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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스타] 최화정, 60대에도 여전히 ‘핫’한 슈퍼스타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에요~!”자신을 소개하는 인삿말까지 유행어로 만든 개성 강한 연예인. 20대에 데뷔해 60대가 된 지금까지도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불리는 배우 겸 방송인 최화정(63)의 이야기다.1979년 TBC 2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최화정은 연기자를 넘어 라디오DJ, 쇼호스트, MC, 예능 등 다방면으로 활약 중이다. 데뷔 44년 차인 최화정은 최근 tvN 수목드라마 ‘스틸러 : 일곱 개의 조선통보’(이하 ‘스틸러’)를 통해 배우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최화정은 ‘스틸러’에서 주원(황대명)의 조력자 ‘이춘자’ 역을 맡았다.‘스틸러’는 2016년 방송된 SBS ‘질투의 화신’ 이후 최화정의 7년 만의 연기 복귀작이다. 최화정이 60대에 접어들어 연기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스틸러’는 4.7%로 시작한 1회에 비해 최신 회차(10회)는 2.3%까지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과 별개로 최화정은 ‘이춘자’라는 인물을 맛깔나게 살려내며 ‘스틸러’의 감초 역할로 호평을 얻고 있다.‘이춘자’는 사회 고위층이 불법 은닉 중인 문화재들만 훔치는 스컹크(황대명)의 비밀 파트너로, 그를 도와 천재 해커로서의 실력을 뽐낸다. 17살에 취미로 개발한 해킹프로그램 덕분에 안기부에서 일을 하고, 안기부가 국정원으로 바뀐 뒤에는 미리 사둔 주식과 전기차 배터리 특허 등으로 벼락부자가 됐다. 굴곡 하나 없는 인생을 살아온 이춘자가 스컹크와 손을 잡은 이유는 ‘정의 실현’ 같은 거창한 이유가 아닌, 무료한 삶에 찾아온 ‘재미’로 느껴졌기 때문. 이춘자의 매력은 바로 이같은 성장배경에 기인한 그늘 한 점 없는 밝은 성격이다. 최화정은 이춘자의 그런 특성을 맛깔나게 살리고 있다. 특유의 똑부러진 발음과 다정한 말투, 그 속에 묻어있는 천진난만한 면모와 자신감은 실제 최화정의 성격과 닮은 듯 하다. 이춘자 극중 나이가 49세라는 것도 최화정의 동안 외모였기에 가능했다. 때문에 최화정이 아닌 이춘자는 상상할 수 없다. 캐릭터를 잘 만난 덕도 있지만 최화정의 안정된 연기가 배역을 숨쉬게 했다.예능과 DJ 이미지에 익숙해져 있을 뿐, 사실 최화정은 다작 배우다. 작은 역할일지라도 1980년대부터 11편의 영화, 41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내공을 쌓았다. 1993년에는 동아연극상 여자 연기상을 수상하며 연극계에서도 인정 받았다.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2012)의 노처녀 들래, SBS ‘최고의 사랑’(2011)의 차승원(독고진) 기획사 사장 문대표, MBC ‘거침없이 하이킥’(2007)의 ‘범이 엄마’ 등 여러 작품 속에서 짧지만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최화정은 작품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로 늘 화제의 중심에 서곤 한다. 능력 있는 골드미스인 그는 재력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식단, 피부관리, 인테리어, 패션 등 작은 생활 패턴과 습관까지 연일 이슈를 모으며 여성들의 ‘워너비’로 불린다. 최근 홍진경의 유튜브 채널 ‘공부왕 찐천재’에서 공개된 최화정의 하루 루틴은 SNS와 커뮤니티 등에 확산돼 제품의 구매 현상까지 이어지게 됐다. 최화정이 즐겨먹는 100% 땅콩 피넛버터와 올리브오일, 최화정이 아침 세안 때 사용한 선크림과 치약은 최화정의 연관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최화정이 7년간 사용해 ‘최화정 샴푸’로 불린 샴푸 제품 또한 홈쇼핑에서 완판 신화를 썼다.방송가의 파급력도 어마어마하다. 2015년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최화정이 했던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는 지금도 회자되는 유행어이며, 김숙과 송은이가 팟캐스트 ‘비보’에서 밝힌 최화정의 먹성 에피소드도 화제를 모아 2018년 올리브 ‘밥블레스유’라는 방송을 탄생시켰다.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최화정은 자신만의 영역과 멋을 드러내면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며 “60세가 넘었음에도 여전한 연기력으로 배우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화정의 라이프 스타일을 두고도 “‘골드미스’의 정석처럼 혼자서도 멋지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여성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권혜미 기자 emily00a@edaily.co.kr 2023.05.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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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IS] 연극 ‘파우스트’ 악마 박해수에게 홀렸다

“마이크 좀 주세요.”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식탁 위를 활보하던 박해수를 기억하는가. 무대가 시작되고 조명이 켜지자 TV에서만 봤던 그 장면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졌다. 관객을 집중시키는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 박해수는 마치 악마를 삼킨 것처럼 관객을 한순간에 극으로 빠져들게 했다.무대 위 박해수는 마치 지휘자 같았다. 모든 것을 제 손 안에서 쥐락펴락하는 듯한 모습은 때로는 섬찟했고 때로는 아찔했다. ‘파우스트’가 막이 올랐을 때 무대엔 악마 메피스토만 남아있을 뿐 배우 박해수는 없었다.‘파우스트’는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60여 년 동안 집필한 동명의 소설이다. 메피스토가 평생을 학자로 살아온 파우스트에게 쾌락을 알려주는 대가로 영혼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29일 마지막 공연을 마친 ‘파우스트’는 객석 매표율 98%를 채우는 유의미한 기록을 세우며 고전 연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사실 괴테의 역작 ‘파우스트’는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다. 사랑, 철학, 종교 등 방대한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극 ‘파우스트’는 원작의 전반부를 165분으로 압축해 원작의 내용은 담겨있되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관객의 이해도를 높였다. 이를 위해서 배우들의 연기력이 중요한 요소인 건 물론이다.기대에 부응하듯 박해수는 빈틈없는 활약을 펼쳤다. 장난기 넘치면서도 교활한 악마 메피스토를 완벽에 가깝게 그려냈다. 등장하지 않는 순간에서도 무대 옆에서 팔짱을 낀 채 모든 것을 지켜봤다. 그는 악마임에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전지적인 존재처럼 느껴졌다.박해수뿐만 아니다. 늙은 파우스트는 연극계 대부 유인촌, 젊은 파우스트는 박은석, 그레첸 역은 원진아가 맡아 열연을 펼쳤다. 유인촌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하고도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늙은 파우스트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칠순이 넘는 나이에도 극장을 가득 채우는 성량, 정확한 발음은 자연스레 몰입도를 높였다.그레첸에게 첫눈에 반한 젊은 파우스트 역의 박은석은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던 경험이 이번 공연에도 잘 녹아들었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로건리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유혹에 빠진 파우스트의 모습을 과감하게 그려냈다. 그레첸 역의 원진아는 원석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첫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1막에서 보여준 순수함과 2막에서 타락한 그레첸의 모습은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함을 남겼다. 박해수, 유인촌, 박은석, 원진아 외에도 연극계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참여해 힘을 보탰다. 김대진, 김형범, 박하진, 김범진, 도광원, 김해중, 김호준, 정인혜, 김수정, 한인수, 김기분, 김도완, 장지아, 김경화의 연기 역시 일품이다.대형 LED, 음향, 의상, 마술 등 무대 위 화려한 요소들도 조화를 이뤘다. 책을 열면 연기가 나오거나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연출 등은 보는 재미를 더했다. 연극 도중 무대 뒤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라이브 영상으로 송출되는 시네마 시어터 기술도 신선함을 더했다.‘파우스트’는 현대적이지만 고전의 매력을 그대로 살렸다. 다만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있어 살짝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명연기와 양정웅 연출이 섬세하게 빚어낸 ‘파우스트’는 성공적이었다. 아무래도 악마 박해수에게 홀린 건 파우스트뿐만이 아닌 듯하다. 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5.0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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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대부’ 권병길, 노환으로 별세… 향년 76세

50여 년간 연극 무대에서 활동한 배우 권병길(본명 권병근)이 별세했다. 향년 76세.12일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고(故) 권병길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중앙보훈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4일 오전 7시다.고 권병길은 1968년 ‘불모지’로 연극계에 데뷔했다. 무엇이 될꼬 하니(1978), 족보(1981), 거꾸로 사는 세상 1일극(1988), 동키호테(1991), 햄릿(1993), 꽃물 그리고 바람의 노래(2014) 등 10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직접 글을 쓰기도 했다.또한 영화 ‘공공의 적’(2002), ‘살인의 추억’(2003), 드라마 ‘무풍지대’(1989), ‘제4공화국’(1995), ‘찬란한 여명’(1996), ‘명성황후’(2002), ‘불멸의 이순신’(2004), ‘세남자’(2009) 등 지금까지 수백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고인은 지난 2018년, 배우 50주년 및 국제극예술협 창립 7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공연 ‘푸른 별의 노래’로 대중들과 만나기도 했다. 연극계 대부 권병길이 직접 구상한 작품으로 자신의 50년 배우 인생과 연극, 영화의 문화유산을 녹여냈다.박로사 기자 terarosa@edaily.co.kr 2023.03.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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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②] 박명훈 "봉준호 감독님, 100세까지 만수무강 하시길"

의미있는 유종의 미,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다.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을 통해 기적의 1년을 보낸 배우 박명훈(46)이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신인연기상 트로피를 거머쥐며 신기루 같은 나날들의 마침표를 완벽하게 찍었다. "내일 모레 50을 바라보는 신인은 많지 않죠? 하하" 올해 조연상과 신인연기상 후보에 동시 노미네이트 됐지만 내심 받고 싶었던 상은 역시 '생애 단 한 번'이라는 조건이 붙는 신인연기상이었다. "'기생충'의 일원이 됐다는 자체가 저에겐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한 기회였죠. 봉준호 감독님께 가장 감사해요." 오로지 연기 하나만 바라보며 살았던 인생이다. "시작이 연기라서 그런가? 뭔가 회사원처럼 이직의 개념을 생각할 수도 없는 직업이라 다른 일에는 한 번도 관심 갖지 않았어요." 오랜시간 연극무대에서 쌓은 내공은 독립영화로 이어졌고, 그 결과물이 봉준호 감독 눈에 띄었다. 현 충무로를 이끄는 대부분의 배우들은 '무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이 있으니 잘 따라가면 될 것 같았죠"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타고난 긍정 마인드가 보다 넓은 범위의 대중에게 배우 박명훈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밑거름이 됐다. 눈에 띄는 변화는 단연 스케줄, 그리고 필모그래피다. 박명훈은 1년 새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보이스' '경관의 피' '휴가' 등 영화 촬영을 줄줄이 마쳤고 '리미트' '비광'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아주 잠깐 등장하는 특별출연도 있고, 색다른 캐릭터도 있어요.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할 수 있는건 연기 뿐이니 열심히 많이 달려야죠." 행복한 하루 하루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 작심한 최근 관심사는 기승전 '운동'. "사실 운동보다 술을 좀 줄여야 할 것 같은데…."라고 껄껄 웃으면서도 늦은 밤 대학로 술자리로 향한 박명훈이다. "여전히 많은 동료들이 대학로에서 활동하고 있고, 몸이 기억하는지 저도 그 자리, 그 분위기가 아직은 제일 편하네요." 인생의 풍파를 겪을만큼 겪은 후 맞이하게 된 제2의 인생은 큰 선물이 되어줬을 뿐 인간 박명훈을 흔들리게 만들지는 않았다. 작품의 후광이 아닌, 박명훈이라는 이름으로 구축해 나갈 행보에 신뢰가 더해지는 이유다. ※취중토크①에서 이어집니다. -힘들어도 행복한 나날이죠."배우들은 선택받은 직업이잖아요. 자기가 선택해서 작업할 수 있는 배우는 1~2% 정도예요. 선택받아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죠. 저 혼자 잘해서 되는 일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변에도 너무 많이 감사해요." -이젠 작품을 정중히 거절할 정도 아닌가요."아휴~ 무슨! 아뇨. 절대 그럴 입장이 아니에요. 물론 여건상 (제안받는 작품에) 모두 출연할 수 있는건 아니지만, 스케줄만 허락해 준다면 최대한 소화하려고 해요."-칸영화제와 1년 후 아카데미시상식. 느낌이 달랐을 것 같아요. "가장 큰 변화는 레드카펫이죠. 칸 때는 등장하지 못했고, 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사진을 찍었어요. 하하. 뭐든 기록에 남는 거니까요.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죠. 가끔 '둘 중 어느 상이 더 좋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진짜 경중을 나눌 수가 없어요. 그냥 '어떻게 두 개를 동시에 받았을까요?' 싶을 뿐이에요.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연극계 잔뼈가 굵어요."1999년 연극 무대에 처음 섰어요. (전)미도가 무대 데뷔작을 저와 같이 했어요. '미스터 마우스'라는 뮤지컬이었는데, 14~15년 전쯤이었을 거예요. 모든 매체 통틀어 미도의 첫 작품이었어요. 미도와 이번에 백상에서 만났는데, 미도 나이가 이렇게 된 줄 몰랐어요. 아직 막내 같은 기억이 남아있어서요. 알고 보니 서른 후반이라면서요. 제 눈엔 걔가 완전 애기였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유명해졌지만, 뮤지컬 무대에서는 정말 톱 배우예요. 무대 쪽에서 잘 되고 있어서 행보는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대박을 터뜨렸더라고요. (이)정은이 누나는 2005년에 저와 같이 '라이어'라는 공연을 6개월간 같이 했어요." -무대로 돌아갈 마음도 있나요."좋은 작품이 있고 스케줄만 맞으면 하고 싶죠. 연극을 시작으로 계속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무대에 섰던 배우들은 그걸 잊기 힘들어요. NG 없이 2시간을 연기하기까지 매우 많은 연습을 거쳐야 해요. 영화와 드라마를 할 때와는 다른 쾌감이 있어요. 유명한 선생님 배우분들도 여전히 연극 무대에 서는 이유가 있어요."-특별히 애정이 가거나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수많은 배우가 지나간,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수많은 유명 배우들이 그 무대를 거쳐갔어요. (설)경구 형님을 스타트로 해서, (김)윤석이형, (황)정민이형, (김)희원이형 등 지금 한국영화를 이끌어가는 배우들 가운데 학전 출신이 많아요. 저도 그 작품이 정말 하고 싶었어요. 16년 전이네요. 당시 연극이 많을 때가 아니라서 배우들이 그 작품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어요. 저는 두 번 정도 떨어지고 세 번째에 붙었어요. 연기만 잘한다고 캐스팅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배역과 그림도 잘 맞아야 하고, 복잡하죠. 그 작품할 때 조연출이 윤석이 형이었어요. 그 형이 영화도 안 할 때요. 저와 같이 노숙자 커플로 나온 배우가 희원이 형이에요. 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뮤지컬이 기억에 남아요. 초연 앙코르에 참여했는데, 20년 정도 됐네요. 그땐 (조)승우가 꼬마일 때 베르테르를 연기했어요. 승우와 (엄)기준이가 더블 캐스팅이었던 기억이 나요. 저도 무대 데뷔하고 얼마 안 있다 그 작품을 했으니 기억에 남죠.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지하철 1호선'이에요."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서 열심히 연기하며 칼을 갈았네요. "할 게 없었어요. 무대에 서다가 지금 매체에서 유명 배우가 된 분들 많으시잖아요. 연극을 하다가 매체로 가는 게 코스 같은 느낌이었죠. 다들 그렇게 무대에 몰려있으니까 서로 위로받는 거예요. 누가 잘 되면 솔직히 배도 아프겠죠. '나보다 쟤가 뛰어난 걸까?'라는 생각도 들 거고요. 배우뿐 아니라 모든 직장이 다 그렇죠. 근데 뭐, 운도 따르고 여러 가지 것들이 따라줘야 하는 거잖아요." -봉준호 감독 차기작에도 많은 눈이 쏠려 있죠. "제가 봉 감독님이 아니어서 그분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부담감 같은 건 다 뛰어넘은 분 같아요. 저도 감독님 차기작이 궁금해요. 워낙 부지런하셔서 금방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또 한 번 기대를 할 수 있죠. 감독님 같은 분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영화 만드셔야 해요. 100세까지 만수무강 하셨으면 좋겠어요. 진짜로! 하하하." 〉〉취중토크③에서 계속 조연경·박정선 기자사진=박세완 기자영상=박찬우 기자 장소=삼청동 르꼬숑 [취중토크①] 박명훈 "'기생충'→백상 신인상 1년내내 얼떨떨"[취중토크②] 박명훈 "봉준호 감독님, 100세까지 만수무강 하시길"[취중토크③] 박명훈 "대학로 새 희망? 길 열어준 선배들께 감사" 2020.07.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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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회 백상예술대상, TV·영화·연극 최종 후보 공개

56회 백상예술대상 TV·영화·연극 부문 후보자(작)가 공개됐다. 8일 오전 백상예술대상 사무국은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지난 1년간 TV·영화·연극 부문서 활약한 부문별 최종 후보자(작)을 발표했다. 관심을 모으는 TV부문 작품상은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tvN '사랑의 불시착' SBS '스토브리그' 넷플릭스 '킹덤2' SBS '하이에나'로 쟁쟁한 라인업이다.(이하 모든 부문별 후보는 가나다순) 올해 TV와 영화부문의 눈에 띄는 점은 OTT 플랫폼의 선전이다. TV부문에는 '킹덤2'가 영화부문에는 '사냥의 시간'이 노미네이트됐다. 예능 작품상 부문은 MBC '구해줘 홈즈' MBC '놀면 뭐하니?' SBS '맛남의 광장'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tvN '신서유기 외전'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주춤했던 지상파 예능의 선전이 눈에 띈다. 교양 부문에는 KBS 1TV '다큐 인사이트-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tvN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 EBS '자이언트펭TV' MBC 'PD수첩-검찰기자단' SBS '스페셜-요한 씨돌 용현'이 선정됐다. 최우수연기상 부문은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남자 부문에는 강하늘(KBS 2TV '동백꽃 필 무렵') 남궁민(SBS '스토브리그') 박서준(JTBC '이태원 클라쓰') 주지훈(SBS '하이에나') 현빈(tvN '사랑의 불시착')이 경합한다. 여자 부문은 제일 치열해 다섯명 모두 수상해도 이견이 없어 보인다. 공효진(KBS 2TV '동백꽃 필 무렵') 김혜수(SBS '하이에나') 김희애(JTBC '부부의 세계') 손예진(tvN '사랑의 불시착') 이지은(tvN '호텔 델루나')이 '백상 퀸' 자리를 노리고 있다. 최우수 이상으로 치열한 부문이 조연. 김영민(JTBC '부부의 세계') 양경원(tvN '사랑의 불시착') 오정세(KBS 2TV '동백꽃 필 무렵') 유재명(JTBC '이태원 클라쓰') 전석호(SBS '하이에나')가 남자조연상 후보다. 여자 부문은 권나라(JTBC '이태원 클라쓰') 김선영·서지혜(tvN '사랑의 불시착') 손담비·염혜란(KBS 2TV '동백꽃 필 무렵')이 경합한다. 생애 한 번 뿐인 신인상의 영광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남자 후보는 김강훈(KBS 2TV '동백꽃 필 무렵') 안보현(JTBC '이태원 클라쓰') 안효섭(SBS '낭만닥터 김사부2') 옹성우(JTBC '열여덟의 순간') 이재욱(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다. 올해 가장 뜨거운 심사 후보 선정 중 하나가 신인연기상 여자 부문이었다. 김다미(JTBC '이태원 클라쓰') 전미도(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전여빈(JTBC '멜로가 체질') 정지소(tvN '방법)' 한소희(JTBC '부부의 세계')다. 1년간 국민들을 유쾌하게 만들어준 예능상 남녀 후보도 화려하다. 김성주(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김희철(JTBC '아는 형님') 문세윤(KBS 2TV '1박 2일 시즌4') 유재석(MBC '놀면 뭐하니?') 장성규(JTBC '방구석 1열') 김민경(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박나래(MBC '나 혼자 산다') 안영미(MBC '라디오스타') 장도연(올리브 '밥블레스유') 홍현희(TV조선 '아내의 맛')까지 10명이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상반기가 통으로 날아간 영화계지만 영화인들의 활약은 곳곳에서 빛났다. 어느 때보다 힘겨웠던 시기, 백상예술대상은 1mm의 존재감까지 놓치지 않은 후보 선정으로 영광 속 작은 위로를 전하고자 한다. 영화부문 최다 노미네이트 작품은 이변없이 1년이 지나도 굳건한 힘을 보여주고 있는 '기생충'이다. '기생충'은 10개 부문 12개 후보로 신인감독상을 제외한 전 부문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의미있는 메시지로 호평받은 '남산의 부장들'과 '벌새'가 6개 부문, 재난 영화의 신기원을 연 '엑시트'가 5개 부문, 논란섞인 반응 속에서도 뚝심을 내비친 '82년생 김지영'이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각 작품을 대표하는 단일 후보도 8명이나 된다. 시상식과 상의 가치를 높여줄 아름다운 후보들이다. 작품상 후보는 '기생충' '남산의 부장들' '벌새' '엑시트' '82년생 김지영'이다. 믿고보는 거장들과 신예 감독들의 성공적 데뷔가 눈에 띈다. 매해 후보 선정부터 각축전을 펼치는 남녀최우수연기상 후보는 송강호('기생충') 이병헌('남산의 부장들') 이제훈('사냥의 시간') 조정석('엑시트') 한석규('천문: 하늘에 묻는다'), 김소진('미성년') 김희애('윤희에게') 전도연('생일') 정유미('82년생 김지영') 조여정('기생충')이 바늘 구멍을 뚫고 최종 낙점됐다. 남녀조연상 후보는 보석처럼 빛나는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주목받았다. 김영민('찬실이는 복도 많지') 박명훈('기생충') 원현준('신의한수: 귀수편') 이광수('나의 특별한 형제') 이희준('남산의 부장들'), 김국희('유열의 음악앨범') 김미경('82년생 김지영') 김새벽('벌새') 박소담('기생충') 이정은('기생충')이 트로피를 놓고 기분좋게 경쟁한다. 후보도, 수상도 단 한번의 기회만 주어지는 신인연기상 부문은 노미네이트 자체만으로도 영광스럽다. 특히 올해는 10대부터 40대까지 연령대의 폭도 역대급이다. 영광의 주인공으로 박명훈('기생충') 박해수('사냥의 시간') 박형식('배심원들') 안지호('보희와 녹양') 정해인('유열의 음악앨범'), 강말금('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소혜('윤희에게') 김혜준('미성년') 박지후('벌새') 장혜진('기생충')이 꼽혔다. 지난해 18년 만에 부활한 연극부문은 젊은연극상과 함께 백상연극상, 남녀최우수연기상으로 시상 대상이 확대됐다. 작품, 연출, 배우 등 연극계 전반을 아우르는 백상연극상의 첫 후보는 신유청('그을린 사랑') 이연주('이게 마지막이야') 연출과 작품 '스푸트니크' '휴먼 푸가'가 올랐다. 두번째 젊은연극상 후보는 0set 프로젝트('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극단) 강훈구('진짜 진짜 마지막 황군'/연출) 송이원('신토불이 진품명품'/연출) 윤혜숙('우리는 이 도시에 함께 도착했다'/연출) 지미 세르('그을린 사랑'/음악·음향)다. 남녀최우수연기상 후보는 여성 연극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여자최우수연기상 후보가 5명, 남자최우수연기상 후보는 3명으로 시작한다. 김신록('녹천에는 똥이 많다') 김정('로테르담') 이리('7번국도') 이주영('그을린 사랑') 이지현('이게 마지막이야'), 김원영('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백석광('와이프') 임영준('너에게')이 한 자리에 모인다. 올해 백상예술대상은 2019년 4월 1일부터 2020년 4월 30일까지 지상파·종편·케이블·OTT·웹에서 제공된 콘텐츠나 같은 시기 국내에서 공개한 한국 장편영화 및 공연한 연극을 대상으로 한다. 각 부문을 대표하는 전문가 집단이 심사위원을 추천, 부문별 심사위원이 위촉돼 후보를 최종 선정했다. TV·영화·연극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무이 종합 예술 시상식인 백상예술대상은 6월 5일 오후 5시부터 경기도 일산 킨텍스 7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무관중으로 치러진다. 김진석·조연경 기자 2020.05.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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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날이 올 것이다"…'용길이네 곱창집' 韓日배우 손잡은 메인 예고편

'용길이네 곱창집'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정의신 감독)'은 1969년 고도성장기 일본에서 곱창 가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용길이네 가족을 통해 재일교포들의 삶의 애환과 희망을 그려낸 가족 드라마다. 이번에 공개된 메인 예고편은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라는 카피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으며 이미 평단으로부터 인정받은 '용길이네 곱창집' 작품성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이어 "아침부터 밤까지 시끌벅적했다"는 대사처럼 웃음이 끊이질 않는 용길이네 곱창집의 모습은 영화가 그려낼 밝은 톤 앤 매너를 예고하며 궁금증을 더한다. 특히 '킹덤' '협상' '목격자'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김상호가 주인공 용길 역을,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에 빛나는 '기생충'의 명품 조연 이정은이 억척스럽지만 속정 깊은 캐릭터 영순 역을 맡아 현실 부부 케미를 엿보이게 한다. 반면 "우리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국인이야"라는 둘째 딸 리카의 대사는 마냥 유쾌할 줄만 알았던 용길이네 가족에 남모를 사정이 있음을 암시, 보는 이들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직접 메가폰을 잡은 연극계 대부 정의신 감독의 '야키니쿠 드래곤'을 영화화했다는 점과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이야기"라는 연출 의도는 영화 '용길이네 곱창집'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킨다. 끝으로 서로 부둥켜안으며 하늘을 응시하는 ‘용길’과 ‘영순’의 씁쓸한 뒷모습과 지붕 위에서 노을 진 판자촌을 내려다보는 부자의 모습은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는 담담한 대사와 함께 진한 여운을 남긴다. 재일교포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메인 예고편 공개한 '용길이네 곱창집'은 12일 개봉 예정이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0.03.0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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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IS] 양아치 양대산맥? 조진웅·박해수 비범한 '연기神'

양아치라 쓰고 연기신(神)이라 읽는다. 본격적인 가을 스크린. '정의를 위해' 신념을 담보로 덤비는 두 양아치의 등장이 흥미롭다.25일 개봉하는 영화 '양자물리학(이성태 감독)'과 내달 2일 개봉하는 '퍼펙트맨(용수 감독)'은 전혀 다른 장르와 분위기로 전혀 다른 스토리를 그리지만, 작품을 이끄는 주인공들은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 일명 '삐끼' 출신의 클럽 사장 박해수와 '업장'을 관리하는 한량 건달 조진웅. 영화에서나 볼법한 캐릭터들은 목숨을 걸고 인생에 다시 없을 동앗줄, 아니 '금줄'을 잡았고, 캐릭터를 잡은 배우들은 그야말로 신나게 뛰어 놀았다.'양자물리학'은 정의로운 클럽 사장 이찬우(박해수)가 유명 연예인의 마약 사건에 검찰, 정치계가 연결된 사실을 알고 업계 에이스들을 모아 대한민국의 썩은 권력에게 빅엿을 날리는 대리만족 범죄오락극이다. 극중 박해수는 죽어가는 업소도 살려낸다는 유흥계의 화타 이찬우 역할을 맡아 저 세상 말빨을 뽐내며 '높은신 분들'을 이리저리 요리한다.'퍼펙트맨'은 까칠한 로펌 대표와 철없는 꼴통 건달이 사망보험금을 걸고 벌이는 인생 반전 코미디 영화다. 조진웅은 진중함과 심각함이라고는 1%도 없는 자유분방 인싸 캐릭터 영기로 분해 '왜 이제 연기했나' 싶었을 정도로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자랑한다. 미운데 미워할 수 없는, 약 오르는데 도와주고 싶은, 한 대 때리고 싶다가도 결국 토닥거리게 만드는 인물이 바로 영기다.실제 만났다면 서로가 서로를 '극혐'했을 찬우와 영기지만, 꽤 많은 공통점을 통해 한 주 차이로 영화를 관람하게 될 관객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전망이다. 대사 많고, 패션 화려하고, 자존심은 없지만 의리와 가오는 충만하다. 영기는 질색하는 '쓰리피스 정장'이 찬우에게는 일상복이라는 것이 유일한 다름이랄까. 시종일관 '쟤 왜 저래' 볼멘소리가 나와도 미소가 뒤따르고, '목표달성' 결말은 속 시원하면서 어디에선가 또 제 자리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찬우와 영기를 응원하게 만든다.그 중심에는 오랜만에 '미친 연기 터졌다'는 말을 전하게 만드는 박해수와 조진웅이 있다. 시작부터 '연기파 배우'로 분류되며 이제 연기력을 논할 시기는 지난 배우들이지만, 그럼에도 잘했다. 꽤 거슬릴정도로 현실감 없는 몇몇 스토리와 뚝뚝 끊어지는 개연성도 박해수와 조진웅의 연기 덕분에 시선이 분산된다. 재미? 메시지? 감동? 있지만 굳이 따지지 않아도 좋을 두 작품이다. 배우의 연기를 관람하는 것 만으로도 흡족하다는 것 역시 꼭 닮은꼴이다. 어디까지 대본이야? 능청스런 생활연기 긍정적인 이미지 파괴다. 폼 잡고 허세 부리지 않는다. 스스로 양아치임을 인정하고 움직인다. '양자물리학' 찬우와 '퍼펙트맨' 영기가 '귀엽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다. 공교롭게도 찬우와 영기는 극중 사투리를 쓴다는 공통점도 있다. 물론 영기는 네이티브 부산 사나이, 찬우는 고객 만족도를 위해 전국팔도 사투리를 모두 구사하는 것이지만, 조진웅과 박해수는 정감가는 사투리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입에 모터 달린 듯 맛깔스러운 대사들을 쏟아낸다.무엇보다 흥미로운 지점은 말똥말똥 반짝반짝 빛나는 두 배우의 눈빛이다. 스크린 첫 주연 신고식을 치르는 박해수는 매 장면 온 몸에 힘을 주고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최근 작품에서 알게 모르게 매너리즘에 빠진 연기를 보여줬던 조진웅은 '이게 관객이 애정하는 조진웅이지'라고 다시금 인정하게 만든다. 시나리오 대사와 애드리브를 적절히 섞으면서 다소 오글거릴 수 있는 중얼거림까지 현실적으로 연기해냈다. 연극계에 잔뼈가 굵은 티를 이렇게나 고맙게 내준다.박해수는 인터뷰에서 "밑바닥 인생을 사는 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건강하고 진정성 있는 태도가 전달되기를 바랐다. '내 주변에 이런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관계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촬영 두 달 전부터 연습을 했기 때문에 현장에 갔을 땐 모든 것이 다 맞아 있었다. 모든 배우들이 진정성있게 매달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것이 카메라 밖으로도 보여질 것이라 믿는다"고 자신했다.조진웅은 "영기는 무언가를 자제하면서 사는 애가 아니다. '오늘 설렁탕 먹자'고 했을 때 대부분이 우르르 설렁탕을 시킨다면 영기는 지가 먹고 싶은걸 시키는 애다. 순수하고 올곧다. 어떻게 보면 건달이라는 직업이 먼저 눈에 들어왔어야 하는데, 이 캐릭터는 반대였다. 영기라는 사람이 보이더라. 인물이 상황을 끌고가는 구조가 매력적이었고, 배우로서 '연기할거리'가 생겼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쓰리피스 정장 vs 화려하되 촌스러운 '양자물리학'과 '퍼펙트맨'은 보는 맛(?)도 쏠쏠하다. 누가봐도 직업 추측이 가능한 그 의상들을 박해수와 조진웅은 소화해내고야 말았다. 클럽 삐끼로 시작해 사장으로, 제 자리에서 최선의 신분 상승을 꿈꾸는 찬우는 새빨간 쓰리피스 정장을 차려입고 등장해 보는 이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쓰리피스 정장에 질색하는 영기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질색할 화려한 패턴의 점퍼로 촌스러움을 극대화 시킨다. 박해수, 조진웅이 평소 절대 입지 않을 옷이기에 흥미로움은 더 크다.박해수는 "빨간색부터 자주색으로 나름의 톤 변화가 있다. 심지어 차도 빨간색이다"며 미소짓더니 "감독님과 '찬우의 색깔'을 떠올리다 정열의 빨간색으로 결정했다. 시원한 파란색도 생각했는데 빨간색이 주는 묘한 분위기가 있더라"고 설명했다."돈 주니까 입었다"고 단언해 좌중을 폭소케 한 조진웅은 "감독님과 의상실장이 정해두고 날 세워둔채 하나씩 입혀 보더라. 감독 본인 소장용도 있다"며 "패션 자신감 두번 있다가는 난리날 것 같다. 나는 평소에 반바지도 잘 안 입는다. 슬리퍼만 신는 정도다"며 "체격이 좀 크기도 하고 화면이 더 부어 보이게 나오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거기다 옷까지…. 혐오스러웠다면 죄송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추천 오디션" 내 식구 챙기는 의리 박해수와 조진웅은 작품을 위해 주연의 위치를 활용하기도 했다. 평소 눈여겨 봤던 배우들을 조심스레 추천한 것. 연기이기 때문에 말 통하고, 눈빛 통하는 감정은 중요하다. 파트너 잘 만나 연기를 더 잘할 수 있다면 작품에 도움이 될지언정 해가 되지는 않는다. 박해수에게는 임철수·박광선이, 조진웅에게는 김민석이 있었다.박해수는 결혼 직전까지 룸메이트였던 임철수와 '양자물리학'에서 클럽사장과 이사로 호흡 맞췄다. '나를 위해 너를 희생하지 않는' 관계를 연기하기 위해 진짜 소울맞는 절친과 함께한 것. 울랄라세션 멤버로 잘 알려진 박광수는 연극 '남자충동'에서 인연 맺었고 박해수의 결혼식 축가를 부르기도 했다. 박해수는 "철수 같은 경우는 내가 추천한 동시에 오디션이 잡혀 있었다. 신기했다"며 "연극을 오래 하다보니 무대 인맥이 꽤 된다. 이번 작품에서 우연찮게 다들 만나게 돼 기뻤다"고 전했다.조진웅은 전작 '광대들:풍문조작단'에서 현재 군 복무중인 김민석을 만난 후 '예쁜 동생'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뒀다. 때때로 '애기'라는 호칭으로 김민석을 표현하기도 한 조진웅은 "조금 올라오면 까불거릴법도 한데 우쭐대지 않더라. 그에 반해 시작이 연기가 아니었고, 어려운 시절도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또 밝다. 할머니를 모시고, 잘 풀리지 않는 동료들을 챙기는 민석이 행동 하나하나가 예쁘더라. 그럼 보이게 예뻐해 줘야지. 전혀 닮지 않았지만 친동생 자리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19.09.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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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①] 성수연 "18년만에 부활한 백상 연극상, 연극인 모두의 축제"

화려하게 빛나는 별들 사이에서 더 열정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빛냈다.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18년 만에 부활한 연극 부문의 젊은연극상을 수상한 배우 성수연이다.대중에겐 아직 낯설지 몰라도 그는 11년 차 베테랑 연극배우다.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졸업과 동시에 '직업 연극배우'로 나서며 1년에도 여러 편의 공연을 해왔다. 2015년에는 '비포 애프터'라는 작품으로 동아연극상에서 유인촌신인연기상을 수상했고, 올해 '액트리스원: 국민로봇배우 1호'로 백상에서 젊은연극상까지 거머쥐었다.특히 성수연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에게 트로피를 안겨준 '액트리스원: 국민로봇배우 1호'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액트리스원: 국민로봇배우 1호'는 미래의 연극계에서 국민할머니가 된 원로배우 성수연의 간병 로봇으로서 그로부터 연기를 배워가며 연기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 로봇을 다룬 일인극. 범상치 않은 이 연극에서 성수연은 뛰어난 상상력과 도전 의식으로 일인극의 무대를 가득 채웠다.백상 젊은연극상은 미래지향적인 태도로 연극의 새로운 개념과 미학적 표현을 모색한 단체나 개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젊은'이란 생물학적인 나이의 '젊음'이 아닌 도전 의식과 과감한 시도의 '젊음'을 뜻한다. 이 상의 의미는 곧 성수연에게 걸맞은 설명이기도 하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성수연은 장애인 배우들과의 공동작업, 미디어 아트와 협업하는 등 연기의 개념과 영역을 확장시키며 최근 매우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기활동을 펼쳤다"고 평했다.트로피를 품에 안은 후 주목하는 시선은 많아졌으나 성수연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무대에 서고 있다. 그리고 더 열심히 연기하리라 다짐했다. 그는 "배우로 서는 무대와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일상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살고자 한다"고 말했다.-취중토크 공식 질문입니다. 주량이 얼마나 되나요."소주는 한 병 정도 마셔요. 한 병 이상 마시면 많이 취해서 잠이 들어요. 그래서 맥주를 많이 마시는데, 한 번에 3000cc 정도 마시는 것 같네요. 주종은 가리지 않는 편이에요."-술버릇이 있나요."별로 공개하고 싶진 않지만.(웃음) 혀 짧은 소리를 낸다거나, 휘청거린다거나 그 정도네요. 술자리를 이전에는 자주 하는 편이었는데, 이젠 다음날 너무 힘들어서 자주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나이가 들어가는 건가요. 하하하."-연극배우들은 왠지 다 주당일 것 같은 이미지에요."술자리가 잦긴 하죠. 매일 만나서 연습을 하니까, 연습 끝난 후 술자리에서 또 작품 이야기를 하고 그런 분위기가 있어요. 그렇다고 진짜 매일 마시는 건 아니고요."-백상예술대상 당시가 기억나나요."정말 긴장했어요.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어요. 무대에서 내려와서 영상 인터뷰도 촬영했었잖아요. 전에도 이런 인터뷰를 해본 경험은 있는데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터라 제가 무슨 이야길 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네요."-백상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처럼 여러 언론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왔어요. 주변에서 많이 놀리기도 했고요. 좋은 의미의 놀림이죠. 제가 시상식에 간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혀 말을 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TV에 갑자기 제가 나오니까 다들 놀란 거예요. 수상 이후에도 연락을 엄청 많이 받았어요."-주변 반응은 어땠나요."연극을 하는 동료들은 제가 받은 것도 받은 것이지만, 백상에서 연극 부문이 부활했다는 점에서 기뻐하더라고요. 연극인들에겐 의미가 남달랐다고 할까요. 제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감사한 반응들이었죠. 마치 축제 같았어요. 저를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잘 안다고 할 수 없는 분들도 아낌없이 축하해주셨어요. 연극계의 일이니까 다 같이 신나는 분위기가 된 것 같아요."-백상 참석 요청 전화를 받고 굉장히 고민하기도 했다고요."상상했던 그런 자리는 아니었으니까요. TV나 영화 부문 후보들은 정말 전 국민이 다 아는 분들이잖아요. 그 드라마와 영화를 본 시청자들이 대다수일 거고요. 연극은 사실 그렇지 않잖아요. 생방송으로 전파를 타는 백상의 시청자분들이 저희들(연극 부문 후보들)을 모르실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저희의 공연을 봤던 관객분들 외엔 잘 모르실 게 당연하고요. '그 분들 입장에서 우리가 나오는 게 과연 재미가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걱정됐어요. 생각이 바뀌었던 건, 저희 공연 봤던 분들도 시청자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그분들도 TV로 저희를 봐주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결국 시상식장까지 오게 됐네요."-수상 소감을 만족스럽게 했나요."너무 어안이 벙벙해서, 그렇게까지 만족스러운 소감을 하지는 못했던 것 같네요. 뭐, 긴장하지 않았다고 해서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해요. 감사의 마음을 조금 더 구구절절 말하는 것 외엔 또 뭐가 추가될 수 있을까요. 생방송이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수상자분들이 소감을 짧게 하시는 것 같기도 했어요. 말하고 싶은 사람들을 다 언급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 보였어요. 말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말하게 될 거라 꾹꾹 참았어요.(웃음)">>[취중토크②] 에서 계속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사진·영상=박세완 기자 [취중토크①] 성수연 "18년만에 부활한 백상 연극상, 연극인 모두의 축제"[취중토크②] 성수연 "열악한 연극계? 연극만의 시도로 계선 해야죠"[취중토크③] 성수연 "미투 운동 그 후, 변했고 변하고 있고 더 변해야" 2019.08.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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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IS] "혐의부인·추가폭로" 김기덕·이윤택·조재현 남은건 '법의심판'(종합)

미투(Me Too) 운동에 끝은 없다.미투 고발 대상자로 지목 받으면서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은 배우 조재현이 또 한 건의 성폭행 혐의에 휩싸였다. 지난 20일 한 매체는 "16년전 조재현에게 방송국 화장실에서 성폭행 당했다"는 재일교포 여배우 A씨의 주장을 보도했다. A씨는 "당시 사건으로 깊은 우울증에 빠졌고, 2007년 배우의 꿈을 접은 채 일본으로 돌아간 후에도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조재현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하지만 조재현은 "여배우 A를 고소하겠다"는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조재현 측 법률대리인은 "여배우A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다. 2002년 합의하에 성관계는 있었지만 성폭행은 아니다. A씨의 어머니가 협박해 7000~8000만원을 보내 주기도 했다"며 "조재현의 미투가 터진 후 3억원을 추가 요구하는 내용 증명이 날아놨다. 상대편 변호사가 손을 뗀 상황에서 모녀가 언론에 터뜨렸다. 21일 공갈 미수로 고소장을 접수할 것이다"고 밝혔다.조재현은 지난 2월 첫 미투가 나온 후 모든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배우 생활은 물론, 대내외적으로 맡고 있던 직책에서도 물러난 그는 3월 MBC 'PD수첩' 보도에도 특별한 움직임이나 언급없이 자숙을 이어갔다. "조사가 필요하다면 경찰 조사에도 임하겠다"는 뜻만 내비쳤을 뿐이다.문제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수사의 방향성이 쉽게 잡히지 않았고, 고발의 의미를 퇴색시킬 정도로 미투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뤄진 적은 없다. 그저 '사과 후 자숙' 수순을 밟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대중의 분노는 청와대 국민 청원으로 이어졌다. 목적은 단 하나, 명확한 조사와 처벌이다. 조재현 역시 큼직한 성추행 의혹을 받을 때마다 청원 게시물에 이름이 오르 내리고 있다.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 30부)에서는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됐다고 볼 수 있는 연극계 대부 이윤택 감독의 첫 공판이 열렸다. 이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을 맡았던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소속 극단 여성 단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지난 4월에 기소됐다.이 같은 만행은 단원들의 미투 운동 폭로로 알려졌고,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8명을 23차례에 걸쳐 강제로 추행한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13일에 이 감독을 재판에 넘겼다. 첫 공판에는 증인 1명이 참석해 증인신문을 받았고, 증인은 이윤택 감독에게 당한 피해를 상세히 증언했다. 첫 공판에 첫 증인신문인 만큼 질문할 내용도, 따져 볼 내용도 많았다.이윤택 감독의 재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미투 가해자로 사법 판단을 받게 되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윤택 감독은 피해자들에 대한 행위는 어느정도 인정하면서도 이를 '성추행·성폭행' 카테고리로 묶지는 않고 있다. 혐의 자체는 부인하는 것. "연기지도였고, 교육이었고, 이를 위해 꼭 필요한 행동이었을 뿐 정당했다"는 주장을 고수 중이다.앞서 악질 성추행 가해자로 찍힌 김기덕 감독도 '소송'을 결심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제목으로 김기덕 감독의 미투(Me Too) 내용을 다룬 MBC 'PD수첩' 제작진과, 당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에 응한 여배우 A씨 등 2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3일 고소했다.또 지난해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자신을 고소했던 여배우 A씨에 대해서는 '무고 혐의'로 추가 맞고소했다. '혐의없음' 결론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PD수첩'에 출연해 자신에게 성폭행범, 강간범 이미지를 씌우고 성폭력 의혹이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다.피해자의 피해 정도와 미투 고발 대상자 즉 가해자들의 태도에 따라 재판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첫 재판을 시작한 이윤택 사건 역시 언제 결론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미투'라는 큰 범위안에서 떨어질 첫 판결은 이후 비슷한 재판에 분명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사과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조재현 역시 여배우 A에 대해서는 고소를 택하면서 법정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과정에서 조재현의 과거 행적이 더 깊이있게 드러날 수도 있다.실추된 이미지는 결코 회복될 수 없지만, 대중의 심판은 이미 받고 있지만, 법적으로 이들의 잘못이 '공식화'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김기덕 감독과 이윤택 감독, 조재현까지 긴 싸움을 시작한 이들에게 그보다 더 긴 암흑을 살아 온 피해자들 앞에서 법은 어떤 심판을 내릴지 미투 운동 후폭풍은 끝나지 않았다.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18.06.2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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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IS] "눈물의 사과 vs 아웃팅" 미투 폭풍 '명과 암'

살얼음판 문화계다. 누군가는 출국을 금지당했고, 누군가는 참회의 눈물을 흘렸으며, 누군가는 강제 아웃팅을 당해야 했다. 스케일이 커진 '미투(Me Too) 운동'의 명과 암이다. 끝나지 않는 미투 운동이다. 끝나지 않아야 하는 운동이기도 하다. 새로운 소식은 끊임없이 들려오고, 문화계는 자체 자정작용에 돌입했다. 하지만 장기전의 발목을 잡는 미꾸라지도 존재한다. '청정한' 미투 운동을 위해서는 이유 불문, 명확한 사실관계가 밑바탕돼야 한다. 벌써부터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곽도원에 이어 이해영 감독까지 벌써 두 번째다. 지난 4일 오후에는 배우 한재영과 이해영 감독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한재영은 연극배우 시절에 후배에게 고발당했고, 이해영 감독은 지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재영의 미투 고발자는 SNS를 통해 본인의 실명과 이름, 가해자의 실명도 당당히 공개하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해영 감독의 고발자는 '4metoo***'라는 SNS 계정에 초성으로 글을 남겼다. 당사자들의 반응도 달랐다. 4일 늦은 오후, 피해자의 글을 접한 한재영은 언론에 입장을 표명하기 전에 피해자와 먼저 연락을 취하기 위해 노력했다. 변명하고 해명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사과'였다. 5일 오전 6시 피해자와 전화 통화 연결이 된 한재영은 사과하고 또 사과했다. 피해자는 미투 고발자 중 처음으로 '가해자를 이해하고 용서한다'는 글을 먼저 올렸다. '한재영 배우가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을 봐도 이젠 아플 것 같지 않습니다'라는 대목은 피해자의 포용심과 한재영의 진정성을 동시에 가늠케 한다. 한재영은 피해자의 글이 올라온 뒤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모든 사실을 인정했고 사죄했다. 과거에 피해를 입힌 것이 맞고, 자숙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과의 선후 관계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미투 운동을 통한 긍정적 효과의 좋은 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이해영 감독은 '소송'을 언급했다. 네티즌들은 미투 운동을 통해 이해영 감독과 관련된 이야기를 처음 접했지만 이해영 감독은 이미 2년 전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해영 감독은 '성 소수자'라는 사실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원한 커밍아웃이 아닌 명백한 아웃팅이다. 이해영 감독은 '나는 성소수자다. 게시자는 약 2년 전부터 성 정체성과 인지도를 약점으로 이용해 지속적인 협박을 해 왔다.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한 협박과 허위 사실을 담은 언어 폭력을 가해 왔다. 이제는 개인적인 피해를 넘어 공적인 명예가 실추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강압적인 방식으로 내 의사와 무관하게 나의 성 정체성이 밝혀지고,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해 내 명예가 실추되는 상황을 간과하지 않겠다. 나의 인권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동안 받아 온 협박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작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미투 운동의 스케일은 연극계를 넘어 영화계 범위가 더 커지는 모양새다. 매일 밤 터지는 미투 운동으로 인해 관계자들은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이미 터진 사건들을 수습하기도 모자란 시간에 새로운 폭로들이 넘쳐 나고 있다. 배우·감독·제작자를 막론하고 관련인이 언급되는 순간, 작품 자체가 흔들린다. 고발 대상자 한 명이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해영 감독 역시 올 상반기에 '독전' 개봉을 준비 중이다. 배급사와 제작사, 출연 배우들의 소속사들은 고발 글이 올라온 뒤 즉시 비상에 걸렸다. 감독의 '입'을 기다릴 수밖에 없기에 발을 동동 굴렀다. 이해영 감독의 고백으로 상황은 급변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늘어나고 있다. 연극계와 가요계도 빠지지 않는다. 미투 운동의 시발점인 이윤택 연출은 결국 출국 금지를 당한 채 경찰 조사를 받는다. 서울지방경찰청 측은 "성폭력 혐의로 고소된 이윤택씨에 대해 5일 오후 2시30분에 긴급 출국 금지를 요청했다. 5일 오후 2시30분부터 12시간 동안 출국 금지되고 향후 법무부 승인 시 한 달간 출국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포크송 가수 강태구는 전 연인에 대한 데이트 폭력 논란에 휩싸였다. 강태구의 전 연인 A씨는"'2012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반의 연인 관계를 이어 가는 동안 강태구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A씨에 따르면 강태구는 A씨의 옷차림과 행동을 꾸준히 지적하며 폭언을 일삼았고, 강제로 포르노를 시청하기를 종용했다. 네 번째 폭로자까지 등장했지만 남궁연은 요지부동이다. 남궁연은 법률대리인을 앞세워 '민형사 고소를 진행할 것이다. 아직 폭로자가 특정되지 않은 인물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 뒤 법적 대응을 할 것이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 피해자가 등장한 뒤 꼬리를 내린 오달수와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법정 다툼은 이제 시작이지만 남궁연은 이미지 추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투 운동의 스케일이 커지면서 고발 글이 범람하고 대상자들도 확대되고 있다. 대부분 즉각 사과로 대응하고 있지만 미투 운동에 의한 피해자도 발생했고 법적 대응을 진행하는 이들도 생겼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며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과도기를 겪는 것은 당연하다. 돈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투 운동은 지지돼야 마땅하고 무엇보다 악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고심과 고민은 분명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ins.com 2018.03.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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