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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경기' 정우람, 플레잉 코치로 천천히 찍는 마침표

한화 이글스 정우람(38)이 마지막을 준비한다. 아직 끝은 아니다. 새로운 시작과 함께 조금 천천히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한화 구단은 "정우람이 플레잉 코치로 2024시즌을 맞이한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선수로 은퇴하는 건 아니지만, 선수 자격을 남겨둔 채 지도자 역할을 병행하게 된다. 한화는 올 시즌 주장이었던 정우람의 성실함과 평판, 후배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정우람은 한화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레전드' 반열에 든 이다. 지난 2004년 데뷔해 1004경기에 출장했다. KBO리그 투수 역대 최다 경기 기록이자 일본과 대만을 포함해도 단일 프로리그 투수 최다 출장 기록이다. 통산 197세이브 145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구대성, 김용수 등 레전드 마무리 투수들에 버금가는 족적을 남겼다. 정우람의 커리어를 떠올리면 그의 롱런은 놀랍기만 하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SK 와이번스 소속으로 팀의 세 차례 통합 우승, 6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특히 2010년(102이닝) 2011년(94와 3분의 1이닝) 투구 이닝이 많아 혹사 논란에 휘말렸다. 부상과 기량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그는 꺾이지 않았다. 팬들은 '대체 정우람은 언제 고장 나나'라는 찬사 섞인 농담을 던졌다.프로 20년 차인 올해 정우람의 평균자책점은 5.36에 불과하다. 최근 3년 부상과 부진이 찾아왔다. 연투도 쉽지 않을 정도로 컨디션이 떨어졌다. 비로소 '고장'이 났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우람은 정우람이다. 올 시즌 주장을 맡았던 그는 리더로 한화에 필요한 몫을 해냈다. 보고 배울 선배가 많지 않았던 한화는 투수에서 정우람, 타자에서 채은성이라는 든든한 두 축과 함께 올 시즌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다.정우람은 롱런의 비결에 대해 "많이 인내했다"고 했다. 그는 "잘할 때는 겸손해야 했고, 더 잘하려고 했다. 못할 때는 잘하기 위해 힘든 과정을 참아내고자 했다. 좋은 지도자, 선후배들과 야구를 같이 했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겸손한 마음으로 마운드 위에서 기량을 철저하게 발휘하려고 했기에 출장 기록이 나온 것 같다"고 했다.투수로서 마지막이 보이지만, 정우람의 엔진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정우람은 플레잉 코치를 수락한 데 대해 "팀의 방향에 있어 내가 우선순위에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도 "단 몇 경기라도 1군 마운드에 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충남 홍성에서 만난 정우람에게 플레잉 코치 선택에 대해 조금 더 물었다. 정우람은 "선수로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어찌 보면 그것도 하나의 고집인 것 같았다. 팀의 방향, 내 몸 상태를 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구단이 제의해줘 결정했다"고 했다.지도자 첫걸음은 잔류군 코치로 시작한다. 그는 "내 어깨 관리는 철저히 하면서도 선배로서, 코치로서 역할을 해내고 싶다"며 "잔류군에서 선수들이 부족한 부분을 빨리 파악할 수 있게 맞춤형으로 소통하겠다. 후배들에게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고, 그 부분을 함께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그는 언제든 마운드에 오르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다만 몸 상태가 핵심이다. 정우람은 "내년 봄까지 지켜보고 결정하려고 한다. 몸을 만들어 보면서 도전해 볼 수 있는 몸 상태가 되는지 보겠다. 다시 쉬고 몸을 만들어 가면 조금이라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후배들이 잘해서 내 자리가 없다면 은퇴 결정도 내릴 수 있다. 몸이 괜찮으면 연습 경기에서나 던지면서 감각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정우람은 "아직은 1군 마운드에서 팬 여러분을 뵙는 게 목표"라며 "내년 시즌 단 한 번이라도 꼭 1군에서 뵐 수 있도록 스스로 긴장감을 느끼고 준비하겠다. 그때까지 팬 여러분께서는 날 '선수 정우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1.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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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경기' 정우람, 현역 연장 결정…2024년 플레잉 코치로 시작

1004경기 등판으로 리그 역사에 족적을 남긴 정우람(한화 이글스)이 플레잉 코치로 내년 시즌을 맞이한다.한화는 14일 "정우람이 플레잉 코치로 2024시즌을 맞이한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정우람의 성실함과 꾸준함, 팀 내 평판, 후배들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선수 자격은 유지하되 후배 양성에도 포커스를 맞출 수 있도록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지난 2004년 데뷔한 정우람은 KBO리그 1004경기에 출장했다. KBO리그 투수 최다 경기 기록이자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프로리그 내 단일리그 최다 출장 기록이다. KBO리그 통산 977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통산 197세이브, 145홀드를 기록 중이다. KBO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 대열에도 이름을 올렸다.한화는 "정우람의 자기관리 능력이 구단 내 투수들에게 전수될 수 있도록 플레잉 코치직을 제안했고, 정우람이 심사숙고 끝에 이를 받아들이면서 내년 시즌 선수와 코치를 겸직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구단은 "정우람이 잔류군에서 선수들과 소통하며 구단 마운드 뎁스를 강화하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우선 내년 시즌 잔류군 투수파트 코치를 맡음과 동시에 필요 시 선수로도 합류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정우람은 "선수로서 좋은 마무리를 준비해 나가는 시점에 구단에서 좋은 제안을 해 주셔서 뜻 깊은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라며 "선수 정우람의 마지막과 지도자로서의 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우선은 후배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소통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다음은 정우람과의 일문 일답. Q1. 플레잉코치 수락 이유는A1. 우선 내년 시즌 우리 팀이 가야할 방향에 있어서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냉정하게 내가 우선순위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을 했다. 그래도 선수로서 단 몇 경기라도 1군 마운드에 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선수생활을 마무리 하고 싶었는데 구단에서 플레잉코치 직을 제안해주셔서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하게 됐다.나 역시 플레잉코치를 맡게 되면 선수로서도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나를 위한 운동도 할 수 있고, 코치로서 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해서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다.구단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선수와 지도자를 병행할 수 있는 역할을 주신 만큼 그 동안과 다른 마음가짐으로 지금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단지 선수생활의 마무리가 아닌 코치로서의 또 다른 시작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Q2. 플레잉코치라면 코칭스태프로서 준비와 선수로서 준비를 해야 하는 만큼 비시즌이 더 바빠질 것 같은데A2. 일단 선수들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 1군에서 주로 많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속속들이 알지 못하는 후배들이 있다. 그동안은 나에게 온전히 100% 초점을 맞춰 시즌을 준비했다고 하면 이제는 코칭스태프 쪽에 비중을 높여서 올 겨울에는 선수들에게 조금 더 다가갈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Q3. 플레잉코치 생활의 시작은 선수생활 마무리 단계로 인식되는데 어떤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원하는지A3. 플레잉코치는 말 그대로 코치와 선수의 겸직이다. 선수로서 온전히 자리를 내 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년 시즌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치료도 받고 재활운동도 시작해서 선수로서의 어깨는 최대한 만들어 놓을 생각이다. 그래서 1군 선수들이 지쳐있거나 힘들어할 때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1군 마운드에 설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준비는 해둘 것이다. 다만 코칭스태프로서도 첫 출발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도 놓치는 것 없이 초점을 맞추고 싶다. 너무 내 선수 생활에만 집중해서 치우치게 되면 잔류군 후배들에게도 코치로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내 어깨관리는 철저히 하면서도 선배로서, 코치로서 역할을 잘 해내고 싶다.Q4. 신임 코칭스태프로서 어떤 부분을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싶은지A4. 잔류군 투수파트 코치를 맡게 될텐데, 잔류군 선수들에게 잔류군에 대한 인식을 명확하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1군, 퓨처스도 아닌 잔류군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1군이나 퓨처스 선수들에 비해 어떠한 부분이 준비가 덜 돼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멘털이든, 기술적인 부분이든, 체력적인 부분이든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빨리 파악하고 보완해야 올라설 수 있다. 잔류군 코치로서 선수들과 맞춤형으로 소통해서 그런 부분을 빨리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기본기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기본기 훈련을 기존에 해왔던 것 보다 더 많이 하고 싶다. 야구는 멘털이 중요하다. 하지만 멘털은 체력이나 기술 부분이 보완되면 경험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후배들에게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고, 그 부분을 함께 해 나가고 싶다.Q5.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팬 여러분께 한말씀A5. 플레잉코치라고 하지만 사실 아직까지 팬 여러분을을 1군 마운드에서 뵙고 싶다는 목표는 항상 갖고 있다. 그러한 목표를 갖고, 내년 시즌도 잘 준비할 것이다. 그동안 한화이글스에서 정말 많은 팬 여러분들이 변함없이 사랑해주시고 성원해주셨는데, 그 응원에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플레잉코치에 임할 생각이다. 많은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 좋은 코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하지만 내년 시즌 단 한번이라도 꼭 1군에서 뵐 수 있도록 스스로 긴장감을 갖고 준비하겠다. 그 때까지 팬 여러분께서는 나를 선수 정우람으로 봐 주시면 좋겠다. 항상 변함없는 응원과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11.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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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람 채은성의 '일타' 리더십…한화 캠프를 움직이다

리더십 부재에 흔들렸던 한화 이글스가 '일타' 들과 함께 2023시즌 담금질에 들어갔다.올해 한화의 주장은 정우람(38)이다. 프로 20년 차 투수가 이례적으로 완장을 찼다. 그의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고참들을 대거 정리하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1군을 운용한 결과는 한 시즌 구단 역대 최다패(46승 96패)였다.한화는 올해 팀 중심을 맡을 고참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채은성·이태양·오선진을 FA(자유계약선수)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1군 선수로서의 간절함과 책임감을 외치면서 한화 선수단의 중심을 잡고 있다. 정우람은 이들의 중심이다. 통산 197세이브 137홀드를 기록한 '레전드'가 하는 말은 무게가 다르다. 그는 지난해에도 "그동안 젊은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칭찬과 지지를 해줬다. 하지만 경기력도 나아져야 하고 비전도 있어야 한다. 안일하면 안 된다. 이제 다그칠 땐 다그치겠다"고 다짐했다. 정우람은 구단과 영상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도 워낙 각자 할 일을 알고 있고, 절치부심해서 계속 나아지려는 걸 알고 있다. 굳이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움직이는 것 같다"며 "(이적생인) 이태양과 채은성이 타 팀에서 좋았던 부분을 잘 전달해줄 것 같다. 카리스마와 포용력이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또 "선수들이 힘들 때나 의기소침할 때 힘이 되는 주장이 되고 싶다. 주장이기 전에 선수로서 보여줘야 한다. 최대한 성적으로 어필하는 시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정우람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주장은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이다. SK 와이번스 시절 김 감독과 함께했던 정우람은 "김 감독님은 솔선수범하는 선배였다.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갖춰 선수들이 따랐다"고 떠올렸다. 또 당시 김 감독에게 커브를 전수받기 위해 노력했던 걸 떠올리면서 "난 소띠다. 죽어라 한 만큼 보상받았다. 거저 얻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후배들을 향해 메시지를 던졌다. 야수조에서는 채은성의 존재감이 크다. 가을야구 단골이 된 LG 트윈스에서 4번 타자로 활약했던 그는 야수 후배들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한화가 채은성에게 총액 90억원을 준 것도 그가 리더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채은성은 "(후배들이) 찾아와서 물어보면 성실하게 답해준다. 스스로 정말 필요해서 물어봐야 (조언이) 와닿는다. (노)시환이가 많이 물어본다. (이)원석이는 방까지 찾아와 물어본다"고 전했다.채은성의 웨이트 트레이닝 파트너는 노시환이다. 훈련량부터 자세 교정까지 '1대1 과외'를 자처했다. 훈련 후 후배들에게 식사를 산 모습도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육성선수 출신에서 4번 타자까지 성장했던 채은성의 경험도 후배들에게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LG 시절 선배였던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1루수 김인환에게 "채은성은 야구를 잘하기만 했던 선수가 아니다. 한참 못했던 때도 있다"며 "자리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김인환의 마음을 은성이만큼 잘 알 수 있는 선수가 별로 없다. 그런 경험을 보고 배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인환 역시 육성선수 출신으로 28세였던 지난해 처음으로 1군 주전이 됐다. 지난해 한화는 9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가 19경기에 달했다. FA 몇 명 영입만으로 최하위에서 탈출할 순 없다. 팀 전체가 발전해야 한다. 정우람과 채은성은 이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2.1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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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4G 무실점…드디어 ‘정우람’답게 돌아왔다

오랜 기간 마운드를 비웠던 정우람(37·한화 이글스)이 드디어 돌아왔다. 정우람은 지난 1일 서울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1군에 복귀했다. 5월 14일 어깨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된 후 111일 만의 컴백이었다. 복귀 후 4경기 연속 무실점 중이다. 특히 지난 10일 대전 SSG 랜더스전에서는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지만, 9회 등판해 탈삼진 3개를 기록했다. KBO리그 '철인'의 역사를 쓰던 정우람에게 장기간 부상은 낯선 일이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50경기 이상 등판을 이온 그의 통산 등판 수는 941경기로 투수 중 독보적 1위다. 투수 중 900경기 이상 출전한 건 그와 류택현 KIA 타이거즈 코치(901경기)뿐이다. "정우람은 고장도 안 난다"는 칭찬을 듣던 그도 세월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올 시즌 등판은 단 12번에 불과하다. 정우람 스스로도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정우람은 10일 경기 후 구단 내 인터뷰에서 “(부상 후) 오늘처럼 (9회를 마무리하는 일이) 언제 다시 생길지 솔직히 알 수 없었다. 시즌 초 잠시 마무리를 맡았고, 막바지에 다시 했다. 1~2년이 지난 것도 아닌데 정말 오랜만이라고 느껴진다"며 "포수 최재훈의 손을 딱 잡았을 때 마무리를 맡았던 예전의 좋았던 기억들이 잠시 떠올라 마음이 조금 복잡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팔이 아무래도 예전 같지 않다"며 "최대한 잘 준비해서 점수를 쉽게 주지 않도록 하겠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정말 소중히 생각하면서 던지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정우람은 2019시즌 종료 후 한화와 4년 총액 39억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다. 3년 동안 그의 기록은 3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5.02. 한화가 기대했던 성적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마운드 위에서 ‘돈값’은 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는 젊은 한화 선수단 내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리더다. 올 시즌 공익 근무를 마치고 복귀한 박상원(28)은 “다른 이들은 내가 우람 형한테 야구를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람 형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선배가 돼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많이 알려준 분"이라며 "고민이 생기면 풀어주고, 인생을 가르쳐주셨다. 많이 배웠다”라고 전했다. 정우람과 한화의 계약은 1년이 남아있다. 내년 만 38세가 되는 정우람이 성적으로 가치를 다할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한화 리빌딩의 중요한 조각이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09.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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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뒷맛 씁쓸… 김범수, 올해는 다를까

좌완 파이어볼러 김범수(27·한화 이글스)가 아쉬운 시범경기 성적표를 들고 2022 정규 시즌에 들어간다. 김범수는 수년 동안 한화 마운드의 기대주로 머물렀다. 그의 최고 시속은 150㎞를 넘나든다. 지옥에서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다. 그러나 좀처럼 그 가능성을 펼쳐오지 못했다. 7시즌 통산 17승 34패 2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이 5.95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도 4승 9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5.22에 그쳤고, 부상까지 찾아오며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김범수는 올해 8번째 시즌을 앞두고 시범경기 등판까지 마쳤다. 다만 뒷맛이 조금 씁쓸한 채 정규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그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3경기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하고 마무리했다. 첫 두 경기는 무실점이었지만, 마지막 등판이었던 29일 경기에서 3실점을 몰아서 했다. 정우람의 부진, 강재민의 부상으로 마무리 후보가 마땅치 않은 한화는 이날 김범수를 9회 마지막 투수로 선택했다. 직구 최고 시속 147km를 기록했지만, 결과도 내용도 좋지 못했다. 첫 타석부터 안타를 맞았고 폭투를 던져 스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압박감이 덜한 3-4로 뒤진 상황에서 나오고도 대거 3실점 했다. 이날 김범수는 선두 타자 유강남을 안타로 내보낸 그는 폭투로 추가 진루까지 허용했다. 이어 이번 시범경기 부진했던 리오 루이즈에게 중월 1타점 2루타를 시작으로 이재원의 중전 안타, 박해민의 2타점 중전 적시타까지 연달아 허용했다. 심지어 마지막 타자인 송찬의의 타구마저 불안했다. 기록은 좌익수 뜬공이었지만 타구는 펜스 앞까지 날아갈 만큼 컸다. 기대주에서 벗어나 불펜 에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멘털이 성장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동걸 한화 코치는 지난 1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김범수가 제구가 나쁘다고 하는데 본인이 유리한 카운트일 때 더 정확하게 (구석으로) 던지려고 해 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라며 “스스로 구위가 정말 좋다는 걸 인지하고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하면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범수에게도 ‘넌 제구가 나쁜 투수가 절대 아니다’라고 항상 말한다”고 전했다. 개막을 코앞에 뒀지만 한화는 마무리와 셋업맨 자리를 찾지 못했다. 시범경기는 끝났지만 시즌 초까지 보직 실험이 이어질 예정이다. 시범경기 성적표를 만회할 기회를 잡는 건 김범수의 몫이다. 차승윤 기자 차승윤 기자 cha.seunyoon@joongang.co.kr 2022.03.3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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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텔링] 추락하는 독수리, 한화는 감독의 무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추락하고 있다. 7일 대전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2-8로 지면서 창단 최다 연패 타이인 14연패를 기록했다. 8일 현재 순위는 10개 구단 중 10위(7승22패)다. 결국 한용덕(55) 한화 감독이 이날 경기 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 여러 명장들이 거쳐갔지만, 한화의 암흑기는 길어지고 있다. ━ 10년간 감독 교체만 네 번 한화는 1986년 제7구단으로 창단(당시엔 빙그레 이글스)한 이래 2008년까지 우승 1회, 준우승 5회를 차지했다. 꼴찌에 머무른 건 첫 해인 1986년 뿐이었다. 2000년대 중후반에도 김인식 감독의 지도 아래 중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2009년, 23년 만에 최하위의 수모를 겪었다.한화는 체질 개선을 위해 외부 지도자를 영입했다. 2010년엔 한대화 감독이 부임했으나 2012년 여름 성적 부진으로 물러났고, 한용덕 코치가 대행직을 맡았다. 2013년엔 해태와 삼성에서 10번 정상에 오른 김응용 감독이 부임했으나 2년 연속 꼴찌를 했다. 2015년엔 '야신'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2017시즌 도중 팀을 떠났다. 결국 이상군 대행이 잔여시즌을 치렀다. 한화는 2017년까지 10년 연속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다. KBO리그 역대 최장 기록이다. ━ 저비용 저효율→고비용 저효율 2000년대 중반 한화는 유망주 육성을 소홀히 했다. 다른 팀은 해마다 10명 이상의 신인을 뽑았지만, 한화는 5~7명 정도만 선발했다. 특히 고졸선수보다는 즉시전력감인 대졸선수 위주였다. 다른 팀과 달리 2군 훈련시설도 뒤늦은 2013년에야 만들어졌다. 모기업의 구단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였다. 그러다 보니 팀을 오래 끌고갈 젊은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한화가 배출한 마지막 신인왕이 2006년 류현진(토론토)이다. 김응용, 김성근 감독 부임 후엔 방침이 바뀌었다. 이용규, 정근우(현 LG), 정우람, 심수창(은퇴) 등 외부 자유계약선수(FA)를 대거 영입했다. 대신 젊은 선수들을 보상선수로 내줘야만 했다. 일시적으로 중위권까진 올라갔으나, 결국 팀이 다시 노령화되는 악순환을 겪었다. 선수단 몸값은 상위권이지만, 성적은 나지 않는 '비효율적' 운영이었다. ━ 한화 출신 순혈주의도 3년 만에 막내려 한화는 '순혈주의'를 외치며 팀을 떠나있던 레전드 출신 지도자들을 모았다. 한용덕 감독을 선임하고, 장종훈 타격코치, 송진우 투수코치와 계약했다. 한화는 2018년 3위에 오르며 11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하지만 한용덕호도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해 9위에 머물렀고, 올시즌도 연패의 늪에 빠졌다. 한용덕 감독은 6일 코치진 일부를 2군에 내려보낸 데 이어 7일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결국 한화는 이를 받아들이고, 최원호 2군 감독을 대행으로 임명했다. 최근 10년 사이 벌써 세 번째 대행 체제다.한화는 한용덕 감독 부임 후 '리빌딩'을 선언하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렸다. 하지만 선수들의 성장 속도가 늦었고, 2년 연속 하위권으로 처졌다. 구단의 대대적인 개혁이 없다면, 한화의 암흑기는 더 길어질 수 있다. 글=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20.06.0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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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 장시환-장민재-김이환, 희망 찾은 한화 국내 선발진…과제는?

워윅 서폴드(30·한화)가 더 강력한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는 점은 충분히 확인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국내 선발진은? 역시 "한결 나아졌다"는 게 팀 안팎의 평가다. 지난 시즌 한화는 개막 일주일 만에 외국인 원투펀치를 제외한 국내 선발 투수 전원을 교체했다. 모두 한 번씩만 등판한 뒤 로테이션에서 빠졌다는 얘기다. 두 명은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부진했고, 한 명은 부상을 당해 더 이상 던질 수 없었다. 개막과 동시에 혼란에 빠진 선발진과 그로 인해 어수선해진 마운드 상황은 한화의 하향세에 가속도를 붙인 주요 원인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아직 외국인 투수 채드 벨이 팔꿈치 통증으로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지만, 국내 선발 투수들이 한결 나아진 활약으로 희망을 안기고 있다. 그 선봉장에 선 선수가 지난해 말 롯데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3선발 장시환이다. 지난해 한 시즌 동안 풀타임 선발 투수를 경험한 장시환은 이적 후 첫 등판인 지난 7일 인천 SK전에서 6이닝 9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해 첫 승을 따냈다. 스스로 "너무 (안타를) 많이 맞아 경기 내내 정신이 없었다"고 농담할 만큼 피안타가 많았지만,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앞세워 최소 실점으로 막아냈다. 선발진 수혈을 위해 젊은 포수를 내주고 장시환을 영입한 한화로선 기분 좋은 성과였다. 지난 시즌 한화 국내 선발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4선발 장민재도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지난 8일 고척에서 한창 물이 오른 키움 강타선을 상대로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90개. 이정후에게 세 차례 출루를 허용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을 뿐, 지난 시즌 키움전 4경기에서 15점을 내준 부진은 확실히 털어 버렸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5선발로 낙점된 20세 신예 김이환 지난 9일 고척 키움전에서 믿음직스러운 피칭을 했다. 성적은 5이닝 2피안타 4볼넷 3탈삼진 1실점. 5회 볼넷이 많아져 투구 수(91개)가 늘어난 게 흠이지만, 4회까지 모습은 충분히 강력했다. 지난 시즌 막바지 선발 기회를 얻으면서 이미 가능성도 확인한 투수라 코칭스태프도 김이환의 시즌 첫 경기 성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아직 선발 등판은 하지 않았지만, 김민우도 지난해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6일 SK와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선발 임준섭이 조기 강판한 뒤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4⅓이닝을 3피안타(2피홈런) 5탈삼진 3실점으로 막고 사실상 선발 역할을 했다. 2016년 어깨 통증 이후 나오지 않았던 시속 150㎞ 스피드를 전광판에 찍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예정대로 12일 대전 KIA전에 선발 투수로 복귀해 또 다른 시작을 한다. 다만 이들 가운데 승리를 챙긴 선수는 개막전 완봉승을 올린 서폴드와 7일 경기 승리 투수가 된 장시환뿐이다. 장민재는 동점 상황, 김이환은 리드 상황에서 각각 마운드를 넘겼지만 불펜 난조로 팀이 졌다. 10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서폴드가 6회까지 1실점(비자책)으로 잘 막았지만, 7회 불펜 난조로 5점을 한꺼번에 내줘 다시 역전패했다. 국내 선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자 불펜이 흐트러지고 있는 모양새다. 선발 투수들의 투구 이닝과도 관계가 있다. 6경기 가운데 6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서폴드(2회)와 장시환뿐. 임준섭이 2회를 넘기지 못했고, 장민재와 김이환은 모두 5회만 던지고 남은 4회를 불펜에 맡겼다. 가뜩이나 필승조와 추격조의 구분이 불분명한 투수가 많은 상황에서 불펜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선발 투수 3~4명은 이닝 이터 역할을 해줘야 마운드를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다. 안정을 찾아가는 한화 국내 선발진에는 이제 효율적인 피칭으로 '1이닝씩 더' 소화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정우람, 김진영, 박상원을 비롯한 필승조의 위력을 더 살리려면 선발 투수들의 고통 분담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고민 하나를 해결하자 다른 고민이 찾아와 아쉽기만 한, 한화의 속사정이다. 배영은 기자 2020.05.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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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스토리] 선배 장민재가 후배 김진영에게 선물한 '류현진 날개'

한화 김진영(28)은 2017년 입단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덕수고 3학년 때 시카고 컵스와 계약해 미국으로 떠났을 만큼 주목 받았던 대형 유망주. 다만 끝내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2013년 계약 해지돼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까지 마치고 2017년 신인 2차드래프트에 참가한 그를 한화는 1라운드(전체 5순위)에 지명하면서 기대감을 표현했다. 아직은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입단 첫 해에는 불펜 투수로 3경기에 나와 2⅔이닝만 소화했고, 두 번째 시즌엔 선발 기회를 잠시 얻었지만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역시 6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를 기록한 게 전부. 그래도 26⅓이닝 동안 12점만 내주면서 평균자책점 4.05을 기록해 점점 좋은 방향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올해는 김진영이 진짜 도약을 노리는 시즌이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천금같은 기회도 얻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한국 최고 투수 류현진(33·토론토)과 일본 오키나와 개인 훈련에 동행했다.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2년 선배 장민재(30) 덕분이다. 장민재는 '대기만성'의 표본과 같은 선수다. 2009년 신인 2차 3차운드에 지명돼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천천히 팀에서 자신의 지분을 늘려갔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는 마당쇠로 매 시즌 다른 자리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나다 지난해 마침내 무너진 토종 선발 마운드를 지탱하는 기둥으로 우뚝 섰다.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한화의 핵심 투수로 자리잡기에는 손색이 없었다. 올해도 치열한 국내 선발진 경쟁에서 일찌감치 네 번째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페이스로 시즌 준비도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개막이 늦어지고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지난달 6일 밀워키 마이너리그 팀과의 연습경기부터 귀국 후 자체 청백전까지 4경기에 선발 등판해 총 15이닝 동안 12피안타 2볼넷 9탈삼진 1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아직 한화에서 더 자리를 잡아야 하는 김진영에게 그런 장민재의 존재는 큰 도움이 된다. 야심차게 KBO 리그 도전장을 던졌다가 생각보다 더 높은 벽 앞에 좌절했던 김진영은 지난해 장민재와 빠르게 가까워지면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김진영은 "(1군에 처음 왔을 때) 내가 부족한 게 많은 상황이었는데, 민재형을 옆에서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되더라"며 "늘 똑같은 모습으로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는 모습이 보여서 늘 감사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의지하게 되는 선배"라고 했다. 장민재 역시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기만 했던 김진영의 착한 속내를 알아보고 찬찬히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진영이도 미국 프로에서 좀 뛰어보고 왔으니, 야구를 어느 정도 안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이 더 냉정하다는 것을 알게 된 거다"며 "그래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 것 같더라. 1군에 와서 같이 운동을 하다 보니 그런 게 눈에 보여서 (그러지 말라고) 말을 해주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장민재가 처음 해준 조언은 이랬다. "진영아, 여기서는 너만의 것을 만들고 네 장점을 잘 찾아서 그 장점을 잘 살리려고 해야 해. 막 우왕좌왕 이것저것 다 해보고 그러다가 안되면,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고, 그럼 그 과정만 계속 반복해야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장민재 스스로가 프로 입단 후 수 년간 겪었던 경험을 들려준 셈이다. 김진영은 "민재형이 이렇게 저렇게 얘기해준 게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엔 그 얘기가 솔직히 귀에 잘 안 들어온 게 사실"이라고 털어 놓았다. "민재형은 원래 어느 후배 하나를 편애하는 게 아니라 모든 후배에게 눈에 보이는 대로 부족함이 보이면 가서 조언해주는 스타일"이라며 "첫 해나 두 번째 해에는 내가 공백기가 길었던 상태로 왔다가 나 스스로 '준비됐다'고 생각했다가도 막상 해보면 한계를 많이 느끼는 일의 반복이라 조금씩 지쳐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래도 장민재가 느낀 안타까움과 김진영이 느낀 고마움은 프로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이 급속도로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지난해 말 장민재는 김진영에게 "1월에 류현진 형과 함께 가는 개인 훈련 캠프에 동행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류현진이 한화에서 뛰던 시절 절친한 후배였던 장민재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인 2013년부터 올해까지 줄곧 일본 오키나와에서 시즌 대비 훈련을 함께해왔다. 가끔 한화의 다른 젊은 투수도 류현진의 배려로 그 캠프에 동행하긴 했지만, 별다른 인연이 없는 투수라면 쉽게 잡기 어려운 기회다. 아직 1군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한 김진영에게는 상상도 못한 기회였다. 올해는 팀 베테랑 마무리 투수 정우람과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한 김광현까지 같은 장소로 떠났기에 더 그랬다. "진영이가 비시즌 때 훈련하는 모습을 2년 연속 옆에서 봤다. 그래서 '같이 가자고 할까, 말까' 생각을 하다가 진영이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을 것 같아 섣불리 말을 못했다. 하지만 2년간 스스로는 나름대로 (몸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을 텐데 내가 봤을 땐 '이건 아니다' 싶은 부분이 보이더라. 그래서 그냥 '현진이 형이랑 가는 훈련 너도 같이 갈래?'라고 툭 던져봤다. 본인은 정말 감사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같이 운동을 하러 가게 됐다." (장민재) "이전에 류현진 선배를 만난 적도 없어서 그런 기회가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민재형이 제안해주니 나야 그저 '정말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 캠프는) 그냥 내게 '도움이 됐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누가 어떻게 그렇게 뛰어난 선수들과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그렇게 중요한 시기에 운동을 해볼 수 있겠나.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김진영) 뛰어난 선배는 그저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후배에게 노하우를 심는다. 무심한 듯 툭 던지는 말 한 마디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류현진이 그랬다. 장민재는 "현진이 형이 후배에게 세심하게 막 참견하는 스타일은 아니지 않나. 그냥 옆에서 '이거 이렇게 해봐' 하고 툭 말을 던지는 사람인데, 우리에겐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며 "또 본인이 먼저 나서지 않아도 우리가 '형, 이거 어떻게 던져요? 가르쳐 줘요' 하면 정말 잘 가르쳐 준다. 형이 진영이 투구폼도 보고 같이 캐치볼도 하면서 '중심이동이 좀 빠르니까 조금만 잘 잡아라'라고 얘기해 주면 그런 게 중요한 포인트로 와닿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장민재는 김진영과 올해 1군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한다. 이미 한용덕 한화 감독이 마지막까지 선발 후보군에 김진영을 올려놓았을 정도로 눈여겨 보고 있다. 김진영 역시 자체 청백전에서 꾸준히 좋은 피칭을 했고, 올해는 지난 3년간보다 더 많이 마운드에 오를 것이 확실해 보인다. 장민재는 "진영이를 지금 곁에서 보면 2년 전, 1년 전보다 훨씬 업그레이드가 된 게 눈에 보인다. 다만 단점을 너무 보완하려다 그쪽에 시간 낭비를 너무 많이 하는 게 조금 안타깝다"며 "이제 여기서 자신의 장점을 찾아서 그대로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또 "성격상 유일한 장점이자 단점이 너무 착하다는 것이다. 라커룸에서 우리와 어울릴 때 착하고 넉살 좋은 건 좋지만, 야구할 때도 그게 똑같아서 문제"라며 "야구할 때는 싸움닭이 돼 싸웠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진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보면서 왔고, 민재형은 프로로서 좋은 결과물을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나는 지금도 여전히 너무 부족한 걸 느끼면서 계속 배우는 입장이다. 민재 형이 옆에 있어서 그 시간이 지금 많이 수월해지고 의지가 되는 것 같다"고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했다. 배영은 기자 2020.04.0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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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하재훈, "다른 소방수들 위에 있겠다"는 각오의 진짜 의미는?

올 시즌은 일찌감치 '마무리 투수 춘추전국시대'가 예고됐다. 지난해 구원왕인 하재훈(30·SK)을 필두로 정우람(한화) 원종현(NC) 고우석(LG) 조상우(키움) 이대은(KT) 문경찬(KIA) 이형범(두산)까지 특급 자질을 뽐낸 국가대표급 소방수들이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선다. 여기에 KBO 리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인 오승환(삼성)이 KBO 리그로 돌아와 시즌 31번째 경기부터 전열에 합류한다. 새로 소방수 보직을 맡은 김원중(롯데)도 만만치 않은 복병이다. 그 가운데 하재훈은 2년 연속 강팀 SK의 뒷문을 지키면서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타이틀 방어전에 나선다. 해외 리그에서 뛰다 지난해 한국에 데뷔한 '늦깎이 신인'이지만, 첫 해부터 36세이브를 올려 단숨에 정상의 마무리 투수로 발돋움한 그다. 올해 역시 강력한 구위와 남다른 배짱을 앞세워 리그 최고 소방수로 인정 받을 준비를 착착 해나가고 있다. 그는 "다른 마무리 투수들을 의식하기보다 '지금'에 충실하면서 매 경기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해나갈 것"이라며 "지난 시즌 캠프에서 보여준 구위를 올해는 시즌 때도 발휘하는 게 현재의 목표"라고 웃어 보였다. -해외 스프링캠프는 잘 진행됐나. "그런 것 같다.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잘 끝났다. 직구 구속은 덜 올렸지만, 캠프 실전에서 커브를 많이 던지면서 점검했다." -지난 시즌은 그냥 불펜 투수로 출발했다가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아 구원왕까지 올랐다. 올해는 성공적인 시즌의 다음 해라 다르게 준비했을 듯한데. "마음가짐은 다 똑같다. 지난해나, 올해나, 또 앞으로나 마음가짐은 매년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작년보다 더 잘 하자' 하면 안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안주할 수도 없으니까 해야 할 것을 매년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올해는 컨디션 조절을 좀 천천히 할 수 있다는 게 달랐다. '쉬엄쉬엄'까지는 아니더라도, 훈련 강도나 페이스를 조금 늦게 올릴 수 있었다. 지난 시즌에는 캠프 들어가기 전부터 몸을 다 만들어 놓고 캠프 때 뭔가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그러다 보니 캠프 때 보여준 공을 정작 시즌 때 못 보여준 것 같아 아쉬웠다." -36세이브를 해놓고 시즌 때 못 보여줬다니? "캠프 때 구위를 말하는 거다.(웃음) 구속이 캠프 때보다 많이 떨어졌다. 지난해 시범경기를 딱 시작하니 그때부터 구속이 많이 안 나오더라. 올해는 그걸 방지하고 시즌 때 좋은 구위를 보여주기 위해서 일부러 늦게 끌어 올리고 조절했다." -그럼 올해는 지난해 캠프 때 구위를 시즌 때 볼 수 있는 건가. "중요한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 내가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다.(웃음)" -그렇다면 그때 그 구위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말인가. "그런 의미는 또 아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돌아오지 않을까.(웃음)" -오승환(삼성)까지 국내로 복귀하면서 올해 마무리 투수들 전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절친한 사이인) KT 이대은이 '하재훈은 무조건 이기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는데. "흠. (이대은 형이 과연) 나를 이길 수 있으려나? 아마 내가 타자였고 대은이 형이 투수였더라도 나에게는 안됐을 것 같다. 하하하. 이건 농담이고, 확실히 올해 각 팀에 좋은 마무리 투수가 많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승환이 형은 마무리 경쟁 얘기에 고우석(LG) 조상우(키움)나 대은이 형 이름을 나보다 먼저 말씀하시더라. 아, 절대 마음에 담아둔 건 아니다.(일동 폭소) 그래도 지금은 내 할 일도 많고 내 훈련만 열심히 하기에도 시간이 없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있고, 시이 시작된 뒤에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다음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내년에도 마무리 투수를 할 수 있다면, 다른 팀 모든 마무리 투수의 목표 위에 있겠다'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다. 아직도 그 마음이 유효한가. "너무 건방져 보이지 않았나?(웃음) 물론 그 마음은 유효하다. 하지만 그게 '다른 소방수들을 모두 이기고 또 최고 마무리 투수가 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냥 현재에 충실한 사람이 미래에도 잘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다. 목표를 따로 두지 않고 '지금'에 충실하면서 나아가면 다른 투수들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지, '모두를 이기겠다!' 이런 의미는 아니었다.(웃음) 매 경기 충실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 -개막일이 미뤄져서 시즌 개막 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듯하다. "그렇다. 나도 약간 패닉 상태다. 나야 그래도 페이스를 일부러 천천히 올리고 있던 상태지만, (투구 수를 끌어 올려야 하는) 선발들은 특히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 그때까지 연습경기를 해야 하는데 개막이 늦어진다고 공을 안 던지고 있을 수도 없고, 그렇게 계속 던지면서 기다리자니 팔에 부담이 올 수밖에 없지 않나. 또 올해는 도중에 올림픽도 있으니 국가대표를 원하는 선수들은 더 부담이 될 것 같다." -하재훈 역시 올림픽 대표로 뽑힐 강력한 후보 아닌가. "정말 그런가.(웃음) 김경문 감독님께서 뽑아 주신다면야 당연히 감사한 마음으로 나갈 것이다." -올해는 지난 시즌보다 연투와 멀티이닝 투구를 더 많이 하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나가야 할 상황이 되면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2이닝까지는 아니더라도 8회 투아웃 박빙 상황에 주자가 있으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연투 같은 경우는 팀이 이기는 경기가 그만큼 많아야 가능한 것이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팀이 자주 이겨서 마무리 투수가 나가야 할 상황이 자주 온다면, 다른 투수에게 맡기지 않고 휴식 기간 없이 내가 직접 나가서 임무를 해내고 싶다." -역대 2년차 최고 연봉과 최고 인상률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2006년 류현진(토론토·당시 한화)의 기록을 마침내 깼다. "연봉을 많이 받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2월에 처음 달라진 월급을 받았는데, 작년보다 많이 들어왔더라. 하지만 '류현진 형을 넘었다'는 것은 조금 민망하다. 무려 14년 전과 지금은 현금 가치가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완전히 다른 시대다. 그때 현진이 형이 받은 1억원과 내가 지금 받은 돈을 단순 비교하면 안 될 것 같다.(웃음)" -한국, 미국, 일본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해봤다. KBO 리그 스타일과 잘 맞나. "당연히 잘 맞는다. 각 리그별로 장점과 단점이 다 달라서 어느 쪽이 최고라는 얘기는 못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이것도 하면 안 되고, 저것도 하면 안 되는 스타일보다는 좀더 자율적으로 야구하는 쪽이 더 잘 맞는다. 다만 '자율'을 '자유'와 구분하지 못하는 것만 경계하면 될 것 같다. 자율은 자기가 해야할 것을 스스로 고르고 정해서 열심히 하는 것이지, 무조건 시간을 자유롭게 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다고 들었다. 과거로 돌아가 '응답하라'를 외치고 싶은 시기가 있나. "지금의 마인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2009년 처음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할 때로 돌아가고 싶다. 지금도 모르는 게 많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다면, 그때는 마인드가 강하지 못했다. 타지에서 혼자 외롭고 힘든 줄만 알았지,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방법은 잘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 지금의 마음가짐이라면 미국에서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땐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연락 한번 하기도 어렵고 여러 가지로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한국과도 금세 연결되지 않나. 그때보다 덜 외롭게 야구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SK에 입단하면서 포기한 '타자' 시절은 이제 생각나지 않나. "물론 가끔 그립다. 밥을 먹으면 김치를 먹고 싶지 않나. 타자는 나에게 '김치' 같은 존재인 것 같다. 잊을 만 하면 한번씩 생각나고, 그립고. 어쨌든 지금은 투수로 '밥'을 먹고 살고 있으니 '김치'가 그립더라도 참아야 하지 않겠나. 탄수화물을 안 먹으면 살 수 없으니까.(웃음)" 배영은 기자 2020.03.17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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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캠프인터뷰] '1년 계약' 김태균, "마지막은 후회 없이, 직접 결정하고 싶다"

꽤 오랜 시간, 한화 김태균(38)은 팬들의 박수만큼이나 손가락질에도 익숙해져야 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팀 간판스타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자 비난의 화살이 한 곳으로 집중됐다. 묵묵히 견뎠지만, 결과는 아팠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세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그는 총액 10억원에 1년짜리 계약을 했다. 구단은 2년까지 계약기간을 보장해주려 했지만, 김태균이 직접 "깔끔하게 1년만 계약하고 내년에 다시 평가받겠다"고 했다. 자신의 가치와 자존심은 스스로 지켜내고 말겠다는 명예회복의 의지다. 절치부심. 올해 김태균은 오직 그 한 단어만 떠올린다. 타석에 설 때마다 다시 한 번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고, '역시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야구 인생 대부분을 팀의 간판이자 대표 스타로 살았던 선수. 소속팀을 넘어 국가대표팀에서도 중심을 지켰던 강타자. 김태균은 처음으로 실감한 현실의 벽 앞에서 다시 시계바늘을 뒤로 돌리기로 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에서 스프링캠프에 한창인 그는 "이대로 흐지부지 마침표를 찍으면 나중에 큰 후회를 할 것 같았다"며 "끝이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붓고, 내 마지막은 후회 없이 내가 결정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스프링캠프 분위기는 어떤가. "한용덕 감독님께서 선수들 분위기를 편하게 이끌어 주시고, 선수들이 힘들 때는 알아서 조절도 잘 해주신다. 또 (이)용규가 주장을 맡으면서 캠프에 오기 전부터 각오를 단단히 하고 준비를 많이 해온 것 같다. 젊은 선수들과 잘 어울리려 하고, 나를 비롯한 베테랑 선수들과의 사이에서 가교 역할도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도 밝게 훈련을 잘 하고 있어서 팀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좋은 것 같다." -이번 캠프에서 스스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공을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추려 하고 있다. 연습할 때는 잘 되는데, 실전에서는 아직 잘 안 된다. 주위가 산만해서 그런가. (웃음) 일단 지금은 연습량을 늘려서 컨디션을 일부러 다운시켜 놓으려고 하고 있다. 개막에 맞춰서 끌어 올려야 하니까. 그래서 지금 몸이 굉장히 무겁고 지치고 힘들다. (웃음)"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체중을 재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다들 많이 빠진 것 같다고 하더라. 특별히 감량하려고 한 건 아닌데 웨이트 트레이닝 시간이 늘어서 그런 것 같다. 이전에는 캠프 때 기술 훈련이 많아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올해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조금 더 집중하다 보니 살도 조금씩 빠지는 것 같다." -세 번째 FA가 돼 1년 계약을 했다. 스스로에게도 도전이라고 했는데.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지금 내 나이 정도의 선수에게 기간을 보장 받지 못하는 1년 계약은 분명 모험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계기가 필요해서 그런 선택을 했다. 처음 팀에 들어왔던 신인 때, 내 자리를 잡으려고 치열하게 운동했던 그 시기처럼 이번 시즌을 만들어 가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 자신에게도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FA 협상을 통해 지난 두 차례 계약 때와는 달라진 현실을 실감했나. "상황이 달라졌다기보다는 나 자신이 많이 부족했다는 점을 당연히 느끼게 됐다. 그 전에 계약할 때와는 시장 분위기부터 모든 게 달랐다. 그 전에는 (다른 팀에서) 서로 오라고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는 현실 아니겠나. 그런 부분을 받아들여야 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새로운 계기가 필요했다." -1년 계약 결정도 그렇게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의미였나. "그렇다. 어차피 이번 시즌이 나의 끝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1년 계약을 했고, 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올해 잘해서 실력으로 인정 받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고, 나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성적을 내고도 장기 계약을 보장 받았다고 그냥 남아 있는 것은 싫었다. 1년 계약을 해놓으면, 내가 납득이 안 되고 한계라는 것을 느낄 때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런 의미도 포함된 것 같다. 물론 그런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다시 마음을 잘 잡는 게 먼저다." -현역 생활의 마지막은 스스로 결정하고 싶었다는 뜻으로 들린다. "은퇴한 뒤 후회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2~3년 계약을 해놓고 마지막에 흐지부지 끝내면, 그 후에 많이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다. 결국은 '마지막이다'라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쏟아 붓고, 그때 어떤 결정을 하든 후회 없는 선택을 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누가 알겠나. 갑자기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마음이 생길지. (웃음) 어쨌든 마지막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한화팬들에게 김태균은 특별한 존재다. 한화도 김태균에게 특별한 팀일 듯한데. "누구나 하는 말이겠지만, 내가 처음 입단해 프로 선수의 꿈을 이룬 팀이고 '선수 김태균'을 만든 팀이니 당연히 각별하지 않겠나. 내가 자란 지역 연고(천안 북일고 출신) 구단이니 운동하면서 계속 입단을 꿈꿨고, 그 유니폼을 입게 돼 흥분되고 설레는 마음도 컸다. 장종훈, 송진우, 정민철 같은 대선수들과 한 팀에서 뛰게 됐을 때는 기분도 남달랐고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또 지금 감독님, 코치님, 단장님처럼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겪고 선후배 관계로 서로 잘 버텨왔던 분들이 한 팀에 함께 계시니 선수들에게도 힘이 되고 목표 의식도 생기는 것 같다. 나도 그렇고, 젊은 선수들도 '앞으로 더 잘해서 저런 모습이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아무래도 '원 팀'이라는 의식이 생긴다." -한화의 좋은 시절, 어려운 시절을 다 겪은 선수로서 최근 어떤 생각을 많이 하나. "내가 한국시리즈 준우승(2006년) 멤버 아닌가. 생각해 보면 그땐 어린 시절이라 선배들 모두 개인 기량이 출중했고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다. 다른 걱정을 크게 안 하고 내 할 일만 알아서 해도 되는 분위기였다. 좋은 선수들이 위에서 중심을 잡아 주고 믿음을 줘서 팀이 잘 된 거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최근 수 년 간 팀이 좋지 않았던 건 결과적으로 나를 비롯한 고참들이 중심을 잘 못 잡아서 그런 게 아니겠나. 그런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책임을 많이 느끼고 있다." -하지만 한화 베테랑 선수들도 후배들을 잘 이끌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들었다. "다들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이용규, 최진행, 송광민, 이성열, 정우람, 안영명, 윤규진 같은 고참 선수들이 늘 책임감을 갖고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물론 그런 선수들이 그동안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결국 모든 것은 결과로 말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다. 2018년에 좋은 분위기를 잘 만들었는데, 지난해 다시 성적이 떨어져서 그게 가장 아쉽다. 올해 다시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려면 내 역할도 중요하니, 나 역시 더 잘해서 분위기를 잘 만들어보고 싶다." -어느 정도 성적을 내야 스스로 올해는 '성공'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20년 가까이 야구를 하면서 한 번도 내 목표를 수치로 정해보지는 않았다. 다만 시간이 흐른 만큼 팬분들이나 구단, 감독님, 코치님들이 과거에 기대했던 김태균과 현재의 김태균은 많이 달라져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만큼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땅에 떨어진 신뢰와 믿음만큼은 다시 회복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예전처럼 타석에 김태균이 나오면 '뭔가 하나 해낼 것 같다'는 기대를 하실 수 있게, 그렇게 해보고 싶다. '역시 김태균'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 배영은 기자 2020.03.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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