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화의 주장은 정우람(38)이다. 프로 20년 차 투수가 이례적으로 완장을 찼다. 그의 역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고참들을 대거 정리하고 젊은 선수들 위주로 1군을 운용한 결과는 한 시즌 구단 역대 최다패(46승 96패)였다.
한화는 올해 팀 중심을 맡을 고참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채은성·이태양·오선진을 FA(자유계약선수) 영입했다. 이들은 모두 1군 선수로서의 간절함과 책임감을 외치면서 한화 선수단의 중심을 잡고 있다.
정우람은 이들의 중심이다. 통산 197세이브 137홀드를 기록한 '레전드'가 하는 말은 무게가 다르다. 그는 지난해에도 "그동안 젊은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칭찬과 지지를 해줬다. 하지만 경기력도 나아져야 하고 비전도 있어야 한다. 안일하면 안 된다. 이제 다그칠 땐 다그치겠다"고 다짐했다.
정우람은 구단과 영상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도 워낙 각자 할 일을 알고 있고, 절치부심해서 계속 나아지려는 걸 알고 있다. 굳이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움직이는 것 같다"며 "(이적생인) 이태양과 채은성이 타 팀에서 좋았던 부분을 잘 전달해줄 것 같다. 카리스마와 포용력이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또 "선수들이 힘들 때나 의기소침할 때 힘이 되는 주장이 되고 싶다. 주장이기 전에 선수로서 보여줘야 한다. 최대한 성적으로 어필하는 시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정우람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주장은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이다. SK 와이번스 시절 김 감독과 함께했던 정우람은 "김 감독님은 솔선수범하는 선배였다.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갖춰 선수들이 따랐다"고 떠올렸다. 또 당시 김 감독에게 커브를 전수받기 위해 노력했던 걸 떠올리면서 "난 소띠다. 죽어라 한 만큼 보상받았다. 거저 얻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후배들을 향해 메시지를 던졌다.
야수조에서는 채은성의 존재감이 크다. 가을야구 단골이 된 LG 트윈스에서 4번 타자로 활약했던 그는 야수 후배들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한화가 채은성에게 총액 90억원을 준 것도 그가 리더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채은성은 "(후배들이) 찾아와서 물어보면 성실하게 답해준다. 스스로 정말 필요해서 물어봐야 (조언이) 와닿는다. (노)시환이가 많이 물어본다. (이)원석이는 방까지 찾아와 물어본다"고 전했다.
채은성의 웨이트 트레이닝 파트너는 노시환이다. 훈련량부터 자세 교정까지 '1대1 과외'를 자처했다. 훈련 후 후배들에게 식사를 산 모습도 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육성선수 출신에서 4번 타자까지 성장했던 채은성의 경험도 후배들에게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LG 시절 선배였던 박용택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1루수 김인환에게 "채은성은 야구를 잘하기만 했던 선수가 아니다. 한참 못했던 때도 있다"며 "자리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김인환의 마음을 은성이만큼 잘 알 수 있는 선수가 별로 없다. 그런 경험을 보고 배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인환 역시 육성선수 출신으로 28세였던 지난해 처음으로 1군 주전이 됐다.
지난해 한화는 9위 두산 베어스와의 승차가 19경기에 달했다. FA 몇 명 영입만으로 최하위에서 탈출할 순 없다. 팀 전체가 발전해야 한다. 정우람과 채은성은 이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