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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회 백상상영제·1987①] 혼돈의 김태리 실존인물, 장준환 감독 본인이었다
'1987' 속 사회적 혼란을 느끼는 연희의 실존 모델은 바로 장준환 감독 본인이었다.21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 더 부티크 104호에서는 제54회 백상예술대상 '백상후보작상영제(GV)-1987' 편이 진행됐다. 영화관을 빼곡히 채운 80여 명의 관객들은 영화를 관람한 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영화에 대한 심도깊은 이야기를 나눴다.'1987'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하려는 정치권력에 맞서 신념을 걸고 정의를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12월 27일 개봉해 2018년 영화계 포문을 열었고, 723만 관객의 선택을 받으며 '역사에 남을 영화'라는 평가로 기록됐다.이 같은 호평을 증명하듯 '1987'은 올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장준환), 남자최우수연기상(김윤석), 남자조연상(박희순), 시나리오상(김경찬), 예술상(촬영·김우형)까지 총 6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 됐다.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관객들은 수준 높으면서도 디테일한 질문으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또 1987년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91년생 관객도 참석,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 본 '1987'에 대한 생각을 전해 시선을 끌었다.그만큼 '1987'은 남녀노소, 세대불문. 영화를 관람한 모든 관객들에게 관객 개개인이 느낄 수 있는 천차만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장준환 감독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혼란스러움을 캐릭터에 투영시켰고, 친딸을 출연시키면서 다음 세대를 위한 간절한 메시지도 담아냈다. 관객의 선택에는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다.한편 올해로 3년째를 맞은 '백상후보작상영제'는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전 치러지는 시그니처 이벤트다.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GV)로 진행되며, 올해는 제54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된 '박열(이준익 감독·20일)', '택시운전사(장훈 감독·21일)', '1987(장준환 감독·21일)', '남한산성(황동혁 감독·22일)', '신과 함께-죄와 벌(김용화 감독·22일)' 등 다섯 편의 영화와 감독 및 후보 배우들이 함께 한다.54회 백상예술대상은 5월 3일 오후 9시30분 서울 코엑스 D홀에서 개최된다. JTBC PLUS 일간스포츠가 주최하고 JTBC와 JTBC2·JTBC4에서 생방송된다. - '백상후보작상영제' 공식 질문이다. 어떤 상이 가장 받고 싶은가. '1987'은 무려 6개부문 후보에 올랐는데 전관왕은 어떤까."욕심을 내자면 그렇게 낼 수 있겠지만.(웃음) 김윤석 선배님의 연기는 경쟁 후보들이 굉장히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말 어디 가서든 자랑할 수 있다. 윤석 선배님이 '꼬옥' 상을 받게 되길 내심 응원하고 있다."- '1987'은 연결고리 하나만 잘못돼도 '지금의 사회를 맞이하지 못했겠다' 싶을 정도로 긴박감이 대단하다. 또 개개인의 시민정신. 소신. 자존심. 똘끼 같은 것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시켜 준다."이 영화를 처음 만들기로 결심하면서부터 제일 좋았던 부분이, 작은 계란들이 계속 바위를 쳐가면서 결국 온 국민이, 온 시민이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꿔 나갈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팩트이기도 하고. 나에게는 큰 도전 의식을 갖게 만들었다."- 안타고니스트를 중심 축에 두고 선한 사람들이 계속 등장한다."보통의 많은 영화들, 소설들이 갖고 있는 구조와는 다르다.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한·두명의 주인공을 따라가다 결국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과는 다르지 않나 싶다. '1987'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역사를 바꾼 것은 광장에 나온 시민들이다.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상세하게 조각해 관객분들을 따라 올 수 있게 만들까, 즐길 수 있게 만들까, 이 무서운 사람을(웃음) 처단할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을 같이 갖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헀다." - 난 91년생 관객이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내가 겪지 못한 사회를 바라보는데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결국 볼 수 없었고 고민을 많이 하다 오늘 처음 보게 됐다. 그저 영화로만 그 시대를 체험한 나도 많은 복합적인 생각이 드는데, 직점 경험했을 감독님의 1987년은 어땠는지 궁금하다."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 사실 저러한 문제의식 같은 것을 치열하게 갖고 있지는 못했다. 대학생 형, 누나들을 보면서 '왜 대학교까지 가서 왜 저렇게 싸울까?'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분명히 뭔가 있으니까 싸우겠지?' 싶었다.그러다 고3 때 우연히 어떤 성당에서 비디오를 보여준다고 해 갔다가 극중 나오는 연희처럼 5.18 광주 비디오를 봤다.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 공포스러웠다. '우리나라 안에서 일어난 일이라는데 진짜 저런 일이 있었다고?'라는 생각에 잘 믿기지도 않았다. 그 비디오가 끝나고 밖으로 나가는데, 공포의 현장으로 나가는 것 아닌가. 그래서 진짜 무서웠다.때문에 1987년을 제대로 겪은 세대는 아니다. 그리고 결국 반쪽 승리로 끝나지 않았나. 저 해에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 됐으니까. 그런 복잡한 상황이었고, 내가 89년도에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까지 학생운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었다.하지만 앞장서 싸우지는 못했다. 우리학교에도 운동 중 돌아가신 열사님이 계서서 그분 관련된 시위만 몇 차례 나가고, 난 내 안에 갖고 있는. 좀 닭살스럽지만 실존적인 질문들? 그런 것들에 대해 더 파고들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실질적으로 이 사회에 살면서 사회를 위해, 나를 위해 적극적으로 싸우지 못했던 점에 대한 부채감 같은 것이 남아 있었다. 그것이 '1987'을 선택하게 된 동기 중 하나인 것 같기도 하다.또 아이도 낳고, 키우고 하다 보니까. 이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줘야 할까. 좀 더 현실적으로 고민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지구를 지켜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굉장히 의외의 장준환이 역사물을? 실화 바탕으로? 그런 생각들을 하신 것 같은데. 고민의 맥락은 같지만 조금씩 발전해간 작품인 것 같다.">> ②에서 계속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사진= 박찬우 기자
2018.04.22 1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