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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틱은 추모의 상징 ‘포피’를 왜 거부할까?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지난 11월 11일은 영국의 현충일인 ‘리멤브런스 데이(Remembrance day)’였다. 이날 저녁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에서는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페스티벌 오브 리멤브런스’가 열렸다. 찰스 3세, 윌리엄 왕세자 부부 등 왕실 인사와 리시 수낵 총리를 비롯해 주요 정치인이 참석한 이 국가적인 행사를 BBC가 생중계했다. 특히 올해는 정전 70주년을 맞은 한국전쟁의 전사자들을 가장 먼저 추모했다. 또한 한국전의 참전용사이자 영국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서 2019년 우승한 콜린 새커리(93세)가 아리랑을 한국어로 불러 눈길을 끌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영국은 1921년부터 참전 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포피를 다는 전통이 생겼다. 1, 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기리기 위해 시작한 포피는 규모가 커져 현재는 세계대전 이후 영국군이 참전한 모든 전투에서 희생한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포피를 둘러싼 갈등도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를 구성하는 브리튼 바로 옆에는 아일랜드라고 불리는 섬이 있다. 12세기부터 무려 700여년간 영국의 지배를 받은 아일랜드는 1922년에 독립, 아일랜드 공화국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총 32개 카운티 중 26개만 독립에 성공했다. 17세기 초 북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남부에서 이주한 신교도가 많은 아일랜드 북쪽에 위치한 얼스터 지방의 6개 카운티는 지금도 영국이 지배하고 있다. 여기가 바로 북아일랜드다.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와 영국의 영향을 받은 가톨릭교도와 신교도 간의 갈등이 뿌리 깊은 지역이다. 가톨릭교도는 아일랜드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공화주의자들로, 남북이 합쳐진 통일 아일랜드를 꿈꾼다. 그에 반해 신교도들은 자신을 영국인(British)과 연합주의자(unionist)로 인식한다. 영국 왕에 충성하는 이들은 북아일랜드가 영국(UK)에 남기를 희망한다.1960년대 말부터 1998년까지 이들이 벌인 갈등을 ‘The Troubles(북아일랜드 분쟁)’이라고 부른다. 남북 아일랜드의 통일을 목표로 하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왕당파의 군사조직인 얼스터 의용군과 영국 정부군 등이 분쟁에 참여했다. 분쟁은 주로 북아일랜드와 수도인 벨파스트에서 벌어졌으나, 잉글랜드와 유럽 대륙으로 확산된 적도 있다. 특히 필자가 학부 공부를 하던 1990년대에는 IRA가 런던에서 폭탄 테러를 종종 일으켰다. 한번은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해야 하는데, 테러로 인해 지하철역이 폐쇄되어 지각한 적도 있었다. 당시 필자가 사과와 함께 IRA 핑계를 대니, 교수님과 동료 학생들이 모두 너그럽게 이해해 준 기억도 난다.분쟁 기간 중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의 데리(Derry)에서 벌어진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 사건이 특히 유명하다. 영국 공수부대원의 일부가 시위 중이던 비무장 가톨릭교도를 항해 사격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14명이 사망했고 십수 명이 다쳤다. 이 사건 이후 북아일랜드 분쟁은 더욱더 격화된다.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의 멤버 4명은 모두 아일랜드 혈통을 갖고 있는데, 이 중 특히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각각 이 사건을 다룬 노래를 발표해 분노를 표출했다. 1998년 벨파스트 협정이 체결되며 북아일랜드 분쟁은 종결됐지만, 30여 년에 걸친 무력 충돌의 결과로 35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다. 선덜랜드, 위건, 웨스트 브로미치 등에서 뛰었던 미드필더 제임스 맥클린은 피의 일요일 사건이 벌어진 북아일랜드의 데리 출신이다. 맥클린은 “포피가 단순히 1, 2차 대전 희생자들에 관한 것이라면 (포피 셔츠를) 매일 입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포피는 영국군이 관여해온 모든 갈등에 관한 것”이라며 포피 셔츠 착용을 거부했다. 그는 북아일랜드 분쟁에 참여한 영국군을 지지할 수 없다는 아일랜드인의 마음을 대변한 것이다. 일부 영국인들은 맥클린의 이러한 소신을 지지했다. 하지만 포피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그는 상대팀 서포터스뿐만 아니라 일부 홈 팬들로부터도 오랫동안 야유를 받았다. 심지어 맥클린은 살해 위협을 받은 적도 있다.리멤버런스 데이 행사는 북아일랜드에서도 매년 열리지만, 현재도 대부분의 아일랜드 민족주의자와 공화당원은 추모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한편 아일랜드 공화국은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아일랜드인을 추모하기 위해 매년 7월 자체적인 국가 기념일을 가진다. 영국의 주요 축구팀 중 유일하게 포피 셔츠를 거부하는 클럽이 있다. 바로 스코틀랜드의 명문 클럽 셀틱이다. 아일랜드의 가톨릭 유산을 바탕으로 설립된 셀틱은 전쟁에서 희생된 군인들을 존중하지만, 어떠한 정치적 또는 종교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중립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맥클린과 달리 포피 착용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아일랜드 출신 선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북아일랜드 출신의 마틴 오닐 감독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일랜드 대표팀에서 주장을 맡았던 로이 킨이다. 특히 킨은 지도자에서 물러난 후 스카이 스포츠 방송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포피를 꾸준히 착용해 고향 팬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포피는 영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존경과 기억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복잡한 역사와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지역과 사람에 따라 포피는 다르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에 빨간색 포피 대신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색 포피를 다는 이들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진정한 추모는 ‘강요’나 ‘의무’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포피는 비로소 추모의 상징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11.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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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EPL 셔츠에 새겨진 양귀비꽃. 설마 ‘아편’은 아니겠지?

1990년대 영국 런던에서 학부 과정에 있던 필자에게 11월이 되면 눈에 띄는 게 있었다. 학교, 길거리 등에서 마주치는 영국인들 중 상당수가 가슴에 조그마한 빨간색 꽃을 달고 있는 것이다. TV에 등장하는 뉴스 앵커, 정치인 등도 거의 모두가 그러한 꽃을 달았다. “도대체 저게 뭘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궁금증은 곧 풀렸다. 빨간색 꽃은 ‘포피(poppy, 양귀비꽃)’였고, 영국이 참여한 전쟁에서 전사한 병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포피를 착용한 것을 보며 당시 필자는 고민에 빠졌었다. “나도 달아야 하나? 아니 영국인도 아닌 내가 포피를 달면 오바 같은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은 쉽게 나왔다. 영국은 한국전쟁 때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대를 파견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먼 나라인 한국까지 와서 목숨을 바친 1200여 명의 영국 군인들을 추모하고 싶었다. 당시 포피를 참 열심히 달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포피는 보통 장애가 있는 전직 영국 군인 50명이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생산된 포피는 영국재향군인회(RBL, Royal British Legion)에 속한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영국 전역에서 판매된다. 포피는 정해진 가격이 없다. 보통 구매자가 임의로 정한 액수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구매는 이루어진다. 90년대 필자는 포피 하나당 2 파운드를 기부했다. 이렇게 모인 수익금은 참전용사와 그들의 가족을 위해 쓰인다. 그렇다면 왜 11월일까? 영국, 프랑스 등이 주축이 된 연합국과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을 사실상 종결하는 휴전협정을 1918년 11월 11일에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영국, 캐나다 등의 영연방 국가와 프랑스는 매년 11월 11일을 ‘리멤브런스 데이(Remembrance day, 한국의 현충일에 해당)’라는 이름으로 추모한다.리멤브런스 데이는 ‘포피 데이(Poppy Day)’라고도 불린다. 양귀비꽃을 가슴에 달고 전몰장병을 추모한데서 유래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꽃 중에서 왜 양귀비일까? 1차 세계대전은 참혹한 전쟁이었다. 특히 참호전이 벌어진 서부전선이 그랬다. 당시 영국, 프랑스와 독일군은 상대방이 참호 옆으로 돌파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참호를 계속 이어지게 팠다. 참호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공군의 효과적인 지원이나 전차 같은 기계화 부대가 필요했으나, 당시에는 그러한 무기가 없었다. 따라서 공격할 때는 언제나 보병이 앞장서야 했고, 이들에게는 무자비한 기관총탄 세례가 퍼부어졌다. 이에 전투 한번 할 때마다 엄청난 인명피해가 나왔다.참호와 참호 사이에는 무인지대(no-man's land)가 있다. 수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간 황량한 땅인 무인지대에도 봄이 되면 언제나 피는 꽃이 있었다. 바로 포피였다. 포피는 유럽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특히 벨기에와 프랑스 북부지역에서 대량으로 자란다. 1915년 5월 캐나다군의 군의관 존 맥크레이 중령은 치열한 참호전이 벌어졌던 벨기에 플란더스 지방에 핀 수많은 포피를 바라보며 "In Flanders Fields(플란더스 들판에서)"라는 유명한 시를 짓는다. 이 시는 전사한 군인들의 관점에서 써졌다. “며칠 전만 해도 살아서 새벽을 느꼈고, 석양을 바라보았지 (중략) 지금 우리는 플란더스 들판에 이렇게 누워 있다네. (중략) 우리와의 신의를 그대들이 저버린다면, 우리는 영영 잠들지 못하리. 설사 플란더스 들판에 양귀비꽃이 자란다 하여도.” 이렇게 시는 마지막 구절에서 살아있는 이들에게 끝까지 싸워달라고 부탁한다. 포피는 어디에서나 자랄 수 있는 강인한 꽃이지만 섬세함도 지녔다. 따라서 이 꽃은 전사한 군인들을 기억하기에 적합한 상징이었다. 시에서 영감을 받은 사람들은 참전 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포피를 달게 된다. 이후 포피는 미국, 캐나다를 거쳐 영국에 전파된다. 1921년 포피는 영국에서 정전기념일에 착용할 추모의 꽃이 되었다. 양귀비하면 떠오르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마약이다. 양귀비는 헤로인의 원료인 아편 성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참전 용사를 추모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아편이 갖는 이미지 때문에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 독자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사실 포피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다. 양귀비과(Papaver)에만 120종 이상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 중 ‘Papaver somniferum’란 학명을 가진 양귀비가 마약 성분을 가지고 있다. 영어로 ‘오피움(opium, 아편)’ 포피라고 불리는 이 꽃은 모르핀을 함유하고 있어 부상당한 군인들의 진통제로 쓰였다. 이에 반해 ‘Papaver rhoeas’란 학명을 가진 양귀비는 영어로 보통 ‘콘 포피(corn poppy, 개양귀비)’라고 칭한다. 리멤브런스 데이와 연관된 양귀비가 바로 아편 성분이 없는 콘 포피다. 콘 포피는 전쟁의 고통과 슬픔을 기억하고 반성하는 용도로 당시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줬다.2000년대 들어 포피는 영국 사회에서 논쟁의 중심에 여러 번 오른다. 포피는 정치적으로 변했고,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쓰인다는 것이다. 또한 유명 인사들에게 포피 착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고, 의무화되었다는 불편한 진실도 밝혀진다. 2006년 영국의 지상파 방송인 채널 4 뉴스의 유명 앵커 존 스노우는 포피 착용에 대한 압력을 ‘포피 파시즘’에 비유했다. 일종의 포피 파시즘은 잉글랜드 축구에도 등장한다. 국내 많은 팬들의 추측과는 달리, 잉글랜드 축구 셔츠에 포피를 새기는 것은 오랜 전통의 산물이 아니다. EPL에 속한 모든 클럽의 선수들이 포피 셔츠를 입기 시작한 때는 불과 11년 전인 2012년이다. 다음 칼럼에서 포피가 영국 축구에서 일으킨 논쟁에 대해 알아보자.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 2023.11.10 12:00
산업

HD현대 정기선, 한국전쟁 참전용사 가족 만나 한국 방문 제안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한국전쟁 참전용사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한국 방문을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찾은 정 사장은 미국 앨라배마주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공장과 조지아주에 있는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일렉트릭 법인을 차례로 찾았고 30일 HD현대가 전했다. 정 사장은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가족 6명이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공장에 재직 중인 것을 확인하고, 이들을 만나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 이들 직원이 한국을 방문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정 사장은 "방산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 참전용사의 용기와 희생에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며 "그들이 목숨 걸고 지킨 대한민국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아들로 HD현대일렉트릭에서 2012년부터 근무해온 제프리 워 씨는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아 너무 기쁘다"며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발전한 한국의 모습에 아주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답했다.지난 2011년 설립된 HD현대일렉트릭 앨라배마 법인은 3만8678㎡(1만1700평) 규모의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 공장은 2만1000 MVA(메가볼트암페어)의 연간 생산능력을 갖췄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4.30 11:15
프로야구

롯데를 사랑한 마허 교수 별세, 사직 할아버지 향한 추모

롯데 자이언츠 팬 케리 마허(68·미국) 교수의 별세에 선수단과 팬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이대호는 16일 밤 자신의 SNS에 "케리 마허 교수님의 롯데를 위한 마음을 항상 간직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뛴 NC 다이노스 손아섭 역시 "제게 보내준 사랑과 응원을 잊지 않겠다"고 추모했다. 롯데 팬들의 조문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마허 교수는 지난 16일 오후 동아대병원에서 별세했다. 지병을 앓던 마허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이 생겨 양쪽 폐가 크게 손상됐다. 코로나19 집중 치료 중환자실에서 병마와 싸웠으나 결국 눈을 감았다. 미국에 있는 가족과 논의 끝에 빈소는 아시아드 장례식장에 마련했다. 발인은 20일이다. 마허 교수는 롯데 팬들 사이에서 유명 인사다. 웬만한 야구팬이라면 그의 존재를 알고 있다. 키 1m88㎝, 체중 120㎏의 큰 체격에 전국 곳곳을 누비며 열정적으로 롯데를 응원했기 때문이다. '사직 할아버지'라는 별명도 얻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부친을 둔 마허 교수는 2008년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2011년부터는 영산대에서 강의했다. 우연히 학생들과 야구장을 찾아 관람한 뒤, 야구의 매력에 빠져 롯데의 열성 팬이 됐다. 다리를 다쳤을 때 휠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찾을 정도였다. 구단에서도 두 차례나 시구자로 초청했다. 마허 교수는 2019년 영산대에서 정년퇴직한 뒤 취업 비자가 만료해 한국을 떠날 처지였다. 이때 롯데 구단이 그를 외국인 선수와 코치의 생활을 돕는 매니저로 채용, 부산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왔다. 마허 교수는 "많은 한국인이 내게 기회를 주고 응원해줬다. 정말 고맙다"고 했다. 마허 교수는 롯데와 계약이 끝난 뒤에도 계속 야구장을 찾아 롯데를 응원했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다시 보는 게 그의 소원이었다. 한 인터뷰에서는 "롯데 자이언츠가 우승하기 전까지는 한국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롯데의 가을 야구를 다시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롯데 구단은 1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앞서 마허 교수 영상을 전광판에 띄워 추모한다. 장례 부의금은 고인의 뜻에 따라 부산 유소년 야구 발전기금으로 쓰여질 예정이다. 이형석 기자 2022.08.17 15:44
연예

'내일' 김희선-로운, 국가유공자 마지막 순간 동행 묵직한 여운

'내일' 김희선, 로운, 이수혁, 김해숙, 윤지온이 한국전쟁 국가유공자의 마지막 순간에 동행하며 희생과 헌신에 대한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 16일 방송된 MBC 금토극 '내일' 6회에 담긴 '넋은 별이 되고' 에피소드에는 한국전쟁 국가유공자 전무송(이영천)의 마지막 내일을 함께하는 위기관리팀 김희선(구련), 로운(최준웅), 윤지온(임륭구)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위관즈 김희선, 로운, 윤지온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91세 독거노인 이영천의 수명이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게 돼 그에게 삶의 의미를 되찾아주고자 했다. 특히 전무송이 6∙25 참전용사였던 한국전쟁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위관즈는 그에게 저승사자라고 정체를 밝힌 뒤 평소와 같이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그의 마지막 하루를 동행했다. 그러나 전무송은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전쟁에 자원했던 그날의 선택에 대한 후회를 내비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과거 어머니의 반대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섰고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는 전쟁터에서 겨우 살아 돌아왔을 때에는 어머니가 아닌 폐허가 된 집터만이 남아있었다. 더욱이 그 후 전무송은 일상으로 돌아오고자 꾸준히 애썼지만 전쟁의 트라우마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이 펼쳐져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에 위관즈는 전무송의 고귀한 삶에 드리운 후회와 아픔을 치유해주고자 했다. 특히 김희선은 자신의 삶을 '보잘것없는 초라한 삶'이라 칭하는 전무송과 함께 서울 야경이 한눈에 데려다 보이는 곳으로 향한 뒤, "당신의 선택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오늘은 없었을 겁니다"라고 전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서울 야경에서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하는 전무송의 모습이 보는 이들까지 울컥하게 했다. 이어 김희선은 전무송의 편안한 마지막을 위해 인도관리팀장 이수혁(중길)과 주마등의 회장 김해숙(옥황)에게 부탁했다. 이중길은 대답 없이 돌아섰고, 김해숙 또한 "죽음 앞에선 누구도 특별해선 안 돼"라고 냉정한 답변을 내놓을 뿐이었다. 로운은 SNS를 통해 전무송이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었던 전우를 찾아 그의 소식을 전해줌으로써 전무송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게 했다. 이윽고 전무송의 마지막 순간이 임박한 가운데, 이수혁이 그의 집을 찾아 관심을 높였다. 특히 "나라를 위한 그대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해서 그대의 마지막은 우리 모두가 함께하지"라는 말과 함께 인도관리팀의 모든 저승사자들이 모이기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전무송의 영혼을 직접 거두어들이기 위해 이승을 찾은 김해숙은 "젊은 날 그대의 선택은 고귀했다. 많은 것을 잃었으나, 많은 사람을 지켜냈고, 지금의 오늘을 있게 했다. 수많은 사람의 삶을 지켜주어서 고맙다"라며 전무송이 안락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왔다. 편안히 생을 마감하는 전무송의 모습이 눈시울을 붉어지게 했다. 무엇보다 위관즈와 이수혁, 김해숙을 비롯한 수많은 저승사자들이 함께하는 전무송의 마지막 순간이 묵직한 여운을 전했다. 이때 전무송은 위관즈를 향해 "그날의 선택을 오랜 시간 후회하면서 살아왔지만 나라를 위해 싸운 건 내 삶에서 가장 고귀한 선택이었고 가치 있는 일이었더군요. 저의 마지막 내일을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전한 데 이어 우는 로운을 안아주는 모습으로 따스함을 남겼다. 더욱이 일제히 묵념으로 한국전쟁 국가유공자 전무송을 향한 경의를 표하는 저승사자들의 면면에 이어 그의 마지막 길을 뒤따르는 저승사자들의 행렬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짙은 울림을 선사했다. 이에 더해 방송 말미 김해숙의 정원에서 다시 만나게 된 전무송 모자의 모습이 담겨 코끝을 시큰하게 했다. 이를 바라보던 로운은 "제가 너무 이 일을 쉽게 생각했나 (싶어요). 어렵고 무거운 것 같아요"라고 전해 비로소 삶에 지친 사람들을 구하는 위기관리팀 업무에 대한 무게감을 느끼며 성장해가는 그의 활약에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내일'은 죽은 자를 인도하던 저승사자들이 이제 죽고 싶은 사람들을 살리는 저승 오피스 휴먼 판타지.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된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ongang.co.kr 2022.04.17 07:53
생활/문화

넥슨, 유저 참여형 기부 캠페인으로 선한 영향력 전파

최근 게임업체들의 기부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단순히 회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이용자 참여형 기부로 선한 영향력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는 점이다. 넥슨은 모바일 게임 'V4'에서 6월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프로젝트 솔져: 잊혀진 대장님을 찾아서’ 기부 캠페인을 진행했다. 게임 내에서 ‘참전용사의 증표’를 획득해 기부할 경우 달성률에 따라 ‘프로젝트 솔져’의 사진 촬영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 프로젝트 솔져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촬영 전문 비영리단체로, 사진작가가 국내외 참전용사들을 방문해 그들의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알리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용자들의 증표 기부 달성률이 25%, 50%, 75%, 100%에 도달할 때마다 서울 중앙 보훈 병원 촬영, 부산 UN평화기념관 촬영, 부산 UN평화기념공원 촬영, 해외 참전용사 액자 배송 등 기부 범위가 늘어난다. 지난 9일 캠페인을 시작하자마자 하루 만에 25% 기부 달성률을 기록했고, 5일 만에 100%에 도달했다. 이에 이용자들의 이름으로 서울 중앙 보훈 병원 촬영부터 해외 참전용사 액자 배송까지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김광택 넥슨 홍보실장은 “이번 V4 ‘잊혀진 대장님을 찾아서’ 캠페인은 유저들과 함께 호국 보훈의 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한 잊어서는 안 될 분들을 기리는 의미 있는 캠페인이어서 유저들의 참여가 꾸준히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모바일 게임 ‘바람의나라: 연’에서는 이용자가 참여하는 실종아동 찾기 캠페인이 진행됐다. ‘실종아동의 날’을 맞아 아동권리보장원과 함께 열린 ‘따뜻한 바람이 이루어지는 나라’ 캠페인은 PC 온라인 게임 ‘바람의나라’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게임 내 공지, 이벤트 배너, 공식 홈페이지나 커뮤니티를 통해 실종 발생일자와 장소, 신체 특징과 착의 사항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배너를 클릭하면 아동권리보장원이 운영하는 실종아동전문센터 홈페이지로 이동해 아이 찾기 가이드, 실종아동 제보, 실종아동예방교육 등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게임에 유저 참여형 콘텐트도 추가했다. ‘바람의나라: 연’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이루어지는 나라’ 이벤트 업적을 추가하고 보상을 지급해 이용자가 실종아동 찾기에 관심을 갖도록 했다. 김 실장은 “유저들과 함께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으로 선한 영향력이 전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권오용 기자 kwon.ohyong@joongang.co.kr 2021.06.30 07:00
연예

"신뢰감 있는 목소리" 송영규 'KOREAN WAR' 내레이션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다큐의 깊이를 더했다. 배우 송영규가 JTBC 팩추얼 'KOREAN WAR'의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다. 'KOREAN WAR'은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념해 유엔군 참전용사들의 증언과 회고를 통해 한국전쟁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지난 19일 방송된 1부에서는 영국군 참전용사 7명의 회고와 증언을 통해 전쟁의 참상이 전해졌다. 어쩌면 마지막 증언이 될지 모를 그들의 목소리에 송영규의 명료한 발성과 깊이 있는 호소력을 지닌 내레이션이 더해지며 한국전쟁 속 잊혀진 희생자들의 담담한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평이다. 26일 오후 11시 방송되는 JTBC 팩추얼 'KOREAN WAR' 2부에서 역시 송영규의 목소리를 통해 기밀해제 극비문서와 베테랑들의 증언을 통해 밝혀진 새로운 진실이 드러날 예정이다. 소속사 윈츠메이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매 작품마다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신뢰감을 쌓아온 배우 송영규의 이미지와 적합하다고 판단한 제작진으로부터 내레이션 제안을 받아 참여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큐 내레이션 도전을 마친 송영규는 "한국 전쟁 속 영웅들과 우리나라에서 벌어졌음에도 그동안 무뎌졌던 전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우리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친 이름 모를 사람들의 헌신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진심을 표했다. 한편 송영규는 최근 tvN 드라마 '구미호뎐'에서 주인공 남지아(조보아) 아빠 역으로 등장, 신스틸러로 활약을 펼쳤다. 또한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그린 영화 '균' 촬영을 지난 24일 마쳤고, 내년 초 방송되는 JTBC '언더커버'에서는 서울지검장 곽문흠 역을 맡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사진= 윈츠메이커엔터테인먼트 2020.11.26 10:20
경제

우리금융, UN 참전용사 후손에 장학금 1억원 전달

우리금융그룹은 6월 호국보훈의 달 및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지난 22일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그룹 본사에서 ‘UN 참전용사 후손 장학금 전달식’을 갖고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를 통해 ‘한국전쟁기념재단’에 장학금 1억원을 전달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전달식에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김은기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한국에 유학 중인 UN 참전용사 직계 후손 대학생들이 참석했다. 행사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UN 참전용사에 대한 감사의 뜻을 그 후손에 대한 교육 지원으로 보답하기 위해 마련됐다. 장학금은 UN 참전용사 후손 중 한국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 20명과 참전 6개국 초중고 재학생 120명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손태승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은 낯선 나라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UN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제 그 은혜를 후손들에게 보답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호국 영웅들을 위한 나눔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0.06.23 15:58
스포츠일반

아듀 2019년…이상화 가고, 이치로도 떠나고

2019년이 저물어 간다. 올해도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팬들과 작별했다. ‘빙속 여제’ 이상화(30)는 지난 5월, 17년간 신었던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이상화는 ‘피겨 여왕’ 김연아(29)와 함께 겨울 스포츠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선수였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과 2014년 소치 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2018년 평창올림픽 은메달로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고질적인 무릎 통증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이상화는 재활훈련을 거듭했지만,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진단에 따라 은퇴를 결심했다. 지난 10월 가수 강남과 결혼한 이상화는 요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최근 이 TV 프로그램에서 그의 심각한 무릎 상태가 공개됐다. 5년 만에 병원을 찾은 이상화는 내측추벽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주치의는 “스케이트 종목은 자세를 낮추고 전진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무릎에 체중의 10배 이상의 압력이 실린다. 연골이 깨졌다. 이걸 이겨내고 기적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화는 은퇴를 결정한 뒤 “2022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해설위원이나 코치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설원에서는 ‘스키 여제’ 린지 본(35·미국)이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여자선수 최다승 기록(82승) 보유자인 본은 뛰어난 실력과 빼어난 외모로 남성 중심의 스키계를 바꿔놓았다. 부상을 달고 살았던 본은 지난해 11월 왼쪽 무릎을 다쳤다. 그는 “제 몸이 ‘그만할 때’라고 외친다”며 지난 2월 대회를 끝으로 19년 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본의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그는 지난해 평창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4)와 사귀기도 했던 본은 지난해부터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P K 서반(30)과 교제 중이다. FIS 월드컵에서 67승을 거둔 ‘스키 황제’ 마르셀 히르셔(30·오스트리아)도 지난 9월 정상의 자리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축구에서는 사무엘 에투(38·카메룬), 페르난도 토레스(35·스페인)가 그라운드를 떠났다. ‘패스 마스터’로 불리던 미드필더 사비 에르난데스(39·스페인)도 지난 5월 축구화를 벗었다. 송곳 패스를 자랑하던 그는 ‘무적함대’ 스페인 대표팀을 진두지휘하며 2010년 남아공월드컵과 유로 2008, 2012 우승을 이끌었다. 또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에서 유럽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총 25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사비는 카타르 프로축구 알 사드에서 말년을 보내다가 지난 5월 알 사드 감독으로 변신했다. 그의 꿈은 친정팀 바르셀로나의 감독을 맡는 것이다. ‘안타 제조기’로 불리던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46)도 올해 방망이를 내려놓았다. 그는 2001년 미국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뒤 10년 연속 타율 3할 및 2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일본과 미국에서 28년간 뛰면서 안타 4367개를 때렸다. 집에서 TV를 볼 때도 시력보호를 위해 선글라스를 낄 만큼 ‘자기관리의 표본’이었다. 등 번호 ‘51번’처럼 ‘51세’까지 뛰길 원했던 이치로는 그러나 40대에 접어들며 내리막을 걸었고 지난 5월엔 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시애틀 구단 직원을 맡았다. 이치로는 지난 3월 20일과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와의 개막전을 앞두고 깜짝 복귀해 은퇴경기를 치렀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이치로는 “더는 후회가 없다”고 했다. 은퇴 이후 고향 친구들과 고베시에 동네 야구팀을 만든 이치로는 지난 3일 투수로 나서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2019.12.27 08:51
스포츠일반

평창을 수놓은 환희의 눈물, 좌절의 눈물

연합뉴스올림픽은 언제나 뜨거운 눈물이 멈추지 않는 무대다. 4년 간 한 곳만 보고 달려온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한 데 모여 환희와 좌절 사이를 오가는 장이다.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을 담은 눈물이 평창을 수놓고 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험난한 길을 달려왔다. 결성 과정부터 숱한 고난과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런 그들이 꼭 이기고 싶었던 단 하나의 상대는 바로 일본이었다. 그러나 14일 일본과 맞대결에서 1-4로 지고 말았다. 경기 후 선수들은 분한 눈물을 쏟았고, 서로를 위로하며 아쉬움을 털어냈다.새러 머리 총감독은 만감이 교차하는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했던 것들이 너무 자랑스러워 감정이 북받쳤다"고 했다. 북한으로 돌아가야 하는 선수들을 위해 "남은 기간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아이스댄스 대표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의 희망은 처음부터 단 하나였다. "꼭 프리댄스에 진출해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아리랑'을 연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홀로 아리랑'을 프리댄스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이유다. 그리고 20일 한복을 개조한 경기복을 입고 은반에 나서 애절한 '아리랑' 연기를 펼쳤다. 민유라와 겜린도 울고, 대한민국도 울었다. 남자 스켈레톤 금메달에 빛나는 윤성빈은 깜짝 이벤트로 자신의 스승 이용 총감독을 울렸다. 윤성빈은 16일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수상했지만, 이 감독은 여자 대표팀 경기를 지휘하느라 그 장면을 지켜보지 못했다. 윤성빈은 17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이 감독의 목에 직접 메달을 걸어줬다. 제자의 금빛 메달을 본 이 감독은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렸고, 윤성빈 역시 눈시울을 붉히며 휴지로 눈물을 닦아 냈다. 이상화는 여전히 강했다. 18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레이스를 펼쳤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의 관중은 "이상화! 이상화!"를 목놓아 외쳤다. 한 손에 태극기를 든 이상화도 경기장을 가득 메운 박수 속에 어깨 짐을 털어 버리고 눈물을 쏟았다. "금메달을 따지 못해 슬퍼서 운 게 아니다. '이제 끝났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며 "경기 결과에 만족한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스키 여제' 린지 본의 할아버지 돈 킬도우는 한국전쟁에 참전용사다. 평창올림픽이 열린다는 소식에 "함께 가자"며 손녀를 응원했다. 하지만 그런 할아버지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본은 21일 여자 알파인스키 활강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자회견에서 할아버지 얘기가 나오자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함께할 수 있는 금메달이라 더욱 값지다. 최민정, 심석희, 김아랑, 김예진이 팀을 이룬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은 20일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서도 계주 금메달을 땄던 맏언니 김아랑은 "모두 함께 시상대에 올라가는 기쁨을 동생들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했고, 그 희망은 이날 이뤄졌다.배영은 기자 2018.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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