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데뷔 8년 만의 20홈런' 삼성 이성규, '백만 관중 앞' 홈런 치고 그라운드 도는 '맛'을 알았다 [IS 인터뷰]
20번째 홈런이 터진 순간,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이성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데뷔 8년 차에 맞은 첫 20홈런, 개인적인 욕심은 없었지만 주변의 기대와 성화에 의식을 안할 수 없었다. '후련해지게 빨리 달성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열흘을 버틴 이성규는 11일 대구 KT 위즈전에서 시즌 20번째 홈런을 쏘아 올리며 안도했다. 이성규는 "내가 (20홈런을) 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이렇게 막상 치고 나니 '진짜 내가 친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많은 관중의 환호, 동료들의 격한 환영을 받으면서 그라운드를 돌고 나니 실감이 났고 기분이 좋았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20홈런을 드디어 쳤구나, 마음이 편해졌다"고도 덧붙였다. 이성규는 그동안 삼성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2016년 삼성에 입단한 이성규는 매 시즌 꾸준히 거포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으나, 잦은 부상에 실력을 만개하지 못했다. 2018년 경찰 야구단 시절 퓨처스(2군)리그에서 31개의 홈런을 때려낸 그는 지난해 시범경기 홈런왕(5개)에 올랐지만, 정규시즌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타율이 0.188(452타수 85안타)에 불과했고, 홈런도 13개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그는 성실한 모습으로 곧 1군 캠프에 콜업, 연습경기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시범경기까지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4월 초순까지 대타, 대수비로 교체 출전되던 그는 4월 14일 NC 다이노스전 시즌 첫 홈런을 시작으로 1군 라인업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19개의 홈런을 더 쏘아 올린 그는 구자욱(20개) 김영웅(24개) 다음으로 팀내 세 번째 20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그는 '무엇이 달라졌을까'라는 단골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항상 "심적으로 편해졌다"는 답을 종종 한다. 그는 "예전엔 '못 치면 어떡하지' 같은 마음에 쫓겼는데, 지금은 '그냥 하자'라는 마음이 크다. 삼진에 대한 두려움도 떨쳐내면서 긍정적인 생각과 공격적인 타격을 많이 하게 된다"라고 달라진 원동력을 설명해왔다. 김헌곤 등 베테랑 형들의 조언도 이성규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홈런 욕심도 사실은 없다. "그저 배트 중앙에 맞추는 데만 신경쓴다"라고 말했다. '아시아의 전완근'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터질 듯한 팔 근육이 증명하듯 그에겐 타고난 힘이 있다. 배트에만 잘 맞으면 공은 담장 밖으로 넘어간다. 최근 이성규를 상대한 다른 팀 감독 역시 "이성규가 타석에 들어서면 무섭다"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타석에서의 힘과 여유가 상당하다.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부상 악령'도 올해는 잘 마주치지 않는다. 이성규는 2021년엔 연습경기서 맹타를 휘두르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수비 훈련 도중 발목 인대 파열 부상으로 시즌을 날렸고, 지난해엔 심각한 부진으로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 그는 "올해는 크게 안 아프고 잘 넘어간 것 같다. 조금 아프더라도 (우천 취소 등) 쉴 수 있는 타이밍이 생기는 등 운도 많이 따랐다"며 활짝 웃었다. 최근 이성규는 1루수로 출전하고 있다. 기존 주전 1루수였던 오재일과 데이비드 맥키넌이 각각 트레이드와 방출로 팀을 떠났고, 박병호가 왔지만 체력적으로 풀타임 1루수가 어렵다. '잘 치는' 1루수 이성규가 최근 주전 1루수를 맡고 있다. 이성규는 "2020년엔 1루 수비만 했었다. 수비 부담은 아직 있지만 어색한 건 없다. 팀에 도움이 되는 포지션이라면 잘 소화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성규는 지금의 이 기분을 시즌 끝까지 이어가고 싶다. 만원 관중 앞에서 홈런 치고 그라운드를 도는 그 짜릿한 기분이 좋다는 그. 지난 14일 시즌 100만 관중 달성했다는 소식에 "정말 너무 감사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많이 환호해주시고 함성 질러주신 덕분에 무더운 여름을 잘 버티고 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테니 잘 부탁드린다"라고 팬들에게 인사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윤승재 기자
2024.08.15 1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