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역전 3점포→유일한 멀티히트→교체' 양의지, 국제대회 부진 씻고도 못 웃었다
한국 야구대표팀 단골 안방마님 양의지(36·두산 베어스)가 국제대회 부진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지만 웃지 못했다. 양의지는 지난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호주와의 B조 첫 경기에 8번타자·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양의지는 역전 3점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한 수 아래 전력의 호주에 7-8로 덜미를 잡혀 충격에 빠졌다. 양의지는 KBO리그 최고의 포수다. 골든글러브만 8차례 수상했다. 타격과 수비, 투수 리드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다. 두 차례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에서 총액 125억(4년, NC 다이노스) 152억(4+2년, 두산 베어스)에 사인한 몸값이 그의 가치를 보여준다. 그런데 국제대회에선 타격 부진이 반복됐다. 이번 대회 전까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총 31경기에 나서 타율 0.169(83타수 14안타)에 그쳤다. 양의지의 KBO리그 통산 타율 0.307다. 국제 대회 홈런은 단 1개뿐이었다. 2019 프리미어12와 2020 도쿄올림픽은 타율 0.087, 0.136으로 부진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양의지가) 어떤 포지션에서든 최상의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게 하겠다"며 "의지가 편한 타석을 원하면 줄 것"이라고 했다. 양의지는 "최근 대표팀에서 (성적이) 많이 안 좋았다. 이번 대표팀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칼을 갈고 있다. 명예회복을 하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양의지는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타격 부진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씻어냈다. 5회 말 김현수의 볼넷과 박건우의 안타로 맞은 2사 1·2루에서 양의지가 대니얼 맥그레스의 시속 130㎞ 체인지업을 받아쳤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양의지는 타석에서 발을 떼자마자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이어 1루에 거의 다다른 뒤 펄쩍 뛰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 이어 홈을 밟기 전에 또 다시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기쁨을 나눈 뒤 헬멧을 벗으면서도 활짝 웃고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큰 액션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5회 1사까지 단 한 명도 출루하지 못한 답답한 타선을 확 뚫어주는 시원한 홈런포였다. 양의지는 4-5로 뒤진 7회 2사 후엔 우전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하지만 후속타 불발로 득점하진 못했다. 대표팀은 8회 7-8로 따라붙었고, 2사 1·3루에서 양의지의 타석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상대 벤치가 투수를 좌완에서 우완 샘 홀랜드로 교체하자 이에 맞서 왼손 대타 김혜성 카드를 꺼냈다. 양의지는 이날 경기를 마감했다. 김혜성이 볼넷을 얻어 나가 만루 찬스가 이어졌지만, 나성범의 3구 삼진으로 한국은 동점과 역전에 실패했다. 양의지는 이날 노련한 리드를 했다. 경기 초반 호주 타자들이 선발 투수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자, 이후 커브와 슬라이더로 승부했다. 타선에선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모처럼 시원한 타격을 선보였다. 양의지는 이날 총 7안타에 그친 대표팀 내 유일한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하고도, 팀 패배로 고개를 떨궜다. 이형석 기자
2023.03.10 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