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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시선] 다시 출발한 KT 대표 선임 열차, 그리고 주목되는 현대차 행보
KT 대표 오디션을 두 달가량 앞두고 현대자동차가 화두로 떠올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래 모빌리티 영토 확장을 위한 파트너십 정도로 여겨졌는데, 최근 KT의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이다.지난해 9월 KT와 현대차는 7500억원 규모의 지분 혈맹을 맺었다. 현재 현대차는 지분 7.79%를 보유한 KT의 2대 주주다. 최대 주주 국민연금(8.53%)을 바짝 따라잡았다.KT가 작년 말 차기 대표 선임 절차에 착수했을 때만 해도 현대차는 한 발짝 물러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현대차 측도 "의결권 행사가 아닌 신사업 협력이 목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그런데 올해 3월 윤경림 전 사장의 대표 선임과 사외이사 3인에 대한 연임을 앞두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KT가 정치권 외풍에 흔들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단으로 풀이된다.한바탕 폭풍이 몰아친 뒤 또 현대차가 등장했다. 이달 말 선임을 확정하는 7인의 사외이사진에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이 포함된 것. 그는 주주 추천을 받은 3명 중 1명이기도 하다.대주주 지위 확보에 이어 사외이사 진출까지 현대차가 KT 경영 정상화의 선봉에 설지 관심이 쏠린다.현대차에게 통신 사업은 충분히 매력적인 분야이기도 하다.스마트폰과 5G 네트워크 장비를 제조하는 삼성을 제외하고 국내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가운데 이동통신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곳은 현대차가 유일하다.인공지능(AI)과 미디어 등 확장할 수 있는 사업도 무궁무진하다. 향후 커넥티드 카가 확산하면 차량용 통신 상품 등으로 고정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KT 입장에서는 지긋지긋한 정치권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점이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간 주인 없는 소유분산기업 특성상 지배구조 투명성 우려가 이어진 만큼, 소유주가 명확한 현대차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면 어깨가 가벼워질 수 있다. 하지만 KT는 현대차의 제2 도약을 위한 발판이 아닌 국내 대표 통신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 상황이나 정치적 이슈가 아닌 통신사 본연의 가치와 새로운 가능성 발굴에 힘을 쏟아야 한다. 품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5G 인프라 개선도 미션으로 남아있다.KT는 이번에 대표 자격에서 'ICT 전문성'을 제외했다. 이는 보다 넓은 시야로 믿음직한 수장을 뽑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정부나 특정 세력을 위한 '낙하산 인사'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주주는 물론 국민의 공감을 얻는 판단을 내리는 데 현대차가 한몫하기를 기대한다.정길준 경제산업부 기자 kjkj@edaily.co.kr
2023.06.13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