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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한수] '나를 찾아줘'·'카센타'·'집 이야기', 외면하고 있었던 우리의 민낯들
외면하고 있었던, 외면하고 싶었던 우리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주는 영화 세 편이 관객과 만난다. 아동 실종, 학대 문제를 꼬집은 '나를 찾아줘'와 찌질한 인간군상을 그린 '카센타', 지금껏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담은 '집 이야기'다. 27일 개봉한 '나를 찾아줘'는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의 이영애 컴백작으로 제작 단계서부터 주목받았다. 국내 개봉 전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인정받기도 했다. 유재명과 박해준 충무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이영애와 호흡을 맞춘다. 같은 날 개봉한 '카센타'는 적나라한 블랙 코미디 영화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박용우와 연출자로도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조은지가 부부로 등장한다. 28일 극장에 걸리는 '집 이야기'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되며 먼저 공개된 바 있다. 아버지 역할의 강신일, 딸 역할의 이유영이 처음 같은 작품에서 협업한다. 난생처음 만나는 엄마 이영애의 얼굴 '나를 찾아줘' 출연: 이영애·유재명·박해준·이원근감독: 김승우장르: 스릴러줄거리: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주인공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이야기등급: 15세 관람가러닝타임: 108분 한줄평: 눈물 나는 영애씨 별점: ●●●○○ 신의 한 수: 1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이영애. 왜 하필 '나를 찾아줘'였을까. 분명한 이유가 있다.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 이영애는 실종된 아들을 찾아 헤매는 엄마를 연기하며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빛난다. 정돈되지 않은 헤어스타일과 깊은 주름, 대충 걸친 의상으로 외양을 완성하고, 슬픔과 좌절로 가득 찬 눈빛으로 내면을 표현한다. 낭랑한 목소리와 백옥 같은 피부는 여전하나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영애의 컴백작이라는 점 이외에도 '나를 찾아줘'를 봐야 할 이유가 있다. 이 영화는 스릴러의 탈을 쓴 사회 고발 영화다. 아동 학대 문제나 실종 문제에 대해 직설적인 화법으로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애써 외면하는 어른들의 행태를 꼬집는다. 관객의 마음이 불편해질 만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극장 문을 나서며 한 번 더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게 한다. 분노하고 눈물 흘리게 하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각본을 쓰기도 한 김승우 감독은 이에 대해 "우리가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지켜내야 할 것들에 대해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신의 악수: 스릴러의 재미보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집중한다. 쫀쫀한 스릴러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놀라운 반전이 많지 않고, 퍼즐을 맞추는듯한 재미를 느끼긴 힘들다. 연기 장인 유재명은 '나를 찾아줘'에서는 발을 헛디딘다. 그가 연기한 홍경장은 이영애의 캐릭터 정연과 대척점에 서는 인물로, 영화의 1번 악역이다. 그러면서도 평범한 어른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유재명은 단순히 악역처럼 보이지 않게 연기하려 했으나 절반만큼만 성공했다. 다소 과한 표현으로 홍경장을 전형적인 악인으로 만들었다. 메시지 전달을 위한 적나라한 고발이 일부 관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제아무리 연기라지만 지나친 폭력 묘사는 지켜보기 쉽지 않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카센타'출연: 박용우·조은지 감독: 하윤재장르: 범죄 코미디줄거리: 파리 날리는 국도변 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부부가 펑크 난 차를 수리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계획적으로 도로에 못을 박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등급: 15세 관람가러닝타임: 97분 한줄평: 성선설 성악설 아닌 성'찌질'설 별점: ●●○○○ 신의 한 수: 이 영화는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장인의 도자기 같다. 탁월한 은유와 비유를 통해 97분을 빈틈없이 직조한다. 경쾌한데 묵직하다. 찌질한 주인공들을 실컷 비웃다 보면 '너넨 안 그럴 것 같아?'라며 뒤통수를 때린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부부의 사연을 가장 블랙코미디다운 화법으로 그린다. 하윤재 감독이 이 영화 한 편을 10년간 준비하며 흘린 피와 땀이 고스란히 담겼다. 베테랑인 박용우와 조은지는 실제 부부 같은 생활 연기를 펼친다. 실제 시골 카센터에 앉아 있을 법한 리얼 연기 때문에 인물의 찌질함이 극대화된다. 신의 악수: 블랙 코미디이지만 코미디보다는 블랙에 방점을 찍었다. 박장대소할 만한 장면은 없다. 잘 만든 영화이나 상업영화로서는 매력은 다소 떨어지는 편. 주인공 부부의 행태를 극적으로 그리다 보니 모든 관객의 공감을 사기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나, 당신, 우리 아빠 이야기 '집 이야기'출연: 이유영·강신일 감독: 박제범 장르: 드라마줄거리: 혼자 서울살이를 하던 신문사 편집기자가 정착할 집을 찾아 이사를 거듭하던 중 아버지가 있는 고향 집으로 잠시 돌아가게 되면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의 흔적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등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92분 한줄평: 아버지의 뒷모습을 본 적 있나요 별점: ●●●○○ 신의 한 수: 아버지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이 영화 속 부녀 또한 마찬가지다. 이유영이 연기하는 은서는 집에 갇혀버린 말 없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돌아간 고향 집에서 한 번도 바라보지 않았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목격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오해를 풀며 해체된 가족을 조금씩 다시 조립해나간다. 이 모든 과정은 공감을 얻기 충분할 정도로 천천히 그리고 섬세하게 그려진다. 아버지로 분한 강신일은 '내 아버지' 같다. 낡은 휴대폰을 꺼내보는 아버지 강신일의 작은 어깨는 이유영뿐 아니라 모두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또한, 집, 창문, 열쇠공이라는 아버지의 직업 등 디테일에 담긴 의미를 찾는 재미도 있다. 신의 악수: 큰 위기 없이 92분이 흘러간다. 잔잔한 영화를 참기 힘든 관객이라면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모든 아버지와 딸이 똑같지 않기에 '집 이야기'가 담아낸 가족의 모습에 모두 공감할 수는 없을 터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2019.11.28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