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로나19 타격' 완성차, 현금 지원에 비대면 할인도…"지금이 구매 적기"
우려가 현실이 됐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2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상 초유의 공장 전면가동 중단까지 벌어지는 등 생산이 원활치 않았고,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판매량이 급감한 탓이다. 이에 업계는 전화나 온라인 상담고객에게 추가 할인을 해주는 등 비대면 판매를 확대하고, 이달에 최대 8%의 할인 혜택 조건을 내거는 등 사활을 건 마케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잔인한 2월…금융위기 후 11년 만에 최악 4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사의 2월 내수 판매실적은 총 8만1722대로 전년 동월 대비 21.7% 감소했다. 전월에 비해서도 18.0% 줄었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 이후 11년여 만에 최저치다. 올해는 설 연휴가 1월에 있었던 관계로 2월 영업일 수가 지난해보다 사흘 이상 길었음에도 불구,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로 가동 중단이 잇따른 영향도 있었다. 현대차의 경우 2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26.4% 감소한 3만9290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대부분의 차종 판매가 두 자릿수 감소한 가운데, 아반떼·싼타페 등은 판매가 반 토막 났다. 수요가 많은 팰리세이드조차 생산 차질 여파로 판매가 줄었다. 인기 차종인 신형 그랜저도 구형이 팔리던 지난해 2월 대비 판매가 2.2% 감소한 7550대에 그쳤다. 현대차 관계자는 "2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내공장 총생산 손실은 약 8만대 수준이며 향후 최대한 만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역시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2월 국내 판매실적은 2만8681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7%나 줄었다. 인기 차종인 K5(4349대)와 K7(2851대)이 각각 전년 동월 대비 56.0%, 28.1% 증가했으나 다른 차종들은 부진했다. K5와 K7 역시 한창 인기를 끌던 1월에 비해서는 각각 46.0%, 27.6% 줄며 기세가 한풀 꺾였다. 기아차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2월 국내 공장 생산 차질이 4만대에 달했다. 향후 특근 및 가동률 상향을 통해 1분기 내 어느 정도 만회하고 상반기 내로 대부분을 만회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는 완성차 5사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2월 내수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32.7% 감소한 5100대에 그쳤다. 완전변경 이전 모델과 비교한 코란도(1123대, 352.8%↑)를 제외한 모든 차종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줄었다. 쌍용차는 지난달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부품 수급 차질로 9일간 평택공장 가동을 멈춘 바 있으며 그 여파가 판매실적에 반영됐다. 르노삼성차도 2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25.4% 감소한 3673대를 파는 데 그쳤다. SM3, SM5, SM7 등 노후 차종들이 단종됐고, 주력 차종 중 하나인 SM6도 31.1%나 판매가 줄었다. 그나마 QM6가 LPG 모델 인기에 힘입어 15.0% 증가한 2622대의 판매실적을 올린 게 위안이다. 한국GM은 완성차 5사 중에서는 그나마 판매 감소폭이 가장 작았다. 전년 동월 대비 3.8% 감소한 4978대의 판매실적을 2월 내수 시장에서 올렸다. 대부분의 차종이 두 자릿수 판매 감소를 했지만 지난달 출시된 신차 트레일블레이저가 608대 판매되면서 감소폭을 완화해줬다. 할부·현금 지원에 비대면 할인까지…사활 건 마케팅 유례없는 위기에 업계는 일제히 판촉 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쌍용차는 이달에 전화·온라인 사전상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전 모델 1.5% 우대할인 혜택(렉스턴 스포츠&칸 1%)을 제공한다. 정부의 개별소비세(개소세) 감면 혜택(3.5%)까지 더하면 개소세 5%(렉스턴 스포츠&칸 4.5%)를 전액 지원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차량 가격은 최소 73만원부터 최대 143만까지 낮아진다. 이와 함께 코란도·티볼리·G4 렉스턴 구매 시 10년·10만㎞ 보증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쌍용차 관계자는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고객들이 매장을 방문하길 꺼리기 때문에 일선 영업현장을 돕기 위해 이 같은 대안을 내놨다"며 "현재 사실상 내방 고객이 없는 상태라 전화나 온라인 상담이 마케팅활동의 전부"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달 공격적인 할인 및 저금리 할부 정책을 내놨다. 기아차는 이달 쏘렌토 구형 모델을 최대 8% 할인한다. 신형 쏘렌토에 대한 사전계약을 이미 한 만큼 파격적인 할인율을 내건 것이다. 또 카니발은 최대 200만원, 스포티지는 최대 150만원까지 할인해준다. 현대차도 이달에 개소세 일부 면제를 지렛대로 활용해 아반떼·쏘나타·코나·싼타페 등 4개 인기 차종을 2~7% 할인한다. 특히 신형 출시를 앞둔 아반떼는 1.5% 저금리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이달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를 출시하는 르노삼성은 차량 잔가율(구매가격 대비 잔존가치 비율)을 보장하는 할부 상품을 내놨다. XM3를 구매한 고객이 1년 이내 판매할 경우 구매가 대비 최대 70%를 보장해준다. 또 이달 SM6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GDe트림은 최대 244만원, LPe트림은 최대 245만원 현금할인 해준다. 한국GM은 아예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선수금과 이자를 없애 월납임금을 최소화한 ‘더블 제로 무이자 할부’가 주인공. 무이자 할부 기간은 스파크·말리부(2.0 터보, 디젤)·이쿼녹스 36개월, 카마로 SS 50개월, 볼트 EV 60개월이다. 무이자 할부를 원하지 않는 고객에게는 일반 할부에 차량 가격 일부를 지원한다. 차종별 혜택 폭은 스파크 100만원, 말리부(2.0 터보·1.6 디젤) 180만원, 이쿼녹스 7%, 카마로 SS 10%, 볼트 EV 300만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와 완성차 업체의 혜택 규모를 볼 때 3월은 차량 구매의 적기"라며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차량 구매를 망설였던 고객들이 움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ongang.co.kr
2020.03.05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