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평생 커피 안 살 거에요" 삼성 이승민의 특별한 사연, "가을 개근 목표, 언제든 쏟아붓겠습니다" [준PO 인터뷰]
"평생, 아니 일단 가을엔 커피 절대 안 살 거에요."삼성 라이온즈 투수 이승민은 최근 투수 김태훈과 특별한 내기를 했다. "넌 왜 잘 던지다가 한 경기 잠깐 못하면 엄청 우울해 하더라. 앞으로 그렇게 우울해 하는 모습 보이면 무조건 커피 사"라는 선배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에 이승민은 "쉽진 않은데 매일 억지로라도 웃으려고 한다. 앞으로 평생, 아니 일단 이번 가을야구 동안은 절대 커피 사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잘하면 우울해 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2020년 입단한 이승민은 올해 가을야구 2년 차를 맞는다. 가을야구 데뷔전이 무려 한국시리즈(KS)였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와의 KS 2경기에 나와 3⅓이닝 1실점했다. 프로야구의 꽃, 가을야구 가장 높은 곳에서 PS를 경험한 그는 2년 차인 올해는 "부담보다 즐기려는 마음으로 가을을 보내고 있다"라며 싱긋 웃었다. 마음가짐도 달랐지만, 일단 이승민의 팀 내 위치 자체가 달라졌다. 지난해엔 추격조로 가을야구에 임했다면, 올해는 왼손 필승조로 PS를 나고 있다. 이승민은 지난 와일드카드 결정전(WC·2선승제) 2경기에 모두 나와 1⅔이닝을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버팀목으로 성장했다. 6일 1차전에선 만루 상황, 심지어 볼 카운트 하나를 안은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라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고, 7일 2차전에선 팀이 2-0으로 앞선 7회 2사 1루에 나와 8회 2사까지 세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필요한 순간마다 마운드에 올라 호투했다. 이승민은 "사실 지난해엔 부담감이 덜한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고, 올해는 지켜야 하는 점수 때 등판한다는 상황 자체가 달라졌다. 부담은 된다"라면서도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다. 무조건 점수를 안 줘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작년에도 올해도 똑같다. 즐기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간절함과 투혼의 크기는 지난해보다 더 커졌다. 눈앞에서 맛본 준우승의 아쉬움이 더 높은 곳(우승)을 향한 간절함을 더 크게 만들었다. 정규시즌 2위로 통과한 작년보다 4위로 WC부터 올라가야 하는 정상의 길은 더 험난해졌지만, 이승민은 "매구 전력으로 던지려고 한다. 가을야구인데, (힘을) 조절해서 던진다는 생각 자체가 없어졌다. 내 있는 힘까지 다 쏟아부어서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준PO에 앞서 이승민은 기분 좋은 기록과 함께 한다. 이승민은 정규시즌 인천에서의 성적이 좋았다. 4경기에 나와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SSG를 상대로도 5경기 무실점(4이닝)으로 좋았다. 인천 역시 대구 홈구장처럼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으로 유명하다. 부담은 없을까. "인천에서 잘 던지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라고 웃은 그는 "라팍런, 문학런 하는데 그냥 (홈런을) 맞으면 그게 내 운이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 긍정적으로 내 공만 던진다는 생각만 하고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아쉬운 게 있다면, 경기 후 마음가짐이다. 마무리 전설 오승환이 말했듯이, 불펜 투수는 매 경기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승민은 한 경기 부진했을 때 자책하고 우울해하는 게 자신의 단점이라고 말했다. 그 때 나선 게 선배 김태훈이었다. 우울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커피를 사라는 내기를 걸었다. 이승민은 "앞으로 절대 커피 안 살 것"이라며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이승민은 올 가을, 매 경기 개근할 준비를 마쳤다. 그는 "언제든,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라며 "그런 상황에서 나를 찾아준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할 따름이고 영광이다. 몸 관리도 트레이너 파트쪽에서 열심히 해주고 있고, 나는 언제든지 쏟아부을 준비가 됐다"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인천=윤승재 기자
2025.10.10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