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은 16일 잠실 SSG 랜더스전이 우천 순연되기 전 취재진과 만나 한동안 불펜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LG의 불펜 평균자책점(ERA)은 4.87로 3위. 표면적인 성적은 크게 나쁘지 않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짜임새가 아쉽다.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리그 1위(3.43)였다.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선 불펜 7명을 투입하는 '벌떼 야구'로 대역전승, KS 흐름을 바꾸기도 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마무리 투수 고우석(현 펜서콜라 블루 와후스)이 꿈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다. 왼손 필승조 함덕주는 팔꿈치 수술, 김진성과 백승현의 초반 부진이 겹치면서 불펜 운영에 어려움이 따랐다. 홀드왕 출신 정우영도 컨디션 난조가 겹쳐 2군에 머문 시간이 길었다. 염경엽 감독은 "1선발급(에이스)이 하나는 꼭 나와야 한다. 1선발이 없으면 올해 불펜을 갖고는 포스트시즌(PS)에 가서도 좀 힘들다"며 "끝까지 해서 (불펜의 새 카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여러 카드를 활용했지만, 실패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경엽 감독은 불펜을 꾸준히 테스트할 계획이다.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지명한 정지헌, 최근 상무야구단에서 전역한 임준형 등이 후보다. 염 감독은 "후반기에 (이 선수들이) 얼마나 성장해 주느냐가 중요하다. 여기에 (유)영찬이나 이런 선수들까지 좋아지면 PS도 쉬워지는 거"라며 "(박)명근이 (백)승현이 (정)우영이, 이 3명은 꼭 올라와 줘야 한다. 이게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 3명(박명근·백승현·정우영)이 올라오고 새로운 카드가 만들어지면 작년같이 PS에서 승부를 걸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의 팀 순위는 3위.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가을야구도 머릿속에 그려야 한다. 염경엽 감독은 "여러 가지 방법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어차피 내 머리에서 1~3위에 있어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기전 승부로 대권에 도전한다는 계획. 불펜의 짜임새를 얼마나 구축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염 감독은 "작년에는 1이닝씩 (불펜 투수들이) 막았다면 올해는 (임)찬규가 +1(선발 뒤에 등판하는)로 가서 2~3이닝을 막아주는 그런 계산을 하고 있다"며 "목표는 1등이지만 (졍규시즌) 2등만 해도 선발이 작년보다 훨씬 좋을 거로 생각하니까 불펜만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2등으로 (가을야구에) 가도 승부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거"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