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무실점 전설’ 안익수-신의손, 부산에서 0.1점 질식수비 재연?
지난해 전남 드래곤즈는 K-리그 30경기에서 29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0.97골이다. 경이적인 기록이다. 1경기에서 채 1골을 내주지 않은 철벽이다. 하지만 올시즌 부산 아이파크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다. 부산 아이파크가 경기당 0.1실점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부산은 최근 9경기에서 단 1골만 내주며 6승 3무를 기록중이다. 전남만 무실점으로 막으면 10경기에서 1골이라는 0.1실점 기록이 가능하다. 프로축구 30년 역사에서 10경기에서 1골만 내준 것은 딱 1번 있었다. 1993년 천안 일화다. 당시 일화 수비의 주축은 안익수, 골키퍼는 신의손이었다. 이들이 또 다시 신화를 창조하고 있다. 안익수는 사령탑으로 부산 수비의 조직력을 완성했고, 신의손은 전상욱이라는 철벽 수문장을 키워냈다. 1993년 일화는 ‘벌떼축구’로 K-리그를 호령했다. ‘적토마’ 고정운, ‘팽이’ 이상윤, ‘여우’ 신태용이 최전방과 미드필드에 포진한 공격력은 K-리그 정상급이었다. 그러나 수비가 불안했다. 이에 박종환 전 감독은 1992년 러시아에서 사리체프(신의손)를 데려왔다. 사리체프는 수비수 안익수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1993년 개막 이후 10경기에서 단 1골만 내준 것이다. 이 기간 중 사리체프는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8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도 세웠다. 당시 유공(현 제주)의 공격수였던 김봉길 인천 감독대행은 “일화는 상대하기 껄끄러운 팀이었다. 한 골을 내줘도 힘들다는 생각이 컸다”고 떠올렸다. 2012년 부산과 1993년의 일화는 공통점이 많다. 당시 일화에는 안 감독과 더불어 박광현·이종화 등이 수비를 책임졌는데, 모두 무명에 가까운 선수들이었다. 현재 부산도 김창수를 제외하면 이경렬·유지훈 등은 그리 유명한 선수가 아니었다. 골문도 성남에서 6년 동안 2인자 생활을 했던 전상욱이 지키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수비 방식이다. 박종환 감독이 지휘했던 1993년 일화는 악착같은 일대일 대인마크가 특기였다. 부산은 톱니같은 포백 수비라인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방어막을 치고 있다. 박종환 감독은 “익수나 광현이는 무명에 가까웠지만 투지 하나 만큼은 대단했다. 지금의 부산처럼 지역방어가 아닌 일대일 대인마크를 지시했는데 믿음직했다”고 말했다. 김민규 기자gangaeto@joongang.co.kr
2012.05.25 1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