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이 JTBC 10주년 특별기획 ‘인간실격’에서 덤덤해서 더욱 처절한 ‘유서 내레이션’으로 안방극장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전도연은 ‘인간실격’에서 인생의 내리막길 위에서 실패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부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19일 방송된 ‘인간실격’ 6회에서 전도연은 죽음을 결심하고 작성한 유서에 담긴 부정의 처절한 슬픔부터 류준열(강재)을 향한 미세한 설렘, 남편 박병은(정수)에게 던진 무심한 돌직구까지 입체적인 캐릭터 부정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극중 전도연은 남편 박병은이 가전제품을 싹 다 바꾸자고 제안하자 “왜 갑자기 멀쩡한 걸 바꾸는데... 5년 동안 고장 한 번 없이 우리보다 낫구만”이라고 빗대어 돌직구를 날렸다. 그리고 전도연은 고생하는 거 같아서 한말이라는 박병은에게 조용히 “지난달에 끝났어 할부. 5년 전에 신혼 패키지로 산거야 60개월로”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꼭꼭 씹어 내뱉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후 남편 박병은이 커피를 타들고 전도연의 방을 노크하자, 전도연은 “화내는 거 아니야. 안 맞는 건 사실이니까”라며 자신과 박병은의 어긋난 관계를 거론했다. 박병은이 답답한 스스로를 탓하자 전도연은 “비꼬는 거야?”라면서 날을 세웠고 두 사람은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런 가운데 전도연은 귤을 사가지고 가다가 류준열을 데려다주는 조은지(순규)와 양동근(우남)의 차에 타게 됐다. 뒷좌석에 류준열과 나란히 앉게 된 전도연은 처음 만난 것처럼 인사했고, 조은지는 전도연과 류준열, 양동근을 서로 소개시켰다. 이내 아파트에 도착한 전도연은 류준열에게 시선을 두다가 천천히 차에서 내렸고, 어두운 집으로 들어와 불도 켜지 않고 깜깜한 방으로 향한 뒤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옷을 갈아입고 밥을 짓기 시작했다. 그 사이 전도연은 메신저 창 속 ‘cafe-hallelujah’에게 박지영(아란이 보냈던 ‘결혼 10주년 서진섭, 정아란! 밝힐 수 없는 가족사’라는 게시물과 함께 ‘혹시 아직 사용하시는 계정이라면 삭제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나현우(정우)의 핸드폰에 뜬 전도연의 문자를 본 류준열은 전도연에게 자신의 역할대행 명함과 ‘혹시 누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연락주세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복잡한 얼굴로 류준열의 메시지를 본 전도연은 ‘오늘 저녁 혹시 시간이 괜찮다면 예약하고 싶습니다’라고 한 데 이어, 가까운 모텔로 잡겠다는 류준열에게 ‘괜찮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전도연은 먼지가 뿌옇게 쌓인 립스틱들을 이것저것 발랐다 지우기를 반복했고, 살짝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옷을 고르며 류준열과의 만남에 묘한 설렘을 드러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껏 치장한 덕분에 낯선 느낌마저 드는 전도연은 택시까지 타는 과감함을 보였던 터. 그리고 모텔방 문을 여는 류준열의 모습 뒤로 침대에 걸터앉은 채 류준열을 바라보는 전도연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앞으로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그런가 하면 전도연이 조은지의 차에서 내려 집을 향해 걸어가는 순간에서부터 구구절절 애처로운, 아버지에게 보내는 ‘유서 내레이션’이 흘러나와 슬픔을 배가시켰다. “사랑하는 아부지. 나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되지 못했습니다. 나를 구하지 못해서 나를 지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덤덤하게 울려 퍼지면서 보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 전도연은 공감대 없이 뒤틀려버린 남편 정수에 대한 반발심, 강재를 향한 혼란스러운 관심과 설렘 등 복잡다단한 부정의 진폭이 큰 감정선을 완벽하게 소화해 몰입감을 증폭시켰다. 더욱이 스스로 자존감을 잃어버린 듯한 서글픔이 묻어나는 유서를 전도연 특유의 목소리로 표현하면서 시청자의 호평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