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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

파리 올림픽, 왜 가장 더울 때 열리나?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2024 파리 올림픽이 7월 26일에 시작해 8월 11일까지 열린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여러 문제점이 지속해서 부각되고 있다. 치안, 사이버 범죄, 센강 수질 논란, 파리 시민들의 올림픽 반대 운동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중 특히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폭염이다. 개최 시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파리 올림픽은 1년 중 가장 더운 시기에 열리기 때문이다.3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도 7월 23일~8월 8일 개최됐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더웠던 도쿄 대회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마라톤과 경보를 도쿄에서 북쪽으로 1000㎞ 이상 떨어진 삿포로에서 열었다. 여자 마라톤은 아침 6시에 시작했지만,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할 무렵에는 이미 기온이 섭씨 30도에 이르렀다. 살인적인 레이스 끝에 완주한 선수 중 일부는 실신해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떠났다.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드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1988 서울 올림픽은 한여름이 아닌 가을(9월 17일~10월 2일)에 열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964 도쿄 올림픽은 언제 개최됐을까? 역시 가을(10월 10일~10월 24일)이다. 더위를 피해 서울, 도쿄 올림픽만 가을에 개최된 것은 아니다. 1968 멕시코시티 올림픽도 10월에 열렸다. 유럽에서 개최했던 1960 로마와 1972 뮌헨 대회도 8월 말 개막해 9월 11일 폐막했다.문제는 현재 지구는 계속 더워지고 있고, 폭염일수는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2004 아테네 대회부터 하계 올림픽은 언제나 7~8월에 열리고 있다. 왜 하계올림픽은 가장 더운 시기에 계속 열리고 있을까? 일본 경제신문 닛케이는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 193개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기후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그 결과 2050년 8월에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 정도로 덥지 않은 도시는 63%가 감소한 71개에 불과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남북 화해의 상징으로 종종 거론되는 서울-평양 올림픽도 2050년이 되면 더위 때문에 8월 개최가 불가능하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여름에도 날씨가 서늘한 도시에서만 하계올림픽을 열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올림픽 유치한 가능한 이러한 도시는 대부분 선진국에 몰려 있고, 이들은 더 이상 올림픽 같은 메가 스포츠 이벤트 개최에 관심이 없다. 개최 도시나 국가는 언제나 기존 시설을 최대한 이용해 비용을 줄인다고 공언하지만, 결국 막대한 재정적 부담만 떠안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아울러 환경파괴, 물가 상승, 혼잡, 테러 위협, ‘화이트 엘리펀트(white elephant, 올림픽을 위해 막대한 비용이 투자된 경기장 등이 대회 이후 쓸모가 없어진 경우)’ 등의 이유로 선진국의 많은 국민은 올림픽 유치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2024 하계올림픽의 경우 개최에 관심을 표시한 도시는 원래 6개(파리·함부르크·보스턴·부다페스트·로마·LA)였다. 보스턴의 경우 LA·샌프란시스코·워싱턴 DC를 제치고 미국의 공식 유치 도시로 선정됐으나, 보스턴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유치를 포기했다. 독일의 함부르크도 주민 투표를 실시한 후 유치 신청을 철회했다. 이탈리아의 로마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도 각각 재정난과 시민들의 반대로 올림픽 유치를 포기했다. 이렇게 여러 도시가 연달아 철수한 끝에 2017년 파리와 LA가 각각 2024년과 202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사실상 파리와 LA는 경쟁 없이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따라서 지구온난화에 맞춘 논리적인 해결책은 올림픽 개최 시기를 시원한 계절인 가을로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개최 시기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 IOC에 가을 올림픽은 탐탁지 않다. 바로 중요한 돈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IOC 총수입의 3분의 1 이상이 세계 최대 스포츠 시장인 미국의 방송중계권 계약에서 나온다. 미국 TV 시장의 전통적인 ‘빅 3’ 채널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NBC는 1988 서울 올림픽부터 하계올림픽을 미국 내에서 독점 중계하고 있다. 또한 NBC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동계올림픽 중계권도 확보했다.2011년 NBC는 디즈니의 ESPN/ABC, 뉴스 코퍼레이션의 폭스 스포츠와 입찰 전쟁 끝에 2014 소치 대회부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미국 내 중계권을 따냈다. 이렇게 4개의 올림픽을 중계하기 위해 NBC가 IOC에 지불한 액수는 43억 8000만 달러(6조 730억원)였다.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중요시하는 IOC는 2014년 중계권을 입찰에 부치는 대신, NBC에 조용히 접근해 계약을 연장했다. NBC가 2022 베이징 대회부터 2032 브리즈번 올림픽까지 6번의 올림픽을 중계하기 위해 지불한 액수는 무려 77억 5000만 달러(10조 7500억원)에 이른다.이렇게 IOC의 든든한 자금줄이 됐고,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한 NBC는 7~8월에 하계 올림픽이 개최되기를 강력히 원한다. 미국 국내 스포츠계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한여름에 올림픽이 열리면 더 많은 시청자와 광고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계올림픽이 9~10월에 열리면 미국 시장에서 올림픽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식축구(NFL)의 정규시즌 시작과 메이저리그 야구(MLB)의 포스트시즌과 시기가 겹치기 때문이다. 더불어 유럽 축구 시즌과도 기간 충돌이 불가피하다.NBC뿐만이 아니라 개최국의 올림픽 조직위원회도 7~8월을 선호할 이유가 있다고 한다. 여름에 대회가 열리면 방학, 휴가 등을 통해 자원봉사자 모집이 더 쉬워져 비용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지구가 앞으로 더 더워진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팩트다. 선수의 안전과 상업주의 중 IOC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4.07.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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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쿄올림픽 불참 결정…남북 스포츠외교 확장 통로도 막혔다

북한이 도쿄 올림픽에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서 선수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6일 조선체육성 홈페이지에 “북한올림픽위원회는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32차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올렸다. 이러한 결정은 지난달 25일 화상으로 열린 북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나왔다고 덧붙였다. 도쿄 올림픽은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1년 연기됐고, 오는 7월 23일 개막 예정이다. 북한이 하계 올림픽에 불참하는 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번 올림픽 불참은 특별한 신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북한이 올림픽에 불참하는 이유는 북한의 열악한 공공의료 및 보건 상황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영국 ‘가디언’은 북한의 보건 체계가 매우 노쇠화되어 있어 코로나19에 취약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현실이 올림픽 불참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해석했다. 이미 국경을 봉쇄하고 북한 내 이동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모를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2000명대에 진입했고, 특히 확진자 증가세가 가파른 오사카의 경우 성화 봉송 릴레이 일정을 중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또 한 가지, 북한의 올림픽 불참은 한국 등 다른 나라와 공식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막아버리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이 만났고, 이는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며 “한국은 도쿄올림픽을 통해 북한과 접촉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AFP통신은 “북한의 올림픽 불참 발표는 교착 상태에 빠진 남북대화를 재개하려는 한국의 기대를 사라지게 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으로 남북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추진은 모두 무산됐다. 또한 도쿄올림픽에서 북측을 만나 향후 계획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면서 2032년 서울-평양 하계올림픽 유치에 도전하려던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2월에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 우선 협상지로 호주 브리즈번을 선정한 바 있다. 이미 유치 성공 가능성이 매우 작아진 상황이지만, 향후 남북이 평화 무드에서 대화를 발전시킨다면 공동 유치 희망을 키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마저 매우 어려워졌다. 이은경 기자 2021.04.0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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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태권도, 로잔서 '올림픽 태권도 25주년' 기념 합동공연

한국 중심으로 발전한 세계태권도연맹(WT)과 북한 주도로 성장한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 시범단이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25주년 기념하기 위해 11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 올림픽 박물관에서 합동 공연을 펼쳤다. 이날 행사에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내외를 비롯해 프란체스코 리치 비 하계올림픽종목연합(ASOIF) 회장, 네나드 랄로비치 IOC 집행위원 겸 국제레슬링연맹 회장 등 국제 스포츠계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이번 합동 유럽 공연은 지난해 10월 WT 시범단과 함께 평양을 방문한 조정원 총재가 리용선 ITF 총재에게 제안하면서 이뤄졌고, IOC위원장의 적극적의 후원 속에 행사 일정이 조율됐다. 비엔나와 로잔 공연에 이어 12일에는 제네바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UN 제네바 본부에서 WT-ITF 대망의 유럽합동공연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먼저 공연을 시작한 ITF 시범단은 절도 있는 동작을 앞세운 기술 격파와 위력격파 위주로 약 30분간 시범을 보였다. 이어 등장한 WT 시범단은 경쾌하면서도 웅장한 음악에 맞춰 화려한 발동작과 예술적 요소를 가미한 공연을 펼쳤다. 마지막에는 WT와 ITF 시범단이 함께 무대에 함께 올라 약 10분에 걸쳐 조화로운 공연을 선보이며 마무리했다. 시종일관 숨일 죽인 채 공연을 지켜본 100여 명의 관객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조정원 WT 총재는 "25년 전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태권도는 변화되기 보다는 스스로 변화하는 길을 택했고, 올림픽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힘써 왔다. 세계태권도연맹은 굿 거버넌스, 양성평등과 선수중심 정책을 중심으로, 스포츠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용선 ITF 총재는 "오늘의 합동 시범은 역사에 길이 남게 될 것이다. 태권도의 심오한 철학을 바탕으로 국제태권도연맹은 인류사회에의 공헌에 힘쓰고 올림픽 가치에 합당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라고 전했다.피주영 기자 2019.04.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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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2032 하계올림픽 공동 개최 추진 합의

남북 정상이 2032 하계올림픽 공동 개최를 추진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현실로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개 항목 14개 세부 내용으로 이뤄진 '9월 평양공동선언'을 19일 발표했다.평창겨울올림픽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급물살을 탄 남북 체육 관련 항목은 4항에 집중됐다.남북 정상은 '남과 북은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우리 민족의 기개를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고 강조한 뒤 세부 실행 계획 중 하나로 '남과 북은 2020 하계올림픽을 비롯한 국제 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 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서명했다.2020 도쿄올림픽을 비롯해 여러 종목별 국제 대회와 국제 종합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을 계속 결성하고 남북 공동 개최 카드로 2032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우리 정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2032 하계올림픽의 남북 공동 개최 구상을 밝혔다.도 장관은 지난 12일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체육장관 회담을 마치고 한국 특파원단과 한 간담회에서 한반도 평화 체제 발전을 위해 서울과 평양에서 올림픽을 분산해 개최하는 방안을 북한에 제안하겠다고 소개했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 때 도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북 측에 타진했고, 남북 정상은 평양공동선언문에서 올림픽 공동 개최 유치에 나서기로 전격 합의했다.평화와 번영을 향한 평양 공동 선언의 후속 조처로 남북 체육회담이 정례화하고, 체육 교류가 활발해지면 남북은 먼저 2020 도쿄올림픽 단일팀을 확대하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남북이 공동 개최를 목표로 2032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든다면 일대 사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분단 국가인 남북이 올림픽을 공동 개최한다면 스포츠를 통한 평화 증진이라는 올림픽 이념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전폭적인 지지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림픽의 매력이 크게 반감된 상황이라 IOC는 더욱 적극적으로 남북 공동 개최를 지원할 수도 있다. 최용재 기자 2018.09.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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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평창 최고 스타 ’통가 근육남’ "1등만 기억하는 세상? 내가 걸어온 길이 곧 올림픽 정신"

"평창에서 열리는 올림픽인데, 아직 한국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는 없었던 것 같네요. 그래서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남태평양의 통가 국가대표 선수 피타 타우파토푸아(35)의 목소리는 반쯤 쉬어 있었다. 올림픽 기간 내내 이어진 인터뷰 강행군의 후유증이다. 바쁜 일정 탓에 이날도 약속 시간보다 1시간 늦게 도착했다. "CNN·BBC·월스트리트 저널·워싱턴 포스트·LA타임스 등 제가 직접 만난 곳만 해도 100곳이 넘는 것 같아요. 하루에 3~4개 언론사를 만나 평균 6시간을 인터뷰에 응했거든요. 말을 오래하다보니 식사 시간만 기다리게 됩니다. 특히 한식을 먹을 땐 ’힐링’이 되거든요." 191cm(95kg)의 큰 덩치를 테이블 앞에 구겨 넣는 동시에 서투른 젓가락질로 김치를 한 점 집어먹었다."음, 이 맛이에요.(웃음)" 목소리는 갈라졌어도, 서글서글한 미소는 잃지 않았다. 일간스포츠는 지난 23일 강릉 포남동의 한 식당에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최고의 화제 스타’ 타우파토푸아를 만났다. 타우파토푸아가 단독인터뷰에 응한 국내 매체는 일간스포츠가 유일하다. 통가 유일의 참가자이자 기수로 나선 그를 두고 외신은 ’올림픽 아이콘’이라고 부른다. 영하 8도였던 지난 9일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웃통은 벗고 통가 전통 하의 ’투페누’만 두르고 등장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개·폐회식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구릿빛 근육질 몸매를 자랑했다. 추울 날씨에 잔뜩 몸을 움츠렸던 관중석도 ’상남자’가 지나치던 만큼은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야성미 넘치는 그의 모습에 전 세계도 홀딱 반했다. "깃발을 들고 트랙을 돌 땐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는 감격 때문에 추운 줄도 몰랐어요. 트랙을 다 돌고 자켓을 걸치니, 그제서야 오한이 몰려오더라고요. 어휴, 평창 추위 장난 아니더라고요.(웃음)" 그는 25일 폐회식에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호명한 ’평창올림픽을 빛낸 선수 8인’에 선정됐다.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한국), ’빙속 여제’ 고다이라 나오(스피드스케이팅) 등 세계적인 선수들과 나란히 무대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타우파토푸아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태권도와 스키 종목에 모두 출전하는 선수다. 리우올림픽 남자 태권도 80kg급에 나섰던 그는 지난해 1월 돌연 ’평창에 도전하겠다’며 무작정 독일로 날아가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입문했다. 그는 "크로스컨트리가 겨울스포츠에서 가장 어려운 종목이라고 들었다. 가장 어려운 일이었기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번도 스키를 타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10세 이하 어린이들과 함께 스키의 기본을 배웠다. 한 달여 만에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 세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했다. 비록 예선 탈락했지만, 156명 153위로 완주에 성공했다. 자비로 충당해온 훈련비가 부족해 독일인 토마스 야콥 코치 집에서 얹혀 살았다. 전지훈련과 대회 출전을 하느라 3만 달러(약 3200만원)의 빚을 메우기 위해 인터넷에서 모금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터키·폴란드·아이슬란드·아르메니아·체코·독일·오스트리아 등 올림픽 출전과 가까워질 수 있다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대회를 출전했어요. 돈이 없어서 편도 항공권을 구입해 시합부터 출전하고 본 적도 많았어요. 뒷일은 생각 안 했죠.(웃음) 그런데 신기한 건 그때마다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다는 점이죠. 스포츠는 참 놀라운 것 같아요." 지난해 여름 비시즌 기간 롤러스케이트 바퀴를 단 스키를 타고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며 훈련했다. 해변 모래사장을 뛰며 체력과 균형 감각을 키웠고, 100kg가 넘던 체중도 10kg 이상 줄였다. "통가는 눈이 없는 나라잖아요. 당연히 겨울스포츠라는 것이 존재하는 줄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에요. 태권도 선수 출신이었던 저는 모든 것을 뛰어넘고 바꿔야 했죠." 올림픽을 약 3주 앞두고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대회에서 6위를 하며 평창행 티켓을 딸 수 있었다. "처음 밝히는 일인데, 평창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날, 입고 있던 옷을 집어던지고, 건물 옥상으로 뛰어올라가 엉엉 울었어요. 덩치 큰 사람이 달밤에 흐느끼는 모습이 웃길 수도 있겠죠. 하지만 누가 뭐래도 저에겐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었어요."우여곡절 끝에 밟은 평창올림픽 크로스컨트리 15km 성적은 참가 선수 116명 중 113위. 타우파토푸아에게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결승선을 통과하던 순간 ’해냈다’는 안도감에 기뻤습니다. 세상은 1등에게 집중한다. 올림픽 같은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을 가리켜 ’패배자’ ’들러리’ ’올림픽 관광객’이라고 하죠. 그동안 사람들은 저를 보면 ’온몸에 기름칠 한 근육남’ ’참 멋진 몸을 가졌다’ 정도의 생각을 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 만큼이나 많은 박수와 언론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메달을 따지 않아도 감동을 줄 수 있고, 인정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제가 평창을 땅을 밟기까지 피나는 노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올림픽 정신’ 아닐까요." 이날 동석한 멕시코 국가대표 헤르만 마드라소(44)도 한마디 거들었다. 타우파토푸아와 함께 올림픽을 준비했다는 마드라소는 크로스컨트리 15km 완주자 중 꼴찌로 들어와 외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마드라소는 "크로스컨트리에서 우리는 느림보 중에서도 느림보"라면서도 "느리게 갈지언정 그 누구보다 멀리, 쉬지 않고 뛸 거예요"라고 자신했다. 타우파토푸아는 "마드라소와 저는 배틀버디(전우)나 마찬가지"라면서 "결승선에서 ’다음 전투를 위해 반드시 살아남자(live to fight another day)’라고 말하는 마드라소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싸울 것(we’ll fight ’till the end)’이라고 답했죠"라며 껄껄 웃었다. 이들은 "우리는 ’무’에서 시작했다. 우리에겐 결승선 통과가 곧 승리"라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never give up)’"이라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번 대회 인상적인 선수를 묻는 질문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한국 여자 컬링"을 꼽았다. 타우파토푸아는 "자원봉사들에게 ’영미’라는 이름을 하도 많이 들어서 가끔은 ’아는 사람인가’ 하는 착각이 들어요.(웃음) 또 단일팀에 대해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면서 "녹록하지 않은 환경에서 승패와 관계없이 땀방을 흘리는 선수들은 모두 박수를 받아야 합니다. 선수로서, 또 인간적으로 존경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에 100점 만점 중 100점을 줬다. 타우파토푸아는 "제가 만난 한국인은 모두 과할 정도 친전했고, 따뜻한 마음을 베풀었어요. 서울에서 보고 느낀 한국과 똑같았어요"라면서 "뷰티풀 평창, 원더풀 코리아"라고 했다.그는 일부 여성 팬으로부터는 ’결혼하자’는 프러포즈 러시에 시달렸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엔 청혼 메시지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상형에 대해 묻자, 그는 멋쩍게 웃으며 "우선 스포츠를 사랑하는 여성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생각해보니 지금은 스포츠와 결혼한 상태라, 당분간은 결혼이 어렵겠어요. 앞으로도 전 세계를 누빌텐데, 저를 기다려줄 여자가 있을까요"라고 농담했다.타우파토푸아는 최근 2020 도쿄 하계올림픽 출전을 선언했다. ’올림픽 메달을 따면 도전은 끝나냐’고 물었다. 대답은 ’노(no)’였다. "올림픽 출전은 제가 12살 때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마음 속에 품어온 꿈입니다. 수백번 쓰러지고, 뼈가 부러져도 그 꿈은 계속 꿈틀댔죠. 힘이 닿는 한 스포츠와 씨름하고, 즐기고 싶어요. 훗날엔 통가 스포츠 유망주들을 위한 훈련센터도 짓고 싶고요. 분명한 건 제가 달리고 싸우는 모습을 계속 보시게 될 거라는 거죠." 인터뷰 말미에 그는 두리번거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도전과 별개로 올림픽 메달은 무지 따 보고 싶네요. 부러워 죽겠어요."강릉=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P, TD, UL, OL, LI { FONT-FAMILY:굴림; FONT-SIZE:12pt;} P {MARGIN-TOP: 1px; MARGIN-BOTTOM: 1px;} BLOCKQUOTE {MARGIN-TOP: 1px; MARGIN-BOTTOM: 1px;} 2018.02.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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