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재난을 마주한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신카이 마코토의 ‘재난 3부작’ ②
3월8일 개봉하는 ‘스즈메의 문단속’은 미야자키 하야오를 잇는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신카이 마코토의 ‘재난 3부작’ 중 마지막 영화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현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작품이 모두 독립된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재난 3부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너의 이름은.’(2016)과 ‘날씨의 아이’(2019), 그리고 ‘스즈메의 문단속’(2023)을 재난 3부작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재난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계속 만들었다. 3.11은 규모 9.1이라는 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2만여명이 사망하고, 뒤이어 덮친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는 대재앙이었다. ‘별을 쫒는 아이’(2011), ‘언어의 정원’(2013) 등 초기작에서 순수한 이야기를 그렸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후 ‘너의 이름은.’(2016)과 ‘날씨의 아이’(2019), ‘스즈메의 문단속’(2023) 등 3부작으로 모두 감당할 수 없는 재난 속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재난 3부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재난을 대하는 인간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를 담는다.국내에서 379만명의 관객을 모아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1위를 달성한 ‘너의 이름은.’은 운석 충돌이라는 재난을 배경으로, ‘만약 과거로 돌아가 재난을 막을 수 있다면’이라는 상상력을 담은 작품이다.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는 몸이 뒤바뀌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마음을 키워가지만 어느 순간 두 사람의 연결이 끊긴다. ‘미츠하’는 이미 3년 전 운석 충돌 재난으로 죽은 인물이었던 것. 하지만 타키의 노력 끝에 미츠하는 재난이 발생한다는 것을 미리 알게 되고, 사람들을 대피시켜 성공적으로 재난을 피하게 된다.‘날씨의 아이’는 홍수라는 재난을 배경으로, ‘현재 발생하는 재난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가출소년 ‘호다카’는 기도를 통해 비를 그치게 하는 능력을 가진 ‘히나’를 만난다. 히나의 능력으로 돈벌이를 하던 두 사람은, 히나가 능력을 사용할수록 물처럼 투명해져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침 폭우가 내리면서 도쿄 전체가 물에 잠기는 재난이 발생하지만, 호다카는 도쿄를 포기하고 사랑하는 히나를 구하는 선택을 한다. 결국 도쿄가 물에 잠기지만, 재난을 마주하고도 인간은 계속 살아가게 된다.‘스즈메의 문단속’은 지진을 배경으로 재난을 겪은 인간의 상실과,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작들에서 수동적으로 ‘구해지는’ 역할에 그쳤던 신카이 마코토 작품 속 여주인공과는 달리, 주인공 ‘스즈메’는 재앙의 문을 닫고 다니는 남자 ‘소타’를 구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그 여정의 끝에서 스즈메는 어릴 적 겪은 재난, 그리고 지워버린 그날의 아픔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상실에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미래’가 있음을 깨닫는다.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들을 완성했으니 다음에는 새롭고 다른 방향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재난을 마주한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섬세하고 아름다운 묘사로 그려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새롭게 펼쳐 보일 이야기는 또 어떤 것일까. ‘스즈메의 문단속’ 그 이후가 기대된다. 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2023.02.28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