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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IS 피플]장성우의 일침, KT 투수들에겐 묘약

안방마님 장성우(33)의 날카로운 직언은 KT 위즈 젊은 투수들에겐 자양분이다.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투수 리드다. 개별 강점과 컨디션, 기운을 잘 파악하고 성과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포수 출신이자 역대 최초로 7시즌(2015~2021)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끈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허를 찌르는 공 배합보다 투수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코스와 구종으로 유도하는 게 좋은 리드다. 투수가 특정 상황에서 어떤 버릇이 있는 지도 알고 있어야 하는 게 포수"라고 말한 바 있다. KT 투수들은 든든하다. 주전 포수 장성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7년부터 6년째 KT 안방을 지키고 있다. 투수의 공, 경기 뒤 표정만 봐도 심리 상태를 읽을 수 있다. 5일 한화 이글스전도 그랬다. 시즌 10승을 노리던 선발 투수 고영표는 평소보다 의욕이 넘쳤다. 야수 실책 탓에 1·2루 위기에 놓인 3회 초, 그는 타자 노수광에게 희생번트조차 내주지 않기 위해 바깥쪽(좌타자 기준) 높은 공만 2개 연속 던졌다. 장성우는 2구째 공을 받은 뒤 일어섰고, 천천히 마운드로 향했다. 멋쩍은 표정을 짓는 투수를 향해 "왜 이렇게 열정적이냐"라는 첫마디를 건넸다. 1점도 내주지 않으려고 고영표가 지나치게 조심한다는 메시지였다. 고영표는 이어진 상황에서 노수광에게 희생번트를 내줬다. 후속 정은원을 뜬공 처리했고, 장타자 노시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하주석을 땅볼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이런 전개는 장성우가 고영표에게 주문한 승부 전략이었다고. 장성우는 "고영표는 워낙 좋은 투수다. 그가 안타나 점수를 내주면 포수의 리드가 문제였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 그날(5일 한화전)은 평소와 달리 여유가 부족했다. (노수광과의 승부에서도) 번트 타구를 직접 잡아 2루 주자를 3루에서 잡아내려는 의도가 보이더라. 그래서 마운드에 올라간 것"이라고 했다. 고영표는 장성우의 노련한 리드 속에 6회까지 무실점을 이어갔다. KT가 5-1로 승리하며 고영표는 10승(5패)째를 따냈다. 장성우는 지난 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맞은 김재윤에게도 "2~3년 전에는 더 충격적으로 진 경기가 많았다. 블론(세이브)이 처음이냐. 고개 숙일 필요 없다"고 무심한 듯 위로를 건넸다. 유망주 사이드암 투수 이채호는 5일 한화전에서 장성우로부터 따끔한 충고를 들었다. 고영표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그는 7회 초 선두 타자 최재훈과의 승부에서 연속 볼 3개를 던졌다. 5구째 중견수 뜬공을 유도하며 아웃카운트를 잡았고, 후속 두 타자도 연속 범타 처리했다. 장성우는 이채호가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만든 점을 짚어주며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볼 3개를 연속으로 던지면 (결국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니) 그저 타자가 못 치길 바랄 수밖에 없다. 삼자범퇴로 막았다고 좋아할 게 아니다. 더 집중해서 스트라이크를 던져라"라고 일갈했다. 이채호는 이강철 KT 감독이 필승조로 키우려는 투수. 장성우는 언젠가 박빙 상황에서 마운드를 지켜야 하는 이채호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길 바랐다. 장성우의 화법은 직설적이다. 후배들은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러나 올바른 목표 설정이나 멘털 관리에는 그만한 묘약이 없다. 이강철 감독이 장성우를 입이 닳도록 칭찬하는 이유다. 안희수 기자 2022.08.18 09:00
야구

이강철표 '성장형' 리더십이 만든 KT 쾌거

KT의 성장은 감독의 리더십이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줬다. '성장형' 지도자 이강철(54) 감독이 KT 야구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KT는 지난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17-5로 완승,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2020시즌 리그 5위를 확보했다. 팀 창단 7년, 1군 무대 진입 6시즌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다. 제 10구단 KT는 창단과 동시에 암흑기에 빠졌다. 3시즌(2015~17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2018시즌도 9위에 머물렀다. 선수층이 얇았고, 육성도 더뎠다. '9구단' NC가 빠른 속도로 강팀 반열에 올라선 것과 비교됐다. 최악의 상황에서 단행한 현장·프런트 수장 교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KT는 2018시즌 종료 뒤 '스타 플레이어' 출신 이강철 감독을 영입했다. 또한 원년부터 KT의 타격코치를 역임한 '야구인' 이숭용을 단장으로 내세워 육성과 현장 지원을 맡겼다. 이 시점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강철 감독은 프런트뿐 아니라 고참급 선수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리더였다. 방향을 정하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열었다. 주장 유한준과 부주장 박경수는 선수단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전했다. 이숭용 단장도 직언을 마다치 않았다. 소통은 팀을 끈끈하게 만들었다. 이강철 감독은 "두산에서 2군 감독을 한 시절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 전문 분야(투수 파트)만 파고 있던 내게 새로운 야구가 보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그 시절을 통해 '난 아직 감독이 될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성장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각오한 이강철 감독은 오판을 빨리 인정했다. 자신의 야구관에 매몰되지 않았다. 더 공부하고, 소통했다. 2019시즌 초반에는 야수진 운영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 '투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싶었다. 오태곤·황재균 등 타격 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유격수로 쓰며 공격력 강화를 노렸다. 그러나 효과가 미미했고, KT는 개막 5연패에 빠졌다. 이 시기에 이강철 감독은 최대 권한인 인사권(선수 기용)을 내려놓았다. 이숭용 단장, 주루·작전 코치와 의견을 교환했다. 수비가 좋은 심우준이 다시 주전을 맡았다. 심우준은 그해 타격 능력까지 향상됐다. KT는 2019년 6월 6일 잠실 LG전에서 패하며 승률 4할 아래로 떨어졌다. 승패 마진은 마이너스 15경기. 당시 시즌 100패 가능성도 제기됐다. KT가 강팀으로 도약하는 첫 번째 분수령이 여기였다. 이강철 감독은 "하위권 팀을 맡았지만, 부임 첫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눈앞의 성적보다 내실을 다지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주전 라인업부터 확실하게 구축했다. 그때 마련한 방침이 2019시즌 5할 승률로 이어졌고, 올해까지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강철 감독은 승리하는 방법보다 강팀이 되는 방법을 더 연구했다. 자주 바뀌었던 선발 라인업을 고정하기 시작했다. 배제성·김민수 등 잠재력 있는 젊은 투수들도 등판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KT는 6월 이후 승률 0.560(47승 2무 37패)을 기록했다. 부임 두 번째 시즌에서도 강단을 보여줬다. 전력이 탄탄하다고 평가됐던 KT 불펜은 올 시즌 초 흔들렸다. 순위는 8위까지 떨어졌다. 이강철 감독의 대처 방식은 지난해와 달랐다. 이번에는 철저하게 '윈-나우'를 추구했다. 컨디션이 좋았던 셋업맨 주권과 유원상을 3경기 연속 투입하기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당시 역전패가 속출했다. 이기는 경기는 꼭 잡아야 했다. 투수를 혹사한다는 시선도 감수해야 했다. 이 시기 승수를 쌓으면서 전환점이 만들었고, 야수와 투수진 사이 신뢰도 커졌다. 그 효과가 시즌 내내 이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KT는 전열을 정비한 7월 후 리그 승률 1위를 달렸다. 이강철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뒤 "전력 이탈이 생길 때마다 매번 좋은 선수가 등장해 자리를 메워줬다. 수훈 선수를 딱 꼽긴 어렵다. 올 시즌은 '팀 KT 위즈'가 잘해줬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강철 감독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뒤에도 전열 정비에 여념이 없다. 최근 야수진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을 찾고 있다. KT가 강팀 반열에 오를 건 이강철 감독의 '성장형 리더십' 덕분이다. 안희수 기자 2020.10.27 06:00
야구

[IS 대구 코멘트]'웃으며 직언' 이강철 감독 "쿠에바스 생각 전환 필요해"

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0)를 향한 이강철(54) KT 감독의 속내다. 쿠에바스는 지난 12일 수원 SK전에서 3이닝 동안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5실점을 기록했다. 이 경기에서 다소 성급한 정면 승부로 실점을 자초하는 모습이 있었다. 2019시즌에도 박빙 상황, 실점 위기에서 변화구보다 포심이나 투심 패스트볼 위주 투구를 하다가 고전한 바 있다. 지난 7월 31일 SK전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3회말 2아웃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18일 삼성전 무대는 대구. 현재 폭염이다. 악재가 많은 상황.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이강철 감독은 "바로 전 SK(8월 12일)전 등판에서는 더위 탓에 고전한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몸 상태도 경기를 치르는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쿠에바스의 최근 등판 투구 내용에 대해서는 "정면승부가 필요할 때는 안 하고, 굳이 안 해도 될 때는 한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변화구 구사 비율을 높이고 시속 150㎞대 빠른 공을 곁들여 승부하는 패턴으로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1선발 오드시라머 데스파이네를 사례로 들며 "결과가 좋다 보니 선수(데스파이네)도 '이게 맞는구나'하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쿠에바스는 이미 한 시즌(2019)을 치른 투수다. 좋은 공을 갖고 있기 때문에 더 아쉽다"고 했다. 이 감독은 작년에도 다소 정면 승부 투구 패턴에 대해 쿠에바스와 면담을 진행했다. 선수가 수긍했고, 후반기에는 1선발급 투구를 보여줬다. 되살아난 고집에 대해 당장 지적을 하진 않을 전망. 일단 이 감독은 "생각의 변화가 조금 필요할 것 같다"며 선수 스스로 바람직한 투구가 무엇인지 수긍하길 바랐다. 대구=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8.18 17:44
야구

이강철의 '뉴트로 리더십'...스타에 대한 편견을 깨다

뉴트로(New-tro).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다. 과거의 정서가 현대의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소비되는 트렌드다. 일종의 문화 융화다. 이강철(54) KT 감독은 '뉴트로 야구'를 구현하는 지도자다. 이 감독은 개인 통산 152승을 거두며 '해태 왕조'를 이끌었던 잠수함 투수였다. 경험과 가치관이 1990년대에 기인할 수밖에 없는 옛날 야구인이다. 이 감독은 2005년 선수에서 은퇴한 뒤 코치로서 선수들을 도왔다. 여러 감독을 보좌하며 견문을 넓혔다. 이 과정에서 소위 '요즘' 정서에 맞는 지도 철학이 정립됐다. 이 감독은 지난 11일 수원 삼성전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KT가 10-7로 승리하며 감독 통산 100승을 달성한 것이다. 선동열, 김시진, 한용덕 전 감독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투수로서 100승, 감독으로서 100승을 동시에 달성한 야구인이 됐다. 100승 달성만큼 의미 있는 기록이 그의 승률이다. KT 감독으로서 202경기에서 100승·2무·100패를 기록했다. 딱 5할이다. 2018시즌까지 통산 승률 0.375(214승·6무·356패)에 그쳤던 '만년 최하위' KT를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으로 만들었다. 더뎠던 유망주 성장에 가속이 붙었고, 패배주의에 빠져있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가 KT 사령탑으로 부임한 2018년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들이 지도자 경쟁에서 밀려나던 시점이다. 스타 출신 이 감독은 보란 듯 다채로운 리더십을 보여줬다. 뚝심과 결단력이 특히 돋보였다. 2019시즌에는 선발투수 2명이 이탈한 상황에서 미완의 대기였던 배제성, 주목받지 않던 김민수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당시 이 감독은 "마무리 캠프와 스프링캠프에서 눈여겨본 투수들이다. 장래의 선발감으로 보고 있었다. 마침 기존 선발진에 공백이 생겨 이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었다"고 했다. 두 투수는 시즌 끝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고, 올 시즌도 선발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2020시즌에는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며 큰 변화를 예고했다. 9번 타자였던 심우준을 1번 타자로 내세운 것이다. 타격 성장세에 있는 그가 공격을 이끌면, 기동력이 강화돼 득점력을 높일 수 있다는 플랜이었다. 심우준이 개막 뒤 타격 부진을 겪을 때도 "20경기 정도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결단을 밀고 나간 동시에 선수의 심리도 배려했다. 이 감독은 소위 '요즘' 정서를 외면하는 지도자가 아니다. 독단이나 고집이 없다. 심우준은 KT의 시즌 32번째 경기부터 1번 타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코치들과 선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변화를 준 결과였다. 2019시즌도 그랬다. 공격력 강화를 위해 이 감독은 황재균이나 오태곤을 유격수로 내세우는 변화를 시도했다. 수비력이 약해지자 이숭용 KT 단장 등 내부자들이 이 감독에게 직언했다. 이 감독은 자신의 오판을 빠르게 인정했다. 이 감독은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와의 에피소드를 가끔 전한다. 코치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이 아니라, 직접 나눈 대화다. 강판 시점, 등판 간격, 타자 상대 등 외국인 투수가 전하는 생각들을 생생하게 듣는다. 가벼운 농담을 나누기도 하고, 사안에 따라 자리를 따로 마련해 진지하게 대화하기도 한다. 지난 시즌은 쿠에바스의 공배합, 올 시즌은 데스파이네의 지나친 완급 조절을 주제로 얘기했다. 베테랑 선수들과의 소통 방식은 '뉴트로 리더십'의 대표 사례다. 과거 지도자들도 고참급 선수 관리에 신경을 썼다. 이 감독의 소통 방식은 더 혁신적이다. 심우준의 타선 변화 등 코칭스태프의 권한을 내려놨다. 이 문제를 주장 유한준, 부주장 박경수와 상의해 수정했다. 베테랑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최종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충분한 커리어를 쌓은 선수들을 최대한 존중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주전 3루수 황재균이 이 감독에게 면담을 요청해 "(작전을 낼 상황에서는) 주저 없이 활용해달라"고 했다. 이후 이 감독은 그에게 희생번트 등의 작전을 지시했다. "황재균이 헌신적인 팀플레이를 했다"는 칭찬도 곁들였다. 내부 구성원들에게 부드럽지만 외부와 맞설 때는 강단도 있다. 지난해 7월 7일 한화전에서 비디오판독 결과에 항의하다가 이 감독은 퇴장을 당했다. 홈 커버를 들어간 1루수가 주자 송민섭의 주루를 방해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심판을 향해 '배치기'까지 하며 강도 높은 어필을 했다. 퇴장을 감수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였다. 이는 해태 왕조를 이끌던 김응용 전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마치 오마주처럼 보였다. 이 감독은 히어로즈와 두산에서 수석 코치를 지냈다. 후배 감독 밑에서 코치 생활을 한 적도 있었다. 당시에는 그의 색깔이 드러나지 않았다. '감독' 이강철이 되자 그의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선수 시절 투구폼처럼 부드럽기도 하고, 그의 이름처럼 강철 같기도 하다. 이강철 감독과 함께 KT가 단단해지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7.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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