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김선우의 써니볼]메이저리그는 맹수와 맹수의 싸움, 박병호도 맹수다
박병호(미네소타)의 홈런 페이스가 심상치 않다.박병호는 20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깃필드에서 열린 밀워키전에서 6번 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4타수 2안타·1타점·1득점. 타점과 득점은 시즌 2호이자, 전날에 이은 2경기 연속 홈런에서 나왔다.박병호는 2-5로 뒤진 8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상대 오른손 불펜 투수 타일러 손버그의 시속 126㎞짜리 초구 커브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타깃필드 2층 관중석에 떨어진 비거리 126m짜리 대형 아치였다. 쾌조의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박병호는 12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10.75타수마다 홈런을 생산하고 있는데, 리그에서 6번째로 빠른 속도다. 기록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레퍼런스는 박병호의 올 시즌 예상 타수를 574개로 보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53홈런을 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역대 아시아 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은 마쓰이 히데키가 지난 2004년 기록한 31개다.김선우 본지 해설위원이 박병호의 홈런 페이스에 대해 말했다.- 박병호가 초구 커브를 받아쳤다. 상대 볼배합을 예측했을까."첫 타석에서 슬라이더를 받아쳐 안타를 때렸다. 세 번째 타석에서 파울팁 삼진을 당한 구종 역시 슬라이더였다. 볼 배합 예측보다는 변화구 타이밍에서 스윙을 한 것이 홈런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삼진을 당할 때 상대의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에 많이 당했다. 이를 대처하기 위한 것 같다. 전날 홈런 상황을 복기해보면, 볼카운트 1-3에서 상대 투수의 145㎞짜리 바깥쪽 직구를 힘들이지 않고 밀어쳐서 담장을 넘겼다. 기본적으로 변화구 타이밍에 스윙을 했는데, 직구가 걸렸고, 힘으로 이겨내 밀어버렸다.오늘 홈런에서 미국과 한국 투수들의 성향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미국 투수들은 초구에 변화구를 선택해도 스트라이크존에 꽂아넣으려 한다. 반면 국내 투수들은 초구 변화구를 코너에 넣거나, 떨어뜨려서 헛스윙을 유도하려고 한다.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는 미국 투수들의 성향이 박병호와 맞아 떨어진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공을 치겠지만,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오는 공도 놓치지 않고 있다." - 투수가 초구로 커브를 선택해 스트라이크존으로 넣는다는 건 자신감의 의미인가."메이저리그 투수하면 기본적으로 자신의 공에 자신감이 있다. 손버그도 커브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들어갔다. 박병호에게 맞긴 했지만, 손버그의 초구 커브 궤적은 매우 좋았다. LA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보자. 초구에 낙차 큰 커브를 던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잘 치는 타자라고 해서 볼로 유인하지 않는다. 결정구라고 믿는 공은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던져서 범타나 삼진을 노린다."- 박병호가 벌써 홈런을 4개 쳤다."메이저리그 탑클래스 수준이라 해도 무방하다. 팀 동료 브라이언 도저는 지난해 홈런 28개를 친 선수다. 그런데 박병호의 홈런 타구를 보고 놀라는 듯 했다. '와우'라는 감탄사가 미네소타 더그아웃 이곳 저곳에서 들리더라. 미국 선수들은 힘에 대해 자존감, 자신감이 있다. 힘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동양 선수가 더 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놀랄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 현역 시절 박병호를 상대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한 문장으로 '던질 곳이 없는 타자'라고 할까. 몸쪽이 약하다는 전력 분석 리포트를 받고, 몸쪽 승부를 했다. 그런데 팔을 몸에 바짝 붙이는 스윙으로 몸쪽 공을 치더라. 자기 만의 탈출구를 찾는 노하우가 있다. 박병호가 개막전 이후 삼진을 많이 당했다. 하지만 박병호를 상대해 본 나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홈런 숫자가 상당할 것 같은데."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격적인 성향이 박병호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던지는 투수라면 타자를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메이저리그에는 그런 기질의 투수가 많다. 박병호의 페이스가 좋다고 하지만, 상대한다면 붙어보고 싶을 것이다. 초구부터 승부를 걸면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으려 할 것이다. 박병호의 힘과 페이스는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 스윙을 자신있게 하는 모습이 보인다. 홈런이 많이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 마쓰이의 아시아 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까."아직 4월 중순이다. 섣불리 예상할 수 없지만,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마쓰이는 통상적인 일본 타자들과 성향이 달랐다. 일본 타자들은 정교하게 치고, 어떻게든 맞히려고 노력한다. 몸에서 끄집어내는 스윙으로 공을 맞히는 느낌이랄까. 반면 박병호와 추신수·강정호·이대호 등 우리 타자들은 힘을 바탕으로 스윙 스팟을 앞에 두고 친다. 투수 입장에서 장단점이 있다. 일본 타자들을 만나면 장타에 대한 걱정은 적지만, 투구 수가 늘어나게 된다."- 메이저리그 투수 김선우는 어떤 스타일이었나."붙으려는 투수가 있고, 반대로 제구력으로 타이밍을 뺏는 투수가 있다. 나는 전자 쪽이었다. 계속 붙어보는 스타일이었다. 승부를 피하는 걸 싫어했다. 현역 시절 배리 본즈에게 홈런 2개를 맞았다. 세계 최고의 홈런 타자로 불렸지만, 나는 그냥 붙을 뿐이었다. 95마일짜리 투심을 던져 홈런을 맞았고, 다음 승부에서는 커브로 홈런을 내줬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홈런을 치든 말든 내 스타일대로 붙어보고 싶었다. 메이저리그 투수 대다수의 생각이 그렇다. 박병호는 그런 성향을 벌써 파악하고, 공략하는 것 같다. 지금 박병호의 경기를 보면 야생에서 맹수와 맹수가 맞붙는 상황이 연상된다. 매우 흥미롭다." 정리=유병민 기자
2016.04.2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