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승엽, 대구팬에 시즌 첫 홈런 선물 ‘110m짜리 타구’
드디어 터졌다. 돌아온 국민타자 이승엽(36·삼성)이 시즌 첫 홈런을 쐈다. 8년 넘게 지났지만 그가 아시아 한 시즌 최다인 56호 홈런을 터뜨렸던 곳과 같은 장소, 같은 팬들 앞에서였다. 이승엽은 15일 넥센과 벌인 대구 홈 경기 3-7로 뒤진 6회말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이승엽이 나오자 투수를 이보근에서 오재영으로 바꿨다. 왼손 투수로 왼손 이승엽을 잡기 위해서였다. 이승엽이 넥센의 희망을 보란듯이 깨버렸다.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연속으로 4개의 공을 커트해내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8구째는 거의 바닥에 떨어지는 공이었는데도 파울로 걷어냈다. 결국 이승엽은 9구째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쳤다. 던질 곳이 마땅치 않았던 오재영의 공이 가운데에 몰렸고, 이승엽이 기다렸다는 듯 완벽한 중심이동으로 방망이 중심에 맞혔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는 비거리 110m짜리 타구였다. 이승엽은 2003년 시즌 최종전인 10월 2일 대구 롯데전에서 한 시즌 최다인 56호 홈런을 쳤다. 이듬해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은 3118일 만에 국내 정규리그 무대에서 홈런포를 재가동했다.대구구장은 이승엽을 외치는 함성으로 메아리쳤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홈런이어서 그는 기뻐하지 않았다. 이승엽은 덤덤하게 베이스를 돌아 대기 타석에 있던 최형우와 살짝 주먹을 부딪히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 외에 별다른 제스처는 없었다. 8년간의 일본 생활을 접고 친정에 복귀한 이승엽은 개막 후 6경기에서 홈런을 치지 못했다. 경기 전 류중일 감독은 "자기 스윙을 못하고 있다. (이)승엽이가 한방을 쳐준다면 쉽게 갈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워 했다.1회말 행운의 2루타로 선제 타점을 올린 이승엽은 이날 홈런 포함해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복귀 후 최고 활약을 펼쳤다. 홈런이 나온 다음 타석인 8회에도 깨끗한 우전안타로 7-7 동점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시즌 성적은 타율 0.346, 1홈런, 5타점으로 껑충 뛰었다.그러나 삼성은 10회 3점을 7-10으로 졌다. 이승엽은 풀이 죽었다. 그는 "대구구장에서 오랜 만에 홈런을 쳤는데 개인적인 기쁨보다 열심히 응원해준 팬들에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며 아쉬워했다.대구=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
2012.04.15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