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도쿄올림픽, 이번엔 마라톤 개최도시 이전으로 시끌… 日육상연맹은 '뒷북'
바람 잘 날이 없다. 개막까지 1년도 남지 않은 2020 도쿄올림픽이 안팎으로 소란스럽다.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와 오다이바 야외수영장 수질오염 문제, 욱일기 반입 논란 등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논란거리가 산적한 가운데 이번에는 마라톤·경보 개최도시 이전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정작 일본육상연맹은 뒷북 대응에 그쳐 빈축을 사고 있다.마라톤은 올림픽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가장 상징적인 경기다. 개최도시에서 42.195km의 코스를 달려 주경기장까지 들어서는 동안, 오직 두 다리에 의존해 인간의 한계를 넘으려는 개인의 도전을 전세계가 지켜보게 된다. 올림픽 정신의 근간에 닿아있는 종목이자, 올림픽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결코 없어지지 않을 유일한 종목으로 꼽히기도 한다. 올림픽에서 마라톤이라는 종목이 갖는 의미는 그만큼 크다.하지만 내년 열리는 여름올림픽에선 개최도시 '도쿄'가 아닌, 홋카이도의 삿포로에서 마라톤이 열리게 됐다. 한여름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폭염이 심한 도쿄의 날씨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달 16일 도쿄올림픽 마라톤과 경보 경기를 삿포로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공식화했고, 30일부터 도쿄에서 열린 IOC 조정위원회를 통해 이를 확정했다. 이에 도쿄도 측이 거세게 반대하자 이달 1일 다시 존 코츠 IOC 조정위원장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패럴림픽 담당 장관이 참여한 '4자 회담'까지 열렸다.회담 끝에 고이케 도지사는 "동의할 순 없지만 방해하진 않겠다"고 마지못해 마라톤·경보의 삿포로 개최를 받아들였다. 전세계에 중계될 이번 마라톤을 위해 도쿄타워, 황궁을 지나는 '관광 코스'를 마라톤 코스로 정하고 무더위 대책 등에 3000억원을 투자한 만큼 반발이 거셌지만, 개최도시 이전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수용했다. 갑자기 마라톤 개최를 떠맡게 된 삿포로 측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올림픽 개막까지 불과 9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코스 선정 및 선수 등 관계자 숙박시설·교통편 확보, 경비·자원봉사자 인력 확보 등 과제를 떠안게 됐다. 난항을 거듭하던 개최도시 이전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불만의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누구보다 마라톤·경보 개최도시 이전에 민감하게 대응했어야 할 일본육상연맹은 모든 논의가 끝난 지 나흘이 지난 5일,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IOC의 결정을 비판했다. 하지만 토마스 바흐 IOC 회장이 개최도시 이전 방안을 공식화한 시점부터 2주나 지난 상황이고, 이미 개최도시 이전이 확정된 상황이라 '뒷북'만 친 셈이 됐다. 데일리스포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육상연맹 강화전략 프로젝트 리더이자 전 일본 국가대표 세코 토시히코는 "IOC의 결정은 절대적이라고 들었다. IOC가 연맹의 의견을 악의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럼 마라톤은 빼버리자'고 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의견 표명이 늦은 이유를 설명했다.심지어 이 기자회견마저도 연맹 내부에선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마 나오키 연맹 사무국장은 이번 개최도시 이전에 대해 "IOC는 우리들보다 훨씬 크게 생각하고 결정한 것이다. 결정에 따라 준비하는 것이 우리들의 입장"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IOC의 뜻에 순응해야한다는 의견이다.더구나 일본육상연맹은 개최도시 이전에 대한 선수, 감독 등 현장의 의견을 직접 취합하고도 내부의 소통 오류로 인해 IOC 조정위원회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을 취합해 제출한 강화위원회 측은 "IOC 조정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생각해 사무국에 전달했다"는 입장이지만, 카자마 사무국장은 "조정위원회에 제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하는데 그쳤다. 분명한 건 개막일인 내년 7월 24일까지 이제 9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도쿄올림픽이 여전히 잡음과 혼란 속에 있다는 사실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19.11.0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