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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IS현장] '우리 현장은 안중요'부터 '다른 남자'까지… 건설 현장 표어의 세계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이 시행 1년여를 넘기면서 안전 슬로건에 힘을 주는 건설 현장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구색을 맞추는 차원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안전 표어를 내거는 분위기다. '우리 현장은 당신이 다치면서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없다'는 겸손형부터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있다'는 자극형까지 각지각색이다. 건설사 중에는 전국 현장을 돌면서 산업재해 예방 슬로건과 포스터를 전시하고 노동자들의 관람을 유도하는 곳도 있다. 표어에 '진심' "여기는 중요한 현장이 아니라는데?"지난 7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건설현장 앞을 지나가던 행인 둘이 발걸음을 멈춰 섰다. 그들의 시선이 모인 곳은 현장 외벽에 큼지막하게 걸린 플래카드였다. '우리 현장은 당신이 다치면서까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안전 표어를 또박또박 읽던 이들이 큰 소리로 웃었다.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써놨는데 다치면 안되겠다." 이 현장만의 일은 아니다. 용산구 원효로 인근의 한 오피스텔 건설 현장은 '안전에는 베테랑이 없다'는 문구와 함께 높은 크레인에서 추락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플래카드 이미지로 담았다. 자세히 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수위가 높은 장면이다. 이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는 “뻔한 내용 같지만 그래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분위기 차원에서) 또 다르다”며 “잠깐만 실수해도 인명사고가 나기 때문에 (플래카드를) 더 건다”고 말했다. 현수막을 내거는데 그치지 않는 곳도 있다. 건설사 중에는 현장을 돌면서 안전 슬로건과 포스터를 갤러리마냥 전시하는 회사도 등장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현장을 돌면서 '산업재해예방 포스터·표어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건설 현장에 '사람이든 화물이든 떨어지면 죽습니다' '안전대를 걸겠습니까, 생명을 걸겠습니까'라고 적힌 안전 표어와 무시무시한 그림들을 받침대 위에 세워두고 작업자들이 관람하는 방식이다. 반도건설 측은 이번 전시회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의식을 끌어올리고, 사고 경각심을 주기위해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반도건설은 2019년 이후 5년 연속 중대재해 발생건수 0건을 기록 중이다. 이처럼 건설 현장의 안전 표어에 지나치게 힘을 주다보니 무리수를 두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2021년 부산의 공공건물 건설 현장에 내걸린 이른바 '아내의 변심' 플래카드다. 시공사인 태영건설은 당시 '사고가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표어와 함께 이불을 덮은 여성과 돈다발 이미지가 담긴 입간판을 내세웠다가 혼쭐이 났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건설사의 천박한 노동관, 수준 낮은 여성관, 파렴치한 안전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중국어·베트남어는 '기본' 안전 표어가 한국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민학회에 따르면 2018년 집계 기준 국내 건설 현장에서 근로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22만6000여 명에 달한다. 이는 회원수 약 7만5000명인 국내 최대의 건설부문 노동조합인 건설노조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숫자다. 정비산업 업계 관계자는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를 할 때 지상층 형틀목수는 대부분 외국인"이라며 "조금 과장하면 눈앞에 있는 건물의 지상층은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 노동자가 모두 세웠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귀띔했다.사람이 많으면 안전사고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사고 사망자의 12%가 중국 등 외국인 근로자들이었다. 건설 현장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크게 늘어나자, 중국어나 베트남어 등 외국어로 쓰인 안전 표어도 늘어나고 있다. 한글로 작성된 안전 표어 밑에 외국어를 한 줄 더 쓰는 식이다. 정부가 나서기도 한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지난해 10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6개 외국어로 제작된 현수막 1000개를 수도권 지역 중소규모 현장에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국토안전관리원은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위탁집행형 준정부 기관이다. 정부는 안전 표어가 외국인 노동자의 재해를 막는데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본지에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내·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전사고에 경각심을 갖는 측면에서 표어가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잠깐의 실수가 인명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 2021년부터 다양한 언어로 적인 안전표어를 적은 플래카드와 책자 등을 현장에 배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발간한 '건설공사현장 안전관리실태(민간 건축공사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건설현장에서 278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2021년 기준 건설업의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사고사망자 비율)은 1.65로 전체 산업평균(0.43)의 3.8배가 넘는다. 미국(0.97)과 일본(0.79) 등 외국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사고 예방에 올인 업계는 건설 현장에서 안전 슬로건에 관심을 쏟는 배경으로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법과 사고 예방을 꼽는다. 중대재해법은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를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다. 건설업계가 산재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현장에서 예방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각 건설사들은 안전 표어 외에도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눈물겨운 노력 중이다.가장 눈에 띄는 곳은 포스코건설이다. 포스코건설은 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2021년부터 '무재해 달성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해왔다. 상·하반기로 나눠 중대 재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모든 직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식이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현장에서 중대 재해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전 직원에게 안전 인센티브를 200만원씩 지급하기도 했다. 포스코건설 측은 "지난해 국내 10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 건설 현장에서 사망 사고 같은 중대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현대건설은 지난해부터 근로자들의 작업중지권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전용 온라인 플랫폼인 '안전 신문고'를 구축하고 작업자 스스로 작업중지 신고와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중대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한 '위험성평가' 제도를 오는 2025년까지 전 사업장에 의무화할 방침이다. 노사가 사전에 사업장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위험성평가의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으나, 산재 사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등 법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노사가 함께 위험요인을 찾는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모든 사업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법령 정비와 안전문화 확산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사고사망의 80%를 차지하는 소규모 사업장과 고령 노동자 등 취약 부분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안전 가이드와 교육자료를 배포하겠다"고 말했다.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3.03.10 07:02
부동산

유명무실 중대재해처벌법? 곳곳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

최근 건설 및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이어졌다. 정부는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여죄를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노동자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고용노동부(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경기 안성시 KY로직스 저온 물류 창고 공사 현장에서 타설 작업 중 동바리(가설 부재)가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내려앉았다. 건물 4층 거푸집 약 50㎡가량이 3층으로 내려앉으면서 4층에서 콘크리트를 붓던 근로자 5명이 5∼6m 아래로 떨어져 크게 다쳤다. 사고 발생 후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이 중 40대 남성과 60대 남성이 숨졌다. 30대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다. 함께 추락한 다른 2명 역시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시공사인 SGC이테크건설은 지난해에도 대구 내 주상복합 신축공사장과 인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에서 2건의 사망 사고를 일으켰다. 2020년에도 1명이 사망해 해당 시공사에서 2년간 총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노동부는 시공사인 SGC이테크건설의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것이 골자다. SGC이테크건설은 상시 근로자 수가 200명이 넘어 중대재해법 대상이다. 전국에서 사고가 났다. 같은 날 경북 포항시 남구 동국S&C 1공장에서는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 한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노동자는 천장 크레인에서 떨어진 물체에 맞아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S&C 1공장은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고용부는 사고 확인 즉시 해당 사업장에 작업 중지 조처를 내리고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21일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동 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체의 공장에서는 5m 높이에 설치된 바닥 철판이 무너지면서, 철판 위에서 작업하던 노동자 4명이 다쳤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들 4명은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은 상황이다. 고용 당국은 현장에서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건설 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정부와 시공사 등의 관리 감독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사망 사고가 발생해 수사를 받는 10대 건설사는 DL이앤씨·대우건설·현대건설·SK에코플랜트·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 등 6곳에 달한다. 중소 규모의 건설 현장까지 넓힐 경우 올해 상반기 건설업 사망자는 222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안성 창고 공사 현장 사고 원인으로 추측되는 동바리 설치 부실로 인한 거푸집 붕괴는 올해 초 광주광역시 서구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사고의 주원인"이라면서 "다른 업체에서 붕괴사고가 일어나기도 했기 때문에 관련해서 안전점검만 했어도 사고를 막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y@edaily.co.kr 2022.10.24 07:00
부동산

중대재해처벌법 100일, 명과 암 '뚜렷'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100일째를 앞두고 명과 암이 뚜렷해지고 있다. 법 시행 석 달을 넘겼지만, 건설 현장 사망 사고 숫자는 법 시행 전과 비교해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대재해법에 맞춰 안전관리자를 확충하는 등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긴 했으나 사망 사고 자체를 줄이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망자 수 오히려 늘어 오는 6일은 중대재해법 시행 100일이 되는 날이다. 중대재해법은 현장에서 사망사고 등의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처벌 대상을 경영 책임자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러나 사망자 수는 법과 사실상 무관했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사고 사망자는 총 55명이었다. 같은 기간 상위 100대 건설사 현장에서 14명이 사망했다. 100대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사망사고를 기록한 기업은 광주 화정아이파크아파트 붕괴사고로 6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HDC현대산업개발이었다. 이어 현대건설이 2개 현장에서 2명의 사망자를 냈다. DL이앤씨, 한화건설 등의 현장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는 법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전년 같은 동기 건설 현장에서는 총 49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 1월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서 주요 건설 현장이 바짝 긴장하고, 일요일이나 명절 연휴 등을 대부분 쉰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변화가 없는 셈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3개월을 맞았지만, 건설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경각심 늘고, 안전관리자 확대 긍정적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고, 상시 근로자가 500명 또는 1000명 이상이 되는 경우 2명으로 증원하도록 의무화했다. 안전관리자는 사업장 전반이 안전하게 운영되도록 지도 및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그동안 중대 재해를 낸 사업장은 안전관리자를 제대로 기용하지 않거나 있더라도 작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지난 3월 노동자가 안전벨트에 감겨 사망한 사고를 낸 동국제강 포항공장 현장에는 동국제강 측 안전 관리자나 안전 담당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가 안전관리자의 확대가 중대재해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입을 모으는 배경이다. 분명한 '명'인 셈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303개 중소·중견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약 70%는 1년간 안전관리자 수급 여건이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최근 5년간 연평균 건설기업에 공급되는 안전관리자는 연평균 734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내년 7월까지 당장 안전관리자 3914명이 필요하지만 약 2000명 이상 인력이 부족할 전망이다. 업계는 사고가 날 가능성은 높은 중소건설사가 안전관리자 수급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 있다. 건산연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65.3%, 중견기업 71.4%는 최근 1년간 안전관리자 취업 지원자 수가 줄었다고 답했다. 주된 원인은 '대형 건설기업 채용 증가', '높은 업무 강도와 처벌 위험성 등에 따른 기피' 등이 꼽혔다. 대기업 꼼수도 그대로 중대재해법에 걸려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더라도 대기업은 교묘히 피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중대재해법상 처벌 대상이 경영 책임자로 좁혀지자, 각 건설사는 대부분 CEO(최고경영자) 외에도 CSO(최고안전책임자)를 선임하며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영업정지 처분도 무용지물이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 현장에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를 낸 HDC현산개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몇 개월 차이로 중대재해법을 피해간 HDC현산개발은 서울시가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리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18일 시작될 예정이던 영업정지 효력은 즉각 중단됐다. HDC현산개발은 행정처분 취소 소송도 제기해 소송이 끝날 때까지 영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8년 동안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9개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소송으로 시간 끌기 중이다.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고도 기업의 책임과 매출 손실 피하기 위한 꼼수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사망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킨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날 사고를 줄인 건 아니다"며 "지금 법은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 시스템을 개선하고 장비를 도입하는 등 노력하는 업체에 대한 인센티브와 평가도 이뤄져야 실질적으로 중대 재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5.02 07:00
경제

'중대재해법 1호' 삼표산업, 처벌 어디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7일) 시행 후 첫 산업계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1호에 이목이 집중된다. 삼표산업 토사붕괴 사고는 29일 오전 10시경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도하리에 위치한 양주석산 골재 채취작업 중 발생했다. 매몰자 3명이 발생됐고 그중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1명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즉각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수사에 돌입했다. 삼표산업은 지난해 2건의 산재사망 사고를 냈다. 그 외에도 2019년 1건, 2020년 3건, 2021년 2건에 이번 사고를 포함하면 최근 4년간 7건의 산재 사망 사고가 났다. 안경덕 고용노동부장관은 "지난해 2건의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체에서 다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하다"며 "사고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상 철저하게 책임 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사고 현장에 전면 작업 중지를 명령하고 유사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삼표산업의 다른 현장의 작업도 멈추도록 했다. 노동부는 삼표산업 특별감독도 추진할 계획이다. 삼표산업 근로자는 약 930명이다. 삼표산업 양주사업소만 놓고 봐도 근로자수 53명이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표산업 경영책임자는 이종신 대표다. 그러나 삼표그룹 대주주이자 삼표산업 대주주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다. 정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삼표 지분 65.99%를 보유하고 있다. 삼표산업의 경우 삼표의 지분율은 98.25%다. 다만, 정 회장이 삼표산업만은 대표이사가 아니고 지주회사 대표이사도 아니라 책임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어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2.01.30 09:50
경제

자동차 업계, '중대재해법' 대응책 마련 분주

자동차 업계가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 관리체계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관련 전담팀을 꾸리거나 교육을 강화하는 등 '1호 처벌 기업'의 불명예를 피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기존에 없던 최고안전책임자(CSO)직을 새로 만들고 국내생산담당 임원인 이동석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 부사장은 대표이사는 아니지만 지난해 연말 하언태 전 사장이 퇴임한 이후 울산·아산·전주공장 등 국내공장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CSO로 낙점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도 최근 CSO직을 새로 만들었다. 다만 현대차가 생산부문 임원을 CSO로 선임한 것과 달리 기아는 급을 높여 최준영 대표이사 부사장이 맡기로 했다. 노무 전문가인 최 부사장은 기아 광주지원실장, 노무지원사업부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2018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대표이사직을 수행해왔다. CSO 신설과 함께 안전 조직도 키운다. 현대차는 올해 1월 1일 자로 본사 안전 관련 조직을 확대했다. 아울러 연구소와 생산공장 등에도 조직개편을 통해 안전관리 조직을 개편했다. 또 작년부턴 본사, 연구소, 울산 등 주요 생산공장에 안전 관련 전문인력을 지속해서 충원하고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GM은 협력사 인원을 포함한 전 사업장 근무 인력의 점검 및 사고 예방 교육을 강화했다. 사고 예방 및 대처 매뉴얼을 쉽고 명쾌하게 재정비했고, 관련 직원들이 매뉴얼 내용을 숙지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또 업무 투입 전 3분간 안전을 주제로 하는 발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등 수시로 사고 예방 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모두 중대재해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중대재해법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숨지거나 다칠 경우 사고를 막기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 오너(사업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이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인에는 5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 총괄 조직을 만들고 안전관리에 중점을 두는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때문만이 아니라 이전부터 계속 신경을 써왔던 부분"이라며 "아무리 예방을 해도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미비점, 보완점 등 과제를 계속 발굴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책임을 떠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CSO가 기업 총수나 오너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대재해법 제2조는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2.01.27 07:00
경제

포스코 지주사 전환 앞두고 시끌벅적 왜?

지주사 전환을 선언한 포스코가 시끌벅적하다. 오는 28일 지주사 전환이 결정될 임시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포스코 본사가 있는 포항시를 비롯해 노조와 소액주주들까지 물적분할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 "지주사 전환 중대재해법 회피 꼼수" 2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이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과 맞물려 더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을 때 처벌받는 법이다. 공교롭게 중대재해법 시행 다음 날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 안건과 관련한 임시주총이 열릴 예정이다. 전국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지주사 전환으로 중대재해법을 피하려고 하는 꼼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주사 전환은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 포스코(신설법인)로 물적분할되는 게 골자다. 노조는 법인이 분리되면 지주사를 통해 경영은 계속 하되 포스코에서 일어나는 중대재해법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 1년 이상이 구형된다. 여기서 경영 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이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들이 경영 책임자로 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면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CEO들은 사고 책임자에서 쏙 빠져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지난 2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용역사 직원이 작업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3코크스공장에서 스팀배관 보온작업을 하던 용역사 직원 A 씨가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최정우 회장은 즉각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현재 사고대책반을 설치해 관계기관과 협조하며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과 신속한 사고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재발 방지 및 보상 등 후속 조치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라고 사과했다.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 약속에도 사고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지난해 10월에도 포항제철소 내에서 교통사고로 포스코 계열사 소속 직원이 사망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룹의 모든 업무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의 핵심가치이자 기업문화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며 ‘안전’을 강조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포스코지회는 이번 끼임 사고와 관련해 “입사한 지 보름도 안 된 노동자를 안전지킴이 역할까지 겸직시켜 발생한 사고”라며 “2018년 이후 24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했다. 최정우 회장 임기 동안 2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 국민연금은 찬성 "수소에너지 등 새로운 성장 기회" 지주사 전환은 최정우 회장의 ‘생존 승부수’로 꼽힌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첫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지주사를 통해 효율적인 미래 신사업 발굴과 그룹 사업·투자 관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략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겉으로 미래 가치를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장기집권 수립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의심하는 이도 있다. 포스코지회는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해 장기집권 구조로 갈 가능성이 있다. 또 노사 관계를 회피하기 위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처럼 경영권 강화로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포스코는 그동안 정권이 바뀌면 수장도 교체되는 ‘포스코 회장 잔혹사’에 시달려왔다. 최 회장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전례에 따라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3월 대선 이후 교체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지주사 전환을 통한 경영권 강화로 이를 방어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지주사 전환은 임시주총에서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현재로써는 24일 9.7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연금 측은 “이차전지, 수소에너지 등 새로운 성장 기회 가능성과 함께 철강 자회사의 비상장 의지를 자회사 정관에 반영한 점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포스코 측은 과거에도 수차례 지주사 전환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시점이야말로 경영구조 재편에 최적기라는 이사회의 공감대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또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육성함은 물론 그룹 사업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의결권 자문회사인 서스틴베스트는 “기존 회사들에 발생한 디스카운트 규모를 고려할 때 회사가 제시한 주주 친화 정책으로 주주 손해를 상쇄하기에 부족하다”며 소액주주들과 뜻을 함께하며 물적분할 반대 의견을 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2.01.26 07:01
경제

'재해사망률 1위' 오명 현대가 기업, 중대재해법에 떨고 있나

‘현대가’의 경영 책임자들이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의 국무회의 통과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제조·건설업 등에서 현대가 기업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사망률 1위 오명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HDC현대산업개발 등에서 중대 재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업무상 사고와 질병을 포함한 산재 사망자가 매년 발생한 사업장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차 울산공장 등 28곳으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에서 34명,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중대 재해에 따른 작업 중지 명령을 8차례나 받았다. 올해 5월에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숨진 사고로 작업 중지 명령을 받는 등 ‘안전 불감증’이 심각하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노동부는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재해가 재발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린다. 기아차도 예외는 아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0대 제조업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근로자 1만명당 재해자 수 비율 181.3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기아차가 재해자 수 비율 97.6명으로 2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70.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건설업도 재해가 많은 산업이다. 현대산업개발은 6일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산업재해와 관련해 집중적인 타깃이 될 전망이다. 이날 권순호 현대산업개발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됐고, 광주 ‘학동 재개발 붕괴 참사’에 대해 추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학동참사 시민대책위는 지난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에 대한 진실규명과 피해복구 촉구하는 항의서한을 최근 현대산업개발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 1년 이상이 구형될 수 있다.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을 때 처벌받는 법으로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또 사망자가 아니더라도 직업성 질병자(화학적 요인에 의한 급성중독 포함 24개 항목)가 1년 이내 3명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중대 산업재해로 규정된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경영 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된다. 해석에 따라서 최종 책임자가 기업의 오너가가 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3세 경영에 나서고 있는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최종 책임자로 지목받을 수 있다. 만약 최대 주주가 최종 책임자라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대상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최종 책임자가 될 수도 있다. 윤준병 의원은 "반복되는 산재 사망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근로감독체계 개선 및 안전보건체계 구축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10.05 07:00
경제

올해만 4명 사망, 현대건설 자구안 살펴보니…

올해 4명의 사망 사고를 낸 현대건설이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에 개선안을 제출했다. 고용부는 현대건설의 개선 계획을 토대로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 뒤 필요할 경우 내용 보완을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고용부와 현대건설이 수박 겉핥기식 감사와 개선안을 서로 주고받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인명사고를 내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는 공사 기간(공기)과 현장 노동자의 참여 등 핵심사항이 빠졌다는 것이다. 고용부 '권고' 사흘 뒤 또 사망사고 고용부는 지난 6월 현대건설 본사와 소속 현장을 대상으로 산업 안전보건감독을 했다. 현대건설 사업장에서 최근 3년 동안 연속해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3명이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특별감독이었다. 고용부는 지난 2일 약 두 달간의 감사를 마쳤다. 그러면서 현대건설에서 301건의 산업 안전보건조치 위반을 확인하고, 안전관리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나흘 뒤인 5일 경기도 고양의 현대건설 신축 아파트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가 굴착기에 깔려 사망했다. 건설업계는 고용부의 이번 감사는 내년 1월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의 '전초'로 인식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 혹은 벌금형에 처하도록 해 1군 건설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다. 현대건설은 고용부의 권고에 따라 움직였다. 전국 141개 현장에서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안전결의대회를 열고, 협력사에 안전관리 강화 방침을 전달했다. 또 안전관리 우수 협력사에 대한 포상 물량을 총 5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 사고 발생 위험을 낮춘 협력사에 대해 공사 물량 배정에서 인센티브를 줘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협력사 신규 등록 및 갱신 시, 안전 분야 평가 점수를 기존 5%에서 20%로 4배 강화해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정치권·시민사회 "본질은 공기와 노동자 참여"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포상으로는 건설 현장 사망 사고를 줄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인명사고를 발생시키는 본질적인 원인인 공기와 노동자의 참여 부분이 빠졌기 때문이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본지에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상당 부분은 공기 단축에서 비롯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공기를 줄일 때 건설사에 가장 많은 이익이 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 원내대표는 "가령 한 달짜리 공사가 1차 하도급을 거쳐 3~4차까지 내려가면 열흘짜리가 되는 식이다. 공기를 줄이려고 무리하게 작업을 하고 안전 부분을 건너뛰면서 인명 사고로 연결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고용부는 건설사의 공기 단축 여부를 강하게 규제해야 인명사고를 막을 수 있다. 포상금 지급은 본질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1차 협력사에 안전 포상금을 준다 한들 그 돈이 2~4차까지 가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정재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부장은 "현대건설이 안전관리를 위해 5000억원의 포상 물량을 투입하고 결의 대회와 설문조사를 했다고 알고 있다"며 "그러나 건설현장 사망사고는 이런 형식적인 절차와 투자로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안전보건에 관한 현장 노동자의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현장 노동자가 무리한 공기 단축을 하거나 현장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판단될 때 작업중지를 요청하기도 한다. 현장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됐다는 의미다. 고용부 "개선안 검토, 위반 드러나면 엄중 조치" 현대건설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1년 시공능력평가에서 2위에 올랐다. 건설공사실적과 기술능력 부문에서 고루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현장 안전 수준은 월등한 시공능력평가와 완전히 달랐다. 현대건설 사업장에서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8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노동자 51명이 목숨을 잃는 등 매년 산재 사망자가 나왔다. 올해에도 노동자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대건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청문회나 국정감사 때마다 산업재해를 줄이겠다고 다짐해 왔다. 이원우 현대건설 부사장은 지난 2월에도 청문회에 나와 "하청업체에서 안전관리비가 부족하다고 하면 더 지출할 수 있다. 안전관리자를 늘려나가고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대건설 현장에서는 이후 3명의 사망자가 더 나왔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공기나 노동자 참여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협력업체에 대한 포상금 확대 등의 방법만 제시해서는 산업재해를 막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기 단축이 사망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일부 맞다. 그러나 이번 감사는 본사의 안전관리 체계를 본 것이 아니라, 전국 시공 현장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현재 시점에서 미흡한 부분만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업체 지원 여부와 체계에 주안점을 뒀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향후에도 고용부의 집중 관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개선안을 검토한 후 필요할 경우 내용보완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 현대건설이 개선안을 지키고 있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추가 인명사고에 대해 법 위반 여부를 따지겠다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 5일 추가로 발생한 사망사고는 고용지청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검토 중이다. 위반이 드러나면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며 "현대건설로부터 추가적인 대책을 받고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총 5000억원의 포상 물량은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줄이고 공사 초기부터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현재 시공하는 협력사는 2~3차 개념이 없다. 재하도급을 법에서 금지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1차 하도급업체가 다른 업체와 연결하는 부분에서는 포상 물량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기 부분은 발주처에서 발주할 때 협의하는 사항이다. 본사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제한돼 있다"고 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 2021.08.19 07:00
경제

중대재해법 본회의 통과…산재사망에 경영자 처벌

내년부터 노동자가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어 산업재해에 기업과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 처벌법 제정안을 재석 266명 중 찬성 187표, 반대 44표, 기권 58표로 의결했다. 중대재해법은 산재나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면 해당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도록 했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나 경영자는 대상에서 빠져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받지만, 하청을 준 원청은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산업재해가 아닌 대형참사인 '중대시민재해'의 경우에도 경영자와 법인이 같은 수위의 처벌을 받는다. 다만 상시근로자 10인 미만의 소상공인, 바닥 면적이 1000㎡ 미만인 다중이용업소, 학교시설 등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시민재해를 포함해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은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중대재해법은 공포일로부터 1년 뒤 시행된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3년 뒤 적용된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1.01.08 21:26
경제

중대재해법 법사위 통과…건설업계 “매우 유감"

산업재해나 대형사고가 났을 때 기업과 경영자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 처벌법이 8일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을 의결했다. 중대재해법은 산재나 사고로 사망자가 나오면 안전조치를 미흡하게 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법인이나 기관도 5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주나 법인이 최대 5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는 산업재해의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 뒤 적용하는 등 예외·유예 조항을 뒀다. 중대재해법은 이날 오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중대재해법이 법사위를 통과하자 건설업계는 강력 반발에 나고 나섰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이날 “건설업계를 비롯한 전 산업계가 나서 중대재해법 제정에 우려와 읍소를 표했는데도 불구하고 법이 통과한 것에 매우 유감이고 실망스럽다”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 법안은 기업과 대표자를 처벌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라며 “사고방지를 위한 기업의 노력에는 애써 눈감고 이를 감안해주려는 고려는 전혀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1.01.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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