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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일반

‘인어공주’~‘엘리멘탈’ 100주년 디즈니 ‘다양성이 힘’[디즈니100①]

“다양성이 디즈니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최초의 여성 수장이자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 시리즈의 각본을 쓴 CCO 제니퍼 리는 디즈니의 강점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1923년 디즈니 브라더스 카툰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시작,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를 시작으로 수많은 캐릭터와 작품을 탄생시키며 세계 1위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자리하기까지 디즈니가 뚝심 있게 지켜온 한 가지를 꼽자면 바로 다양성이다.보다 많은 이들에게 소구하고자 다양성 확보를 위해 기울였던 디즈니의 치열한 노력. 최초의 디즈니 흑인 프린세스였던 ‘공주와 개구리’의 티아나부터 올해 뜨거운 감자였던 ‘인어공주’ 실사판 주인공 할리 베일리까지. 꾸준히 다양한 문화, 인종의 이야기에 손을 내밀어온 디즈니의 지난 여정을 짚어봤다.◇디즈니는 원래 PC하지 않았다디즈니는 PC(Political Correctness : 정치적 올바름)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불리고 있지만, 사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동물을 서커스에 동원하는 걸 너무나 자연스러운 설정으로 사용했던 1941년작 ‘덤보’를 비롯해 인종차별적인 표현을 사용한 ‘피터팬’(1953), ‘아리스토캣’(1970) 등 디즈니에는 일종의 ‘흑역사’라 불릴 만한 작품들이 꽤 있다.애니메이션의 실사판인 ‘라이브액션’ 시리즈를 제작하면서 디즈니는 이 같은 부분을 대폭 바꿨다. ‘피터팬’에서는 ‘레드 스킨’이라는 인종차별적인 대사가 빠졌고, ‘덤보’에서는 동물을 서커스 등으로 착취하는 행위, 서커스단 안에서 암암리에 드러나는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비판했다. 원작과 달리 흑인 배우 할리 베일리에게 주인공 에리얼을 맡겨 ‘원작파괴’라는 비난까지 받았던 ‘인어공주’ 실사화 역시 비슷한 맥락이라 볼 수 있다.사실 에리얼은 디즈니 프린세스 가운데 굉장히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전까지 디즈니 프린세스들은 백설공주, 신데렐라, 오로라처럼 왕자님에게 구제를 받는 흰 피부의 여성들이었다. 일단 종부터 사람이 아닌 인어였던 에리얼. 그는 평화로운 물 속 왕국에서 안전하게 지내라는 부친의 말에도 인간 세상이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나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은 용감한 인물이다. 게다가 죽을 위기에 빠진 왕자를 자신이 직접 구해주며, 그를 쟁취하기 위해 마녀 우르슬라와 거래해 목소리를 담보로 다리를 얻기도 한다. 한때 서구 백인사회에서 비주류로 취급받았던 붉은 머리를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상징적이었다.‘인어공주’에서 할리 베일리를 기용했다는 점은 어찌 보면 원작의 에리얼이 갖고 있는 상징성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에리얼 이후 디즈니 공주들은 책을 많이 읽고 희생 정신과 용기를 갖춘 벨(미녀와 야수), 유색인종인 자스민(알라딘), 원주민 캐릭터 최초로 디즈니 프린세스에 이름을 올린 포카혼타스(포카혼타스), 아시아계 파 뮬란(뮬란), 최초의 흑인 프린세스 티아나(공주와 개구리) 등으로 다양하게 뻗어나갔다.◇다양성 통해 공감대의 폭 넓힌다만약 디즈니가 금발에 흰 피부를 가진 초창기 프린세스 시대에 그대로 머물렀다면 이렇게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특히 디즈니의 다양성은 2006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인수하면서 더욱 강해졌다. 아름다운 그림체로 공주들을 그려내던 디즈니와 달리 픽사는 장난감, 벌레, 자동차, 로봇 등 다양한 주인공들을 전면에 내세워왔다. 디즈니에 인수되기 전까지 픽사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은 장난감(토이 스토리), 곤충(벅스 라이프), 괴물(몬스터 주식회사), 물고기(니모를 찾아서), 개성 강한 초능력 가족(인크레더블), 자동차(카)였다. 인물들의 생김새도 전형적인 미적 기준과 거리가 있었다. ‘업’(2009)의 경우 노인과 아시아계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으며, 이들의 신체 비율은 3~4등신 정도다. 도리(도리를 찾아서)는 건망증에 시달리는 물고기이고, ‘인사이드 아웃’의 라일리는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다. 올해 크게 흥행한 ‘엘리멘탈’의 경우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한국계 이민자인 감독 피터 손이 자전적 경험을 스토리에 녹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7년 개봉한 ‘코코’의 경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과격한 선언을 할 만큼 양국의 갈등이 첨예할 때 개봉,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결국 ‘인어공주’나 라틴계 배우를 백설로 캐스팅한 ‘백설공주’ 실사판 등이 논란을 불러오긴 했지만, 다양성은 디즈니가 꾸준히 추구해온 방향성이자 지금의 디즈니를 있게 한 주요한 미덕이라는 걸 부정하긴 어렵다.제니퍼 리 CCO는 “내 경험을 돌이켜 보면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는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다양한 배경과 문화를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고 있으며, 그러한 다양성이 우리의 강점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 “디즈니는 모든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고 다양성이 반영된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준다”고 말했다.이어 “디즈니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스토리와 캐릭터에 다양성을 반영할수록 더 많은 이들을 가깝게 연결시켜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12.08 06:00
골프일반

[뱁새 김용준 프로의 골프 모험] 스포츠에서 차별은 절대 안된다

영화 ‘레이스(Race)’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배경으로 삼은 영화이다. 혹시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와 동메달을 받은 남승룡 선수 이야기를 담은 영화냐고?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레이스는 미국 육상선수 제시 오언스(Jesse Owens, 1913~1980)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제시 오언스는 베를린올림픽 육상 단거리에서 4관왕을 한 인물이다. 그는 100m와 200m 그리고 400m 계주와 멀리 뛰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사상 최초로 단거리 4관왕에 오른 것이다. 그가 베를린올림픽에서 세운 100m 10초02와 200m 20초03라는 세계기록은 한참 후에야 깨졌다. 그는 흑인, 아니 아프리칸-아메리칸(African- American)이다. 그 당시 백인이 알파벳 ‘N’으로 시작으로 단어로 비하하던 그 인종 말이다. 이 대목에서 영화제목을 기가 막히게 지었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보통 지성은 아니다. 영어 단어 ‘레이스(Race)’는 ‘경주’라는 뜻이다. 스피드를 겨룬다는 뜻 말이다. 동시에 레이스는 ‘인종’이라는 뜻도 갖고 있다. 흑인이나 백인이라고 할 때 말하는 그 인종 말이다. 제11회 올림픽 개최지를 독일 베를린으로 결정했을 때 독일은 히틀러가 권력을 잡고 있었다. 이미 유태인에 대한 억압을 시작한 때였다. 히틀러는 베를린올림픽을 독일 민족인 아리안인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자리로 삼고자 했다. 그래서 흑인과 유태인이 베를린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려고 갖은 수를 부렸다. 흑인이라고 썼다고 뱁새 김용준 프로가 인종차별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아프리칸-아메리칸’이라고 쓰자니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있는 흑인을 담지 못하는 것 같아서 고심 끝에 어쩔 수 없이 쓴 단어이다. 독자가 마땅한 단어를 알고 있다면 귀띔해주기 바란다. 히틀러가 인종을 차별하는 무대로 만들려고 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여러 나라가 올림픽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히틀러도 결국 평등하게 치르겠다고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말만 그랬지 차별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다. 대표적인 나라는 바로 일본이었다. 일본은 조선인 손기정과 남승룡이 아니라 일본인이 올림픽 대표로 나가기 바랐다. 그래서 추잡한 술수를 부렸다. 한번 대표 선발전을 치르고도 다시 2차 선발전을 치렀다. 2차 선발전에서 일본 선수들은 지름길로 달리는 반칙까지 저질렀다. 그런데도 손기정과 남승룡 선수가 각각 1위와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남승룡 선수가 속임수를 쓴 일본 선수의 뺨을 때렸다는 이야기도 전설처럼 내려온다. 아차, 이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다. 인종차별은 미국팀에서도 일어났다. 미국 육상협회는 400m 계주에서 유태인 선수 두 명을 뺐다. 기량대로라면 당연히 출전해야 할 선수를 말이다. 영화에서는 독일의 로비를 받은 미국 대표팀 단장이 그 결정을 주도했다고 풀어간다. 건축사인 그에게 베를린의 랜드 마크가 될 건물을 설계하는 일감을 주겠다는 제안으로 말이다. 주인공 제시 오언스 역시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갖은 인종차별을 이겨낸 것으로 영화에는 나온다. 현실에서는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느닷없이 골프 칼럼에서 인종차별 이야기냐고? 스포츠에서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믿음을 독자와 나누려고 한 것이다. 차별은 혐오나 증오를 낳기 때문이다. 혐오와 증오는 전쟁처럼 상상도 하기 싫은 고통을 낳기 십상이고.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이 높아지던 몇 년 전이었다. 국내 골프장 한 곳이 ‘일본차는 골프장에 주차를 할 수 없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잘 한 일이라고 응원하는 사람도 제법 많았다. 그 뉴스를 보자마자 뱁새 김 프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일본 업체가 만든 골프용품은? 골프 클럽이나 골프공 말이다. 다른 나라 업체가 만든 골프 클럽이라도 샤프트는 일본 업체 것을 끼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드라이버나 우드 샤프트에 쓰는 그라파이트(탄소섬유) 원단은 일본이 시장을 석권하다시피 하고 있다. 독자가 아는 유명 그라파이트 샤프트는 대부분 이름이 알파벳 ‘M’으로 시작하는 회사가 생산하는 원단을 쓴다. 혹시 미국이나 유럽에서 살아본 독자라면 인종차별을 경험했을 수도 있다. 듣고 본 경우도 많을 것이다. 막상 인종차별을 당할 때 느끼는 무력감은 말로 할 수 없다. 끓어오르는 분노는 뒤돌아서면 증오가 된다. 뱁새도 미국 골프장에서 그런 인종차별을 당해보았다. 베를린올림픽 때 히틀러는 독일 골프 대표팀이 선두로 나섰다는 전보를 받았다. 히틀러는 특별 열차를 편성해 한참 멀리 떨어진 대회장으로 향했다. 직접 우승 트로피를 수여할 작정이었다. 당연히 아리아인의 우수성을 온 세상에 알릴 기회라고 생각했을 터이고. 그러나 대회장에 거의 도착할 무렵 기적처럼 선전한 영국팀이 역전 우승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히틀러는 낙담하고 기차를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스포츠에 차별을 담으려고 한 비열한 의도가 꺾인 것이다. 영화 레이스의 주인공인 제시 오언스에게는 아리아인까지도 열광했다. 아리아인이 스타디움에 맨 처음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를 조선인 손기정이 깨뜨린 것도 스포츠 역사가 영원히 기억할 것이고. 스포츠에서는 차별은 절대 안 된다. 그것이 인종이든 성별이든 종교이든 심지어 지역이든 그 어떤 것이든 말이다. 스포츠에서 누군가를 차별하는 사람은 진정한 스포츠맨이 아니다. 골프는 스포츠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와 골프에 관해서 뭐든 나누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메일을 보내기 바란다. 지메일 ‘ironsmithkim’이다. 김용준 KPGA 프로 2023.11.08 07:31
연예일반

‘바비’ 美선 ‘미션7’ 제치고 오프닝 신기록, 한국에선 ‘젠더 갈등’으로 주춤? [줌인]

할리우드 영화 ‘바비’가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제힘을 못 쓰고 있다. 감독 그레타 거윅을 비롯해 출연 배우 마고 로비, 아메리카 페리라 등의 첫 내한에도 영 힘을 받지 못 하는 모양새다.2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바비’는 24일 2만 6153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평일인 월요일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3위인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3만 6125명)보다도 낮은 수치다.미국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바비’는 미국에서 톰 크루즈 주연 액션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을 제치고 개봉 첫 주에 1억 5000만 달러의 오프닝 수익을 냈다. 이는 여성 감독 영화 사상 북미 최고 오프닝 기록이다. ‘바비’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이런 다른 온도 차이는 미국에서도 눈여겨보고 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바비’가 한국에서 박스오피스 4위권에 그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를 다른 할리우드 작품인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 ‘엘리멘탈’ 등과 비교했다. ‘마고 로비, 아메리카 페레라의 매력이 박스오피스에 영향을 미치는 데 실패했다’는 평도 내놨다.앞서 미국 매체들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할리 베일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실사판 ‘인어공주’가 한국에서 저조한 흥행 기록을 쓴 게 인종차별 때문이라는 논조의 기사를 낸 바 있다. ‘바비’는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작품. 굳이 한국에서 ‘바비’의 다소 낮은 박스오피스 성적을 꼬집는 기사를 낸 데는 한국의 젠더 갈등 상황을 부각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실제 한국에서 ‘바비’는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임이 소문나면서 별점 테러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25일 기준 ‘바비’의 포털 사이트 관람객 평점 평균은 8.64인데 남성 5.94, 여성 9.35로 성별에 따른 격차가 뚜렷하다. “쓸데없이 페미니즘 사상은 왜 넣은지 모르겠고 보는 내내 황당하다”, “메시지에 잡아먹힌 괴작”, “페미 영화인지 알고는 봤지만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했다”, “남녀평등을 말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너무 유치하고 어이없다”는 등 페미니즘에 반발심을 보이는 평들이 수두룩하다. 이 같은 평을 남긴 누리꾼들 대부분은 10점 만점에 1점 내지 2점의 평을 줬다. 영화 자체의 만듦새보다는 메시지에 대한 거부감을 별점 테러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이 작품에 2.5점을 주며 “콘셉트가 영화보다 크다”고 평했는데, 이에 “페미 영화는 두들겨 패주는 이동진 너무 사랑스러우면 추천”, “갓동진은 페미를 싫어하는 게 확실한 거 같으면 추천”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자 이 평론가가 나서서 이 누리꾼들에게 “전혀 맥이 닿지 않는 댓글을 달고 계시다”고 해명했을 정도다.다만 이동진 평론가도 짚었듯 평단에서는 ‘바비’가 영화가 가진 메시지나 스토리에 비해 콘셉트가 지나치게 부각돼 있다는 평도 나온다. 외려 콘셉트가 영화의 만듦새를 잡아먹었다는 뜻이다. 여기에 영화 메시지에 대한 거부감까지 합쳐져 국내에선 영 힘을 쓰지 못 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또 바비를 실제 가지고 놀았던 미국 관객들과 달리 바비보다는 미미, 주주에 익숙한 한국 관객들에겐 ‘바비’가 가진 정서가 제대로 와닿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바비’는 젠더 갈등의 희생양일까 아니면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그다지 흥행하지 못 했을 작품일까. 혹은 ‘엘리멘탈’처럼 뒷심을 발휘해 반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을까. 페미니즘 메시지를 가진 영화가 나올 때마다 불거지는 ‘별점 테러’ 행위의 반복은 업계에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7.25 14:02
해외축구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나폴리는 이탈리아가 아니다”

199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은 이탈리아에서 열렸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가 준결승에서 만난 상대는 개최국 이탈리아였고, 장소는 남부의 항구도시 나폴리였다. 당시 아르헨티나의 주장이었던 디에고 마라도나에게 나폴리는 익숙한 곳이었다. 6년 전 SSC 나폴리로 이적한 마라도나는 이곳의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탈리아를 상대하기에 앞서 나폴리 시민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폴리는 이탈리아가 아니다.” 따라서 시민들은 이탈리아가 아닌 자신이 소속된 아르헨티나를 응원해달라는 말이었다. 마라도나는 무슨 이유로 이런 말을 한 것일까? 이탈리아는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지역 차별로도 유명한 나라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나라의 역사를 살펴보자. 로마제국은 이탈리아반도를 중심으로 번영을 누렸으나 395년 동서로 갈라진다. 476년 서로마제국의 멸망 후 이탈리아 반도는 분열된다.18세기 말에 일어난 프랑스혁명을 통해 유럽에 근대 민족주의가 싹트며 통일 이탈리아를 꿈꾸는 시도가 처음 나타났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반도에 위성 국가를 여러 개 만들며 이탈리아를 더욱 쪼개 놓았다. 나폴레옹의 몰락 이후 유럽 열강들은 전후의 질서를 논의한 끝에 ‘빈 체제’를 만든다. 이 결과 남부에는 스페인이 장악한 두 개의 시칠리아 왕국, 북부에는 오스트리아 지배하의 롬바르디아-베네치아 왕국이 세워진다. 또한 중부 로마에는 교황령, 북서부에는 사르데냐 왕국이 있었다. 1840년대 유럽에서 민족주의 운동이 강하게 일며 통일 이탈리아를 향한 열망도 커진다. 마침내 사르데냐 왕국이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벌이며 북부를 해방시켰다. ‘이탈리아 통일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주세페 가리발디 장군은 남쪽의 양시칠리아 왕국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게 했다. 이후 가리발디는 조건 없이 남부 지역을 사르데냐 왕국과 합치며 1861년 통일 이탈리아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오랫동안 갈라져 있었던 이탈리아는 하나의 국가라는 공동체 인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북부와 남부는 여러 면에서 너무 달랐다. 두 지역은 인종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북부는 게르만계 혈통의 영향을 받아 큰 키에 금발 머리와 푸른 눈동자를 가진 데 반해, 아랍계 혈통의 영향을 받은 남부는 작은 키에, 짙은 머리색과 검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북부와 남부의 갈등은 특히 경제력 차이에서 나온다. 북부는 밀라노, 토리노와 항구도시 제노바를 연결한 삼각지대를 중심으로 일찍이 산업화가 이루어져 경제적으로 부유했다. 그에 반해 농업 중심의 남부는 가난했다. 이러한 경제적 격차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7년 기준 이탈리아의 경제수도 밀라노가 위치한 롬바르디아주의 1인당 소득은 3만 8500유로였고, 북부 주요 도시들은 3만 유로를 훌쩍 넘겼다. 하지만 남부의 대표도시 나폴리는 1만 8700유로에 불과했다. 북부인들은 오랫동안 “우리의 세금으로 남부를 먹여 살린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유럽이 유럽연합(EU)으로 통합되면서 유럽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열리자, 북부에 소비시장과 인력 공급처 역할을 했던 남부의 필요성은 더욱 떨어졌다. 이에 북부를 파다니아(Padania)라는 이름으로 독립시키려는 목표로 극우정당 북부연맹이 출범했다. 이들은 현재도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력의 차이는 축구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1부리그인 세리에 A 클럽의 절대다수는 북부에 위치해 있다. 물론 우승도 북부 팀이 휩쓸어 갔다. 토리노에 위치한 유벤투스(36회)가 압도적으로 많은 우승을 기록한 가운데, 인터 밀란과 AC 밀란이 각각 19번 우승했다. 124년의 역사를 가진 세리에 A에서 북부지역 외의 클럽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단 8차례에 불과하다. 로마제국 이후 이탈리아는 약 1400년 동안 분열되어 있었다. 따라서 각자 다른 문화와 풍습으로 오랫동안 살았던 반도 사람들은 타 지역에 대한 거부감 역시 높다. 밀라노 같은 북부도시는 중부 로마에 위치한 클럽에도 공공연한 반감을 드러낸다. 일례로 2002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가 대한민국과 경기 중 대표팀의 에이스이자 AS 로마의 상징과 같은 프란체스코 토티가 퇴장 당했을 때 북부인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이렇게 중부 팀에도 반감을 보이는 북부에서 남부팀은 야만인, 하수구의 쥐 같은 취급을 받는다. 1926년 창단되어 남부를 대표하는 클럽이 된 나폴리는 한동안 세리에A와 B를 오가는 그저 그런 팀이었다. 그러한 나폴리가 1960~1970년대에 코파 이탈리아에서 2번 우승하고, 세리에 A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적이 여러 시즌 있었다. 하지만 이 클럽은 1984년 승점 1점 차이로 겨우 강등을 면하는 위기에 직면한다. 1984년 6월 나폴리는 바르셀로나로부터 마라도나를 영입하는 도박 같은 결정을 내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다. 남부의 가난한 클럽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수를 품은 것이다. 바르셀로나 생활에 염증을 느꼈던 마라도나는 나폴리에서 행복을 찾았다. 아울러 부유한 북부 클럽들로부터 갖은 멸시와 천대를 받던 나폴리에 마라도나는 동질감마저 느낀다. 자신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빈민가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라도나와 나폴리의 특별한 관계가 시작되었다. 마라도나는 나폴리의 잠재력을 믿었고, 클럽은 그와 함께 발전해 나갔다. 나폴리는 결국 1987년 팀 창단 61년만에 세리에 A에서 첫 우승을 달성한다. 이후 나폴리는 1989~90시즌 리그 우승을 한 번 더 차지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컵마저도 석권하는 기염을 토한다. 차별과 조롱의 대상이었던 나폴리를 세리에 A와 유럽 정상에 올려놓은 마라도나에 시민들은 열광했고, 그는 나폴리의 신 같은 존재로 등극한다. 한편 마라도나는 나폴리에서 뛴 관계로 이미 북부지역에서는 공공의 적이었다. 그런 그가 이탈리아와의 월드컵 준결승전을 앞두고 아르헨티나를 응원해달라고 말하자 여론은 들끓었다. 이탈리아인들은 자신들의 지역감정을 이용한 마라도나에 분노했다. 나폴리 시민들은 고민 끝에 경기장에 걸린 커다란 배너에 이렇게 답했다. “마라도나, 나폴리는 당신을 사랑하지만, 이탈리아는 우리의 조국입니다.” 후에 마라도나는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 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를 보내지 않은 경기장은 나폴리가 유일했다며 감사의 말을 전한다. 준결승전에서 두 나라는 1-1을 기록한 후 승부차기에 들어간다. 4번째 키커로 나온 마라도나의 득점에 힘입어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를 4-3으로 누르고 결승에 진출한다. 이후 이탈리아는 그에게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다.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눈감아주던 마라도나와 연관된 마약, 매춘 등도 수면위로 떠오른다. 도핑검사 결과 15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그는 나폴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마라도나가 1984년 나폴리에 입단할 당시 그를 환영하려고 경기장에 모인 관중은 7만5000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를 떠날 때 그는 혼자였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8.24 07:01
연예일반

‘월간 커넥트2’ 존 조 “인종 차별 많았다”…한국계 할리우드 배우의 삶 고백

배우 존 조가 ‘월간 커넥트2’를 찾아 할리우드의 비하인드를 전한다. 내일(7일) 방송되는 tvN ‘월간 커넥트2’ 4회에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존 조가 출연, MC 김윤아, 뇌 과학자 장동선, 역사학자 심용환, 건축과 교수 김자영과 랜선 인터뷰를 진행한다. 영화 ‘해롤드와쿠마’, ‘스타트랙’, ‘서치’ 등에서 한계 없는 연기를 선보인 존 조는 26년 차 배우 인생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다. 7살 때 미국에 이민을 떠나 대학 시절 연기의 매력에 빠진 이후 부단한 노력 끝에 할리우드 명품 배우로 자리매김한 열정적 삶의 여정을 전한다고. 또한 함께 작업하고 싶은 한국 감독과 배우, 사극 출연에 대한 야망까지 드러내며 연기와 관련된 다양한 인사이트를 나눴다고 해 궁금증을 높인다. 특히 존 조는 아시안 계 배우를 향한 편견이 뿌리 깊은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소신을 밝힌다. 데뷔 초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백인 스태프들에게 차별을 당한 경험, 이후 가볍고 우스운 존재로 묘사되는 아시안 계의 캐릭터는 고사한 일화, 조금씩 변화하는 아시안 계 배우의 위상을 공유하자 4MC는 크게 공감하며 그의 용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한국계 캐나다 작가 세라 석과 함께 출간한 청소년 소설 ‘트러블 메이커’도 언급한다. 지난 1992년 LA 폭동 당시 대학생이었던 존 조는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LA 폭동, 인종 갈등, 이민자의 정체성을 주제로 다룬 이 소설이 어린 시절 자신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임을 밝힌다. 인종차별에 맞서고 있는 존 조가 꿈꾸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관심이 쏠린다. ‘월간 커넥트2’는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에 방송된다. 이세빈 인턴기자 2022.05.06 14:56
축구

게리 로웻 밀월 감독, 인종차별 반대운동 비판..."불화와 분열 조장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리그 차원에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추진하는 가운데 밀월 FC 감독 게리 로웻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로웻이 반대하는 건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가 아닌 무릎 꿇기 운동이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18일(한국시간) “로웻 감독이 불화와 분열을 초래한다며 무릎 꿇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M)’ 식의 제스처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BLM은 지난해 5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면서 벌어진 운동이다. 미국 풋볼선수 콜린 캐퍼닉이 2016년 흑인에 대한 경찰 폭력에 항의하면서 시작된 무릎 꿇기 시위는 BLM 운동이 확대되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스포츠 리그로 퍼졌다. 그러나 EPL에서는 일부 팬들의 야유에 직면하면서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평가전에서 팬들이 무릎 꿇기 시위에 야유를 보내자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대표팀 감독은 “팬들이 메시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라며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로웻 감독이 속한 밀월 역시 EPL에서 가장 먼저 무릎 꿇기를 시행한 EPL 클럽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더비 카운티전에서 처음으로 시위를 벌였지만, 당시 팬들에게 야유를 받은 바 있다. 밀월은 팬들의 야유에 무릎 꿇기를 중단한 후 자체 캠페인과 반대 현수막을 걸고 있다. 팬들과 갈등을 빚었던 부분인 만큼 로웻 감독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 로웻은 “전국에는 평등과 인종차별 반대를 위해 좋은 일을 지역사회에서 해내는 클럽들이 정말 많다”라며 “사무국이 클럽을 돕고 사람들을 통합시킬 더 나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순간 20초, 경기 중 30초가 균열을 일으키고 축구에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로웻은 이어 “개개인의 결정을 언급하고 싶지 않다. 단지 사람들을 통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로웻의 발언은 즉각 비판을 받았다. 레이튼 오리엔트에서 뛰었던 조비 맥아너프는 영국 스카이 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로웻이 야유한 팬들을 비판하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라며 “무릎 꿇기 이면에 숨겨진 메시지와 의미는 무엇보다 분명하다. 인종차별과 차별에 대항하는 싸움이다. 정말 간단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축구 클럽의 감독으로서 팬이 들어올 때 하는 행동을 통제할 수 없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수장으로서 할 일은 가능한 가장 강한 말로 그들을 비판하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차승윤 인턴기자 2021.08.18 23:14
축구

'국대 은퇴' 외질, 사카에 공감·인종차별 강력 비판

인종차별 문제와 독일축구협회(DFB)와의 갈등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메수트 외질(페네르바체)이 잉글랜드 대표팀에 가해지는 인종차별 폭력에 분노했다. 전 아스날 스타 선수 외질은 22일(한국시간)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잉글랜드 대표팀을 둘러싼 인종차별 폭력을 지적하며, 자신의 전 구단에서 뛰고 있는 부카요 사카(아스날)에 응원과 지지를 보냈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지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에서 크게 선전하며 55년 만에 국가대표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리게 됐다. 이에 잉글랜드 전역이 대표팀의 우승에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대는 무너졌다.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와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치열한 접전을 벌였지만, 결국 승부차기에서 무너진 것이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승부차기에 실축한 제이든 산초, 마커스 래시포드, 부카요 사카 등 세 명의 대표팀 선수가 흑인 선수였기에 이들은 인종차별 폭력을 당했다. 외질은 “나는 사카가 정말 불쌍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나 역시 경험을 통해 페널티킥을 놓친 기분을 잘 알고 있다.”며 사카의 마음에 공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질은 2009년부터 독일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최고의 ‘패스 메이커’로 등극했다. 하지만 그는 2018년 7월 갑작스럽게 국대 은퇴를 선언했다. 외질의 은퇴 배경엔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인종차별 폭력이었다. 당시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승리할 때는 독일인이지만, 패배할 때는 이민자”라며 축구계에 만연한 인종차별 폭력에 크게 분노했다. 외질은 “결승전에서, 특히 마지막 장에서, 젊은 선수가 그 모든 책임을 떠맡는 것이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며 “나는 사카를 존경한다. 감히 그렇게 할 선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에서 패할 때, 인종적 배경과 피부색을 문제 삼고 다르다는 이유로 폭력을 일삼는 이는 분명히 매번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선수들을 강하게 하는 긍정적 메시지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카는 정말 대단히 재능이 있는 선수다. 지금처럼 겸손하고 강하다면, 그가 미래에 잉글랜드 대표팀으로서 보다 많은 경기에 참여해 더 크게 활약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덧붙였다. 서지수 인턴기자 2021.07.22 07:42
스포츠일반

'트럼프의 백악관' 거부한 NBA 선수들, 교황 만났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났다. 인종차별 문제로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NBA 선수 일부가 특별한 행보를 보인 것이다. AP통신 등 미국 매체들은 24일(한국시간) "교황과 NBA 선수협회 소속 선수 5명이 23일 바티칸에서 만나 사회 정의를 위한 노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NBA 선수들에게 "여러분들은 챔피언들이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인류애를 지키는 팀워크의 좋은 모범"이라고 칭찬했다. NBA 선수들은 지난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숨지는 사건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어 8월 미국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이 비무장 상태에서 백인 경찰에게 총격을 받은 사건 등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NB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3월 중단됐다가 7월까지 재개됐다. 선수들은 NBA 사무국과 협의해 코트 바닥에 '흑인 생명이 소중하다'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8월 위스콘신주 사건이 벌어지자 플레이오프 경기에 불참, 경기 일정이 밀리기도 했다. NBA 선수들의 바티칸 방문도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교황과 만난 앤서니 톨리버(멤피스)는 NBA 선수 협회를 통해 "오늘 자리는 엄청난 경험이었다. 교황님의 지원과 축복 속에 우리는 다음 시즌을 앞두고 사회 변화를 위한 큰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한 NBA 선수는 톨리버 외에 이탈리아 국적의 마르코 벨리넬리(샌안토니오) 등 5명이다. 벨리넬리도 "교황님이 주신 메시지 가운데 '항상 형제애로 뭉쳐 다음 세대에 좋은 모범이 되고, 늘 겸손하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카일 코버(밀워키)는 "바티칸에 와서 교황님을 만나 영광이다.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교황님의 열정과 열린 마음에 큰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농구공과 선수협회가 발간한 책, 올랜도 매직의 유니폼 등을 교황에게 선물했다. NBA 선수들은 오프시즌 미국 대통령을 만다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백악관 잔디밭 로즈 가든에서 열리는 '챔피언 초대 행사'에 지난 4년 동안 NBA 선수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이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다른 종목 선수들은 백악관을 방문하기도 했지만, 흑인 비중이 큰 NBA에서는 아무도 가지 않았다. 여자 프로농구(WNBA) 챔피언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인종차별 문제가 격화했을 땐 트럼프 대통령과 NBA 최고 스타 르브론 제임스는 SNS 설전을 벌였다. 지난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형편없고, 바보 같은 짓이다. (NBA 선수들의) 정치적인 행위에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으며, 농구 시청률 하락 등 좋지 않은 영향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한 바 있다. 김식 기자 2020.11.24 13:50
축구

[김희선의 컷인] 플로이드 사건과 인종차별, 스포츠가 피해갈 수 없는 화두

2019~2020 독일 분데스리가 29라운드 도르트문트와 파더보른의 경기가 열린 1일 벤텔러 아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관중석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제이든 산초(20·도르트문트)는 골을 넣자마자 침착하게 카메라 쪽으로 뛰어가며 유니폼을 벗고, 셔츠에 쓰여진 글씨가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손으로 옷을 잡아당겼다. 도르트문트의 유니폼 색깔과 꼭 같은 노란 언더셔츠에는 'Justice for George Floyd(조지 플로이드를 위해 정의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목이 짓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인종차별을 규탄하기 위한 세리머니였다. 옐로카드와 맞바꾼 항의의 세리머니 후, 산초는 보란 듯이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팀의 6-1 대승을 이끌었다. 미국의 마지막 노예선이 서아프리카 해변을 떠난 지 160년이 지났다. 더이상 노예가 존재하지 않고,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해선 안된다는 법률이 제정된 지도 반세기가 넘었다. UN총회에서 세계 인권 선언문을 채택하고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종이나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 견해와 민족적,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 없이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고 선언한 것이 1948년 12월 10일이다. 그러나 반세기가 넘는 긴 시간 동안에도 무수한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고, 2020년 6월이 된 지금도 세계는 플로이드라는 이름의 한 흑인 남성의 죽음 앞에 분노하고 있다. 플로이드의 죽음은 단순히 한 개인의 사망 사건이 아니었다. 미국 전역, 더 나아가 전세계에 내재되어 있던 인종차별 갈등에 불을 붙인 트리거였고, 미국 흑인 사회는 경찰의 무자비한 공권력 집행과 끝나지 않는 인종차별에 분노하며 거리로 나섰다.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막대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비롯해 유명인들까지 합류해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중이다. 스포츠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리머니로 자신의 뜻을 밝힌 산초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타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설적인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3)는 플로이드의 모든 장례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고, 정치적 발언이나 사회적 비판을 자제해왔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57)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해 "매우 슬프고 진심으로 고통스러우며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나는 뿌리 깊은 인종 차별, 유색 인종에 대한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과 함께한다"고 말한 조던은 "우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불의에 저항하는 우리의 뜻을 표현해야 한다"며 "하나 된 목소리는 우리의 지도자에게 법률을 개정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하고, 그게 실현되지 않으면 투표로 제도적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산초보다 하루 앞서 플로이드의 죽음을 추모하는 완장을 차고 나온 미국 축구선수 웨스턴 맥케니(22·샬케04) 여자 프로테니스를 대표하는 세리나 윌리엄스(39) F1 슈퍼스타 루이스 해밀턴(35)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축구계의 신성 킬리안 음바페(22·파리 생제르맹)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의 투수 마커스 스트로먼(29) 등 흑인 선수들은 물론 로코 볼델리 미네소타 트윈스 감독, 게이브 케플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 아담 웨인라이트(39) 피트 알론소(26) 등 백인 감독과 선수들도 플로이드에 대한 애도와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EPL) 리버풀은 아예 선수들이 홈 구장인 안필드의 센터서클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단체 사진을 올려 인종차별 반대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에서 콜린 캐퍼닉이 인종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미국 국가연주 때 한쪽 무릎을 꿇은 것에서 유래한 인종차별 항의 퍼포먼스다. 스포츠 선수들이 이번 사건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이유는 그들이 몸담고 있는 스포츠계가 인종차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스포츠계에선 끊임없이 인종차별 관련 문제가 불거진다. 프로스포츠 시장의 세계화에 따라 선수들의 국제적인 이동이 늘어나면서 이미 오래 전부터 인종차별 문제로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전세계 국가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는 대회 때마다 인종차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극도의 노력을 기울인다. 글로벌 스포츠의 대표 주자인 축구는 그라운드에서 인종차별을 퇴출하기 위해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종목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인종차별 금지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여러 인종이 함께 뛰는 유럽리그를 비롯해 대부분의 리그에서도 인종차별 행위는 엄격하게 다스려진다. 하지만 축구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 안팎에서는 여전히 인종차별이 이어지고 있다. 파트리스 에브라, 마리오 발로텔리, 폴 포그바, 라힘 스털링 등 축구장에서 인종차별을 당한 선수들은 무수히 많다. 아시아인인 손흥민(28) 역시 유럽 무대에서 뛰면서 지속적인 인종차별에 시달려 왔다. 스포츠 선수들이 플로이드 사건에 분노하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고 나서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1968년,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한 뒤 열린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남자 육상 200m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의 토미 스미스, 존 카를로스는 맨발로 시상대에 올랐다. 미국 국가가 울려퍼질 때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한 손을 들어올려 흑인 저항운동 '블랙파워'에 지지를 표시했던 두 사람은 이후 올림픽에서 추방됐고 귀국해서도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 당장 2016년, 무릎꿇기로 인종차별에 항의했던 캐퍼닉 역시 이후로 팀을 찾지 못한 채 무적 신세가 됐다. 이처럼 어떤 불이익이 돌아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은 사라져야만 하는 일이며 스포츠계 역시 인종차별 문제와 정면으로 부딪혀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2020.06.03 06:00
연예

[종합IS] 방탄소년단에 인종차별·비하 발언한 호주 공영방송, 진정성 없는 사과에 논란 이틀째

호주 공영방송이 방탄소년단에 대해 인종차별과 비하 발언을 한 것에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이 여전히 거세다. 저급하고 몰상식한 말을 유머인냥 포장한 호주 코미디언 알렉스 윌리엄슨은 여전히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고 있다. 방송사의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사과도 분노를 키우고 있다. 호주의 공영방송 채널9의 프로그램 '20 투 원(20 to One)'은 현지시간으로 19일 방탄소년단에 대해 언급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그룹"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후 출연자인 호주 코미디언 알렉스 윌리엄스는 "김정은이 남자 아이돌을 좋아한다면 남북한의 갈등도 해결될 수 있을 정도여야 하는데"라며 "한국에서 뭔가 터졌다고 해서 북핵인 줄 알았는데 방탄소년단이네, 폭탄이 터진 것 보다 별로"라며 정치적인 문제까지 건들이며 비꼬았다. 방탄소년단의 UN연설에는 "헤어제품에 대한 내용이었지"라고 조롱했다. 이날 방송에선 또 "멤버 중 1명만이 유일하게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2관왕을 차지한 게 의아하다"며 인종우월주의를 드러냈다. "멤버 중에 게이가 있을 거다. 확률적으로"라며 상식을 벗어난 말을 계속 쏟아냈다. 방송 내용이 인터넷에 번지며 논란이 커지자 '20 to one' 측은 20일 '무례가 불쾌하게 생각하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짧은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말을 한 알렉스 윌리엄슨은 SNS에 자신을 비판한 네티즌의 글을 공유한 뒤 '이건 인종차별적 발언이 아니다. 나는 방탄소년단은 별로지만 다른 재능있는 한국인들을 존경한다'고 말해 또 한 번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인종차별적 발언이라고 끝까지 인정하지 않아 비난은 계속 쏟아지고 있다.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 하고 있다. 호주 방송사의 인종차별 논란을 미국 CNN 온라인에서도 뉴스로 다뤘다. 미국 CNN은 사우스 아프리카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법대생의 트위터를 인용, "호주 방송사가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고 보도했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tbc.co.kr 2019.06.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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