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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활 아닌 창조로…‘지옥2’ 김성철, 유아인 흔적 지웠다 [줌인]

배우 김성철이 유아인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성공했다. 유아인의 연장선이 아닌 자신만의 색으로 캐릭터를 재탄생시키며 캐스트 교체의 바람직한 선례를 남겼다.지난달 25일 베일을 벗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이하 ‘지옥2’)는 2021년 공개돼 열흘 만에 1억 100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한 ‘지옥’의 속편이다.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지옥2’는 계속되는 지옥행 고지로 더욱 혼란스러워진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새진리회 정진수(김성철) 의장과 박정자(김신록)가 부활하고 소도의 민혜진(김현주) 변호사와 새진리회, 화살촉 세력이 새롭게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큰 줄기다.시리즈가 베일을 벗은 후 가장 관심을 모은 이는 단연 정진수였다. 정진수는 새진리회 초대 의장이자 시리즈의 핵심 캐릭터로, 전편과 연결되는 캐릭터 중 유일하게 캐스트가 바뀐 인물이다. 앞서 1편에서 정진수를 연기한 유아인이 마약 혐의 등으로 작품에서 하차하면서 김성철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됐다.연상호 감독은 김성철의 캐스팅을 놓고 “(유아인과) 같은 나이대 연기 잘하는 배우로 많이 언급됐다. 특히 좋았던 건 원작 속 정진수와 느낌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성철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에너지도 느껴졌다. 양날의 검인 역할인데 두려움보다 잘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줬다”고 부연했다.김성철이 연상호 감독에게 보여준 자신감이 ‘근자감’은 아니었다. 실제 김성철은 유아인의 무게를 오롯이 연기력으로 버텨낸다. 오프닝부터 강렬하다. 김성철의 정진수는 ‘지옥2’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하는데 정면 돌파 방식이다. 연 감독은 전편의 핵심 장면을 동일하게 구현, 앞서 유아인이 소화한 신을 그대로 김성철에게 맡겼다. ‘지옥’ 3화 한 장면으로, 폐건물에서 진경훈(양익준)과 나누는 일종의 집단적 독백이다. 김성철은 연 감독이 내린 첫 번째 숙제부터 가뿐하게 해낸다. 유아인을 흉내 내거나 의식하지 않고 정진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이 장면에서 정진수에게는 묘한 공포가 서려 있는데 유아인이 소화한 정진철의 공포가 고독, 절망에서 출발했다면, 김성철의 정진철을 지배하는 공포는 분노, 증오에 기반한 느낌이다. 전자는 캐릭터의 감정이 느리되 깊게 전달되고, 후자는 빠르고 강하게 닿는다. 어느 쪽이 우위라고 할 수 없는, 각자의 색과 맛이 있다.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정진수의 캐릭터가 변화함에 따라 김성철의 색은 더욱 명확해진다. ‘지옥2’에서 정진수는 갑작스러운 부활 후 새로운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또 다른 인물들을 보면서 매 순간 지옥의 사자들에게 고통받는다. 김성철은 정진수가 이때 느끼는 불안한 심리 상태, 극한의 공포를 매끈하게 연기한다. 10년의 무대 내공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정진수 전매특허인 광기 어린 교주의 모습도 나무랄 데 없다. 특히 천세형(임성재)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끊임없이 시연을 받은 나한테 이렇게 인간적인 폭력이라니. 감동적이야”라고 말한 뒤 이어지는 비릿한 웃음이 오래 잔상에 남는다. 극이 후반부로 치달으면서 캐릭터가 변곡점을 또 한 번 맞이할 때, 광기를 잠재우고 인간의 나약함을 다시 꺼내 드는 전환도 능수능란하다.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애초에 한 작품에서 배우가 교체되는 거 자체가 불안 요소다. 하지만 김성철이 처음 등장 장면부터 잡고 들어가면서 (드라마 몰입에) 큰 혼동을 주지 않는다. 또 거울에 비치는 모습, 일그러진 얼굴 등이 많이 바뀌기 때문에 얼굴보다 연기에 집중하게 연출적인 묘를 쓴 것도 도움이 됐다”고 평했다.이어 김성철의 연기에 대해 “그만의 아우라를 충분히 보여줬다고 본다. 화살촉 무리가 광분해서 날뛸 때 이와 상반된 걸음, 본색을 드러낼 때, 마지막 순간 교주가 아닌 두려움에 떠는 인물로 돌아가는 장면 등을 아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며 “유아인의 정진수가 있듯 김성철의 정진수를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1.08 05:40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 최동구, 마약 중독자의 ‘앙면성’ 표현해냈다

배우 최동구가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마약중독자 역할로 인물의 양면성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지난 2일 종영한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가 열혈 형사 한다온(김재영)을 만나 죄인을 처단하며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로 최고 시청률 13.6%(8회)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최동구는 연쇄살인마 J인 정태규(이규한)의 공범이자 그의 동생인 정선호 역할을 맡았다. 극중 정선호는 마약중독자로 마약을 구해다 주는 정태규에게 약점이 잡혀 있어 악마가 되기 전 강빛나를 죽이기도 한 인물. 특히 정선호는 ‘지옥에서 온 판사’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태도의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보여야 했는데 최동구는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정태규에게 협박을 받아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정선호의 심경은 물론 후반부에는 정태규에게 갖고 있는 두려움을 이기고 그의 범죄를 폭로하고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연기했다. 뿐만 아니라 정선호는 연쇄살인마 J가 정태규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강빛나가 연쇄살인마J로 의심하는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극의 긴장감을 유지시켰다. 정선호는 표면적으로는 악인이지만 동시에 형에 대한 열등감으로 인해 내면으로는 상처를 쌓아온 ‘양면성’이 드러나야 하는 인물.최동구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과 감정 변화를 설득력 있게 표현해내며 높은 몰입도를 선사했다. 특히 정선호는 정태규에게 살해 위협을 받고 난 후 공포감에 휩싸여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지 못하고 포기하지만, 결국 그의 범죄를 알리기 위해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정선호는 교도소 안에서 죄책감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시청자들이 예상하지 못한 엔딩을 선사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최동구는 지난 1월에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재벌X형사’에서도 마약 중독자 김영환 역할을 맡았다. 넷플릭스 ‘수리남’, 드라마 ‘법쩐’, 영화 ‘범죄도시3’ 등의 작품에서도 모두 마약과 관련된 역할 맡았는데 마약이라는 소재에 익숙하면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특히 마약 중독 연기는 뻔한 클리셰처럼 보일 수 있어 걱정이 많았다는 최동구는 ‘재벌X형사’에서는 마약 중독자의 자유분방함을 선보인 것과 다르게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는 스스로 죗값을 치르는 비참한 최후를 통해 마약 중독자의 어두운 면모를 보여주며 차별화 했다고 말했다.최동구는 정선호라는 인물이 가진 양면성을 표현하기 위해 “극 후반부에도 모든 것을 드러내며 대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두려움과 공포가 잔재한 채로 용기를 내는 인물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동구는 마약은 사회에서 금기시되는 범죄 중 하나라서 표현할 때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는데 “흥분과 조심스러움을 동시에 표현해내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라서 많은 준비를 했다”며 “단순히 호기심으로 마약에 손을 댄 인물이 아니기에 심오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순수성이 담긴 약물 중독자로 표현했다”고 전했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4.11.06 05:36
드라마

김재영,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다채로운 연기력 뽐냈다 ②

배우 김재영이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다채로운 연기력을 뽐냈다.오는 11월 2일 종영하는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이하 ‘지옥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 강빛나(박신혜)가 열혈 형사 한다온(김재영)을 만나 죄인을 처단하며 진정한 판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지난 12일 방송된 8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3.6%를 기록하고 계속 두 자리수 시청률을 유지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김재영이 연기하는 극중 한다온은 열정적이고 정의로운 형사다. 김재영은 이 역할을 통해 ‘지옥 판사’의 후반부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지옥 판사’의 초반에는 박신혜가 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처단하는 과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면 극 후반부는 김재영이 극의 중심을 잡고 연쇄살인마 J와 관련된 서사를 이어 나가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다온은 J에 의해 가족에 이어 존경하고 따르던 선배 형사 김소영(김혜화)까지 소중한 사람들을 잃자 악에 받쳐 흑화하지만 결국 정의로운 가치관을 유지하는 인물이다. 특히 한다온은 형사로서 직업적인 책임감과 윤리를 중시하며 극 초반 판사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판결을 내리지 않는 강빛나와 갈등한다. 드라마는 이러한 과정 속에 현재 사법 체계에 대한 평가와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재미를 선사한다. 이후 한다온은 연쇄살인마 J에게 복수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서사 중심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며 극의 깊이감을 더한다. 김재영은 극적으로 변화하는 한다온의 감정과 오랜 시간동안 지켜온 ‘범죄자들은 법으로 심판해야 한다’는 가치관이 무너지는 과정을 임팩트 있게 표현해 극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또 김재영은 과거 피해자로 고통받았음에도 사적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에서 벗어나 사회 공동체와 사회적 합의에 대한 가치관과 신뢰를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력에 호평을 얻었다. 김재영은 1988년 생으로 실제 나이는 1990년생인 박신혜보다 2살 연상인데, 극중에서는 연하남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강빛나 몸에 들어간 악마 유스티티아(박신혜)는 극 초반 한다온을 죽이려고 하지만, 한다온에게 서서히 사랑을 느끼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갖게 된다. 김재영이 보여주는 ‘강아지 같은’ 연하남의 매력은 강빛나의 감정 흐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한다온은 강빛나가 하는 행동들에 이끌려 가는 연하남의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유스티티아를 구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빠르게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매력을 뽐냈다.김성수 대중 문화 평론가는 “김재영은 ‘지옥에서 온 판사’에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한 드라마 안에서 3가지 종류의 성격이 보여야 하는 어려우면서도 다채로운 연기를 잘 소화했다”며 “배우들은 이러한 입체적인 연기에 도전한 후 엄청나게 성장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더 복잡한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김재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의 능력과 가치를 높였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평가했다.이수진 기자 sujin06@edaily.co.kr 2024.11.01 05:55
영화

[IS리뷰] 속 편한 청정 웃음엔 ‘아마존 활명수’

코미디를 주문했는데 웃음을 버무린 휴먼 드라마가 나왔다. 한바탕 웃으러 왔다가 의외의 감동을 맛볼 수 있는 영화 ‘아마존 활명수’다.주연은 류승룡과 진선규, 영화 ‘극한직업’(2019)으로 천만 관객을 모은 흥행 불패 조합이다. 여기에 바로 ‘극한직업’ 각본을 쓴 배세영 작가가 ‘아마존 활명수’ 시나리오를 맡아 일찍이 기대를 모았다. 또 염혜란부터 고경표, 전석호까지 연기력 탄탄한 배우들이 조연 앙상블로 뒷받침했으며 한국인이라면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갈 양궁 소재까지, 최상급 재료가 갖춰졌다.서빙된 이야기의 첫인상은 제법 강렬하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아마존 대자연을 배경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박진감 넘치는 헬리콥터 사고 장면이 펼쳐지며 시작한다. 정글 한복판에 불시착한 주인공은 전직 양궁 국가대표 선수지만, 만년 과장 샐러리맨이 된 진봉(류승룡). 그는 구조조정 위기에서 볼레도르로 출장을 오게 됐다. 그가 맡은 임무는 볼레도르의 양궁 감독이 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성과를 내는 것. 메달을 따면 볼레도르 정부가 회사에 금광 개발권을 주고 진봉 또한 승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거창한 목표에 한 발 딛기도 전에 더 비현실적인 상황이 진봉을 맞이한다. 아마존 원주민 타가우리 족 전사 세 명과 조우하게 된 것이다. 이들과 목숨을 건 우여곡절 끝에 나름의 정을 쌓은 진봉은 뛰어난 활 솜씨를 가진 원주민 전사 시카, 이바, 왈부를 국가대표 선수로 키울 계획을 세우고, 실력이 수상한 통역사 한국계 볼레도르인 빵식(진선규)과 함께 서울로 향한다.존재만으로 짠한 중년을 개그로 승화하는 류승룡 표 슬랩스틱과 진선규 목소리만으로도 존재감이 상당한 빵식의 혼혈 교포 개그, 진봉의 아내 수현(염혜란)의 아마존 악어보다 무서운 코리안 호랑이 불호령까지. 웃음 과녁을 향해 쏘아대는데 시종일관 ‘빵’ 터지지만은 않는다. 코미디가 맞나 싶지만서도 영화의 별미는 휴머니즘에 있다. 스포츠물만의 성장 코드와 낯선 존재와 부딪히면서도 함께 웃고 다르지 않음을 공감하는 인류애 충만한 드라마가 어느샌가 스며들어 진봉과 ‘활벤져스’로 거듭난 원주민 시카, 이바, 왈부를 응원하게 만든다. 공감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고, 코미디의 탈을 쓰고 다가온 이 영화는 진중한 주제에 재미 양념을 쳐서 곱씹게 만든다. 연출을 맡은 김창주 감독도 실제로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을 보고 시작한 영화라고 밝혔다. 개발 정도를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과 아마존도 대척점에 서 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알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원주민의 시선에선 힘들게 번 돈으로 차가운 죽은 고기를 바꿔 먹는 한국인도 희한한 존재다.성과를 내지 못하면 책상이 복도로 내몰리는 차가운 사무실 숲이나 알았던 진봉은 고향인 아마존 숲을 소중히 하는 3인방과 점점 공명하게 된다. 밥줄의 위기보다 더 큰 위기는 무엇일까, 우리가 겨눠야 할 과녁은 무엇일까. 음미하다 보면 기대한 것과 다르더라도 좋은 메시지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이 이야기에 있다. ‘활명수’라는 이름값도 한다. 후반부 경기 장면에선 화살 CG가 시원하게 화면을 가른다. 원주민 활 명수가 세계 선수권 대회에 출전한다는 판타지 같은 줄거리도 점점 인프라가 없는 나라에서 국위선양 한 실제 선수들의 실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좌충우돌 따라가다 보면 소화제 마신듯 편안한 미소가 번지는 113분이다. 엔딩 크레딧 전 쿠키 1개. 12세 관람가. 오는 30일 개봉.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25 06:05
영화

[IS인터뷰] ‘보통의 가족’ 허진호 감독 “인간 양면성 보여주고 싶었죠”

“제가 사는 현 사회의 문제에 대해 질문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멜로장인’ 허진호 감독이 신작 ‘보통의 가족’으로 27년 만에 스릴러 연출에 도전했다. 16일 개봉하는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갖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면서 무너져 가는 모습을 담았다.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의 베스트셀러 ‘더 디너’가 원작으로, 앞서 네덜란드,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영화로 제작됐다.허 감독은 최근 진행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들을 보고 원작을 읽었다. 사실 처음에는 고민도 많았다”고 운을 뗐다. “먼저 만들어진 영화가 있는 작품을 하는 건 감독으로서 부담이긴 해요. 하지만 한국사회와 한국적 상황을 통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해서 용기를 냈죠. 또 지금까지 제가 만들어온 영화들과는 다를 거 같았고요.” 허 감독은 “원작이 말하는 인간의 양면성 역시 예전부터 관심 있던 주제였다”고 덧붙였다. 실제 허 감독은 러닝타임 내내 재완(설경구), 지수(수현) 부부와 재규(장동건), 연경(김희애) 부부의 균열과 심리 변화를 세밀하게 포착하며 인간 본성을 끄집어 올리는 데 집중한다.“저마다 살아가는 기준이 있잖아요. 근데 살다 보면 도덕적, 윤리적 상황에서 믿었던 신념이 허물어지는 경우가 있죠. 그때 발견되는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도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이 어떻게 인물들을 흔드는가를 보여주려고 했고요.” 영화의 별미인 유머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보통의 가족’은 장르 특성상 대체로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곳곳에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녹아 있다. 허 감독은 초반부에는 유머를 녹여 끌고 가다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과 속도감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연경이 CCTV 영상에서 아들을 인지하기 전까진 유머가 있었으면 했어요. 그러다 점차 긴장감, 속도감을 높이면서 캐릭터 심리를 보여줄 방법을 고민했죠. 또 마지막 두 번의 식사 자리는 액션은 없지만 긴장감 있는 대사로 심리적인 부분을 주고받는 느낌이 났으면 했고요.”허 감독은 이러한 긴장감이 잘 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등 배우들의 열연을 꼽았다. 그는 “캐릭터들의 신념이 변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표현해 줬다. 현장에서 네 배우가 보여준 앙상블, 긴장감을 느껴보지 못한 적이 없다”고 치켜세웠다.명백한 스릴러 장르지만, 허 감독은 이 영화를 찍으면서 ‘멜로의 맛’도 봤다고 했다. “스릴러와 멜로 둘 다 감정이 급격하게 움직이는 장르예요. 감정과 정서의 부딪침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공통점이 있죠. 연출하면서도 그런 부분이 재밌었고요.”정통 멜로를 다시 선보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요즘 멜로 자체를 극장에서 보기 어려워졌다. 상업적인 면에서 힘도 많이 약해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중적 힘을 어떻게 되살릴지 고민해야 한다. 좀 더 새로워져야 하고 다른 장르와 섞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진단했다.차기작은 이미 결정됐다. 허 감독은 ‘보통의 가족’과 함께 오는 21일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대중과 만난다. 영화 아카데미 40주년을 맞아 제작된 시리즈로 허 감독과 홍지영, 손태겸, 김세인 감독이 총 4부, 8개의 에피소드를 각각 맡았다. 허 감독이 연출한 건 2부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이다.“‘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처럼 30년이 다 돼 가는 영화를 여전히 사랑해 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에요. 하지만 감독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최근작이 대표작으로 소개되는 게 행복하죠. 모두 즐겁고 재밌고 열심히 찍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웃음)”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10.18 05:50
드라마

”이순재, 책임감‧정신력 감동”...‘개소리’ 감독도 감탄 [IS인터뷰] ②

“실제인지 연기인지 저조차 헷갈렸죠.” KBS2 수목드라마 ‘개소리’의 김유진 감독이 촬영 현장에서 놀랐던 지점을 밝혔다. 김유진 감독은 최근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에피소드마다 살인사건 같은 무서운 장면이 나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보기 유쾌하고 따뜻함을 지향하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관록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연기력도 한몫 하다보니 사람들이 편하게 즐기시는 것 같다”며 배우들과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배우들을 보며 ‘내공이 그냥 있는 게 아니구나’ 감탄할 때도 많았는데 연출자로서 이 드라마 촬영이 너무 귀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개소리’는 활약 만점 시니어들과 경찰견 출신 소피가 그리는 유쾌하고 발칙한 노년 성장기를 담은 시추에이션 코미디 드라마로 배우 이순재, 김용건, 예수정, 임채무, 송옥숙 등이 출연한다. 지난달 25일 방송을 시작해 17일 8회가 방송됐다.‘개소리’는 코믹 소재가 기반인 만큼, 여타의 추리 작품들과 달리 시니어 배우들의 활약이 전문적이면서도 유쾌하게 그려져 이색 재미를 자아낸다. 동시에 배우 연우가 거제도 열혈 순경 역을 맡아 드라마의 주역인 소피와 벌이는 호흡, 특별출연한 김아영의 톡톡 튀는 연기 등 MZ에게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의 활약도 담았다. 다만 ‘개소리’는 당초 시니어 배우들을 내세운 터라 제작진은 어떻게 시청자들에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김유진 감독은 “예상 시청자층을 생각해봤을 때 어르신들은 또래 이야기라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보실 거라고 나름 확신했는데 젊은 시청자에게도 통할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그래도 배우 조합이나 소재 면에서 색다른 지점이 있고 젊은 세대에게도 먹힐 만한 코미디라고 생각해 한번 보면 계속 재미있게 봐주시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개소리’는 연기 경력 69년차 이순재, 56년차 김용건, 50년차 임채무 등 우리나라 대표 원로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만큼, 연출을 맡은 김유진 감독의 소회도 남달랐다. 김유진 감독은 “처음에는 대선배인 선생님들을 모시고 하면서 긴장도 되고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았는데, 괜한 걱정이었던 것 같다”며 “오랜만에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무대를 만나 선생님들이 더 신나하시는 느낌을 받았고, 그 에너지 덕분에 어려운 촬영들도 무사히 끝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구 한 분이나 한 신을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들 몸을 아끼지 않고 연기를 해주셨습니다. 우리 드라마가 매회 쉴 새 없이 소동이 벌어지는 내용이다 보니 시니어 배우들도 달리고 넘어지는, 그런 몸을 쓰는 연기를 제법 해야 했는데 다들 리허설부터 적극적으로 열연을 하셔서 제가 조마조마한 적도 있었어요. 특히 이순재 선생님은 알려진 대로 촬영 중간에 건강이 안 좋으셨음에도 한 신이라도 허투루 임하는 경우가 없으셨어요. 엄청난 책임감과 정신력을 보여주셔서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개소리’는 총 12부작으로, 최근 반환점을 돌고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근 회차인 7회에서는 사기극에 휘말릴 위험에 처한 배우들의 모습과 동시에 이순재가 개 소리를 알아듣는 비범한 능력이 생겼음을 동료에게 알려 앞으로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궁금증을 불러모았다. 중후반 관전포인트에 대해 김유진 감독은 “시니어 5인방의 속 깊은 사연들이 펼쳐지며 재미와 동시에 뭉클함이 더 보여질 예정”이라며 “순재와 소피의 우정이 무르익는 과정,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동물의 연기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한편 ‘개소리’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50분 방송된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10.18 05:43
스타

[IS인터뷰]“너무 아팠죠”…‘데뷔 25년’ 유승호의 눈물 쏙 뺀 첫 연극 도전기

“부족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미워하실 줄은 몰랐어요. 내가 잘 하면 될 거란 생각을 했지만, 부족함을 너무 많이 느꼈습니다.”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데뷔 25년’을 맞은 베테랑 배우 유승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첫 연극 도전의 강렬하고 매콤하고 또 혹독한 경험을 털어놓은 그의, 너무나 솔직한 말엔 뭐라 첨언할 게 없었다. 그저 눈으로 응원을 건넬 수밖에.최근 데뷔 첫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이하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마친 유승호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198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뉴 밀레니엄’을 앞두고 인종, 정치, 종교, 성향 등을 이유로 소외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200분의 대서사시다. “예전에도 기회가 있었는데, 무대 위에 서는 게 좀 무서웠어요. 내가 연기 잘 하는 사람도 아니고, 관객들 앞에서 내 연기로 맞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거절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30대에 접어들면서 ‘내가 편한 것만 하면 나에게 무슨 발전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너무 겁이 나지만 한번쯤 부딪쳐야 할 일이라면 해보자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야심찬 도전이었지만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처음 무대에 서는 유승호가 소화하기에 만만치 않은, 심오한 작품이었다. 심지어 그가 맡은 극중 루이스의 연인이자 와스프 가문 출신 프라이어 월터는 성소수자로 극 후반부엔 에이즈에 걸려 인생의 극한을 경험하는 인물이다. 스스로 “겁이 많은 사람”이라 밝힌 그는 “떨린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나중엔 먹질 못했다. 2회차 공연 후엔 식욕이 없어져 강제로 다이어트를 하게 됐다”고 상당했던 심적 부담을 토로했다. “이틀에 한 끼 먹었어요. 무대에 올라갔는데 장트러블이 오니까, 무섭더라고요. 무대에 3시간 올라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힘들었죠. 차라리 음식을 먹지 말자고 생각하고 그렇게 무대에 올라갔어요.” 덕분에 공연이 펼쳐진 두 달 동안 무려 8kg이나 체중이 빠졌다. 체력적으로도 버거웠을 법하지만 그는 “극중 에이즈 환자였고 여러 증상 중 하나여서 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따라줬다는 점에서 좋았다”고 긍정회로를 돌렸다. 카메라 앞에서 쏟아낸 열정으로 보내온 지난 25년이 무색할 정도로, 실시간 열연을 지켜보는 무수한 ‘눈’ 앞에 선 건 처음이었던 만큼, 첫 연극에 나선 각오는 ‘초심’이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던 현장의 것들은 다 내려놓고,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와 결론들을 무조건 따라보기로 했다. 좀 적응이 된 뒤에 나의 생각과 감정을 넣어 나만의 것을 만들어보자고 스스로 정리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유승호가 기존 지닌 명성은 오히려 관객들의 부정적 피드백을 강화했다. 첫 공연 후 혹독한 평가가 쏟아진 것. 댓글 반응에 대해 “슬펐고, 너무 아팠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유승호는 “(부정적 반응을)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이렇게 미워하실 줄은 몰랐다. 부족하다는 걸 너무 많이 느꼈다. 조금 더 기회를 주신다면, 소극장에서 좀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용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유승호라는 배우, 사람에게 엄청난 큰 충격을 준 작품이에요. 여러 의미로. 내가 이렇게 부족한 배우였구나 하는 걸 너무 뼈저리게 느꼈고, 내가 무대에서 이렇게 겁이 많구나 다시 한 번 느꼈죠. 나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겨내지 못해 충격을 받았고, 쉽지 않은 연극을 분명 즐기지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내가 이걸 즐기고 있다는 데서 또 한 번 충격을 받았죠. 울기도 많이 울었고. 저에게 엄청나게 큰 작품입니다.”힘든 여정에도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느낀 카타르시스 때문일까. 여전히 그는 연극에 이끌린다며 여운을 드러냈다. “기립박수를 딱 한 번 받아봤는데, 두 달 이라는 시간을 보상받는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이상하게 뭉클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부끄럽지만 5회 정도 남았을 때야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 끝나고 나선 ‘무대에 두 번은 서기 힘들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 무대 위에서 1막 3장이 끝나고 나서의 떨림이 갑자기 그립더라고요. 나중에 또 기회가 되면 좋은 작품에 도전하고 싶어요.”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 2024.10.16 06:05
드라마

박신혜, 김태리 추격으로 흔들릴까...새 판 짜인 금토일 전쟁 [IS포커스]

금토일 대전이 다시 시작됐다. 신작들이 대거 방송을 시작하면서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배우 박신혜 주연의 SBS 금토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의 아성이 흔들릴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신작들 중 가장 강세를 보인 배우 김태리 주연의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의 기세가 주목된다. 방송가는 4파전에 돌입했다. 1위는 지난달 첫 방송을 시작해 먼저 두터운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지옥에서 온 판사’다. 총 14부작인 ‘지옥에서 온 판사’는 지난 12일 방송된 8회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3.6%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상승세가 꺾이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이를 가장 바짝 쫓고 있는 작품은 ‘정년이’다. 지난 12일 첫 방송된 ‘정년이’는 4.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했는데, 동시기 닻을 올린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 4.7%, JTBC 토일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3.9%보다 높다. ‘이친자’는 지난 11일 5.6%로 출발했지만 2회만에 4%대로 하락해 2위 자리를 ‘정년이’에 내줬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악마를 소재로 한 사이다 복수극이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신작들도 막강한 배우 라인업과 각양각색의 매력을 내세웠다. ‘정년이’는 김태리와 신선한 소재의 국극이다. 드라마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다. ‘이친자’는 ‘서울의 달’ 이후 배우 한석규의 30년 만 MBC 복귀작으로 스릴러 장르다. ‘이친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인 장태수(한석규)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는 내용인데 한석규의 처절한 고군분투기를 담는다. 배우 김소연 주연의 ‘정숙한 세일즈’도 ‘정년이’처럼 보기 드문 소재로, 성(性)이 금기시되던 1992년 한 시골마을 성인용품 방문 판매에 뛰어든 방판 시스터즈 4인방의 자립, 성장, 우정에 관한 드라마다. 이 가운데 ‘정년이’가 채널 선호도가 더 높은 지상파 ‘이친자’를 꺾고 금토일 드라마 전체 2위이자, 신작들 중 1위로 출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드라마의 경우 보통 홀수보다 짝수 회차에서 더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데다 짝수 회차에서 강세를 보일 경우 차주의 홀수 회차까지 영향을 미친다. ‘정년이’가 초반 짝수 회차에서 호성적을 거둔다면, 토요일 하루 방송 시간대가 겹치는 ‘지옥에서 온 판사’의 상승세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또 ‘정년이’가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지옥에서 온 판사보다’보다 40분 빠른 오후 9시 20분 방영돼 25분 가량 시청 시간대가 겹치기 때문에 ‘정년이’가 점차 입소문을 타며 시청자층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지옥에서 온 판사’의 후반부 성적에 영향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정년이’는 엄밀히 따져보면 전반적인 시청자가 관심 가질 만한 상업적 드라마는 아닌데 첫 방송부터 시청률 약 5%가 나온 것은 놀라운 성적”이라며 “‘정년이’의 경우 국극, 여성 서사 등 기본적으로 특정 시청자층을 겨냥할 만한 요소가 충분하다. 여기에 작품성과 대중성까지 점차 확보해 나간다면 지금의 금토일 대전 판세를 흔드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4.10.14 06:16
영화

[IS리뷰] 이름 값 확실한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무비로그①]

확실한 건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아픈 가족이 있든, 갚아야 할 막대한 빚이 있든 달콤한 검은돈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았어야 했다. 인물들이 겪게될 지난한 과정을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제목부터 선언한다.제목에서 연상가지 않는 새 그림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는 주인공을 뒤트는 것이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의 김민수 감독은 누구보다 청렴하고 정의로워야 할 형사를 중심인물로 세워 범죄 해결 전문가가 범죄를 저지른다는 구도로 출발했다.작품은 여느 날처럼 사건 현장에 명득(정우)과 동혁(김대명) 콤비가 출동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무난히 자살로 종결할 수 있는 추락사 현장에 광역수사대가 직접 행차해 시비를 건다. 여기서 심상치 않은 냄새를 맡은 명득은 작은 복수나 할 겸 증거품을 뒤지다 메모리 카드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중국 조직이 한국 뒷세계에서 벌어들인 검은 돈을 본토로 넘기는 배송 일정이 담겨있었고, 일확천금의 ‘부업’ 아이템을 건진 명득과 동혁은 이를 가로챌 무모한 계획을 세운다. 명득과 동혁은 관할지구 범죄 조직들의 뒤를 봐주고 뒷돈을 받는 부업을 해왔다.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한다는 자각은 있지만 이들은 멈출 수 없다. 명득에게는 아픈 딸이, 동혁에게는 갚아야 할 노름빚이 있던 것. ‘더러운 돈’에 목숨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지만, 뒷세계 잔당조차 타락한 이들을 비웃는다. 그렇게 계획 실행 당일, 누군가가 당긴 방아쇠를 기점으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며 전개에 박차를 가한다. 총격전의 사망자 중 경찰이 포함되고 ‘더러운 돈’이 예상보다 거액이었던 탓에 중국에서도 돈의 진짜 주인들이 건너오며 명득과 동혁은 쫓기게 된다. 명득의 옛 인연인 광수대 팀장 승찬(박병은)도 예리한 촉을 발휘해 두 사람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들은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보통 나쁜 놈과 더 나쁜 놈의 대결을 그리다 보면 상황의 한심함에 쓴웃음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명득과 대명에게는 애잔한 마음도 든다. 짠한 전사도 있지만 정우와 김대명이 매 순간 피 말리는 가치판단의 기로에 놓이는 두 인물의 갈등을 실감 나게 표현한 덕이다. 극의 초반 “친형 같다”고 따르는 동혁과 “그리 좋은 사람 아니다”라며 내심 웃던 명득의 관계는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우리’에서 ‘각자도생’으로 찢어질 위기를 맞는다. 절박한 국면에서 배신감에 멱살을 잡고 흙바닥을 구르다가도 끝내 서로를 저버리지 못하는 둘의 관계를 두 배우는 벌건 눈빛으로 표현 해냈다. 이를 두고 ‘맹수 케미스트리’라고 칭했던 박병은의 표현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런 박병은의 적재적소에서 허를 찌르는 최종보스급 존재감과 범죄 조직 조연 앙상블도 탄탄하게 극을 받쳐준다. 특히 중국 조직 보스 주기룡 역 배우 백수장은 전반적으로 무자비할 정도로 잔혹한 톤의 악의 세력 속에서 유려한 움직임으로 눈길을 끈다. 투박하게 밀어붙이는 전개가 요즘 입맛은 아닐 수 있다. 그도 그럴게 이 작품은 지난 2019년 촬영을 마쳤으나 팬데믹으로 개봉이 늦춰졌다. 다소 상투적인 몇몇 구간에서 그 시차를 느낄 수 있지만, 클리셰 요소가 곧 인간 보편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를 방증하듯 영화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뿐 아니라,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하와이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그래도 두 부패 형사가 맞이한 결말엔 의견이 분분할 듯하다. 도덕적 고민보단 장르에 충실하게 쫄깃한 100분이다. 15세 관람가. 오는 17일 개봉.이주인 기자 juin27@edaily.co.kr 2024.10.14 05:50
드라마

‘이친자’ 한석규, 딸 의심한 대가 혹독하게 치른다 [종합]

배우 한석규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통해 살인사건에 연루된 딸을 수사하는 프로파일러로 변신한다. 동시에 딸을 의심한 죄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아빠의 모습도 보여줄 예정이다.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MBC에서 MBC 새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하 ‘이친자’)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배우 한석규, 채원빈, 한예리, 노재원, 윤경호, 오연수와 연출을 맡은 송연화 PD가 참석했다.‘이친자’는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지며 심연 속 진실을 쫓는 ‘부녀 스릴러’다. 한석규는 극 중 프로파일러 장태수를 연기, 딸 장하빈 역을 맡은 채원빈과 치밀한 심리전을 벌일 예정이다. ‘이친자’는 한석규의 약 30년 만의 MBC 복귀작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1991년 MBC 공채 20기 탤런트 출신인 한석규는 ‘처음’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작품에 임했다고 밝혔다. 한석규는 “내가 MBC에서 연기자로 출발한 건 중요한 일이었다. MBC가 가진 특유의 문화의 영향으로 제가 그동안 연기 생활, 연기 톤이나 스타일을 자유롭고 풍부하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적이 많다”고 말했다.한석규는 이날 “제가 촬영 내내 들고 다닌 게 있다”며 과거 MBC에 입사했을 당시 작성한 전속 계약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이걸 내 엄마 수첩에서 발견했다. 이걸 엄마는 왜 가지고 있었을까 싶다. 이 일 때문이라도 나에게 ‘이친자’는 특별하고, ‘처음처럼’ 같은 의미가 있다”며 “촬영 내내 이걸 들고 다니면서 속이 부글부글 할 때 한 번씩 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석규는 특히 ‘이친자’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부모로서 자식에 대한 믿음 혹은 의심은 뭘까 생각이 들게 한 작품”이라며 “나는 (내 부모님으로부터) 그런 의심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채원빈은 대선배 한석규와 부녀로 호흡을 맞춘 소감에 대해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선배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함께 연기하면 뭔가 크게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고, 내 안에 있는 걸 꺼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채원빈은 이어 아빠와 대치 관계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하빈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로부터 출발하면 너무 캐릭터가 과해지는 느낌이었다. 촬영 초중반까지는 집에 가서 많이(울었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이어 “중후반부부터는 ‘이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라고 생각하면서 임했다. 그러면서 이겨낼 수 있었던 거 같다. 감독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덧붙였다. 오연수는 극 중 장태수의 전 아내이자 장하빈의 엄마인 윤지수 역을 맡았다. 이날 오연수는 작품에 대해 “가정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으로 인해 저 또한 딸을 의심한다. 의심하지 않으려고 하지면 끝에선 하게 된다”며 “저도 진짜 엄마이기 때문에 가슴 아프게 찍었다”고 말했다.송 PD는 “기본적으로 믿음과 의심에 관한 이야기다. 거창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보편적인 이야기”라며 “나와 가장 가까운 타인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로 시작하는 이야기다. 수사물을 좋아하는 분들은 장르적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가족 관계를 통해서 휴머니즘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친자’는 11일 1회와 2회는 90분 확대 편성되어 10월 11일과 12일 오후 9시 40분부터 방송한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0.1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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