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차준환, 한국 남자 피겨 올림픽 첫 '톱5'...새 역사 썼다
차준환(21)이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새 역사를 썼다.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톱5'에 진입했다. 차준환은 10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3.59점, 예술점수(PSC) 90.28점, 감점 1점으로 182.87점을 받았다. 2020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종전 개인 프리스케이팅 최고점(175.06)을 넘어섰다. 8일 열린 베이징 대회 쇼트프로그램 점수(99.51점)와 합쳐 총점 282.38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4대륙선수권에서 세운 개인 종전 총점 최고점(273.22점)에서 9.16점 더 끌어올렸다. 최종 순위는 5위.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종전 한국 남자 피겨 종전 최고 순위(15위)도 다시 썼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피겨에서 5위 이내에 이름을 올린 건 '피겨 여왕' 김연아 이후 처음이다. 차준환은 대회 전 "목표는 내 기록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전담 코치 브라이언 오서는 "차준환은 충분히 6위 안에 들 수 있다"라고 장담했다. 선수와 지도자의 말이 모두 이뤄졌다. 차준환은 출전 선수 24명 중 21번째로 은반에 등장했다. 올 시즌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곡인 '투란도트'에 맞춰 연기했다. 시작은 흔들렸다. 힘차게 도약해 첫 과제인 4회전 점프, 쿼드러플 토루프를 시도했지만, 착지에 실패하며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바로 일어나 연기를 이어갔고, 장기인 쿼드러플 살코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플라잉 카멜 스핀과 스텝 시퀀스도 완성도가 높았다. 후반부에도 트리플 악셀, 트리플 러츠, 싱글 오일러-트리플 살코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해냈다. 실수 없이 남은 구성요소들을 풀어냈다. 연기를 마친 차준환은 아쉬움과 후련한 마음이 우러나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차준환은 "첫 점프에서 너무 세게 넘어져서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남은 요소들을 깨끗하게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고, 바로 정상 라인으로 돌아온 것 같다"라며 첫 점프 실수 후 멘털을 다잡은 과정을 전했다. 이어 "개인 최고점 경신이라는 목표를 이뤘고, 기대 이상으로 톱5까지 올랐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나라는 선수를 조금 더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긴장감과 부담감을 컨트롤하는 방법도 배웠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올림픽을 통해 값진 경험을 했다"라며 웃어 보였다. 8살 때 피겨에 입문한 차준환 2년 만에 3회전 점프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남자 김연아'로 주목받았다. 표현력도 뛰어났다. 아역 배우와 TV 광고 모델로 활동한 덕분이다. 연기를 위해 음악이나 무용을 배우며 감수성을 키운 게 도움이 됐다. 2015년부터는 김연아의 스승으로 알려진 오서 코치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꾸준히 성장한 차준환은 2016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는 남자 출전 선수 중 가장 어렸지만, 15위에 오르며 개최국 선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값진 경험을 쌓은 차준환은 이후에도 한 단계씩 올라섰다. 2018~19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10위에 올랐다. 베이징 대회 준비는 험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오서 코치와 호흡할 시간이 적었다. 훈련 장소도 부족했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 "피겨를 더 사랑하게 됐다"라며 대회 준비에 매진했다.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에서 또 한 번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차준환은 "다음 올림픽은 아직 먼 미래지만, 계속 싸우고 발전하며 강한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베이징=안희수 기자
2022.02.10 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