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삼성 윤성환의 반등 키워드, 공인구와 피홈런, BABIP
삼성 베테랑 투수 윤성환(38)이 반등했다.윤성환은 올 시즌 삼성 마운드의 버팀목이다. 7승 6패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해 팀 내 다승 1위다. 위기마다 팀을 수렁에서 건져냈다. 5월에는 5연패, 6월에는 3연패를 모두 끊어냈다. 직전 경기인 지난 4일 잠실 LG전에선 7이닝 1실점 쾌투로 팀의 5연패를 저지했다. 5월 8일 대구 NC전에선 KBO 리그 역대 128번째 '무사사구 완봉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잃어버렸던 안정감을 되찾았다.1년 전 평가를 뒤집었다. 윤성환은 지난해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이 6.98로 7점대에 육박했다. 불혹을 앞둔 적지 않은 나이에 '은퇴가 임박한 거 아니냐'는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시즌 뒤에는 개인 두 번째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취득해 삼성과 1년 재계약했다. 최대 10억원(연봉 4억원·인센티브 6억원)을 받는 조건. 2014년 11월 기록한 4년 총액 80억원 ‘대박’과는 거리가 멀었다.2019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았다. 개막전 선발 로테이션에는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127승을 거둔 베테랑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2군에서 절치부심했다. 최충연이 거듭된 부진 여파로 불펜으로 돌아간 4월 초 뒤늦게 선발 기회를 잡아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우리가 알던 윤성환의 모습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A구단 전력분석원은 "윤성환은 공인구 영향을 가장 잘 받는 유형의 투수"라고 했다. 올해 KBO 리그는 수년째 지속된 '타고투저' 기조를 잡기 위해 공인구에 변화를 줬다. 지난해 12월 열린 규칙위원회에서 기존 0.4134~0.4374였던 공인구 반발계수를 0.4034~0.4234로 낮췄다. 현장에선 타구 비거리가 3m 안팎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 큰 폭으로 홈런 수치에 변화가 생겼다.윤성환은 지난해 피홈런이 28개(542타자)로 리그 전체 2위였다. 19.36타석당 한 개. 너무 많이 맞았다. 하지만 올 시즌엔 441타자를 상대로 딱 10개만 허용하고 있다. 44.1타석당 하나다. A구단 전력분석원은 "작년보다 구속이 줄었는데도 성적이 좋아진 거면 반발계수가 조정된 공인구에 의해 피장타를 덜 맞았기 때문인 것 같다. 동기간 피홈런이 확실히 적어 피장타율이 0.565에서 0.412로 내려갔다"고 했다. 기록 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윤성환의 직구는 '알고도 못 치는 수준'에 가깝다. 직구 평균구속이 시속 131km에 불과하다. 다른 투수가 던지는 웬만한 변화구보다 구속이 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구종 피안타율이 0.263(2018시즌 0.314)로 낮다.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보더 라인' 피치가 가능해 커브와 슬라이더의 구종 피안타율도 향상됐다.여기에 '불운'도 떨쳐냈다. 2018시즌 BABIP(Batting Averages on Balls In Play)가 0.356으로 너무 높았다. 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을 의미하는 BABIP가 높은 투수는 그만큼 수비 지원을 받지 못했거나 운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윤성환의 BABIP는 0.295로 운이 좋은 편이다.윤성환은 반등이 이유로 "작년엔 좀 쫓기는 마음이었는데 올해는 편안한 마음으로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인구 효과에 운까지 따라준다. 여기에 마인드의 변화까지 있었다. 불혹을 앞둔 베테랑이 터닝 포인트를 만든 원동력이다.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tbc.co.kr
2019.08.0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