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IS 피플]"분윳값 벌어야 해요"...절실했던 조용호, 데뷔 첫 3할 눈앞
KT 위즈의 고정 1번 타자 조용호(33)는 지난달 29일 출전한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인생 경기'를 펼쳤다. 첫 타석부터 우중간 3루타를 쳤고, 홈런과 단타를 추가했다. 히트 포 더 사이클에 2루타만 채우지 못했다. 조용호는 전형적인 교타자다. 밀어치는 타격과 커트(의도적으로 파울을 만드는 스윙)를 잘하고, 투수의 공을 최대한 많이 지켜본다. 그런 그가 9월 이후엔 장타력까지 뽐내고 있다. KT 타선에서 앤서니 알포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장타율(0.440)을 기록했다. 조용호는 지난 시즌(2021) 막판 타격 스탠스에 변화를 줬다. 원래 양발을 배터박스 세로 라인과 평행으로 만든 뒤 공을 기다렸지만, 이제 앞발(오른발)을 1루 쪽으로 빼는 오픈 스탠스로 나선다. 후반기부터는 오른발을 드는 높이를 올리기도 했다. 조용호는 "타격 폼을 바꾸고 레그킥을 한 뒤에는 당겨쳐 우측으로 보내는 타구도 많아졌다. 장타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LG전에서 안타 3개를 추가한 조용호는 시즌 타율을 0.312(452타수 141안타)까지 끌어올렸다. 경기당 4타석을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남은 6경기에서 안타 2개만 더 치면, 데뷔 처음으로 3할 타율을 넘어설 수 있다. 조용호의 야구 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고교(야탑고) 시절부터 빠른 발과 콘택트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어깨 부상을 당했다. 단국대에 진학해 다시 한번 프로 진입을 노렸지만, 또 드래프트를 앞두고 발목 부상으로 쓰러졌다. 독립 야구단 고양 원더스에 입단한 뒤에도 부상에 시달렸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소화한 그는 야구 선수 꿈을 버리지 않았고, 모교(단국대)에서 홀로 훈련을 시작했다. 행운이 찾아왔다. 육성 총괄 신분으로 다른 선수를 보기 위해 단국대를 찾았던 김용희 전 SK 와이번스(현재 SSG 랜더스) 감독이 조용호의 잠재력을 알아봤고, 입단 테스트를 거쳐 육성선수로 영입했다. 조용호는 트레이 힐만 감독이 SK 지휘봉을 잡았던 2017시즌 1군에 데뷔, 다부진 플레이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부상이 또 그의 발목을 잡았고, 포지션 경쟁에 밀리며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2018년 12월엔 KT로 무상 트레이드됐다. 사실상 1군 전력으로 평가받지 않은 것이다. 조용호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책임져야 할 식구가 한 명 늘었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KT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조용호는 "3월에 아이가 태어난다. 아내가 출산할 때 곁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 난 이제 분윳값을 벌어야 한다. 더 절실한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9시즌 초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조용호는 팀 간판타자였던 강백호가 손바닥 부상으로 이탈한 7월, 3번 타자로 나서며 맹활약했다. 그렇게 주전으로 올라섰고, 타선 리드오프를 맡아 KT의 강팀 도약을 이끌었다. 매 순간 절실했던 그는 1군 데뷔 6년 만에 비로소 3할 타자가 되고 있다. 안희수 기자
2022.10.04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