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위크
[무비IS] "논란 한도초과"…'뮬란' 亞보이콧→韓비호감 전락
디즈니면 무조건 믿고 본다? '뮬란'에 대한 반응은 영 심상치 않다. 디즈니 실사 영화 영화 '뮬란'이 장고 끝 9월 17일 개봉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선도 싸늘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열광적인 호응을 보여야 마땅한 중국에서도 '뮬란'에 대한 실망감을 내비쳐 벌써부터 '개봉 안하느니만 못한 작품'으로 각인되고 있다. 동명의 애니메이션(1998)을 실사화 시킨 '뮬란'은 용감하고 지혜로운 뮬란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여자임을 숨기고 잔인무도한 적들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병사가 되어, 역경과 고난에 맞서 위대한 전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 소개된다. 당초 3월 대대적인 개봉을 준비했던 '뮬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피해를 직격탄으로 맞으며 개봉일만 수 십번 뒤바꼈다. 여름시장 출격까지 무산된 후 디즈니 측은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 공개를 전격 결정했고, 디즈니 플러스가 연계되지 않은 국가는 스크린에 거는 것으로 울며 겨자먹기 반쪽 개봉을 확정지었다. '뮬란'의 난항은 기획 단계로 거슬러 올라가야 마땅하다. 일명 '차이나 머니'가 입금 된,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는 중국 영화로 우려와 걱정을 자아낸 '뮬란'은 타이틀롤을 맡게 된 유역비에 대해서도 미스캐스팅 논란이 들끓으며 비호감 마일리지를 차곡차곡 적립했다. 물론 영화 팬들 입장에서는 디즈니에 대한 믿음이 더 컸던 것이 사실. 실사화 자체에 위기감이 있었던 '알라딘'이 결과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것과 비교했을 때 '뮬란' 역시 완성도만 좋다면 관객을 끌어 모으는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그 기회를 '뮬란' 스스로 뻥뻥 차고 있다는데 있다. '뮬란' 측은 지난 4일(현지시간) 디즈니 플러스 공개 후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외신의 극찬과 호평 내용만 적시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혹평도 만만치 않다. '할리우드와 차이나머니 조합으로 완성될 수 있는 최적의 비호감 결과물'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할리우드 리포트는 '스토리가 빈약하다. 뮬란에게 깊이나 의미있는 관계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버라이어티는 '그 어떤 프레임도 독창적이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어설픔이 눈에 띄고 딱히 재미있지도 않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을 배경으로 중국 배우들을 기용했지만 전반적으로 '동양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지고 보면 백인이 백인의 이해와 시선으로 만든 동양 영화라는 것. 이는 아시아 관객들에게 외면받기 딱 좋은 포인트이자 치명적 단점이다. 또한 원작 '뮬란'의 강점을 하나도 살려내지 못한 지점은 영화 '뮬란'의 정체성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뮬란의 탄생 설정을 뒤바꿨고, 주요 캐릭터는 쪼개 버렸으며, 필요없는 캐릭터는 새로 등장시키는 등 속된 말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악평도 눈에 띈다. 원작을 기대했다면 120% 실망, 시대 역행 결과물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과정에서 엔딩크레딧도 문제가 됐다. 외신에 따르면 '뮬란' 엔딩크레딧에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투루판 공안국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스페셜 땡스가 적시됐다. 디즈니는 해당 내용에 대한 코멘트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북서부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위구르인 탄압 중심지로 강제 수용소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투루판시 공안당국은 중국 공산당이 위구르족 이슬람 교도들을 강제 수용소에 수감하는 것을 도왔다는 후문. 하지만 디즈니는 '뮬란' 촬영을 위해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협력했고, 이들은 물론 수용소와 연관된 4개의 선전 부서에도 고마움을 남겼다. 이와 관련 세계위구르의회(WUC) 측은 SNS에 "디즈니가 '뮬란'을 통해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한다고 했는데, 이곳은 동투르키스탄 수용소에 관여해온 곳"이라는 글을 게재했고, 일부 평론가들도 "디즈니의 협력이 끔찍하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이 같은 내용이 전해지기 전부터 국내에서는 일찌감치 비호감으로 전락했던 '뮬란'이다. 한국은 암암리에 '뮬란'을 배척하고 있지만, 홍콩, 대만, 태국 등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직접적으로 '뮬란' 보이콧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젠 흥행을 희망하는 것조차 예의없다. 이는 영화의 중심이자 주체가 되어야 하는 유역비가 가장 먼저 쏘아 올린 공이다. 유역비는 지난해 SNS를 통해 '홍콩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홍콩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에 대한 지지 발언을 올렸다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도 '뮬란'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BoycottMulan)이 있었지만 개봉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다시금 이슈화 되고 있다. 또한 중국이 코로나19 진원지로 전 세계를 들끓게 만들면서 사실상 중국 합작 영화인 '뮬란'은 좋게 볼래야 볼 수 없는 작품이 됐다. 사전 공개 된 예고편 등 영화 자체 콘텐츠들에 대한 호응도 뜨뜻미지근하다.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 판단한 듯 '뮬란' 측은 개봉 전 사전 시사회 없이 17일 개봉을 진행한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공개가 된 작품인데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시기 무리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명이 뒤따르지만 속시원하지는 않다. 시작부터 끝까지 시끌시끌한 '뮬란'. 개봉 후 성적과 함께 냉정한 관객평이 영화보다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기대만 크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0.09.09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