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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IS 자카르타] “돈보다 중요한 건..” 박은진이 정관장에 남은 이유

"올해만큼 배구가 재밌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어요."국가대표 출신 미들블로커 박은진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원 소속팀인 정관장과 계약했다. 계약 당시 박은진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도 있었지만 팀에 남았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선수 간의 신뢰 등이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난 박은진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부모님께 배웠다. 돈을 많이 받으면 좋지만, 즐겁게 배구를 하는 데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계약하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다. 올해만큼 배구가 재밌다고 느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이 팀이 좋다"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시즌 박은진은 데뷔 후 처음으로 봄 배구 코트를 밟았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와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의 외국인 쌍포와 함께 박은진, 정호영의 '트윈 타워'가 맹활약한 덕에 정관장은 2016~17시즌 이후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박은진은 리그 속공 3위(성공률 50.61%), 이동공격 3위(43.68%), 블로킹 7위(세트당 0.530개)로 활약했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도 모두 좋으니 배구가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미들블로커 출신) 고희진 감독님으로부터 블로킹 등 세세한 부분을 많이 배웠다. 세터 (염)혜선 언니와 합을 맞추는 재미도 알았다. 동료들과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던 시즌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선명여고 출신 동기 박혜민과 후배 정호영의 존재도 컸다. 박은진은 "고등학교 때부터 봤던 사이라 서로를 너무 잘 안다. 같이 있으면 정말 편하다"라고 전했다.그는 고희진 감독에게도 감사 인사를 했다. 박은진은 "올스타 휴식기 때,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아침에 좋은 영상이나 명언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걸 추천해 주셨다. 그 습관을 들이면서부터 마음이 차분해지고 팀원들과도 단단해진 것 같다"며 "그때부터 팀도 상승세를 탔다"라고 돌아봤다.이어 "한 럭비 선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코치가 선수에게 '필드 끝에서 끝까지 기어서 가보라'고 주문했는데 절반밖에 못 갔다고 하더라. 그러자 코치가 '눈을 가리고 가보라'고 다시 주문하니까 결국 끝까지 갔다는 이야기였다"며 "'한계를 정해 놓지 않으면 더 할 수 있다'라는 명언이었는데, 감명받았다"고 소개했다. 박은진은 현재 분위기와 마음가짐을 다음 시즌까지 이어가고자 한다. 그는 "지난 시즌 초반에 흔들리고 후반에 잘해서 봄 배구에 진출했는데, 새 시즌엔 이런 기복을 줄인다면 우승도 노릴 수 있을 것 같다. 플레이오프에서 패했지만 (부상 등) 안 좋은 상황에서 흥국생명을 한 차례 이기기도 했고, 봄 배구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좋은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시즌엔 꼭 챔피언 결정전까지 가서 우승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인도네시아 청소년체육부의 초청을 받은 정관장 선수들은 오는 20일 1만6000석 규모의 신축 체육관 ‘인도네시아 아레나’에서 인도네시아 올스타 팀과 친선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박은진은 "1만6000명 관중이라니 상상이 잘 안 간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큰 경기장에서 뛰었지만 그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중이 없었다. 살짝 무섭고 떨리긴 한데, 한국을 대표해서 출전하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 인도네시아 팬분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리고 가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윤승재 기자 2024.04.19 06:04
연예일반

[IS리뷰] 연상호 감독 is back…부활한 연니버스 ‘기생수: 더 그레이’ ②

자극적인 소재, 빈약한 서사로 아쉬움만 자아내던 작품들 중 모처럼 즐길만한 크리처물이 등장했다. 기생생물이라는 소재에 대중성을 더한 ‘기생수: 더 그레이’다.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기생수: 더 그레이’는 기생생물이 인간의 뇌를 장악해 신체를 조종한다는 상상력, ‘우리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 등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메시지 등으로 30개 이상의 국가 및 지역에서 누적 판매 2500만 부 이상을 기록한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 설정을 바탕으로 한다. 연상호 감독은 원작의 설정을 살리는 한편 세계관을 한국으로 확장해 새로운 색을 입혔다. 수인(전소니)은 어린 시절 폭력을 행하던 아버지를 신고한 후 홀로 살아온다. 그런 수인을 돕는 건 형사 철민(권해효). 마트에서 일하던 수인은 한 남성의 습격으로 죽기 직전에 이르지만, 수인을 숙주로 삼으려던 기생생물 하이디에 의해 극적으로 살아난다. 그러나 뇌의 절반을 빼앗긴 채 함께 살아가야 함을 깨닫게 된다.이후 수인은 기생생물에 의해 누나를 잃은 강우(구교환), 기생생물에게 몸을 빼앗긴 남편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준경(이정현)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기생생물의 목적과 어두운 진실에 다가가며 점점 더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된다.‘기생수: 더 그레이’ 초반은 기생생물과 인물 설명이 주를 이룬다. 인물 간의 관계를 보여주다보니 공감을 쌓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기생생물이 구사하는 말투, 비주얼 등이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견디면 어느 순간 작품에 빠져들게 된다. 어렵지 않은 세계관, 그를 빠르게 풀어낸 속도감 있는 전개 등은 시청자를 빠르게 중, 후반부까지 이끌게 만든다. 전소니는 하이디와 기묘한 공생을 하는 수인의 독특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탁월하게 소화하며 시선을 끈다. 인간과 기생생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변종으로서 겪는 갈등을 섬세하게 그린다. 구교환은 빠른 감정 변화와 가볍게 툭툭 던지는 위트로 매력적인 강우를 완성한다. 특히 강우가 기생생물 조직에게 쫓기면서 펼치는 액션도 인상적이다. 다만 준경 역 이정현의 연기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힘이 들어간 듯한 과장된 표정과 말투는 극에 녹아들지 못하고 몰입을 방해해 아쉽다.그런가 하면 마지막 6화 엔딩에는 시즌2를 기대케 하는 반가운 인물이 깜짝 등장한다. 왜 연상호 감독이 “마지막까지, 마지막 장면까지 꼭 봐줬으면 한다”고 했는지 알 수 있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작품은 원작이 있다보니 개성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한 듯하지만, 특유의 세계관 구축으로 ‘연니버스’의 부활을 알렸다. 탄탄한 서사, 각 인물의 활약, 그리고 마지막에 깜짝 등장하는 인물이 벌써 시즌2를 기대케 한다.총 6부작. 청소년 관람불가.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2024.04.09 06:00
금융·보험·재테크

카카오뱅크 고객 2300만명 돌파…국민 절반이 쓴다

카카오뱅크는 누적 고객이 2300만명을 돌파했다고 21일 밝혔다.2017년 7월 대고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6년 6개월 만이다. 하루에 약 1만명이 새롭게 가입한 셈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약 45%로, 2명 중 1명이 카카오뱅크를 이용하는 것고 마찬가지다.작년 한 해에만 약 240만명이 증가했다. 신규 가입 고객 중 40대 이상이 절반(51%), 10대가 24%를 차지했다.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청소년 금융 서비스 '미니'의 대상 연령을 만 7세로 하향 확대하고, 중장년층 비중이 높은 개인 사업자 서비스를 대폭 늘린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저축에 재미를 더한 '한달적금', 기록 통장 등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지역 상생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개인 사업자 보증서 대출을 출시한 것도 고객 증가에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또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후 이체 수수료와 ATM 출금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신용대출뿐 아니라 전월세 보증금, 주택담보대출까지 중도 상환 해약금을 면제해 1318억원의 금융 비용 절감 혜택을 제공했다. ATM 수수료 면제 3147억원, 체크카드 캐시백 3942억원, 금리 인하권 수용 이자 절감 281억원 등 지난해 말까지 지원한 금융 비용은 약 9000억원이다.카카오뱅크 관계자는 "2300만 고객의 모두의 은행으로 성장한 만큼 금융과 생활 영역에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와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금융+생활' 필수 앱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4.01.21 17:54
산업

‘뷰티 공룡’ CJ올리브영, 3년간 3000억원 상생안 내놔

CJ올리브영은 ‘상생 경영’에 3년 간 3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국내 공룡 뷰티 플랫폼으로 독과점 논란이 커지자 신생 및 중소 뷰티 기업과의 상생 행보에 나선 것이다. CJ올리브영은 중소 협력사의 자금 융통을 위해 연 500억원씩 3년간 1500억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운용한다.올리브영 상생 펀드를 통해 적용받는 감면금리는 연 2.39%포인트로, 대출 금리가 최대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기업당 최대한도인 10억원을 대출받으면 연간 2400만원의 이자를 줄일 수 있다.CJ올리브영은 입점 기업 중 1차로 신청한 50개 기업이 1월부터 혜택을 받게 된다며 올해 안에 적용 기업을 100개사로 확대할 계획이다.올리브영은 2021년부터 직매입사의 대금결제 시기를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한 데 이어 이를 전체 협력사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K뷰티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3년간 500억원을 투입한다. 위생·건강 소외계층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 친환경 활동 등에도 3년간 500억원가량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소외계층 여성 청소년에게 기초 위생제품을 전달하는 '핑크박스' 캠페인을 서울 중심에서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올리브영 PB(자체 브랜드) 상품 마케팅과 연계한 지역 상생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이밖에 사내 자문기구인 준법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외부 위원 영입 및 준법경영 ISO 인증 추진 등을 통해 사업 전반의 준법관리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이선정 올리브영 대표는 "토종 뷰티 플랫폼인 올리브영과 함께 해외 시장에서 선전하는 성공모델을 확산해 화장품이 대한민국 대표 수출 품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K뷰티 산업의 글로벌 전성기를 이끄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올리브영이 납품업체들의 경쟁자 행사 참여를 막고 할인된 가격으로 납품받은 상품을 정상가로 팔아 차액을 얻은 혐의 등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과징금 18억여원을 부과하는 제재를 내렸다. 이에 올리브영은 중소 뷰티 브랜드들과 상생할 것을 약속했고 이날 구체적인 상생안을 내놓았다. 권오용 기자 bandy@edaily.co.kr 2024.01.11 12:59
배구

난치 앓는 키다리 삼촌 정지석, 난치병 환아의 산타 되다···3000만원 기부

20일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뇌종양을 앓고 있는 김민준(10·가명) 군은 좁은 병실 침대 위에 누워서 수혈 중이었다. 갓난아기 시절부터 투병한 그는 키 1m25㎝·체중 22.5㎏로 또래보다 작은 편이다. 신장 1m95㎝의 정지석(28·대한항공)은 민준에게 '키다리 삼촌'이었다. 또 '크리스마스 산타'이기도 했다. 정지석은 20일 대한항공의 연고지인 인천 중구의 인하대병원을 찾아 희귀난치 환아 및 취약계층 환자 의료비로 써달라며 3000만원을 기부했다. 이 자리에서 민준이를 만났다. 민준이는 첫돌이 맞기도 전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손발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때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러다가 올해 8월 종양이 재발, 다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향후 방사선 치료 및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수술 예정이다. 저소득 가정이라 병원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정지석의 기부금 중 절반인 1500만원이 민준이의 치료비에 쓰인다.내년 1월 부모가 되는 정지석은 "직접 만나보니 생각보다 더 어리고 힘이 없어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민준이의 고통을 내가 너무 쉽게 여기고 말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힘내'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다"라고 했다. 민준이는 "완쾌되면 배구장에 응원하러 가겠다"고 답했다. 민준이의 아버지는 "아들이 생후 두 달 만에 뇌종양 진단을 받아 분유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항암 치료를 받았다. 항상 안타깝다"면서 "민준이가 또래에 비해 체구는 작지만 성격이 활발하다. 정지석 선수가 따뜻한 도움을 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택 인하대병원장은 "소아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다. 치료를 잘 받고 건강을 되찾아 좋은 일을 하는 어린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정지석은 V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공격수다. 2013~14시즌 고교 졸업 후 입단해 대한항공의 통합 3연패를 이끈 주역이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만 두 차례 선정됐다. 문성민(현대캐피탈)과 함께 국내 선수 중 최다 수상이다. 이 외에도 챔피언결정전 MVP 1회, 베스트7에 4차례 뽑혔다. 한 경기에서 서브 득점, 후위 공격, 블로킹 각 3개 이상씩 기록한 트리플 크라운은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10차례나 달성했다.아웃사이드 히터인 정지석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와 리시브 등 기본기가 뛰어나다. 아직 20대 나이인 데도 V리그 역대 득점 11위(3663득점) 서브 득점 2위(363점) 리시브 정확 9위(3516개) 등에 올라와 있다. 국가대표로도 여러 차례 선발됐다. V리그를 대표하는 정지석은 코트 밖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보여왔다. 지난해 산불 피해 복구 성금 3000만원, 올해 수재의연금 10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4월에는 유소년 배구 장학금 2000만원을 두 해 연속으로 쾌척했다. 정지석이 기부를 결심한 건 자신의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 지금껏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정지석은 난청을 앓고 있다. 난청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정지석은 "할아버지는 물론 아버지도 난청으로 일상적인 대화가 어렵다. 유전병"이라고 털어놓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병원 검진 후 (난청) 진단을 받았다. 훈련 때 동료나 코치진의 주문을 제대로 듣지 못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짐작하고 이해할 때도 많다. 정지석은 "어릴 때는 제대로 듣지 못해 콤플렉스가 심했고, 이를 부끄럽게 여겼다. 병원 검진을 거부한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마음을 많이 열었다. 이제는 굳이 숨기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대화 중 잘 알아듣지 못한 동료에게 "나보다 더 못 듣냐. 병원 가보라"고 농담을 건넬 정도. 이번 기부금도 자신처럼 어릴 적부터 아픔을 겪은 환아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면서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정지석은 "어떻게 보면 (환우들과) 내가 공통점이 있지 않나. 내가 운동을 하면서 받은 많은 사랑을 조금이나마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군 면제를 받은 정지석은 허리 부상으로 몸 상태가 성치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다녀왔다. 이후 부상이 심해져 정규시즌 2라운드까지 결장했다. 최근 들어 교체로 출장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지석은 이날 민준이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거창한 기부 프로젝트는 없지만, 그저 은퇴하는 날까지 꾸준히 기부하고 싶다. 앞으로도 좋은 곳에 기부하며 꾸준한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인천=이형석 기자 2023.12.21 07:01
스포츠일반

'타율 0.474·24번째·D-1 합류' 복덩이, 오늘도 대만전 선봉장 [항저우 2022]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류중일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최근 윤동희(롯데 자이언츠)의 활약을 두고 이같이 돌아봤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 핵심 선수로 뛰며 한국의 결승행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프로 2년 차 윤동희는 지난 22일 KIA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의 대체 선수로 발탁됐다. 대표팀(총 24명) 소집 바로 하루 전이었다. 대표팀은 23일부터 고척 돔에서 훈련을 시작했고, 28일 항저우에 입국했다. 윤동희는 대표팀 발탁과 소집, 본 대회까지 순식간에 이뤄졌다. 윤동희는 '추가 발탁'의 행운을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조별리그와 슈퍼라운드 총 5경기에서 타율 0.474(19타수 9안타)를 기록했다. 홈런 1개, 타점 6개. 조별리그를 치르는 동안 한국 야구대표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윤동희였다. 홍콩전(1일)에서 5타수 2안타, 대만전(2일)에서 4타수 3안타로 날카로운 타격감을 자랑했다. 지난 3일 태국전에서는 홈런 하나를 포함해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매 경기 안타를 뽑아내고 있다. 뜨거운 타격감을 인정받아 최근 3경기 연속 3번 타자로 기용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윤동희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라며 "현재 우리 팀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다"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윤동희는 "대표팀에 합류하게 돼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면서 임하고 있다. 좋은 결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에 걸맞게 집중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대회 4연패에 도전하는 한국은 7일 오후 7시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대만과 결승전을 치른다. 지난 2일 대만에 0-4로 패배를 설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 기회를 잡았다. 이번 대회 규정상 선발 투수는 발표되지 않았으나, 대만 왼손 투수 린위민이 한국전에 다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린위민은 지난 2일 한국전서 6이닝 4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98개. 나흘 휴식 후 등판이라 체력적인 부담이 전혀 없다. 류중일 감독도 6일 중국전 종료 후 "내일(7일) 대만 선발로 예선에 나온 왼손 투수가 나올 것 같다. 한 번 당했으니까 이번에는 잘 공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린위민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 마이너리그 구단에서 뛰고 있다. 2019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우승 멤버였다. 2003년생의 젊은 투수로 올해 더블A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4.28을 기록했다. 싱글A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했다. 시속 140km 후반대의 강한 공을 뿌리는 투수다. 당시 우리 대표팀에서 린위민을 제대로 공략한 타자는 윤동희와 최지훈 둘뿐이었다. 윤동희는 0-1로 뒤진 2회 우측 펜스 상단을 직격하는 2루타를 치고 나갔다. 4회 1사 후엔 린위민에게 중전 안타를 뽑아 출루했다. 0-4로 뒤져 패색이 짙은 9회에는 바뀐 투수 류즈롱에게 안타를 뽑는 등 이날 대표팀의 6안타 중 절반인 안타 3개를 홀로 책임졌다. 대표팀은 졌지만, 윤동희의 진가를 확인한 경기였다. 윤동희는 "경기 전에 대만 언론에서 우리를 언급하고 그런 걸 봤다. 그러다 보니 이기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강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며 "대만전 패배를 다들 아쉬워한다. 하지만 형들이 '괜찮다, 이번에는 졌지만 다음에 만났을 때가 더 중요하니 잘 준비해 보자'고 했다"며 설욕을 다짐했다. 항저우(중국)=이형석 기자 2023.10.07 13:01
연예일반

[후IS] 마동석, 우리의 실베스터 스탤론 ②

미국에 람보가 있다면 한국엔 마석도(마동석)가 있다. 우람한 체격에 손바닥으로 얼굴을 짝짝 갈길 때 나오는 타격감. ‘괴물 형사’를 표방하는 마석도의 세 번째 수사기를 담은 영화 ‘범죄도시3’이 오는 31일 개봉한다.이 영화의 중심은 단연 마동석이다. 2017년 개봉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액션물로서는 이례적으로 688만 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한 ‘범죄도시’ 때부터 마동석은 마석도 역으로 이 시리즈를 이끌고 있다.한국에서 이만큼 액션으로 획을 그었던 배우가 있었던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하는 와중에 액션에서도 두각을 보였던 배우는 있었지만, 마동석처럼 필모그래피의 절반 이상이 액션으로만 채워진 배우는 드물다.이제는 ‘카지노’로 더 유명해진 강윤성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인 ‘범죄도시’ 1편은 마동석과 강 감독이 무려 4년여 동안이나 고심한 끝에 탄생했다. 마동석이 단순한 출연 배우가 아니라 작품의 시작 단계부터 관여했다는 뜻이다. 1편이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범죄도시’는 그렇게 기대 받는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언론 시사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고, 시리즈물의 가능성이 열렸다. 팬데믹 이후 첫 1000만을 돌파한 ‘범죄도시2’에 이어 ‘범죄도시3’ 역시 언론 시사회 이후 분위기가 뜨겁다. 4편까지 제작을 끝낸 이 시리즈는 8편까지 계획돼 있다.언론 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마동석은 “8편까지 계획돼 있지만 관객들이 원하면 시리즈가 더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계속해서 영화를 찍는 할리우드 스타 실베스터 스탤론처럼 마동석 역시 마석도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실베스터 스탤론 역시 ‘록키’, ‘람보’ 시리즈 등 자신의 대표작 제작에 직접 관여하며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 캐릭터를 만들어왔다. ‘범죄도시3’은 빌런을 두 명으로 늘렸다. 마석도는 금천서에서 광역수사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더 넓은 세계관 속에서 더 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빌런이 달라져도 통쾌한 마동석표 액션을 보여주기 때문에 지루함이 없다.수사물이 유독 사랑받는 한국이지만 ‘공공의 적’ 강철중 이후 마석도만큼 꾸준히 시리즈를 이어가며 활약하는 형사는 없었다. 그만큼 마동석이 마석도를 통해 걷고 있는 길이 남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리즈 시작부터 함께한 마동석은 마석도 캐릭터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갈아 넣었고, 이 전략은 성공했다. 자기 자신보다 자기를 더 잘 아는 사람도 없는 법이다. 마동석이 보여주는 마동석의 장기. 앞으로 이어질 ‘범죄도시’ 시리즈와 거기서 보여줄 마동석의 활약이 기대된다.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2023.05.24 06:00
사회

[하지마!마약] '마약 수사 10년' 이영권 팀장 "제모해도 결국 다 걸려요"

몇 년 전 마약 투약 혐의를 받은 한 유명 연예인이 온몸의 털을 밀고 경찰에 출석해 화제가 됐다. 약물 검사를 피하기 위한 것인데, 수사관들은 당황하지 않고 면도기를 들어 해당 연예인의 몸을 긁어냈다. 미세하게 자라난 체모를 채취하는 일명 '대패질'이다. 양성 판정을 보인 이 연예인은 결국 처벌을 받았다.이처럼 마약 수사만 10년을 한 이영권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마약1계 1팀장에게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그는 25일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에서 열린 강연에서 "약물 반응은 우리 몸의 모든 털에서 나온다. 딱딱하지만 혈액이 흐르는 손톱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최근 대표적 마약 유통 창구로 떠오른 텔레그램 등 익명 기반 메신저에는 경찰의 감시망을 피하는 팁이 퍼진 상황인데, 이는 단순히 구매를 부추기기 위한 것이며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이영권 팀장은 "아르기닌 성분을 섭취하거나 옥수수수염차, 크랜베리 주스, 이온음료를 마시고 배출하면 걸리지 않는다는 내용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더니 마약 투약 용량이나 방법, 빈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지만 모두 검출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한 투약자가 연인과 지방으로 놀러 가서 투약한 뒤 돌아오는 길에 가장 먼저 사우나에 들러 열심히 땀을 흘렸지만 서울에서 검거된 사례도 있다. 탈색 또는 염색을 하거나 클렌징크림으로 머리를 감으면 양성 반응을 피할 수 있다는 정보 역시 사실이 아니다.경찰은 늘어나는 대마초 재배 범죄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이영권 팀장은 "대마를 키울 때 필요한 환풍기와 온실 텐트 등 기구들을 한꺼번에 구매한 사람들을 세관과 힘을 모아 분석해 작년에 전국에서 150여 명을 검거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투약 범죄자들을 잡아내는 노하우는 충분히 축적했지만, 마약 매매는 수법이 갈수록 대담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018년 국내 마약 밀매 조직이 대만에서 몰래 들여온 필로폰 112㎏ 중 22㎏을 유통한 뒤 숨겨놓은 90㎏을 압수했다. 우리나라 국민 3분의 2가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가격으로 따지면 3300억원 규모였다.이영권 팀장은 "중간 전달책은 바로 위에서 지시한 사람만 알지 누가 마약을 가져갔는지 모른다. 공범 관계 입증이 정말 어려운 사건이었다"며 "그 해에만 약 340장의 영장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외국인 범죄자들은 고국에 있는 가족이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대부분 범행을 부인한다고도 했다. 한국은 마약 매매·투약 대비 제조 범죄율은 현저히 낮아 해외에서 대부분 밀반입되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국제 공조가 절실한 이유다.서울경찰청의 2021년 국내 마약류 범죄 유형별 검거 현황에 따르면 총 1만6153건 중 투약이 52.8%로 압도적 비중을 보였고, 매매가 20%로 뒤를 이었다. 제조는 0.1%에 그쳤다. 몸에 마약을 숨겨 입국하는 것은 과거의 방식이다. 요즘은 바다에 던져놓고 위성 좌표를 찍어 배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진화했다.이영권 팀장은 "실제 밀반입의 절반가량은 외국인이 들여오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미국이 많았더라면 지금은 태국과 중국이 1~2위를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패치 형태로 쉽게 부착하는 '죽음의 마약' 펜타닐이 확산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경찰은 식약처와 협업해 주로 처방이 이뤄지는 지역과 연령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이영권 팀장은 "아무리 가까운 친구라도 본인이 처방받지 않은 약물은 투약·복용하면 안 된다"며 "부모는 자녀가 전에 없던 패치를 몸에 붙였거나 평소와 다른 이상행동을 하면 유심히 관찰했다가 최대한 빨리 경찰이나 학교에 알려 조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마약청정국이던 대한민국이 마약관리국으로 추락했다. 인터넷 메신저에서 '톡' 서너 번으로 마약이 안방까지 배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약사범의 나이도 어려져 10대 청소년 범죄자가 4년 새 3배 증가했을 뿐 아니라 마약을 하는 것을 넘어 유통까지 하는 상황이다. 일간스포츠와 이데일리는 청소년 마약 퇴치 캠페인 '하지마!약'을 시작하면서 심각한 청소년의 마약 실태와 원인, 해법을 심층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2023.04.26 07:00
사회

[하지마!마약] 재발률 치명적, 올바른 마약 치료법과 부모 대처법은

마약은 재발률이 비상식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암 질환보다 더욱 심각하다. 국내 유일의 범법정신질환자의 입원·치료 기관인 국립법무병원에 따르면 1년 내 마약 흡입·투약 재발률이 87.5%에 달한다. 사망률도 치명적이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 원장은 “마약 중독자 중 자살률이 20~30% 수준”이라며 “우울증과 무기력증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암 환자처럼 중독 초기에 치료를 해야지 정상적인 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마약 중독을 ‘악성 암세포’보다 더 무섭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는 완전 회복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에서 600명의 헤로인 중독자를 3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비슷한 연령 일반인의 50~100배 정도인 절반이 사망했다. 조 원장은 “암 질환 같은 경우 5년 동안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 판정을 내린다”며 “하지만 마약 중독의 경우 재발의 공포는 일평생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추적관찰 결과 15년간 마약을 끊었음에도 그 이후 마약 재발률이 25%나 됐다”며 마약 중독의 심각성을 재차 강조했다. 마약은 단순히 끊는다고 해서 치료가 되는 게 아니다. 마약을 제대로 알고 그에 대처하는 자세와 가치관을 함양해야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조 원장은 “마약의 경우 한번 중독은 영원한 중독으로 이어진다”며 “왜냐하면 마약을 했을 때 기억은 장기기억 속에 저장돼 평생토록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그래서 마약 입문을 하지 않고, 마약 기억장치를 심어주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마약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본인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 원장은 마약 중독자의 문제점에 대해 “마약의 경우 불법인데도 ‘한 두 번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중독에 빠지게 된다”며 “마약에 중독되면 가족와 친구는 물론이고 돈과 건강을 잃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주변에 마약 중독자와 공급자 같은 부류만 남아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마약을 끊는 동시에 올바른 가치관 정립에 대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중독자의 경우 마약 흡입 장면이 나오거나 하얀 가루만 보더라도 흥분하기 시작한다. 마약을 했던 경험이 기억장치에 고스란히 남아있어서다. 조 원장은 “마약을 하는 장면을 보면 뇌의 기억장치에서 옛 기억이 소환되는데 약에 대한 생각이 안 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약에 대한 생각이나 유혹이 오더라도 이를 이길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혹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올바른 생활과 가치관의 변화에서 온다고 보고 있다. 조 원장은 “사회적 윤리나 규범을 지키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 가족과 친구 도움 등을 받게 되고 점차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따라서 단약이 아닌 가치관의 변화가 가중 중요한 치료의 의미”라고 했다. 청소년들의 마약 중독을 막기 위해 부모의 대처도 매우 중요하다. 자녀의 마약 흡입을 쉬쉬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강남의 ‘마약음료’ 사건을 예로 든 조 원장은 “마약 공급책은 보호자를 주로 협박하며 입막음을 시도한다”며 “알려지는 게 무서워서 쉬쉬하는 건 사실상 마약 중독을 방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녀가 모르고 먹으면 죄가 없기 때문에 부모가 이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또 “마약을 한번 했다고 해서 중독되지는 않는다”며 “알고 먹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마약음료’ 등은 모르고 먹는 경우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마약청정국이던 대한민국이 마약관리국으로 추락했다. 인터넷 메신저에서 ‘톡’ 서너 번으로 마약이 안방까지 배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약사범의 나이도 어려져 10대 청소년 범죄자가 4년 새 3배 증가했을 뿐 아니라 마약을 하는 것을 넘어 유통까지 하는 상황이다. 일간스포츠와 이데일리는 청소년 마약 퇴치 캠페인 ‘하지마!약’을 시작하면서 심각한 청소년의 마약 실태와 원인, 해법을 심층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편집자주> 2023.04.13 06:59
사회

[하지마!약] 검색부터 구매까지 5분…마약 편의점 된 SNS

"거래는 문상(문화상품권)으로 가능합니다. 2시간 내로 배송해 드려요." 평범한 중고거래 판매자와의 대화처럼 보이지만 요즘 마약으로 악용되고 있는 수면제 구매자와의 대화 내용 일부다. 포털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검색하자 주인을 알 수 없는 텔레그램·카카오톡 계정이 쏟아졌다. 친구 추가를 하고 가격을 물어보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5일 유명 SNS인 트위터에서 발견한 한 마약 판매 텔레그램 채널을 살펴보니 구독자가 1000명에 달했다. 트위터는 마약 관련 게시물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 SNS다. 트위터에서 자신을 '인증 딜러'로 소개한 판매자는 실시간으로 코카인 등 입고된 마약을 영상과 사진으로 올려 공유했다. 사기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구매자가 만족했다는 후기는 물론 거래 장소로 불러내려는 경찰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았다며 이를 자랑하기 위해 주고받은 메시지를 업로드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판매자들은 감시를 피하기 위해 결제가 끝나기 전에는 장소를 특정하지 않는다. 물건은 운반책인 '드리퍼'가 구매자와 대면하지 않고 약속한 곳에 두고 간다. 국내 대표 플랫폼도 마약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시각과 청각 왜곡을 일으키는 환각제 이름과 함께 '팝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검색하니 마찬가지로 마약 판매 텔레그램 계정이 떴다. 검색 결과로 나온 홈페이지의 주소는 유명 온라인 쇼핑몰이나 법제처 등으로, 클릭하면 문제 될 게 없는 페이지가 표출됐다. 미리보기로 나오는 홈페이지 내용 요약에만 교묘하게 텔레그램 계정을 섞어 보여주는 수법이다.이와 관련해 네이버 관계자는 "해당 사이트들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페이지로, 검색 결과 노출을 위해 어뷰징을 시도한 케이스로 보여진다"며 "일시적으로 자동 노출될 수 있지만, 자체 모니터링 등으로 저품질 사이트로 판단되면 미노출로 처리한다"고 말했다.또 "주요 마약류 키워드를 대상으로 검색 결과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해 부적절한 콘텐츠 노출을 제한하고 있다"며 "자동 완성어 및 연관 검색어는 자체 키워드나 검색 결과에 마약류 관련 불법 정보가 나올 때도 생성 및 노출을 막는다"고 했다.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경우 다행히 오픈채팅에서는 마약 이름으로 조회되는 방이 없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남용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지만 특정 단어가 들어간 제목을 필터링하고 있다"며 "대화 내용은 모니터링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용자 신고를 접수해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다만 카톡 계정을 텔레그램처럼 마약 판매 채널로 쓰는 사례가 있었다. 카톡은 가입할 때 전화번호 확인이 필수인데, 가상의 전화번호를 생성하는 앱으로 문자를 받아 인증해 가짜 계정을 만드는 방법이 널리 퍼진 상황이다.글로벌 검색포털 사이트 구글에 수면제를 판다고 홍보한 한 카톡 계정에서는 두 종류의 약물을 취급하고 있었으며 10정 이상만 배달이 가능하다고 했다. 수면제 졸피뎀 등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 처방 없이 사용하거나 불법으로 거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해당 판매자는 문화상품권으로 거래할 것을 요구했는데, 핀번호를 받아 수수료를 주고 환전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 불법 판매자들 입장에서는 직접 만나 현금을 받거나 은행 계좌이체를 하는 것보다 안전하다.이처럼 마약 거래 창구로 악용하는 SNS 등 IT 플랫폼들은 익명이라 추적이 힘들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화번호 없이 이메일만으로 가입할 수 있어 계정 여러 개를 등록할 수 있는 트위터가 대표적이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1~8월까지 5년간 주요 플랫폼을 상대로 이뤄진 마약 등 불법 식·의약품 정보 시정 요구 건수는 트위터가 3만2839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다음으로 네이버(3900건)와 인스타그램(3525건), 구글(3172건), 페이스북(1295건), 카카오(399건)가 뒤를 이었다.전체 대비 주요 플랫폼이 차지하는 마약 등 불법 식·의약품 정보 시정 요구 비중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018년 20.4%에서 2019년 한 자릿수(8.1%)로 확 줄었다가 2020년과 2021년 20%대로 다시 돌아왔다. 2022년에는 8월까지 절반에 가까운 48.7%의 비중을 보였다.이 중 트위터는 대표적 익명 기반 서비스인 것도 모자라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고 있어 관리 테두리 안에 넣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최근 서울 노원경찰서는 처방받은 뒤 남은, 일명 살 빼는 약인 '나비약'으로 불리는 디에타민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SNS에서 되판 혐의로 15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는데, 트위터에서 단서를 잡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피의자 가운데 10대가 3명이나 껴있었다.업계 관계자는 "트위터는 키워드로 필터링하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며 “마약을 칭하는 은어의 검색을 막으면 전혀 관계없는 단어까지 걸러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수백명이 붙어서 대응하는 데 반해 해외 업체들은 그 정도 규모의 모니터링 전담팀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이 관계자는 또 "트위터 내 마약뿐만 아니라 성 착취 영상 등 불법 콘텐츠를 관리하는 팀인 '트러스트&세이프티'가 있지만, 비용 절감을 중요하게 여겨 인력 감축에 나선 일론 머스크가 회사를 인수한 뒤 상당히 축소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플랫폼을 대대적으로 단속한다고 해도 마약이 확산하는 것을 완벽하게 막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은 "쌀이 없으면 밥을 못 먹는 것처럼 밀수나 판매는 강력하게 처벌하고 투약한 사람들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플랫폼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박 센터장은 또 "비행 청소년들 사이의 관심사가 담배에서 마약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센터는 성인만 대상이라 보호자나 경찰 없이 혼자 오는 미성년자는 상담을 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더 취약하다"고 경고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마약청정국이던 대한민국이 마약관리국으로 추락했다. 인터넷 메신저에서 ‘톡’ 서너 번으로 마약이 안방까지 배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약사범의 나이도 어려져 10대 청소년 범죄자가 4년 새 3배 증가했을 뿐 아니라 마약을 하는 것을 넘어 유통까지 하는 상황이다. 일간스포츠와 이데일리는 청소년 마약 퇴치 캠페인 ‘하지마!약’을 시작하면서 심각한 청소년의 마약 실태와 원인, 해법을 심층 취재해 연속 보도한다.<편집자주> 2023.04.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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