍규시즌) 2등만 해도 선발이 작년보다 훨씬 좋을 거로 생각하니까 불펜만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2등으로 (가을야구에) 가도 승부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거"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7.17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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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혼나더라도···" 선두 이범호 감독의 조금 다른 '버티기'

'초보 사령탑' 이범호(43) KIA 타이거즈 감독이 밝힌 후반기 전략은 '버티기'다. 부상 선수가 많거나 팀이 내림세를 나타낼 때 사령탑이 으레 '버티기'를 언급한다. 위기 때 잘 버틴 이후 전력이 갖춰진 뒤에 반등 기회를 엿보겠다는 판단에서다.지금의 KIA는 상황이 다르다. 후반기 첫 경기인 9일 LG 트윈스전에서 장단 17안타를 몰아치며 11-4로 크게 이겼다. 10일 경기에선 상대 선발 디트릭 엔스의 구위에 눌려 8회까지 0-2로 끌려가다 9회 초 2-2 동점을 만들더니, 연장 10회 승부 끝에 5-2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다. 최근 5연승을 달린 KIA는 10일 기준 삼성 라이온즈(승률 0.536)-LG(0.535)-두산 베어스(0.535)에 5.5경기나 앞서 있다. KIA가 올 시즌 선두에 오른 뒤 2위 팀과 벌린 최대 격차다. 시즌 막판까지 순위표 맨 꼭대기를 점령하면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이 밝힌 '버티기'는 지금의 순위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다. 일반적인 '버티기'의 성격과는 다른 셈이다. 이범호 감독은 후반기 경기 운영에 대해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시즌 초반과 마찬가지로 이기는 경기에서 확실히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를 위해 '선택과 집중'에 신경 쓴다. 이범호 감독은 "팬들께서 좀 화가 나더라도, 지는 경기는 확실히 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크게 열세인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무리하진 않겠다는 의미다. 점수 차가 크거나, 뒤집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과감히 포기할 수 있음을 사전에 알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불펜 승리조가 아닌 추격조를 투입하고, 주전 야수는 제외해 체력 안배를 도모할 계획이다. 이범호 감독은 "제가 혼나더라도 (우리 팀이 뒤진 상황에서) 점수 차를 좁히고자 하는 투수 기용은 더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초보 감독으로서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 그러나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이 책임지고 팀을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엿보였다. 올 시즌은 올스타 휴식기(나흘)가 특히 짧았다. 팀마다 부상 선수도 많아 선수단 운영이 더 중요하다. 어깨 염증으로 빠진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을 무리해서 1군에 올리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가 대등한 양상으로 흘러가면 벤치에서 잘 판단해야 한다. '이겨야 한다'는 계산으로 밀어붙였는데 패하면 팀을 더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그런 점을 가장 피하고 싶다"며 "(벤치에서) 판단 미스만 없으면 후반기에도 우리 선수들이 충분히 잘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날씨도 고려 대상이다. 이범호 감독은 "다음날 비 예보가 100% 확실하다고 판단되면 오늘 경기에서 쓸 수 있는 선수는 모두 투입할 것이다. (장마철은) 2~3일 정도 (날씨를) 체크하면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석 기자 2024.07.1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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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문 진심 합심] 감독의 소통과 투수의 고집

지금까지 이런 대화는 없었습니다. 감독이 결정을 발표했는데 선수가 그렇지 않다고 말한 겁니다. 한국 야구에서 감독의 판단에 대해 선수가 다른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LG 염경엽 감독과 마무리 투수 고우석 선수 이야기 입니다. 고 선수가 최근 경기에서 패전과 세이브의 롤러 코스터를 타자 염 감독님이 공 배합의 변화를 주문합니다. "선수의 강점은 속구다. 우석이가 변화구 욕심이 많다…속구를 바탕으로 피칭 디자인 하기로 했다…포수를 포함한 미팅에서 공 배합을 포수 중심으로 가져가기로 좋게 이야기를 끝냈다"고 미디어 인터뷰에서 밝힙니다. 감독은 "소통했다"고 말합니다.고 선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공 배합을 바꿨냐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슬라이더가 약하다는 감독님 말씀에 초구부터 끝까지 슬라이더만 던질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경기 나갈 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공 배합은 나중 문제로, 중요한 것은 밸런스가 깨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선수는 "자신도 고집이 있다"고 말합니다. '진짜 소통'에 대해 좋은 공부거리를 찾았습니다. 야구팀 이야기지만 다양한 조직에서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 두루 살필 인사이트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새로운 관점과 의견 있으시면 coachjmoon 지메일으로 보내 주십니다.#솔직한, 그러나 불충분한 대화감독이 판단에 선수가 다른 부분을 말합니다. 권위적인 위계질서 아래서는 쉽지 않은 장면입니다. 서로에게 솔직한 모습에 주목합니다. 가감 없이 자기 의견을 오픈할 수 있는 것은 건강한 관계라는 증거입니다. 상대 입장을 존중하고 있기에 가능합니다. 다른 팀이라면, 다른 선수였다면 어땠을까요. 염 감독님과 고 선수가 우리 야구판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야구에도 MZ 세대의 힘이 느껴집니다.그렇지만 충분하진 않았네요. 소통했다지만 선수는 답답한 심정이 남았습니다. "내가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길어 많이 못 보셔서 슬라이더가 약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라고 말한 부분입니다. 감독은 변화구 비율이 높은 것을 '선수의 욕심'이라고 표현했고, 선수는 이에 대해 더 해명하고 싶은 것으로 느껴집니다. 당시 미팅은 토론에 가깝지 않았을까 싶습니다.그런데 아십니까. 대화는 심정을 듣고 이해하는 쪽이고 토론에선 논리가 경쟁합니다. 토론으로 흐를 때 상대를 이기려는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앞에 있는 상대는 적이 아니라 같은 팀입니다. 목표는 이기는 방법을 함께 찾는 것입니다.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받아 들이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전략적인, 그러나 진단이 달랐다 앞으로 다른 팀 벤치, 다른 팀 타자의 계산이 복잡해 질 겁니다. 고 선수의 패턴이 이전과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정된 패턴은 쉽게 분석되고 공략당합니다. 강력한 팀 전력과 탄탄한 구성으로 선두를 지켜가는 LG 야구가 이번 이슈를 거치며 잠재적인 위험요소까지 점검, 대비하게 됐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이슈는 매우 전략적입니다.진단이 다른 부분은 좀 더 챙길 부분이 아닐까요. 감독은 공 배합, 선수는 밸런스에 널뛰기 피칭의 원인이 있다고 봤습니다. 원인 분석이 다르면 대처가 달라집니다. ‘고집’을 넘어 서로 ‘통’하려면 충분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놓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다양한 데이터와 관찰의 내용 등을 놓고 전문가로서 접근이 가능합니다.감독의 지시가 내려지면 일단 받아 들여야 합니다. 수정할 부분은 결과를 보고 다시 바꾸면 되고 책임은 감독이 집니다. 지시를 따르는 게 팀 퍼스트입니다. 그건 구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드림팀'의 작가 세인 스노(Shane Snow)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 2019년 1~2월호에 실린 ‘일할 때 생산적으로 토론하는 법’에 소개한 내용입니다. "의견 불일치는 불편할 수 있지만 좋은 대화보다 진전을 이루고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더 많다…승자는 없고 우리가 진전을 이르면 팀이 이긴다…판단하지 말고 질문하고, 좋은 의도라고 가정하라…"*덧붙임= 고 선수가 "모든 공을 베스트로 구사하고 싶은 욕심"을 말했습니다. 기회가 되면 과거 테니스 스타 앤드리 애거시가 그와 비슷한 생각을 어떻게 바꿨는지 알려드리고 싶네요.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 김종문 coachjmoon 지메일김종문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2011~2021년 NC 다이노스 야구단 프런트로 활동했다. 2018년 말 '꼴찌'팀 단장을 맡아 2년 뒤 창단 첫 우승팀으로 이끌었다. 현재 한국코치협회 인증코치(KPC)다. 2023.09.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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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투혼·QS 1위·마운드 리더, 고영표가 KT 에이스인 이유

KT 위즈 투수 고영표는 지난 1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2회 말 상대 타자 주성원이 친 강습 타구에 오른쪽 정강이를 맞고 쓰러진 것. 통증을 호소하던 고영표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곧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오른발을 붕대로 칭칭 감고 돌아온 그는 이후 5이닝을 더 소화하면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 팀의 9-0 승리를 이끌었다. ‘붕대 투혼’이었다. 경기 후 그는 연합뉴스를 비롯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발이 부은 상태다”라며 몸 상태가 온전치 않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는 “통증은 있었지만 불펜 투수들에게 부담을 주긴 싫었다”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고영표가 타구에 발을 맞은 시점은 2회 2아웃. 예기치 못한 부상에 불펜이 준비도 안 된 시점에서 그가 내려갔다면 불펜이 온전히 7⅓이닝을 책임져야 했다. 고영표는 불펜과 팀을 위해 통증을 참고 뛰었다. 이날 붕대 투혼과 함께 고영표는 시즌 13번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리그 공동 1위의 기록. 퀄리티스타트+(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는 11번째로 리그 단독 1위다. ‘고퀄스(고영표+퀄리티스타트)’라는 별명답게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고영표는 다승 공동 5위(8승), 평균자책점 5위(2.78), 최다 이닝 6위(103⅔이닝) 등 각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전반기를 마쳤다. 에이스다운 활약이었다. 하지만 고영표는 마운드 위에서만 빛나지 않는다. 강판 후에나 자신이 출전하지 않는 날엔 더그아웃에서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고영표가 후배 선수들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어느덧 중계 카메라의 단골 앵글이 됐다. 엄상백과 소형준은 “공을 던지고 더그아웃에 돌아오면 (고)영표 형이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준다”라고 이야기했고, 같은 사이드암 이채호도 “긍정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라면서 고영표에게 고마워하기도 했다. 이처럼 고영표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고영표가 중심을 잘 잡아준 덕에 KT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선발진이 안정을 찾았고, 선발이 탄탄하니 초반 대량실점이 줄어들면서 타선과 불펜의 뒷심도 강해졌다. 고영표 혼자의 힘은 아니지만, “고영표 덕분에 계산이 선다”는 이강철 KT 감독의 말대로 그가 중심을 잘 잡아준 덕에 KT도 뒷심을 발휘할 수 있었다. 6월 이후 KT의 역전승은 총 11차례로 리그 1위다. KT는 전반기를 7위로 마쳤지만, 4위 NC 다이노스와의 격차는 2.5경기밖에 나지 않는다. 후반기 대반격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상황. KT가 ‘에이스’ 고영표를 필두로 후반기 마법을 부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윤승재 기자 2023.07.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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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6] 파울 확신했던 최주환 "소리 났다...기술 좋아져 속일 수도 없다"

"파울이니까 파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요즘은 중계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속일 수도 없다. 안 맞았는데 주장하면 창피하지 않나. 소리도 났다." 전날 파울 판정 논란에 휘말렸던 최주환(34·SSG 랜더스)은 전날 느꼈던 방망이의 감각을 여전히 확신했다. 최주환은 지난 7일 열린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5차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상대 선발 안우진의 노히트 행진을 깼고, 9회 말 무사 1루 기회에서 10구 승부 끝에 안타를 만들어 끝내기 스리런 홈런까지 이어지는 물꼬를 텄다. 그런데 이 10구 승부가 문제가 됐다. 최주환은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4구째 들어온 커브에 스윙했고 공은 원바운드로 포수 이지영의 미트에 들어갔다. 최주환은 파울을 주장했고, 구심도 파울이라 판단했다. 그러자 키움 벤치에서 헛스윙을 주장하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초고속 카메라를 통한 판독 상황이 중계 화면을 통해 나왔지만, 시각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았다. 1분여의 시간이 흘렀고, 판독 결과 원심이 유지됐다. 살아남은 최주환은 더 끈질기게 붙었고, 결국 안타를 신고해 이날 역전승까지 연결했다. 결정적인 승부처의 판단. 이 판정을 놓고 밤새 논란이 일었다. 최주환 본인도 상황을 알고 있었다. 그는 "정말 파울이니까 파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요즘은 중계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속일 수도 없다. (방망이에) 안 맞았는데 맞았다고 주장하면 창피하지 않겠나. 공이 배트에 맞는 소리도 났고, 굴절 방향도 미세하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자들은 다 느낀다. 심판이 잘 봐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두산 베어스 시절 KS 단골이었던 최주환은 시리즈 초반 부진했다. 4경기 동안 8타수 무안타. 특히 4차전 9회 2사 만루 기회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물러났다. 그러나 5차전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KS 베테랑다운 힘을 다시 증명했다. 최주환은 "원래 단기전 동안에는 타율 계산을 안 했다. 번외 경기라고 생각하고 뛰는데 정규시즌 부진을 단기전으로 만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결과를 의식하게 됐던 것 같다"며 "5차전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쳐 좋은 결과가 나왔다. 6·7차전은 부담을 덜고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인천=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11.08 17:18
프로야구

[IS 스타]'특급 롱 릴리버' 오원석 "'무조건 막겠다'는 생각"

SSG 랜더스가 키움 히어로즈를 2위로 밀어내고 독주 체제를 이어갔다. 선발 투수가 무너진 상황에서 롱 릴리버로 나선 '전' 선발 투수 오원석이 호투했다 오원석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키움과의 주중 3연전 3차전에서 SSG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5와 3분의 1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며 SSG의 추격 발판을 만들었다. SSG는 3-5로 지고 있던 8회 초 공격에서 박성한의 2타점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상대 내야진이 흔들리며 1·3루를 만든 연장 3회도 박성한이 내야 땅볼로 타점을 올리며 6-5로 역전했다. 마무리 투수 서진용은 리드를 지켜냈다. 접전 승부 승리에 오원석이 큰 힘을 보탰다. SSG는 2-0으로 앞선 채 나선 1회 말 수비에서 선발 이태양이 급격히 흔들리며 3점을 내줬다. 오원석은 주자를 2·3루에 두고 상대한 김휘집과의 승부에서 폭투를 범하며 3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후 투구는 견고했다. 5회까지 1점도 내주지 않았다. 2-4, 1회 스코어가 이어진 6회 말, 선두 타자 야시엘 푸이그에게 솔로 홈런을 맞긴 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사실상 선발 역할을 해냈다. 올 시즌 전반기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던 오원석은 후반기 첫 등판(7월 26일) 뒤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다. 3선발급 투수 박종훈이 부상에서 돌아왔기 때문이다. 오원석은 7월 3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구원 등판한 뒤 3이닝을 소화하며 팀의 3-2 승리에 기여했다. 이날은 선발 투수가 무너진 상황에서 사령탑과 동료들이 '계산이 서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승리 '수훈 선수' 오원석은 "추가 점수를 주지 않고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중요한 경기에서 팀이 역전승하는 데 보탬이 돼 기분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척=안희수 기자 2022.08.04 22:49
스포츠일반

우승 확률 4%? 호주 오픈 정복한 나달의 기적

스페인의 테니스 영웅 라파엘 나달(36ㆍ세계랭킹 5위)이 호주 오픈 정상에 올랐다. 개인 통산 21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드라마 같은 역전승으로 장식했다.나달은 31일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끝난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26ㆍ2위)와 풀세트 접전 끝에 3-2(2-6 6-7〈5-7〉 6-4 6-4 7-5)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호주 오픈을 석권하며 남자 단식 21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한 나달은 라이벌 로저 페더러(스위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ㆍ이상 통산 20회 우승)를 제치고 이 부문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경기 초반 나달은 패색이 짙었다. 메드베데프에게 1ㆍ2세트를 모두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1세트를 2-6으로 쉽게 내준데 이어 2세트마저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내주자 ‘끝났다’는 분위기가 코트 안팎을 감쌌다. 2세트 직후 대회 조직위원회가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계산한 메드베데프의 우승 확률은 96%. 나달의 희망은 4%에 불과했다.그 4%가 기적의 숫자가 됐다. 3세트를 6-4로 잡고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나달은 4세트마저 6-4로 따내 2-2 동률을 이뤘다. 앞서가다 따라잡혀 체력적ㆍ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메드베데프와 달리 나달의 노련미는 갈수록 빛났다. 5-5로 팽팽히 맞서 시작한 타이브레이크에서 6-5로 앞선 뒤 여세를 몰아 한 게임을 더 따내며 7-5로 세트를 마무리했다.5시간 24분에 이르는 대혈투를 승리로 장식한 나달은 경기 종료 직후 코트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우승 트로피에 입 맞추며 환히 웃은 그는 우승 상금 287만5000호주달러(24억원)도 함께 받았다.호주 오픈은 ‘조코비치의 독무대’로 여겨져왔다. 스무 번 우승하는 동안 9승을 호주 오픈에서 달성했다. 9차례 결승에 올라 모두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호주 오픈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상대적으로 나달은 호주 오픈에선 초라했다. 2009년 로저 페더러를 꺾고 단 한 차례 우승한 게 전부다. 이후 네 번 더 결승에 올랐지만 내리 준우승에 머물렀다.공교롭게도 이번 대회에는 테니스 레전드 세 선수 중 두 명이 나서지 못했다. 페더러는 무릎 부상 중이고, 조코비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 논란에 휘말리며 출전권을 잃었다. 나달은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3년 만에 호주 오픈 우승 트로피를 탈환하며 감동의 드라마를 완성했다.라이벌들도 나달의 우승에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냈다. 페더러는 자신의 SNS에 “내 친구이자 라이벌인 나달은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나와 마찬가지로 목발을 짚고 있었다”면서 “그가 사상 최초로 21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이룬 데 대해 축하의 뜻을 전한다”고 썼다.백신 논란으로 출전 자격을 잃은 조코비치도 나달에게 박수를 보냈다. “올해 호주 오픈은 엄청났다”면서 “나달의 21번째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2022.01.31 13:06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축구가 미국에서 인기 없는 이유②

지난 칼럼에서 알아본 축구가 미국에서 인기를 못 얻는 이유는 3가지였다. 첫째, 축구는 시간 계산이 부정확하다. 둘째, 미국인들은 무승부로 끝나는 경기를 싫어한다. 셋째, 점수가 많이 나는 경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세계인이 제일 사랑하는 스포츠인 축구가 유독 미국에서는 그러한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본 칼럼에서 언급한 순서는 임의로 정한 것이다. 즉 순서가 앞에 있어도 더 중요한 이유는 아니라는 얘기다. 넷째, 축구는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큼 격렬하지 않다. 스포츠 관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신체적 접촉(physical contact)은 미국 스포츠 팬들에게 중요하다. 다시 말해 미국인들은 경기 중 선수들 간에 접촉이 많고, 과격한 경기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공격성이 증가할수록 시청률도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말해주듯이, 스포츠 팬들은 폭력에 대한 갈증이 있다. 미국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는 미식축구(NFL)는 덩치가 큰 선수들이 끊임없이 충돌한다. 몸을 부수는 것과 같은 강력한 태클에 팬들은 환호하고 즐거워한다. 격렬한 경기를 보면서 그들은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간접적으로 발산하는 것이다. 거친 몸싸움과 스피드로 유명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는 색다른 재미를 팬들에게 제공한다. 경기 중 자주 벌어지는 강한 바디체크로 자극받은 선수들은 종종 주먹다짐을 벌인다. 이러한 싸움은 부상당한 동료에 대한 보복, 팀의 단결, 경기 흐름의 전환, 상대방을 위협하기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반복하여 나타난다. NHL은 장갑을 벗어 던지고 합의하에 선수가 1대 1로 벌이는 맨 주먹질을 용인한다. 싸움이 시작되면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와 경기장 분위기는 한껏 올라간다. 심판은 선수가 위험에 빠지거나 빙판에 넘어질 경우, 혹은 주먹이 나오지 않고 시간만 끄는 경우 싸움을 중지시킨다. 주먹질에 가담한 선수는 단지 5분 퇴장 페널티만 부과된다. 하지만 넘어진 선수를 때리거나 스케이트 날 같은 위험한 도구를 이용한 경우에는 벌금 및 출장 정지 등의 징계가 내려진다. 마치 무슨 격투기 종목의 규칙 같지 않은가? 싸움을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 팬들이 이런 주먹다짐을 즐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싸움을 도맡는 인포서(enforcer)가 상대방 선수를 링크에 눕히면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고 스타 대접을 해준다. 하키경기보다 주먹질이 더 재미있다는 팬들이 많은 곳이 바로 NHL이다. 야구팬들은 투수가 시속 100마일의 강속구를 타자 머리에 던지고, 이어 벌어질 벤치 클리어링으로 양 팀의 선수들이 모두 나와서 뒤엉키는 것을 기대한다. 나스카(NASCAR) 팬들은 자동차의 화려한 충돌에 열광한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포츠 중 하나가 치열한 격투로 인해 피가 낭자한 종합격투기(MMA)다. 이런 미국 스포츠 팬들에게 축구는 체스같이 밋밋하다. 액션도 부족하고, 점수도 조금 나고, 극적인 역전도 드문 축구는 미국인들 눈에 지루한 전술(예를 들면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0-0을 목표로 전원 수비만 하는 경우)을 가진 스포츠일 뿐이다. 다섯째, 공격적이고 피지컬한 스포츠 문화를 좋아하는 미국에서 작은 접촉에도(혹은 접촉이 전혀 없었는데도) 과장된 반응을 보이는 축구 선수는 남자답지 않은 겁쟁이로 보인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러한 행위를 시뮬레이션(simulation)이라 부르고, 미국에서는 흔히 플라핑(flopping)이라 칭한다. 플라핑 혹은 다이빙(diving)은 선수가 발레리나처럼 팔을 공중에 뻗고 넘어지는 속임 동작으로 심판의 파울 콜을 유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선수는 페널티 킥을 얻거나, 시간을 지연하고, 상대 선수에게 카드를 안길 목적으로, 혹은 동료 선수들의 휴식을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그라운드에 픽픽 쓰러진다. 플라핑은 축구에서 흔하다. 흥미로운 점은 문화에 따라 이러한 행동을 다르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영어 문화권은 선수의 과장된 행위를 ‘기만 행위(act of deception)’로 규정하지만 라틴 문화권은 이를 ‘기만의 예술(art of deception)’로 해석한다. 즉 누군가는 플라핑을 보고 격분하지만 이를 경기의 일부로 보는 문화권도 있다. 남유럽과 중남미 국가 출신 선수들은 확실히 플라핑에 능하고 이를 더 많이 시도한다. 2011년 미국의 스포츠 매체 블리처 리포트는 다이빙을 가장 잘하는 선수 15명을 선정했는데, 거의 항상 다이빙을 한다는 아르헨티나의 앙헬 디 마리아가 1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포르투갈의 호날두와 나니 그리고 브라질의 네이마르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며, 리스트의 73%를 남유럽과 중남미 국가 선수들이 장악했다. 미국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는 ‘와스프(WASP, 백인·앵글로색슨·개신교도)’는 엄격한 교육과 예의범절을 강조한다. 따라서 정직함이 중요한 미국 사회에서 축구의 플라핑은 스포츠맨십에서 벗어난 속임수일 뿐이다. 미국의 스포츠 팬들은 “연기가 보고 싶을 때는 경기장이 아니라 극장에 간다”고 항변한다. 축구는 ‘아름다운 경기(the beautiful game)’로 불린다. 하지만 그림 같은 장면을 종종 연출하며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아름다운 경기는 플라핑으로 인해 빛을 잃고 있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1.26 06:55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랩소디] 축구가 미국에서 인기 없는 이유①

질문 1.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의심의 여지 없이 축구다. 질문 2. 그런데 축구는 왜 스포츠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인기가 없을까? 물론 축구는 근래에 들어 어린이, 청소년과 여성들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재 미국의 주요 스포츠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축구는 2012년 미국 남자, 여자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팀 스포츠 1위와 3위에 각각 올랐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사커 맘(Soccer Mom)”이란 표현이 미국 영어에 있다. 이들은 도시 교외에 살고 있는 중산층 이상의 여성들로 자녀들의 뒷바라지에 헌신적이다. 사커 맘이란 용어도 미니밴이나 SUV를 몰고 학령기의 아이들을 축구 경기에 실어 나르는 데서 유래했다. 하지만 “Soccer is for sissies, kids and girls(축구는 계집애 같은 사내, 어린이와 소녀들을 위한 것이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축구는 미국에서 주류 스포츠가 되기에는 커다란 장벽이 있다. 여러분이 열렬한 스포츠 팬이라면 “왜 축구는 미국에서 인기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최소한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많이 궁금하지만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려운 이 주제. 같이 한번 파헤쳐 보자.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인 미식축구(NFL), 농구(NBA), 야구(MLB)와 아이스하키(NHL), 그리고 나스카(NASCAR, 자동차경주대회) 등이 이미 미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서 축구가 끼어들 틈이 별로 없다는 주장도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국 특유의 문화 때문이다. 축구에는 미국인의 사회적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많은 측면이 있다. 첫째, 미국인은 무승부로 끝나는 경기를 혐오한다. 이를 반영하듯 NBA, MLB(악천후 등으로 인해 무승부로 끝날 때도 있으나,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와 NHL 경기에 무승부는 없다. 축구에는 동점으로 끝나는 경기가 얼마나 자주 나올까? 가장 인기있는 축구 리그인 프리미어리그(EPL)의 5시즌(2015/16~2019/20)을 살펴보면, 총 453경기가 무승부로 끝났다. 동점으로 끝나는 비율은 23.8%다. 같은 기간동안 전체 경기의 7%가 0-0 경기였다. 미국의 최상위 프로축구리그인 메이저리그사커(MLS)는 첫 시즌인 1996년 축구를 '미국화'하기 위해 아이스하키의 '페널티 슛아웃'과 비슷한 규칙을 도입했다. 동점으로 경기가 끝난 경우 승부를 가리기 위해 선수는 골대로부터 32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공을 드리블해 들어가 5초안에 슛을 쏴야 했다. 하지만 이러한 규칙은 기존 축구팬들의 반발을 불렀고, 결국 1999시즌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미국인들은 “모두가 이겼어(everybody wins)”나 “얘들아 다 잘했어(you’re all doing great, guys)” 같은 말은 재미로 하는 어린이들 경기에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프로 레벨의 경기에서 그들은 승부가 나야 직성이 풀린다. 미국 스포츠 문화에서 무승부는 “두 팀 다 잘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두 팀 다 졌다”로 해석된다. 팬들 입장에서도 2~3시간을 투자해서 경기를 봤는데 무승부로 끝난 경우, 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 “A tie is like kissing your sister(동점은 여자 형제와 키스하는 것과 같다)”라는 표현이 말해 주듯이 미국인들은 무승부를 싫어한다. 이런 미국인들에게 특히 0-0으로 끝나는 축구 경기는 악몽과 같다. 둘째, 미국인은 점수가 많이 나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미국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NFL의 경우 2020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이 49.6이었다. MLB도 지난 20년 동안 경기 당 평균 9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야구 경기의 특성상 관중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점수다. 그에 반해 2020/21시즌 EPL 경기당 평균 득점은 2.7에 불과했다. 따라서 축구는 1~2골만 지고 있어도 경기 막판에 역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막판에 극적인 역전승이 가능한 NBA나 MLB 등과 비교된다. 다득점 스포츠를 선호하는 것은 미국 문화 특유의 '큰 것에 대한 집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가진 넓은 국토만큼 그들은 큰 것을 선호한다. 큰 자동차, 넓은 거리, 높은 빌딩을 비롯해 미국에서 파는 스테이크, 햄버거도 정말 크다. 운동선수는 말할 것도 없고 “할리우드에서 배우로 성공하려면 키가 커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들은 사이즈에 집착한다. 미국 사회는 또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는 경제적 원칙을 중요시한다. 즉 미국인은 자신이 가진 제한적인 여가 시간을 가능한 최고로 즐기고자 한다. 따라서 그들은 2시간을 투자해서 겨우 2골 남짓 나오는 축구 경기에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이다. MLS는 골대를 넓혀 더 많은 골이 나오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셋째, 축구는 공정하게 시간 계산을 하지 않는다. 후반 정규시간이 끝날 때쯤 대기심이 보여주는 추가 시간은 언제나 3분이나 4분 같은 분 단위로만 주어진다. “정확하게 계산을 했을까?”라는 의심이 안 들 수 없다. 아울러 추가 시간 동안에도 부상, 골, 선수 교체 등의 변수는 계속 생겨, 정확히 언제 경기가 끝날 지 아는 사람은 주심밖에 없다. 복마전 같은 국제축구연맹(FIFA)처럼 축구의 시간 계산은 비밀스럽고 불투명하다. 축구는 가뜩이나 막판에 역전하기 어려운 경기인데, 팬들은 경기 휘슬마저 정확히 언제 울릴지 알 수 없다. 축구의 이러한 특성은 공정성과 극적인 역전 기회를 중요시하는 미국인들에게 어필하기 힘들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1.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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