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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싶어지네…정주행 유발 ‘사랑 후에’ 한일 감성 모두 담았다 ①

일본에서 풋풋한 연애를 시작했던 남녀가 이별한다. 그리고 5년 뒤 한국에서 재회한다. 둘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여자의 상처는 여전하고, 남자는 후회로 가득하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사랑의 시작과 연애, 오해로 인한 어긋남, 이별 후 이야기를 한국과 일본 양국의 감성으로 조화롭게 담아냈다.이야기는 뭘 해야 할지 몰랐던 20대의 최홍(이세영)은 어느 날 무작정 일본으로 떠나면서 시작한다. 자기 몸보다 더 큰 캐리어를 이끌고 친구가 사는 자취 집으로 이동하던 중 지하철 개찰구에 캐리어가 끼어 난처함을 겪는다. 지나가던 준고(사카구치 켄타로)는 그런 최홍을 보고 도와준다. 이후 우연한 만남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국적을 뛰어넘어 연인이 된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호시절은 오래가지 못한다. 서로를 사랑한단 사실은 변함없지만 미묘한 어긋남이 쌓이면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벌린다. 준고는 홍의 털털함과 허물없는 성격이 일본 문화에서 때로 무례하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반면 타국에서의 의지할 사람은 준고 밖에 없었던 홍은 그가 옆에 없을 때마다 외로움에 휩싸인다. 결국 둘의 갈등은 곪아 터지고 홍은 “헤어지자”는 말을 건넨 뒤 짐도 챙기지 않고 도망치듯 한국에 돌아온다. 그리고 오랜 친구인 민준(홍종현)과 연인이 된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 흔한 스토리를 갖고 있지만 두 주인공의 감정을 한일 양국의 풍경과 계절, 온도 등 감각적인 영상미로 담아내 특별하다. 홍과 준고의 설레는 연애의 시작과 행복했던 동거 생활이 펼쳐지는 과거 장면은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이 만개한 풍경을 배경으로 찬란하게 담긴다. 두 사람이 일본 골목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뽑기 샵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은 당장 일본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만든다.제작진에 따르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일본 로케이션 섭외와 촬영에 매우 공을 들였다. 연출을 맡은 문현성 감독은 “요즘은 일본 작품도 도쿄나 교토의 촬영은 매우 어렵다. 도쿄의 기치조지와 이노카시라 공원을 중심으로 촬영 준비를 시작했으나 설득과 사정을 거듭하는 아주 긴 준비가 필요했다”며 “그럼에도 양국의 제작진이 연출 의도에 따라 어떻게든 아름답고 감성적인 공간들을 최대한 많이 작품 속에 담기 위해 참 오랜 기간 로케이션 준비에 정성을 쏟았다”고 밝혔다. 반면 이별 후 홍과 준고가 재회하는 한국은 겨울을 배경으로 하며 과거 행복했던 시절과 확연히 대비된다. 한국에서의 이야기는 작가가 된 준고가 인터뷰와 팬 사인회 등을 하는 모습이 펼쳐지는데, 호텔과 사무실, 빌딩 숲, 눈오는 도시가 배경으로 담기며 차갑고 도시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는 차갑게 식어버린 홍의 감정과 준고에게서 멀어지려는 심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총 6부작 동안 시간 순서가 아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진행되는 방식으로, 시청자에게도 두 주인공의 감정 변화가 더 또렷하게 느껴지며 과거에 대한 애틋함과 현재의 슬픔을 더 진한 여운으로 느끼게 한다.특히 이세영, 사카구치 켄타로 두 배우의 연기 합은 멜로의 정수를 제대로 뽑아냈다. ‘옷소매 붉은 끝동’ 등 이미 멜로 장르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준 이세영은 툭 치면 눈물이 흘러내릴 듯한 눈빛 연기로 준고에게 흔들리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멜로 전문 배우’로 불리는 사카구치 켄타로 역시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훈훈한 비주얼과 애절한 감정 연기로 시청자를 매혹시킨다. 정통멜로를 표방하는 만큼 큰 웃음을 주는 장면은 적지만, 곁가지를 쳐내고 오로지 두 사람의 만남과 이별에 집중하는 이야기와, 탁월한 두 배우의 연기 합만으로도 시청자에게 풍족함을 선사한다. 쌀쌀해진 요즘 가을 감성을 자극하며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여운이 꽤나 강렬하게 다가온다.‘사랑 후에 오는 것들’은 지난 25일 쿠팡플레이에서 최종회인 6회까지 전편 공개됐다.강주희 기자 kjh818@edaily.co.kr 2024.10.28 00:00
연예일반

‘더 에이트 쇼’ 한재림 감독 “도파민을 경계했죠” [IS인터뷰]

“첫 경험이다 보니 아무래도 더 설레는 거 같아요.” 영화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관상’, ‘더 킹’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화제작을 만들어 온 한재림 감독이 OTT 시장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그의 첫 시리즈는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에이트 쇼’. 한 감독은 시리즈 공개 후 진행된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비슷한 듯 다른 매체라 그런지 만드는 재미도 확실히 달랐다”고 말했다.“OTT에서 중요한 건 템포, 리듬감이었죠. 영화는 관객을 두 시간 동안 한 공간에 가둬요. 반면 OTT는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흩뜨리게 하는 많은 저항이 주위에 있죠. 그래서 음악, 편집점 등으로 그들을 붙잡을 방법을 고민했어요. 또 개인적으로 영화는 관객이 돈을 내고 봐준다는 기쁨이 있다면, OTT는 날 모르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내 작품을 보여준다는 설렘이 있는 듯해요.”한 감독을 설레게 한 ‘더 에이트 쇼’는 8층으로 나뉜 공간에 모인 8명이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뼈대는 배진수 작가의 웹툰 ‘머니게임’에서 가져왔고, 게임룰은 작가의 또 다른 웹툰 ‘파이게임’에서 차용했다. 한 감독은 “시청자들을 다양한 층에 이입되게 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화자(배진수)를 제외하고 캐릭터에 이름도 부여하지 않았고, 전사도 최대한 배제했다”며 “원작과 달리 배신, 음모 같은 것도 뺐다. 또 우리는 인물의 선과 악도 없다. 오직 순수하게 계급 간 이야기로 갔다”고 짚었다. 이를 효과적으로 그리고자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도 과감히 삭제했다. 일테면 8층(천우희)과 6층(박해준)의 베드신이나 4층(이열음) 이빨과 6층 발톱이 뽑히는 장면을 묘사 없이 대사로만 설명하는 식. 분뇨 배설 신 역시 CCTV 화면으로 간접 처리했다. “작품을 만들다 보면 극 중 7층(박정민) 대사처럼 점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게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도덕적, 윤리적 고민도 많이 했죠. 관객이 어떤 장면을 원하는지 알지만, 그게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상충하는 거예요. 의도적으로 도파민을 자극하는 건 배제하면서 결과론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죠.” 한 감독의 이러한 생각은 작품 엔딩에도 영향을 끼쳤다. 원작과 달리 ‘더 에이트 쇼’의 주인공들은 방을 바꾸지 못하고, 1층(배성우)은 패배감에 짓눌려 삶의 의욕을 잃게 된다. 한 감독은 “층을 바꾸는 욕망이 줄타기처럼 올라가지만, 결국엔 다시 돌아와서 죽을 수밖에 없는 것, 그게 현실적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제게 1층은 찰리 채플린 같은 광대예요. 찰리 채플린이 영사기를 붙잡고 있다가 영사기가 떨어져요. 전 거기서 영화를 만드는 진짜 같은 가짜를 표현했죠. 시네마가 사라지고 도파민에 중독돼 자극적인 재미만을 위한 시대. 여기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그 장면에 빗댄 거죠.”영사기 외에도 ‘더 에이트 쇼’에는 영화에 대한 메타포가 많이 등장한다. 무성영화 질감이 두드러지는 오프닝, 촬영장으로 도망치는 주인공, 고전 극장을 연상케 하는 쇼장 입구 등으로, 모두 한 감독이 의도적으로 심어 놓은 거다. 즉, ‘더 에이트 쇼’는 자본주의 이면을 그리는 동시에 시네마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인 셈이다. 한 감독은 “자본주의를 담으려고 시작했는데 쓰면서 제가 투영됐다”며 “계급과 함께 창작자의 ‘재미’에 대한 고민도 담고 싶었다”고 했다. “말했듯이 관객이 원하는 거, 좋아하는 걸 모르진 않아요. 다만 이런 것만 따라가다 보면 소비되는 작품만 남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거고요. 그런 면에서 ‘더 에이트 쇼’가 또 다른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합니다.”장주연 기자 jang3@edaily.co.kr 2024.05.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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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유죄’ 알베스, 바르셀로나 레전드 명단에서도 퇴출

스페인 라리가 FC바르셀로나가 클럽 레전드 명단에서 다니 알베스(41)의 이름을 제외했다. 알베스는 지난해 성폭행으로 기소된 뒤 유죄 판결을 받아 감옥에 몸을 담고 있는 상태다.스페인 매체 스포르트는 27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가 알베스의 클럽 레전드 자격을 박탈했다. 구단은 알베스의 성폭행에 대한 형이 확정된 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라고 전했다.매체에 따르면 바르셀로나는 지난해 1월 재판을 위해 교도소로 향한 알베스의 무죄 추정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상황을 지켜봤다. 당시 알베스는 스페인 나이트 클럽에서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그가 감옥으로 향하자, 소속팀인 푸마스 UNAM(멕시코)은 알베스와의 계약을 조기에 종료했다.이후 알베스는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여러 차례 보석금을 냈으나 수감 신세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엔 현지 매체를 통해 “나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도망갈 위험 때문에 가석방을 허락하지 않는 것을 이해 못 하겠다”라며 당당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길고 긴 재판 결과는 징역 9년 구형. 판사는 “피해자가 내보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한 두 폭력행위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스페인 법원은 그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4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알베스는 형량에 대해 항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2010년대 최고의 오른쪽 수비수로 불린 알베스가 불명예로 입지를 잃은 모양새다. 앞서 바르셀로나는 알베스를 조르디 알바·세르히오 부스체크(이상 인터 마이애미)·헤라르드 피케(은퇴)와 함께 클럽 레전드 자격을 줬다. 하지만 알베스의 유죄 판결이 나온 뒤, 그의 이름을 제외했다. 구단 홈페이지에서 소개되고 있는 레전드 명단에서도 알베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알베스는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공식전 431경기 22골 105도움을 올리며 2010년대 구단의 전성기를 이끈 핵심 선수였다. 당시에만 라리가 6회·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3회·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3회·UEFA 슈퍼컵 3회·스페인 국왕컵 4회 등 트로피를 품었다. 이후 유벤투스(이탈리아) 파리 생제르맹(PSG)에서도 트로피를 수집하며 수상 캐비닛을 가득 채웠다.하지만 커리어 말년 오점을 남기며 감옥행이라는 초라한 결과를 맞이한 상태다.김우중 기자 2024.02.27 14:17
연예일반

“내가K” 엄기준, 정라엘 죽인 범인이었다... 시청률 7.7%로 급상승

‘7인의 탈출’ 엄기준의 정체가 밝혀졌다. 3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 13회에서는 매튜 리(=심준석/엄기준 분)의 실체가 드러났다. 매튜 리가 성찬그룹의 후계자 ‘K’, 심준석이라는 반전은 소름을 유발했다. 진짜 이휘소(민영기)를 대신해 성형 수술을 한 심준석이 그동안 모두를 속여온 것. 그는 매튜 리 행세를 이어나갔고, 자신의 뒤통수를 친 6인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면 충성심을 보이라고 큰소리쳤다.금라희(황정음)가 매튜 리의 편에 선 가운데, 진짜 이휘소에게 발견된 강기탁(윤태영 분)은 거센 후폭풍을 예고했다. 13회 시청률은 전국 7.2%, 수도권 7.4%(닐슨코리아 기준)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8.7%까지 치솟았다. 이날 악인들은 금라희 주도하에 매튜 리에게 소소한 반란을 펼쳤다. 금라희는 서핑을 자유자재로 할 정도로 완벽한 귀공자 자태를 갖춘 매튜 리가 ‘이휘소’ 같지 않다고 느꼈다. 강기탁 역시 죽을 각오로 복수를 준비한 이휘소와 현재의 매튜 리가 묘하게 다르다고 의심했다. 강기탁은 금라희에게 제안을 건넸고, 금라희는 수락했다. 그렇게 강기탁과 손을 잡은 금라희는 한모네(이유비), 차주란(신은경), 양진모(윤종후), 고명지(조윤희), 남철우(조재윤)에게 작전을 말했다. 힘을 합쳐 매튜 리를 꼼짝하지 못하게 하고 도망치기로 한 것. 뒤이어 나타난 강기탁이 매튜 리와 함께 물에 빠졌다.강기탁은 이휘소가 물 공포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강기탁의 짐작대로 매튜 리는 물 안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추궁하는 강기탁에게 광기 어린 웃음을 보인 매튜 리는 이휘소가 아닌 ‘K’ 심준석이었다. 그는 방칠성(이덕화) 회장의 계획을 역이용했다. 자신이 이휘소 대신 수술대에 올라 성형 수술을 받았고, 진짜 이휘소를 어디론가 보내버린 것. 가슴 문신까지 완벽하게 새긴 심준석은 그동안 이휘소가 매튜 리가 된 것처럼 연기했고, 딥페이크 기술과 가면을 이용해 ‘K’가 있는 척 모두를 혼란스럽게 했다.심준석은 강기탁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 뒤에도 여전히 ‘매튜 리’인 척 연기했다. 민도혁(이준 )을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강기탁마저 배신자로 만든 성찬그룹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민도혁에게 진짜 전쟁은 내일부터라며 오늘은 그만 자라고 다독였다. 이후 본색을 드러낸 심준석은 그동안 보여줬던 악마와도 같은 ‘K’ 그 자체였다. 그는 집안에 숨겨뒀던 비밀 공간에서 CCTV를 통해 어딘가에 갇힌 진짜 이휘소를 지켜보며 비웃었고, 자신을 의심한 강기탁을 잡아 응징했다.그 시각 강기탁이 매튜 리에게 잡혀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양진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양진모는 누군가 노한나(심지유)를 엿보고 있다는 노팽희(한보름)의 연락을 받고 위기감을 느꼈다. 손톱이 울퉁불퉁하고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는 인상착의가 ‘K’, 심준석이었기 때문. 심준석의 부하들이 노팽희의 은신처까지 찾았다는 건 목숨이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노팽희와 노한나를 무사히 빼돌린 양진모는 강기탁에게 도움 요청을 구하기 위해 연락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 달리 그 전화는 강기탁인 것처럼 목소리를 변조한 심준석이 받았고, 노한나가 ‘K’의 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심준석의 매튜 리 행세도 계속됐다. 매튜 리가 사라졌다고 확신하고 의기양양진 6인은 청천벽력같은 상황과 마주했다. 매튜 리가 모습을 드러낸 것. 자신의 뒤통수를 쳤다는 것에 분노한 그는 누구 짓이냐고 추궁했고, 악인들의 얕았던 연대는 깨졌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금라희의 짓이라고 발뺌했다. 금라희는 반드시 영화 ‘D에게’ 촬영 재개시키겠다며 한 번만 더 믿어달라 용서를 구했다. 매튜 리는 하루의 시간을 더 주겠다며, 내일 밤까지 심 회장이 사과할 수 있게 자기 자리에서 성찬그룹을 무너뜨릴 수 있도록 움직이라고 했다.한 번의 기회를 받은 6인은 목숨을 바쳐 매튜 리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야만 했다. 이들은 금라희의 명령하에 ‘운명공동체’로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금라희는 양진모에게 금일 진행되는 미쉘(유주) 감독의 간담회 자리에 기자를 최대한으로 모으라고 했다. 그리고 한모네와 양진모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그리고 뜻밖의 반전을 마주했다. 미쉘 감독의 한국 이름은 송지선으로 송지아(정다은)의 언니였고, 동생의 복수를 위해 영화 ‘D에게’를 기획했기 때문. 미쉘은 영화 제작을 통해 한모네에 대한 복수를 하고자 했다. 어떤 외압에도 가해자의 만행과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영화가 백지화된다면 이 자리에서 가해자를 밝힐 수도 있다고 나섰다. 다급해진 금라희는 초강수를 띄었다. 자신이 방다미(정라엘)의 친모이며, 억울하게 죽은 딸을 위해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힌 것. 이어 세상에 뿌리내린 가짜뉴스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성찬그룹에게 잘못을 묻는다며, 방다미 사건의 재수사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 강기탁은 CCTV에 담긴 진짜 이휘소를 보고 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 이휘소는 여전히 어딘가에 갇혀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후 심준석이 깔아놓은 도청 시스템을 망가뜨린 강기탁은 양진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도혁을 찾아달라는 것. ‘K’의 정체를 말하려는 순간 다시 시작된 도청에 양진모와 강기탁은 문화의 숲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또 다른 이가 있었다. 바로 금라희. 그는 매튜 리에게 이 사실을 고하며 완전한 충성심을 드러냈다. 강기탁은 매튜 리의 공격을 받고 물에 던져졌다. 그렇게 미션 성공과 승리를 만끽하며 매튜 리와 금라희는 한편이 됐음을 자축했다. 이후 매튜 리 집에서 발견된 노한나를 몰래 지켜보는 양진모와 진짜 이휘소가 갇힌 섬에서 발견된 강기탁의 모습은 긴장감을 높였다.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2023.11.04 09:31
연예일반

‘소옆경2’ 김래원 사망 ‘충격 엔딩’…자체최고 8%

‘소옆경2’가 배우 손호준에 이어 김래원까지 주인공 두 명이 연달아 사망하는 충격의 엔딩이 펼쳐졌다. 9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8일 방송된SBS 금토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 그리고 국과수’(이하 ‘소옆경2’) 11회는 전국 8.0%를 기록하며 금토드라마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종전 자체최고 기록이던 1회 7.1%보다 0.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날 방송에선 김래원이 의문의 폭발로 사망하고 부검에 들어가는 엔딩이 그려졌다. 먼저, 폭발한 카라반에서 발견된, 탄화된 두 시신은 문영수(유병훈)와 마태화(이도엽)로 밝혀졌던 상황. 무엇보다 마취약으로 인해 쓰러진 진호개(김래원)는 덱스(전성우)에 의해 어딘가로 끌려간 뒤 잠시 후 공원의 화장실에서 눈을 떠 긴장감을 높였다.이어 진호개는 덱스가 귀 뒤에 있는 뼈에 골전도 이어폰과 마이크를 같이 심어놨음을 알게 됐고, 덱스는 이어셋 배터리에 ‘전기를 흘려보내는 장치’를 달아놨다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전류를 일으켜 흔적도 없이 죽일 수 있다고 협박했다. 더불어 덱스는 문영수는 물론 양치영(조희봉)과 석문구(최무성)까지 죽였음을 순순히 털어놨고, 진호개가 해줘야 할 일이 있고 협조하지 않는다면 송설(공승연)에게 접근하겠다며 진호개를 압박했다.같은 시각, 국과수에서는 강도하(오의식)가 넥스트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 설치됐던 폭탄, 국과수에 왔던 보디밤, 카라반의 폭탄까지 전부 한 사람이 설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카라반 폭탄’은 그간의 패턴과는 달리 아주 가까운 곳에서 터트렸다면서, 진호개를 데려가기 위해 폭탄물 설계자가 가까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했다. 이에 힌트를 얻은 백참(서현철 분)은 카라반 안에 있던 제3자에게 진호개가 총을 쐈을 것이라 확신했고, 자칫 진호개가 살인 누명을 쓸 수도 있다고 파악해 총기 사용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코드제로’를 발령, 무조건 진호개를 태원서에서 먼저 찾으라고 강조했다.그 사이, 진호개는 덱스의 지시에 따라 대검찰청 장성재(장현성 분) 검사를 기습한 뒤 장성재 검사의 신분증을 갈취해 대검찰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덱스는 2010년부터 10년 넘게 수집된 30만 명에 육박하는 강력범죄자들의 DNA가 있는 ‘대한민국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를 복사한 후 원본은 없애버리라는 지시를 내렸고, “범죄자를 검거하는 게 유일무이한 정의라고 믿는 형사 진호개가 자기 손으로 자신의 신념을 망가뜨린다. 그걸 보고 싶은 거야. 형사 진호개의 완전한 변절. 아니 굴복? 진철중도 실패한 걸, 내가 하려는 거지”라며 미소 지어 서늘함을 자아냈다.그러나 진호개가 이를 거부하자 덱스는 공명필(강기둥)의 병실에서 화상통화를 걸어 안락사할 때 쓰는 약물을 투여할 것처럼 협박했고, 송설까지 함께 있는 것을 보여주며 진호개를 코너로 몰았다. 결국 진호개는 덱스가 말한 대로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를 마이크로칩에 담아 자리를 떴고, 경찰들은 진호개에게 신분증을 빼앗긴 장성재 출입기록을 토대로 진호개를 찾아냈지만 진호개는 이상 행동을 벌이며 경찰들을 따돌렸다. 이후 진호개는 덱스가 전기충격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막아버리는데도 불구, 굴복하지 않고 “너 미친개 잘못 건드렸어”라며 마이크로칩을 삼킨 뒤 “보고 싶다. 덱스야”라며 덱스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제 명령은 내가 한다. 1시간 안에 마평역 마동방향 플랫폼으로 와라”라고 만남을 제안해 통쾌함을 이끌었다. 같은 시각, 장성재 검사는 경찰에서 진호개의 총기 사용을 통보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진호개에 대한 지명수배를 내려 위기감을 조성했다.때마침 자신이 지명수배가 됐음을 확인한 진호개는 강도하에게 ‘부탁 하나만 할게. 준비물도 있어. 최대한 빨리’라는 메일을 보냈고, 강도하는 재밍(통신 간섭, 전파 방해) 디바이스를 챙겨 송설과 함께 진호개를 만났다. 강도하가 재밍 디바이스를 작동시켜 덱스가 진호개의 목소리를 잠시 못 듣게 되는 동안 송설은 재빠르게 진호개에게 이식된 ‘전기를 흘려보내는 장치’를 제거했다. 덱스와의 정면 대결을 위해 마평역으로 향한 진호개는 덱스에게 협박받은 아버지 진철중(조승연 분)을 발견했고, 진철중은 진호개에게 범죄자 DNA 데이터베이스 마이크로칩을 넘기라고 설득했지만 진호개는 “제가 왜 경찰이 된 줄 아시죠? 덱슨지 이놈 잡겠다고 여기까지 왔습니다”라며 간절히 어필했다. 그러나 진철중은 진호개가 가지고 있던 마이크로칩을 들고 덱스와 대적하겠다며 양치영이 죽은 폐쇼핑몰 옥상으로 향했고, 진호개는 진철중이 쓰고 있던 헤드폰에 높은 곳에서 터지는 폭발물이 있다는 강도하의 말을 듣고 진철중의 뒤를 쫓았다. 진철중은 빠르게 옥상으로 올라가 덱스를 불렀고, 진호개가 뒤따라 말리려고 했지만 갑자기 굉음과 함께 폭발물이 터져 불길함을 고조시켰다. 이 소식이 뉴스 특보로 나와 모두를 놀라게 한 가운데, 실려 온 시신을 본 송설이 오열하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더했다.그런가 하면 국과수에서는 윤홍(손지윤)이 “태원경찰서 의뢰건. 타살의심. 피해자 성명 진호개. 부검 시작합니다”라며 강도하와 함께 진호개의 부검을 시작했고, 부검을 참관하던 송설이 오열하며 몸을 가누지 못하자 침착한 한세진 인척 연기하는 덱스가 송설을 부축해 자리를 떴다. 게다가 뒤늦게 진호개의 사망 뉴스를 접한 공명필은 국과수에서 부검을 끝내고 나온 진호개의 시신을 보고 주저앉아 통곡해 참혹함을 안겼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가오는 덱스를 바라보는 송설의 ‘의미심장한 눈빛’이 담겨 최종회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폭주시켰다.‘소옆경2’ 최종회는 이날 밤 10시에 방송된다.유지희 기자 yjhh@edaily.co.kr 2023.09.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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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불운에 울던 고영표가 역사로 남았다

1980년대 해태 타이거즈에는 선동열, 롯데 자이언츠에는 최동원, 삼성 라이온즈에는 김시진이 있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팀 역사에 남은 '초대 에이스'다. KT 위즈팬들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다. 바로 사이드암스로 고영표(31)다.고영표는 지난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7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KT가 3-1로 승리하면서 고영표는 시즌 10승(5패)을 달성했다. 지난 2021년 이후 이어온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였고, KT 창단 후 최초로 이뤄낸 기록이었다.20대 때만 해도 고영표는 불운의 상징이었다. 2018년까지 4시즌 동안 평균자책점은 5.26이었다. 이 기간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는 4.12(스탯티즈 기준)로 크게 낮았다. 두 지표 차이가 신인 시절 1.82에 달했다. 선발 투수로 자리 잡은 2017년 역시 두 기록의 차이가 1.2(140이닝 이상 투수 중 1위)나 됐다. 고영표가 땅볼을 유도해도 약체였던 KT 내야진이 잡아주지 못했다. 고영표가 2021년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환경이 180도 달라졌다. 이강철 감독 부임 후 수비와 투수력이 견고해져 통합 우승을 노리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고영표는 그해 11승 6패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하고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든든한 동료들 덕분에 FIP(3.19)보다 0.28이 낮은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2021년 본지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최고투수상을 받은 고영표는 "복귀했을 때 이전의 암흑기 기운을 (팀에) 가져오면 어떡하나 생각하면서 몸을 열심히 만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드디어 실력에 맞는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소집 해제 후 고영표는 2년 연속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1회를 달성, QS의 상징이 됐다. 여기에 3년 연속 10승을 달성하며 자타공인 KT의 '초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고영표는 7일 경기 후 "기록을 크게 의식하진 않았고, 좋은 피칭을 하면 승은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기록을 달성하게 돼 기분 좋고,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공을 돌렸다.첫 기록에 들뜨지 않는다. 여전히 목표는 QS다. 고영표는 "(개인 승리과 달리) QS 기록은 의식한다. 항상 그게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영표는 이날 호투로 최근 10경기 연속 QS, 5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이뤘다. 시즌 QS 횟수가 16회인데 이 가운데 무려 14회가 QS+다. 그는 "올해도 QS 20회 이상을 하고 싶다. QS+도 16개 이상 해보고 싶다"고 했다. 선동열의 존재가 '투수 왕국' 타이거즈로 이어졌듯 고영표의 존재도 '선발 왕국' KT의 근간이 됐다. 지난 5월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KT는 7일 기준으로 3위와 승차 없는 4위(승률 0.527)까지 올라섰다. KT 저력의 기반은 올여름 되살아난 선발진에 있다. 6월 이후 KT의 선발 평균자책점 3.19로 1위이고, 특히 8월에는 평균자책점 2.49로 리그를 압도하고 있다.고영표는 "도망가지 않고 공격적으로 피칭하자는 분위기가 후배들 사이에 조성됐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다"며 "앞 차례 선발이 잘 던지면 나도 잘해야겠다는 분위기다. 6이닝을 던지지 못하면 못 던진 게 된다. 후배들은 '형이 그렇게 만들어놨다'고 얘기한다. 좋은 시너지 효과 같다. 투수들이 최대한 적은 투구 수로 긴 이닝을 먹어주면(던져주면) KT가 계속 올라가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8.0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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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스타] 'KT 최초 3년 연속 10승' 고영표 "동료들께 감사…QS+ 16개가 목표"

"최초 기록이라고 전해 들었다. 크게 의식하진 않았고 좋은 피칭을 하면 승은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좋은 기록을 달성하게 돼 기분 좋고, 팀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영표(31·KT 위즈)가 팀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고영표는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7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끌고 시즌 10승(5패)을 달성했다. 특히 이날 달성한 10승의 의미가 컸다. 창단 후 2015년 1군에 합류한 KT에서 처음 나온 3년 연속 10승 투수다. 이날 전까지 고영표(2021~2022)를 포함해 윌리엄 쿠에바스(2019~2020) 배제성(2019~2020)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2020~2021)가 2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게 전부였으나 그의 10승으로 새 기록이 쓰여졌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고영표는 "팀 최초 기록이라는 건 방금 알았다"며 "크게 의식하진 않았고 좋은 피칭을 하면 승은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좋은 기록을 달성하게 돼 기분 좋고, 팀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선수단에 공을 돌렸다.승과 달리 고영표가 의식하는 기록이 있다. 바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다. 이날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와 퀄리티스타트 조건을 달성한 고영표는 최근 10경기 퀄리티스타트, 최근 5경기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이뤘다. 이날 달성한 올 시즌 14호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도 개인 최고 기록이다. 고영표는 "(승과 달리) 그 기록은 의식한다. 항상 그게 내 임무다. 그 기록을 목표로 삼고 마운드에서 빠른 카운트에 승부를 해 적은 투구 수로 이닝을 막는 걸 의식하고 경기하기 때문"이라며 "올해도 20개 이상의 퀄리티스타트를 하고 싶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도 올 시즌 16개 이상을 해보고 싶다"고 다짐을 전했다.이닝 이팅의 비결 중 하나는 집중이다. 고영표는 길게 던지겠다는 마음가짐 대신 한 타석 한 타석에 중점을 둔다고 밝혔다. 그는 "6회에 들어가면 솔직히 긴 이닝 소화를 의식하지 않는다. 한 타자 한 타자를 잡자는 마음가짐으로 던진다. 경기 중반을 넘어가면 (다음 투수로) 연결시켜줘야 하는 상황이다. 7회에도 한 타자 한 타자에게 1구 1구를 신경써서 던진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 최하위 빠졌던 KT는 어느새 3위 경쟁에 한창이다. 취재진이 고영표에게 스스로의 공헌도를 묻자 그는 "자기 자랑을 해야 하나"고 웃으면서 "5경기 연속 7이닝 이상을 던진 것 같다. 아무래도 이강철 감독님께서도 그런 부분으로 (경기 운영에) 계산이 서실 것이고 중간 계투들도 2이닝만 마무리하면 승리할 수 있으니 휴식을 더 취할 수 있다. 내가 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게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했다.고영표 스스로도 인정한 영향이 있다. 그로부터 전염된 KT 선발진의 이닝 이팅이다. 고영표는 "후배들에게도 도망가는 피칭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피칭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런 부분에서 (내가)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다"며 "다른 선발 투수들이 앞에서 잘 던지면 나도 잘 해야겠다는 이미지가 우리 선발진에 있다. 6이닝을 던지지 못하면 못 한 게 된다. 후배들이 '형이 그렇게 만들어놨다'고 얘기한다. 좋은 시너지 같다. 다른 투수들도 최대한 적은 투구 수로 긴 이닝을 먹어주면 KT가 계속 올라가지 않을까"라고 웃었다.이날 경기로 승률 0.527 4위가 된 KT는 2위 SSG 랜더스와 4경기 차이를 두고 있다. 가깝진 않지만, 최하위에서 여기까지 올라온 KT다. 멀다고도 볼 수 없다. 고영표에게 그런 팀의 목표를 묻자 "우리 팀이 이렇게 올라올 수 있는 건 순위 의식을 안 해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매 경기에 집중하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면서 올라온 거로 생각한다. 순위 의식을 하면 마음이 쫓기고 급해진다.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게 KT의 장점"이라고 했다. 다만 "스포츠라면 당연히 1등이 목표고 되고 싶다. 항상 1등이 되고 싶다. 마음 속 목표야 그렇다"고 웃었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8.0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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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스타] 마침내 도달한 '130승'...장원준 "이제 승리 미련 전혀 없어요"

"승리에 대한 미련은 이제 전혀 없다."톤은 담담했다. 그러나 장원준(38·두산 베어스)의 목소리에서는 그 이상의 후련함이 묻어 있었다.장원준은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에서 올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그리고 2004년 데뷔 첫 승을 거둔 이후 19년 만에 통산 130승 고지에 올랐다. 말 그대로 역사를 썼다. KBO리그 역대 11번째, 왼손 투수 중 역대 4번째 130승 기록이다. 37세 9개월 22일로 송진우 전 코치(34세 4개월 18일)를 넘어선 역대 왼손 투수 최고령 승리이자 임창용의 최고령 승리 투수 기록(전 KIA 타이거즈·당시 42세 3개월 25일)에 이은 역대 최고령 2위 승리 기록이다.역사가 될 때까지 험난한 여정이 따랐다. 이날 출전은 2020년 이후 이후 958일만의 선발 등판이고, 2018년 5월 5일 이후 1844일만의 승리였다. 선발 등판을 하지 못하고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하는 동안 부진과 부상이 그를 따랐다. 129승이 130승이 될 때까지 5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경기 후 만난 장원준은 "승리 투수가 될 거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 역할만 하자고 생각했다. 최소 실점 최대 이닝, 5이닝을 버티자고 생각했다. 타선이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점수를 많이 뽑아줘 내가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위기도 있었다. 2회 삼성 강한울의 기습 번트를 처리하지 못한 장원준은 집중타를 허용했고, 한 이닝에만 무려 넉 점을 내줬다. 그대로 무너지는 듯 했지만 5이닝을 버텨냈다. 장원준은 "빗맞은 안타도 있었다. 점수를 줄 때 주더라도 도망가는 투구로 더 어렵게 하지 말고 빠르게 승부하려고 했다. 최대한 공격적으로 던졌는데, 4점은 줬으나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8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던 장원준이다. 누구보다 승리가 쉬웠던 그가 2018년 3승을 거둔 후 다시 1승을 추가하는 데 5년이 걸렸다. 장원준은 "많이 쫓겼다. 빨리 복귀해서 팀에 보탬이 돼야지 생각했다. 2군에서도 너무 급하게 준비했다. 그러다 이렇게 길어졌다"며 "그동안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서 찾는 데 오래 걸렸다. 몸 상태가 예전 폼이 나올 수 없는 수준인데, 좋았을 때 폼을 자꾸 쫓아가려고 했던 게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2군에서 추가한 투심 패스트볼도 효과를 봤다. 장원준은 "시범경기 후 2군에 내려갔는데 권명철 투수 코치님이 투심을 던져보는 게 어떠냐 하셨다. 나도 예전부터 생각은 했는데, 하지 못하다가 추천을 받은 김에 연습해봤다. 2군 선발로 던질 때 잘 먹히더라. 투심을 던지다 직구를 던지니 타자 타이밍이 늦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130승 소감을 묻자 "홀가분한 것도 있다. 또 최근 몇 년 동안 불펜을 했는데, 마음 한 구석에는 안되면 그만 두더라도 선발로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올해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후회없이 던졌다"라며 "예전에야 선발로 던진 후 다음 기회라는 게 있었다. 이번에는 안 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던졌다. 그래서 좀 떨렸다"고 했다.이제 통산 승수에서 장원준의 위에 있는 배영수 롯데 자이언츠 코치와는 단 1승만 차이 난다.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장원준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승리에 대한 미련은 이제 전혀 없다."잠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5.2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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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스타] "축하한다" 데뷔 첫 승 최지민에게 쏟아진 특별한 물세례

“축하한다.” 데뷔 첫 승 소감을 전하던 최지민(KIA 타이거즈)의 머리 위로 물 세례가 쏟아졌다. 경기 후 라커룸으로 이동하던 정해영이 인터뷰 중이던 최지민의 머리 위로 물을 뿌리면서 그의 데뷔 첫 승을 축하한 것. 한참 머리를 털던 최지민은 “첫 승하고 맞은 거라 기분이 좋다”라며 활짝 웃었다. 최지민은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방문 경기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승리 투수가 됐다. 팀이 1-2로 끌려가던 상황서 등판, 팀의 7득점 대역전으로 맞이한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데뷔 첫 승의 감격을 맛봤다. 최지민은 “잘 막고 내려와서 좋고, 타선이 잘 터져줘서 좋다. 연패 탈출에 도움이 돼서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첫 승 기념구를 챙긴 것에 대해 “(양)현종 선배가 챙기라고 해서 챙겼다. 경기 끝나고 경기 마지막 공을 하나 더 받았다”라며 활짝 웃었다. 지난해 데뷔한 최지민은 2년차에도 씩씩한 투구를 이어나가며 조금씩 중요한 순간에 중용되기 시작했다. 부담은 없을까. 최지민은 “자신 있게 승부하는 게 내 장점이다”라면서 “중요한 순간에 올라가도 부담은 없다. 이 상황만 막자는 생각만 한다”며 씩씩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안 다치고 최대한 1군에 오래 살아남아서 팀에 보탬이 되고싶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 대구=윤승재 기자 2023.05.1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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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현 감독이 밝힌 ‘길복순’의 길고 긴 A to Z [IS인터뷰]

‘길복순’은 올 해 공개된 한국영화 중 단연 최고 화제작이다. 비록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관객수나 매출액 집계는 없지만, 시청시간 만큼은 전세계적으로 압도적이다. 넷플릭스에서 유일하게 공개하는 매주 콘텐츠 시청시간 집계인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길복순’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뒤 2주 연속 비영어권 영화 전세계 1위를 기록했다. 2주차 시청시간은 2571만으로, 영어권 영화들과 비교해도 전세계 2위 기록이다. 변성현 감독과 전화와 만남을 통해 ‘길복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조목조목 짚었다.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전도연을 놓고 어떤 작품을 할까 고민하다가 ‘길복순’을 만들었다던데. 왜 전도연, 왜 킬러 이야기였나.설경구가 영화 ‘생일’ 촬영 현장에 놀러오라고 해서 갔던 적이 있다. 워낙 전도연 팬이었던 터라 가긴 했는데 막상 가서는 촬영장 밖에 있었다. 팬이다보니 가까이 가서 인사하고 그런 것보다는, 왜 그 먼 발치에서 보고 싶다는 그런 마음 있잖나. 결국 그날 설경구가 서프라이즈 술자리를 열어서 전도연과 처음 인사했다. 그 뒤로는 연락을 주고받진 않았다가 ‘생일’ 시사회 때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마침 그날 이선균이 출연한 영화 ‘악질경찰’ 시사회가 있어서 거기를 가야 했다. 꼭 ‘생일’ 보겠다고 답하고 난 뒤, ‘킹메이커’를 찍고 있을 때 전도연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매우 정중하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해서 당연히 찾아 뵀다. 시나리오를 주면서 읽어보고 연출을 검토해 볼 수 있냐고 하더라. 그건 싫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내가 쓴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니깐. 그랬더니 전도연이 “감독님, 나랑 뭐 해 볼 생각 있냐”고 하더라. 솔직히 부담스러웠던 게 없었던 건 아니었다. 전도연이잖나. 너무 잘해야 할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제가 쓰면 아무 것이라도 하실거에요?”라고 했다. 당연히 그건 책을 읽어보고 해야죠,라고 할 줄 알았는데 바로 “그래요”라고 하더라. 그 때부터 전도연을 놓고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전도연과 가장 안 어울릴 것 같은 걸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장르를 액션으로 구상했다. 여러 작품들 속에서 전도연은 항상 희생하거나, 희생 당하거나 그랬는데, 이번에는 그냥 전도연이 나와서 다 죽여버리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길복순’이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전도연을 매우 잘 썼다는 점이었는데. 전도연과 현장에서 매우 치열했다. 전도연이 준비하는 것과 내가 생각한 게 아무래도 다를 수가 있으니깐. 일단 난 첫 테이크는 배우에게 디렉션을 주지 않는다. 배우가 준비해온 걸 본다. 내 생각과 아주 다를 경우 그 때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내가 논리적으로 설명을 잘 못 하니깐, 막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했다. 전도연은 정말 대배우잖나. 내가 막 정신없이 이야기를 하는 걸 듣고는 “알았어요. 해볼게요”라면서 내 의도대로 다 해줬다. 단 한 번도 내 뜻대로 안 해준 적이 없다. 내가 그렇게 어리숙하게 이야기하는 걸 귀엽게 봐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번은 전도연이 CCTV에서 설경구를 보고 뒤도는 장면을 찍는데, 전도연이 어떻게 연기해요,라고 먼저 묻더라. 사실 어떻게 디렉션을 할지 준비를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뒤를 돌 때 얼굴에서 분노와 슬픔과 두려움을 한 번에 표현해달라고 했다. 순서대로가 아니라 한 번에. 그 말을 듣고 전도연이 “그게 뭐야”라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하고 모니터에 앉으면서 속으로 “난 최악의 감독이야”라고 외쳤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연기하더라. 그냥 미쳤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배우다. -전도연과 작업이 사실 쉽지는 않다. 감독들 사이에서는 너무 연기를 잘 하다보니 신을 잡아먹는 평을 듣기도 하고, 그렇게 잡아먹힌 신을 배우 연기가 워낙 좋다보니 감독이 그대로 쓰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가 원래 의도와 다르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런 점에서 ‘길복순’은 전도연의 장점을 극도로 활용했고 그게 이 영화와 아주 잘 맞았는데.사실 엄청 쫄았다. 워낙 전도연이다. 하려면 진짜 내가 잘해야했다. 진짜로 미친듯이 준비해서 현장에 나왔다. ‘길복순’은 전도연이란 배우에게 가장 안 어울리는 게 무엇일까로 출발했다. 그래서 직업을 킬러로 정하고, 그 다음에는 인간 전도연에게 가장 가까울 게 무엇일까를 고민해서 엄마를 떠올렸다. 전도연은 딸에게 굉장히 친구 같은 엄마다. 싸우고 삐치고 어려워하고. 스태프, 배우들과 술자리를 같이 할 때는 완전히 우두머리인데, 딸에게 전화오면 조용히 받고 “나, 집에 가야해”라고 하고 간다. 그 아이러니가 너무 좋고 멋있었다. 그렇게 가장 안 어울리는 것과 가장 어울리는 것을 뼈대로 정하고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킬러들이 회사에 소속돼 있다는 건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런데 대기업 같은 킬러 회사가 있고, 또 그 회사가 정한 규칙이 있고, 그게 이 영화에 주요한 설정으로 사용되는데. 규칙을 깨부수기 위해 규칙을 만들었나.일단 차민규(설경구)가 대표로 있는 킬러회사 MK. ent는 독과점이란 소리까지 듣는 업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킬러회사다. 사실 MK는 한국 엔터산업에 가장 영향력을 끼치는 회사를 떠올리면서 만들었다. 킬러 일도 엔터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이 영화 속 세 가지 규칙은, 규칙을 깨도 아무 일도 벌어지진 않지만 관계 때문에 어그러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서 설정했다. -‘길복순’은 액션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액션이 에스컬레이터처럼 더 강하고 더 화려하게 올라가지 않는다. 예컨대 보통 액션영화는 엔딩에서 액션이 가장 화려한데 비해 ‘길복순’은 그렇지 않은데.내가 ‘길복순’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장면이, 하나는 길복순과 딸 길재영의 대화 장면이고, 하나는 엔딩이다. 딸과 대화 장면은, 난 이 영화가 딸이 엄마한테 문을 열어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길복순이 가장 힘든 하루를 겪은 다음에 딸과 나누는 대화. 그리고 엔딩은 설경구와 전도연이 이연결과 견자단이 아니지 않나. 액션영화지만, 결국은 감정적인 이야기로 풀고 싶었다. -대화 장면에서 딸이 길복순에게 “엄마, 미안해”라고 하자 길복순이 “밥 먹었니”라고 답하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그 장면으로 길복순이 총리후보자 아들을 죽이라는 의뢰를 실패한 선택이 설명되기도 하고.사실 시나리오에는 길복순이 왜 의뢰를 실패하는지 이유를 구구절절 써놨었다. 그러다가 전도연의 표정이면 다 설명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다 빼 버렸다. 왜 엄마가 아무리 화를 내도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면 받아들여주지 않나. 그리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고. -‘길복순’도 색 설계가 두드려진다. 빨간색과 녹색, 파란색, 그리고 빨간 사과를 매우 인상적으로 사용했는데.길복순은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렸기에 녹색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고 생각했다. 자기는 빨간 사람이지만. 그래서 딸을 녹색으로 키우고 싶고 녹색의 공간에서 자라게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했다. 딸과 밥을 먹을 때 스팸보다는 녹색인 시금치를 딸 앞으로 둔다. 집 안의 중정도 녹색이 가득한 공간이고. 그야말로 딸을 녹색으로 칠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딸이 커밍아웃을 하고, 받아들일 때도 녹색의 공간 속에 있다. 설경구가 연기한 차민규는, 파란 색으로 단순하게 설계했다. 차갑고 냉철한. 사과는 선악과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 사과가 세 번 등장한다. 처음 두 번은 딸이 사과를 먹고, 마지막에는 안 먹는다. 딸은 윤리를 아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사과를 먹으면서 공정과 불공정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딸이 마지막에 엄마를 받아들이면서, 선과 악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에, 나는 선악과를 먹지 않는다는 의미를 넣고 싶었다. -동성애 코드와 근친 코드를 넣은 이유는? 세상의 규칙과 금기를 부셔버리고 싶었나.그런 의도는 아니다. 엄마와 딸이 서로에게 비밀이 있길 바랐다. 엄마는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다. 반면 딸의 비밀은 범죄가 아니다. 그럼에도 그런 엄마가 못 받아들일 딸의 비밀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동성애를 생각했다.근친은 처음부터 동생이 오빠를 좋아하는 걸 그런 이유로 생각하지 않았다. 금기를 깨야겠다 그런 건 결코 아니었다. 박찬욱 감독님이 금기를 깨는 게 예술가의 특권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난 그런 거장이 아니다. 그냥 이솜이 맡은 차민희는 오빠를 좋아하는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 왜 커서 아빠랑 결혼할거야,라는 아이처럼. 민규가 민희를 잘 못 키운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상태로 민희는 어른이 돼 버린 것이다. 근친이라면 서로 좋아해야 하는데, 이 관계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솜에게 최대한 아이처럼 웃고, 최대한 아이처럼 감정을 드러내달라고 부탁했다. 내꺼를 빼앗겨서 질투하는 아이 같은. 바나나우유도 원래 없던 설정이었는데, 촬영장에서 이솜에게 마시도록 부탁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시작”이라고 이솜이 외치는 걸 현장에서 “요이, 땅”으로 바꿨다. 그저 아이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민희가 마지막 길복순에게 죽기 전에 가장 환하게 웃길 바랐다. 영정 사진도 가장 웃는 모습이길 바랐다. 그래서 이솜이 활짝 웃었는데 포토샵으로 더 웃는 모습으로 만들었다. 이솜이 흰 옷을 입는 것도 그렇게 순수한 아이 같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길복순’은 못 가져서 빼앗으려는 사람들과 가지고 있는 걸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금기시 되는 걸 건드리겠다는 것보다는 ‘불한당’ ‘킹메이커’ 등 전작들처럼 무너져 내리는 관계를 그리고 싶었다. -이 영화는 전도연과 황정민이 싸우는 장면, 상가식당에서 전도연과 킬러들이 싸우는 장면, 이연과 전도연의 대련 장면, 설경구와 전도연의 엔딩 장면, 설경구의 러시아 바 장면 등 크게 다섯 번의 액션이 있다. 액션 설계는 어떻게 했나. 전도연과 설경구가 이연걸과 견자단이 아닌데 액션을 대부분 직접 소화해야 했다. 액션도 감정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고려했다. 한편으로는 킬러영화들의 법칙을 깨고 싶었다. 주인공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무명의 다수와 싸우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길복순은 꼭 이름이 있는 등장인물들과만 싸우게 했다. 영화의 첫 장면은 한국의 톱 킬러인 길복순과 일본의 톱 야쿠자와 싸우는 것으로 열고자 했다. 사실은 야쿠자 역을 일본 톱배우를 섭외하려 했고, 실제로 진행도 됐다. 그런데 당시 코로나19로 입국하면 2주 격리를 해야 하는데, 며칠 촬영을 위해 일본 톱배우를 그렇게 데리고 올 수는 없었다.고민하고 있는데 전도연이 황정민을 직접 섭외했다. 일본 배우 섭외가 안되면 재일교포로 가려고 시나리오부터 그렇게 써놓기는 했다. 황정민은 원래 관동의 호랑이라는 설정이었는데, 배운 일본어가 관서쪽이라고 해서 관서의 호랑이로 바꿨다. 난 그 장면은 분위기와 무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액션을 화려하게 가는 게 아니라 무드를 화려하게 가자, 그래서 지하철이 지나가는 빛이 마치 필름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거기가 동호대교라는 설정이고. 이 영화는 이렇게 말이 안되는 이야기니, 황당함과 뻔뻔함과 유치함을 시작부터 받아드려 달라는 액션 장면이었다. 전도연과 이연의 액션은 넓게 보여지게 설계했다. 전도연의 의상을 정해놓고 탱고 같은 액션으로 구상했다. 또 둘의 대결이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대전 게임처럼 보이길 바랐다. 둘이 맞붙기 전에 이연이 화장실에서 하는 액션은, 여느 다른 한국영화 액션처럼 보여지길 바랐다. 완전히 다른 액션영화처럼. 그런 액션을 보여주고, 탱고와 대전 게임 같은 액션을 붙여서 이 영화의 액션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상가액션은, 설계부터 미술감독과 촬영감독,무술감독이 많은 회의를 했다. 박스로 일일이 테이블을 만들고 어떻게 동선을 짤지 시뮬레이션을 미리 해봤다. 보통 액션영화에선 직사각형 같은 넓은 공간에서 액션이 펼쳐지는데, ‘길복순’은 한 공간에서 이동하면서 액션이 펼쳐지는 걸 의도했다. 미술감독이 공간을 그런 목적으로 설계했다. 다만 거의 모든 액션을 배우들이 다 소화해야 했고, 내가 컷을 길게 쓰는 편이 아니라 배우들이 너무 고생을 많이 했다. 한 달 정도 그 장면을 찍었는데, 괴로운 것을 배우들에게 시키고 나는 너무 편하게 있나 싶은 생각이 진짜 많이 들었다. 그래서 액션영화는 더 하기 싫어지더라. 전도연은 거의 모든 액션신에서 얼굴이 나오기 때문에 자칫 크게 다칠 수도 있는 두 장면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부 본인이 다 했다. 상가액션에서 배우들의 무기도 캐릭터 별로 다 설계했다. 김기천이 쓰는 채찍 같은 경우, 소품팀이 채찍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차라리 올가미를 쓰자고 하기도 했다. 그래서 만화 보면 채찍을 그렇게 쓰지 않냐며, 우리 영화는 만화 같은 거니 그냥 가자고 했다. 회사가방에서 꺼내는 삼단봉도 그렇고. 길복순과 싸우는 킬러들도 그냥 회사원들이고, 사회생활 하는 사람들인데, 서로 친하다가도 기회를 오면 잡으려 할 것 같았다. 다른 킬러영화들처럼 현상금 때문에 길복순을 죽이려는 게 아니고 승진이나 더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해 죽으려 하는 것이라 설정했다. 그걸 길복순도 이해하고. 그게 사회생활이니깐.킬러들이 자기들끼리 A급, B급, C급 이야기를 하고 미션도 그렇게 나누는 건 스태프들과의 술자리에서 착안했다. 내가 배우들보다 스태프들과 술 먹는 걸 더 좋아하는데, 자기들끼리 “이제 B급이 됐네” “A급이야”라고 이야기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내가 아는 사회생활이 이것 밖에 없기도 했다. -엔딩의 전도연과 설경구 액션에서 눈에 띄는 건 수싸움의 표현인데. 어떻게 찍었나.진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냈다. 훨씬 화려하게 구상했던 것도 있었는데, 그랬다가는 그 액션신 다음의 감정과 안 닿을 것 같아서 뺐다. 일단 그린 스크린을 세우고 로봇암으로 카메라를 고정한 다음 이쪽저쪽에서 다 찍었다. 굉장히 오래 걸렸다. 탁자에서 칼로 베는 게 실제로 해보면 굉장히 어렵다. 나도 해봤는데 잘 안된다. 다행인 것은 ‘길복순’은 액션을 순서대로 찍었는데 전도연이 그 때는 액션의 달인이 됐다. 전도연이 지금 황정민과 첫 장면을 찍으면 진짜 잘할텐데라고 하기도 했다. 설경구가 전도연 다리를 걸어서 넘어뜨리는 장면도 둘이 다 실제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액션에 감정이 담기길 바랐다. 또한 이 엔딩 액션을 놓고 사실 제작진끼리 굉장히 의견이 엇갈렸다. 나도 불안했다. 사람들이 액션영화를 볼 때 마지막 액션을 가장 기대하는 법인데 ‘길복순’은 그렇지 않으니깐. 반원창이 배경에 있으니 다른 액션영화라면 그걸 깨고 나가서 난간에서 싸우고 그럴 테니 우리도 그러자는 의견들도 나왔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면 다른 액션영화들과 똑같으니깐 오히려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수싸움으로 화려한 건 보여주고 실제 액션은 짧게 가는 걸로 정리했다. 원래 시나리오에선 차민규가 길복순 딸에게 전화하면 그걸 길복순이 이어 받는 것도 넣었는데 그렇게 찍지 않았다. 그냥 마지막에 둘이 대화를 오래하게 만들고 싶었다. 왜냐면 설경구에게 그 장면은 멜로신이기도 하니깐. 둘이 치열하고 우아하게 싸우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설경구의 피도 꽃처럼 피어나길, 미술팀에 부탁했다. -러시아 바 액션 장면은 ‘올드보이’ 오마주 같기도 한데.그렇다기보다는 ‘올드보이’가 워낙 클래식이니 이제 그런 장면의 대명사처럼 된 게 아닌가 싶다. 러시아 액션신은 코로나19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원래는 러시아 액션배우들을 데리고 와서 찍고 싶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해서 일반 러시아 사람들을 액션 연습시켜서 찍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며칠 연습하다가 힘들면 도망가기가 일쑤였다. 끝까지 연습해서 찍은 배우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 문제는 전문 액션배우가 아니니깐 액션을 연기가 아니라 진짜처럼 한다는 점이었다. 원래 액션장면을 찍을 때 배우들이 액션배우의 도움을 받기 마련인데, 그 장면에선 설경구가 제일 액션 전문가였다. 러시아 배우들이 진짜로 힘을 쓰니 설경구가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러시아 바 액션도 로봇암을 이용해서 동선을 짜고 찍은 뒤 한 컷 한 컷 붙였다. 러시아 바 액션신은 민규가 복순 때문에 화가 난 상태에서 싸우기에 짐승 같은 거친 것들이 드러나길 바랐다. ‘불한당’에서의 설경구와 ‘길복순’에서의 설경구를 차별화 하기 위해서 준 설정이 안경이다. ‘불한당’에선 평소에는 껄렁 거리다가도 화가 나면 차가워지는데, ‘길복순’에서 설경구는 평소에 안경을 쓰고 있으면 냉정하지만 안경을 벗으면 짐승처럼 분노가 표출되길 바랐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설경구는 모두 길복순 때문에 안경을 벗는다. 길복순 때문에 야수성이 표출된다. 그래서 그 러시아 바 액션은 설경구의 꼬라지가 야수성으로 발현되는 게 목표였다.그 장면에서 싸우기 전에 안경을 벗는 건, 서부극에서 카우보이들이 바에 앉으면 모자를 벗는 것도 연상되길 바랐다.또 그 장면은 보통 바에서 액션 장면이 벌어질 때 일어나는 것들을 다 피하고 싶었다. 보통 바에서 액션을 하면, 주인공이 바 밑으로 숨는다. 그래서 ‘길복순’에선 바 대신 설경구가 난간에 숨는다. 다른 영화라면 바에서 싸우면 벽에 있는 술병들이 다 깨지고, 샹들리에를 꼭 쏴서 떨어뜨리는 데 그걸 피하고 싶었다. 한아름 미술감독이 기껏 만들라고 해서 만들었더니 거기서 안싸운다고 하더라. 아무튼 그런 전형적인 걸 피하다보니 난간에서 싸우고, 난간에서 싸우니 눈이 오게 하자고 해서 눈을 넣었다.-극 중 이름을 그냥 주위에서 착안해서 만드는데. 길복순은 전도연 이모 이름이고, 구교환이 맡은 한희성은 레진코믹스 대표 이름이기도 한데. 일단 길복순의 성인 ‘길’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킬 빌’의 킬에서 따왔다. 어차피 여자킬러 이야기면 ‘킬 빌’을 떠올릴 텐데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원래는 길복순 이름은 길재영이었다. 재영은 전도연 딸 이름이다. 그런데 어느날 전도연 휴대전화에 전화가 왔는데 이름이 뜬 걸 보니 복순 이모더라. 굉장히 세련된 사람과 복순이란 이름을 붙이면 아이러니가 느껴질 것 같더라. 그래서 길복순이 완성됐고, 딸 이름이 길재영이 됐다.한희성은 레진코믹스 대표 이름에서 따온 게 맞다. 자기 이름을 써달라고 하더라. ‘불한당’ 이후에 다시 영화를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글로 먹고 살아야 할 것 같아서 웬툰 스토리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찾아가서 만났다. 그러다가 친해졌다. -딸의 성을 엄마를 따라 길이라고 한 것도 인상 깊은데. 길복순 딸의 아빠가 누구인지는 궁금하지 않더라도, 길복순과 차민규가 과연 과거에 어떤 관계였을까를 영화를 본 관객들이 궁금해 할텐데.일단 딸 성은 모계성을 따르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빠가 누구인지는 이 영화에서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솜 대사에 일부러 “아빠가 누구래?”라는 걸 넣었다.길복순과 차민규가 과연 잠을 잤을까는 내 생각도 있지만 배우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그걸 얼아야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할지 결정할 테니. 일단 난 안 잤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경구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전도연은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했지만 시나리오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둘 사이에 에로스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전도연과 구교환의 베드신은, 여성상위와 함께 전도연 등의 칼자국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게 찍었나. 전도연이 끝나고 구교환에게 돈을 준 이유는. 여성상위도 맞지만, 그보다는 전도연 등근육과 등에 있는 칼자국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자킬러가 모델 같은 사람이 아니라 엄청난 등근육을 갖고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전도연에게 등근육 운동을 부탁했더니 3개월 동안 그 한 장면을 위해 식단조절과 운동을 했더라. 현장에서 처음 그 등근육을 봤는데 무척 놀랐다. 사실 베드신은 대충 찍고 딸의 키스신에 더 공을 들이고 싶었다.전도연이 구교환에게 돈을 준 건, 마카로니 웨스턴에서 카우보이들이 매춘부에게 무심하게 화대를 던지는 걸 반대로 그려보고 싶었다. -김시아가 연기한 길복순의 딸 길재영도 나중에 킬러가 되나.복순은 딸이 자기 피를 많이 물려받아 자신과 비슷한 걸 알지만 애써 모른 척 하고 살았다. 하지만 엄마에게 마음을 연 재영이 마지막에는 엄마처럼 빨간 색 옷을 입고 학교로 간다. 김시아에게 나중에 성인이 되면 ‘길재영’을 한 번 하자고 농담 삼아 이야기했다. 전도연을 조연으로 하고. -변성현 감독을 비주얼리스트라고 칭하는 건, 비주얼이 좋다는 뜻과 동시에 서사보다는 비주얼에 더 강하다는 뜻이기도 한데.일단 난 비주얼리스트가 절대 아니다. 시나리오에 가장 공을 많이 들인다. ‘길복순’도 서사 만드는 게 제일 힘들었다.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서사를 비트는 한편 또 뻔한 걸 즐기게 하고도 싶었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내 영화의 비주얼은 일단 시나리오를 쓰고 난 뒤 그간 계속 작품을 같이 해온 한아름 미술감독에게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그럼 한 미감이 미술이 어느 정도 떠 있길 바라느냐, 땅에 붙어있길 바라느냐고 묻는다. 난 이번에는 ‘불한당’보다 더 가보자고 했다. 황당한 것과 현실적인 걸 섞어보자고 했다. 그래서 첫 장면은 동호대교지만, 평행서울 같은 느낌으로 가자고 했다. 이 영화 속 서울은 서울이되 평행서울 같은 느낌이길 바랐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부터 미술감독이 많이 참여해서 크레딧도 그 순서대로 갔다. 보통 크레딧에는 감독, 촬영감독 순으로 들어가는데 ‘길복순’은 감독, 미술감독 순으로 들어갔다. -딸의 키스 장면은 미성년자들의 연기 장면인 만큼, 넷플릭스 담당자와 변호인들과 같이 배우들의 부모님과 상의를 한 뒤 부모님 입회 하에 찍었다고 하던데.그 장면은 가장 마지막에 찍었다. 스케이트 보드 공간이 전국에서 가장 이질적이어서 결정했는데 허가 받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가장 늦게 찍었다. 배우들이 미성년자들이고 내가 성인 남성이다보니 그 장면을 직접 디렉션하기가 버겁더라. 그래서 전도연을 불러서 그에게 디렉션을 설명해주고, 전도연이 다시 김시아 등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전달해줬다. 전도연이 정말 디렉션을 잘 해줬다. -국무총리 후보자 아들이 입시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고 그 후보자가 아들의 살해를 의뢰한다는 게 영화의 갈등 구조 중 하나인데. 특정 정치인이 연상되기도 하는데.어느 진영이나 어떤 정치인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냥 딸을 위해 자기 일을 포기하려는 엄마와 자기 일을 위해 아들을 죽이려는 아빠를 대비시키려고 했을 뿐이다. -설경구와 세 번째 작품을 같이 했는데 다음에도 같이 하나.설경구에게도 진짜로 이번만 같이 하고 한 텀 쉬고 다시 하든 하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둘이 그만 같이 해야 한다는 기사를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 다만 다음 영화에 설경구와 같이 하게 되면, 이번에는 절대 슈트를 입히지 않을 것이다. 꼬깃꼬깃하게 구겨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 마치 ‘오아시스’의 설경구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성오가 연기한 신상사는 너무 아쉽게 퇴장하는데. 신상사 스핀오프가 있으면 재밌겠다 싶기도 하고. 아, 그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김성오에게 너무 고맙고 또 미안하다. 김성오는 내가 가장 친한 배우다. 동네형 같은 사람이다. -길복순의 어린 시절, 얼굴이 마치 아수라 같이 그려지는데. 그 아수라 같은 모습이 전도연의 모습과 겹쳐지는데.킬러일 때 전도연은 왼쪽 얼굴을, 엄마일 때 전도연은 오른쪽 얼굴을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아이 일로 전화받을 때는 카메라가 오른쪽 얼굴을 비춘다. 설경구와 떡볶이를 먹을 때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오른쪽으로 받는다. 국무총리 후보 아들을 죽이려 할 때 딸에게 전화가 와서 받을 때 카메라가 이유 없이 돌아서 전도연의 오른쪽 얼굴을 비추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 떡볶이집이 매우 유명한 맛집인 건 알고 있었나.몰랐다. 나중에 알았다. 먹어보지도 못했다. ‘불한당’때는 떡볶이 장면을 찍으면서 먹었는데, ‘길복순’은 그렇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날이 설경구와 전도연 촬영 첫날이라 너무 긴장해서 못 먹었다. -설경구의 젊은 시절을 이재욱이 연기했는데. 도대체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연출부가 이재욱의 클립을 보여줘서 캐스팅할 때는 그가 그렇게 잘 생긴 줄 몰랐다. 그렇게 유명한 배우인지도 몰랐고. 그냥 내가 본 클립에서 제일 연기를 잘했다. 그때가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때라 만나서 오디션을 못 했다. 이재욱으로 결정하고 난 뒤 연락처를 받아서 설경구가 이 영화에서 어떻게 연기했는지 영상을 보내줬다. 그랬더니 외모를 흉내낼 수는 없었는지 목소리를 닮도록 준비해 왔더라. -‘길복순’은 음악이 전작들과 달리 혼종 느낌인데.다른 작품들처럼 김홍집 음악감독에게 음악을 부탁드렸는데, 이번에는 짬뽕이었으면 했다. 테크노도 나오고 족보에 없는 듯한 음악. 언제나 그렇듯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주셨다.-왜 ‘길복순’은 넷플릭스 영화로 만들었나. 이 내용으로 다른 투자사에서 150억원을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나.처음에는 반대했는데, 내 기준으로 대한민국 1등 배우들을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에 소개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투자가 안될 것이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넷플릭스가 아니었으면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차기작은.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 써놓은 것도, 준비해놓은 것도 없다. -변성현은 성공한 덕후이자, 빻은 취향을 극대화시킬 줄 아는 장인이라는 평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래서 마니아팬들이 많은 것 같기도 한데.빻은 취향이란 게 무슨 말인지를 잘 모르겠다. 빻았다는 건 안 좋다는 뜻인가? 전형화 기자 brofire@edaily.co.kr 2023.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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