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양키스 전설 지터, HOF 입성 "팬 덕분에 야구하는 것, 당연하게 여기지 마"
미국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전설 데릭 지터가 투표 후 20개월이 지나서야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헌액식을 치렀다. 지터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쿠퍼스타운에서 열린 MLB 명예의 전당 헌액식을 치렀다. 지터는 지난해 1월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투표에서 397표 중에 396표(99.7%)를 득표했다. 역대 2위 득표율(역대 1위 마리아노 리베라 100%)의 영예와 함께 헌액 자격을 충족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헌액식을 치르지 못하다 올해 뒤늦게 헌액식을 치렀다. 온갖 영예를 누려본 지터지만 명예의 전당은 더욱 특별하다. 양키스에서만 20년을 뛴 지터는 신인왕, 실버 슬러거 5회, 골드 글러브 5회, 올스타 14회, 월드 시리즈 우승 5회, 월드 시리즈 MVP 1회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은 그 이상이었다. 이날 지터는 “선수 커리어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상이다”라며 “다른 상은 없다. 커리어 하나의 장을 마무리하게 됐다”고 기뻐했다. 이날 지터는 현역 시절에 대해 왕조를 이뤄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터는 “선수 생활 동안 목표는 하나뿐이었다.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이 우승하는 것”이라며 “그리고 그걸 해냈다”고 말했다. 1996년 신인왕과 함께 월드 시리즈 우승을 함께 한 지터는 1998, 1999, 2000, 2009년까지 총 5번의 우승을 이뤄내며 왕조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전당에 걸리는 동판도 지터의 왕조 시절을 증명했다. 지터의 동판은 팀 동료이자 역시 왕조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 리베라의 옆에 걸렸다. 동판에 적힌 첫 문장도 ‘양키스 왕조의 심장 박동(the heartbeat of a Yankees dynasty)’이다. 이날 수많은 양키스 팬들이 지터의 헌액을 축하하기 위해 쿠퍼스타운을 찾았다. 지터는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후배 선수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이날 지터는 “환호성을 듣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지 잊고 살았다”며 “경기는 팬들 덕분에 진행된다. 항상 팬들을 위하고 보호하고 존중해라. 야구를 하는 시간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야구는 단순한 경기 이상이다”고 후배들에게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지터와 함께 래리 워커, 테드 시몬스, 고 마빈 밀러도 함께 헌액됐다. 콜로라도와 세인트루이스에서 통산 383홈런으로 활약한 워커는 후보 자격이 유지되는 10년 차에 간신히 입성에 성공했다. 1968년 데뷔해 70~80년대 올스타에 8번 선정된 시몬스는 투표에 선정되지 못했지만, 베테랑 위원회로 이름을 올렸다. 밀러의 헌액은 더 특별하다. 밀러는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 초대 위원장으로 FA 제도 신설 등 선수 권리 신장에 크게 공헌했다. 베테랑 위원회를 통해 헌액이 논의됐지만, 위원장 시절 구단주들과 갈등 탓에 생전 헌액을 직접 보지 못하고 2012년 세상을 떴다. 뒤늦게 지난 2019년 입회가 확정돼 올해 헌액식의 주인공이 됐다. 차승윤 인턴기자
2021.09.09 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