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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싸를 만나다] '손바닥 위의 영화관' 삼성 라이프스타일 TV 역사 쓴 삼총사

지난 1월 세계 IT·가전 전시회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삼성전자 부스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회사의 첫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베일을 벗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물이 전시되지 않아 아쉬움에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제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영화 '스타워즈'의 로봇 'R2-D2'를 연상케 하는 깜찍한 디자인의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이 그 주인공이다. 한 손에 들어도 부담 없는 크기에 실내외 어디서나 최대 100형(대각선 254㎝)의 화면을 구현하는 신개념 폼팩터(구성·형태)의 등장은 전 세계 소비자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28일 과감한 도전으로 라이프스타일 TV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선행개발그룹 최은석(49)·채성호(33) 프로, 차세대기획그룹 정승연(33) 프로와 그동안의 개발 과정을 되돌아봤다. 삼성 TV 폼팩터 도전에 글로벌 완판 행진 글로벌 TV 시장에서 16년 연속 왕좌에 오른 삼성전자는 대화면·고화질 제품뿐 아니라 개인 맞춤형 수요에도 집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된 일상 속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개인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정승연 프로는 "아늑하고 조용한 구석의 자투리 공간과 캠핑 등 야외에서 활용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지고 있다"며 "공간의 제약을 넘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스크린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의 예측은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북미·한국·중남미·동남아·유럽 등에서 진행한 예약 판매에서 1만대 이상이 팔려나갔다. 북미에서는 1차 물량 4000여 대가 1주일도 안 돼 조기 소진됐으며, 유럽에서도 예약 판매 하루 만에 1000대가 넘는 제품이 완판됐다. 한국에서도 2차 물량까지 2000대가량이 눈 깜짝할 새 동났다. 모든 나라에서 예상했던 물량을 크게 상회해 생산·물류 부서에는 비상이 걸렸다. 액세서리 주문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고무된 상태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물론 이런 성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처음 시도하는 제품이라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어 기초 설계부터 밟아나가야 했다. 기술적 과제도 있었다. 최은석 프로는 "이동형 프로젝터라는 콘셉트에 걸맞은 다양한 기능이 제시됐다. 특히 오토 키스톤(왜곡된 화면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기술)의 경우, 시중 제품의 상하(수직) 방향에서 좌우(수평) 방향까지 모두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개발 난이도가 급격히 올랐다"고 회상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일반 프로젝터의 복잡한 화질 조정 단계를 생략하고 원하는 장소에서 나만의 스크린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더 프리스타일은 전원을 켜면 곧바로 오토 키스톤·오토 포커스·오토 레벨링 기능이 작동해 화면의 수평과 초점, 상하좌우 화면 비율을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서 맞춘다. 프로젝터에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발열 문제를 극복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채성호 프로는 "프로젝터는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 많은 칩이 들어가 있다. 키스톤 보정도 특정 칩이 담당하는데, 화면 조정이 필요 없을 때도 동작하면서 발열이 생기지는 않는지 살피기 위해 장시간 에이징 테스트로 최적화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가까이 두고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발열을 걱정하지 않고 쓸 수 있도록 소재나 구조에도 신경을 썼다. 렌즈 수명은 2만 시간을 보장하는데, 하루 8시간 기준으로 7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더 프리스타일은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도 두렵지 않다. 절반 이상 저렴한 제품도 있지만, 기술력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정승연 프로는 "수십 가지의 제품을 직접 구매해 써봤다. 저가 상품은 그만한 이유가 있더라"며 "디자인·마감 퀄리티가 떨어질 뿐 아니라 오토 키스톤·포커스가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더 프리스타일은 삼성 TV가 가진 강점과 노하우를 온전히 담아낸 작품이다"고 덧붙였다. 오토 키스톤·발열 극복…흥행 이끈 삼총사 이렇듯 기술력을 집약하는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들에게 신규 기능을 시연하는 자리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최은석 프로는 "필요한 기능을 하나씩 완성하며 데모를 하다 보니 '어, 이게 되네?'라는 생각에 아이디어가 하나씩 늘기 시작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프로젝트 참여자들과 힘을 모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채성호 프로 역시 "처음 좌우 키스톤 보정을 데모할 때가 생각난다. 사업부 안에서도 처음 만든 기술이라 많이들 걱정했는데, 성공하고 나서 모두가 안도했다"며 미소 지었다. 더 프리스타일은 직급과 경력을 떠나 오로지 제품의 완성도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삼총사의 땀방울이 녹아들어 있어 더 의미가 깊다. 최은석 프로는 이번 신제품에 앞서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 카테고리의 주력 제품인 '더 프레임'과 '더 세로'의 센싱 및 구동부 제어 기술을 담당했을 정도로 잔뼈가 굵다. 함께 호흡을 맞춘 채성호 프로는 컴퓨터 비전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입사한 지 이제 3년째다. 선행 기술에 대한 검증을 뒷받침했으며, 양산 제품에 기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승연 프로는 제품 기획을 넘어 소비자의 갈증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던졌다. 이쯤 되니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가 또 다른 변신을 선보일지 궁금해진다. 언젠가는 스마트폰 크기로 주머니에도 들어가는 프로젝터가 나오지 않을까. 보안이 철저한 '관리의 삼성'이라 차기 전략 제품의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더 프리스타일 삼총사의 자신감에 희망을 걸어본다. 정승연 프로는 "대화면 스크린을 어느 환경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다양한 폼팩터를 고민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더 프리스타일로 전에 없던 고객 가치를 전달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채성호 프로는 "품절 대란에도 아직 더 프리스타일을 모르는 고객이 많다. 열심히 개발해서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은석 프로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경험을 주는 제품을 소개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며 "감동을 선사할 제품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 2022.03.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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