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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김식의 엔드게임] 아버지 어깨 위에서, 아버지보다 큰 꿈을 이룬 이정후

아들은 아버지보다 고집이 셌다. 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의지를 좀처럼 꺾지 않았다.아들이 편한 삶을 살기를 바랐던 아버지는 그래도 반대했다. 야구가 아니라 골프 선수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결국 아버지가 졌다. 2007년 광주 서석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부에 들어가는 아들에게 이버지는 딱 한 마디만 했다."왼손으로 쳐라." 이종범(53·전 LG 트윈스 코치)은 왼손잡이다. 밥 먹을 때도 사인을 할 때도 왼손을 쓴다. 단 하나, 야구만 오른손으로 했다. 유격수를 하려면 오른손을 써야 했다.그가 1993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 KBO리그를 뒤흔들자 “이종범이 왼손으로 쳤다면 한국 야구가 달라졌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타격만 보면 좌타자가 유리하기 때문이다.이종범이 4할 타율에 도전했던 1994년 스즈키 이치로(50·오릭스 블루웨이브)도 일본에서 신기의 타격을 보여줬다. 배트 스피드와 콘택트가 초(超)아시아급이었던 이종범과 이치로는 자주 비교됐다. 그러나 당시 한일 야구 격차가 상당히 컸기에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이치로에게 더 관심을 보였다.이종범과 반대로 이치로는 선천적인 오른손잡이다. 공도 오른손으로 던지지만, 타격만 왼손으로 한다. 우투수의 투구를 보기 유리하고, 타석에서 1루까지의 거리가 가까운 좌타자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이치로는 2001년 MLB에 진출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미·일 통산 4367안타를 때려낸 뒤 2019년 은퇴했다. 이종범은 1998년 한국인 야수 최초로 일본(주니치 드래건스)에 진출했으나 치명적인 오른 팔꿈치 부상을 입었다. 그때 태어난 아들이 이정후다. 이종범은 일본에서 3년을 뛰고 2001년 KBO리그로 돌아왔다. 빅리그의 꿈은 허공에 흩어졌다. 아버지는 아들이 야구 선수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재능이 있더라도 프로에서 성공하긴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아서다.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훈장보단 꼬리표가 될 거라 걱정도 했다. 그래도 '꼬마 이정후'의 눈이 너무나 반짝반짝 빛났다. 결국 아버지가 졌다. 대신 아들의 왼손에 방망이를 쥐여줬다. 자신과 다른 방향으로 가란 뜻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지나칠 만큼 잘 따랐다. 어려서부터 "내 롤모델은 이치로"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이치로처럼 왼손으로 치고 오른손으로 던졌다. 이치로의 등 번호 51번도 달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재능을 물려줬지만, 코치가 되지는 않았다. 스스로 깨닫고 이겨내기를 기다리고 응원했다. 아버지보다 큰 선수가 되고, 큰 꿈을 꾸라는 무언의 가르침이다.이정후는 이치로의 기능을 치밀하고 영리하게 받아들였다. 2017년 프로에 데뷔해 그가 보여준 강력한 허리 회전과 넓은 콘택트 존은 이치로와 비슷했다. KBO리그 7시즌 동안 타율이 0.340(통산 300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 중 역대 1위)에 이른다.2019년 이종범은 한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들에게 이치로 책을 3권 사줬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친 타자도 4타수 무안타에 그친 날 집에 와서 4~5시간을 더 훈련한다고 하더라. 아빠는 선수 시절에 술도 먹고 했잖냐. 아빠 말고 이치로를 닮아라."이건 방송용 코멘트다. 이정후는 어려서부터 그렇게 하고 있었다. 아버지보다 키가 한 뼘 더 커버린 이정후는 이미 '이종범의 아들'이 아니었다. 이종범이 '이정후의 아버지'였다. 대학을 졸업한 이종범과 달리 이정후는 서울 휘문고 졸업 후 프로에 직행했다. 방위로 복무했던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며 병역 특례를 받았다. 1994년 정규시즌 MVP였던 아버지처럼 아들은 2022년 MVP에 올랐다. 아버지가, 아버지 세대가 이룬 반석 위에서 한국 최고의 타자로 성장했다. 그의 나이 불과 25세다.이정후는 13일(한국시간) 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1483억원)에 계약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1억 달러 이상의 빅딜을 끌어냈다. 일본에서 멈춰 선 아버지와 달리 곧바로 태평양을 건넜다.이정후가 2017년 데뷔하자마자 1군 선수로 활약하자 이종범은 “정후는 잡초처럼 자란 게 아니라 좋은 환경에서 곱게 컸다. 힘든 프로 생활을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내 아들이라는 게 부담이 될까 봐 정후가 어릴 때 야구하는 걸 반대했다”고 떠올렸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아들은 아버지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생각보다 아들은 더 강했다. 아들의 꿈이 더 컸다. 고집 센 아들은 아버지의 어깨에 올랐다가 세계 최고의 무대로 도약했다.스포츠1팀장 2023.12.14 08:00
야구

[IS 광주 코멘트]'승장' 이강철 감독 "데스파이네, 에이스다운 투구"

KT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두 경기가 우천 취소된 뒤 열린 KIA전에서 승리했다. KT는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시즌 10차전에서 4-1로 승리했다. 지난 주말 NC전 2·3차전부터 3연승. 시즌 성적은 35승·1무·33패를 기록했다. 선발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7이닝 1실점 호투를 했다. 타선은 1회초 황재균, 멜 로하스 주니어, 강백호의 연속 3안타로 2득점, 5회 무사 1·3루에서 황재균이 중전 적시타를 치며 다시 1점을 추가했다. 8회부터 가동된 불펜이 리드를 지켜냈다. 중견수 배정대는 1회초 선두타자 3루타 위기에서 데스파이네의 순항 발판을 만든 3루 송구로 타자 주자 이창진을 잡아내는 호수비를 보여줬다. 공·수 균형이 좋았다. 경기 뒤 이강철 KT 감독은 "선발 데스파이네가 적절한 타이밍에 효과적으로 변화구를 사용하며 이닝 소화와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에이스다운 피칭이었다. 조현우와 이보근도 잘 던졌다"고 했다. 이어 "배정대의 1회초 보살이 좋았고, 심우준도 3안타를 기록하며 상위 타선 집중력 향상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광주=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7.30 21:48
야구

[IS 광주 코멘트]윌리엄스 감독 "호랑이 장가 가는 날? 또 하나 알았다"

맷 윌리엄스(55) 감독은 한국 문화 습득에 흥미가 많다. 항상 밝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와인 투어는 이제 야구팬도 기대하는 이벤트가 됐다. 윌리엄스 감독의 와인 세트 선물을 받은 다른 구단 감독들이 마음을 담은 답례를 하고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5월 29일 LG전에 앞서 류중일 LG 감독과 만난 뒤, 친분을 떠나 시즌 초 3연전 첫 경기에 인사를 나누는 KBO 리그 방문 문화를 접했다. 이후 "(다른 팀 사령탑의)환영에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와인을 선물한 것. 지난 5월 28일 수원 KT전을 앞두고는 '엘롯기'라는 표현을 듣고 웃었다. 리그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세 팀이 나란히 암흑기를 겪으며 통합 지칭된 표현이다. 그 의미까지는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나 "성적에 따라서 맨 앞에 오는 글자(구단 앞글자)가 달라지는 것인가"라며 되물으며 흥미를 보였다. "매일 한 가지씩 알아간다"며 웃었다. 우천 취소된 29일 광주 KT전을 앞두고도 새로운 표현을 들었다. 이날 챔피언스 필드 하늘은 해가 뜬 상태로 많은 비가 내리는 천루 현상이 있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감독 브리핑 진행 직전, 잠시 그라운드에 나서 기상 상태를 확인했다. 그 동선에서 "호랑이가 장가 가는 날이다"는 구단 관계자의 말을 들었고 "한 가지 더 알았다"며 웃어 보였다. 자신이 먼저 이런 에피소드를 전했고, 매우 해맑게 웃었다. 광주=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7.29 17:58
야구

[IS 광주 코멘트]이강철 감독 "NC전 위닝, 선발진과 심우준 홈런 덕분"

이강철(54) KT 감독이 NC전 연속 루징시리즈를 끊어낸 선수들을 칭찬했다. KT는 지난 26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의 주말 3연전 3차전에서 5-4로 승리했다. 2-2던 7회초 수비에서 박석민에게 투런포를 맞고 리드를 내줬다. 올 시즌 NC에 1~2점 차 패전만 4번. 암운이 드리웠지만 7회말 공격에서 심우준이 솔로 홈런을 치며 1점 차로 추격했고, 8회말 공격에서는 장성우가 2타점 적시타를 치며 역전을 안 했다. 이보근이 9회를 실점 없이 막아냈다. 앞선 3연전 세 차례 모두 루징시리즈였다. 첫 맞대결은 전패, 바로 직전 3연전(7월 17~19일)도 1무 2패에 그쳤다. 이 시리즈 1차전도 2-3, 1점 차 패전. 그러나 2차전에서 6-2로 승리했고 연승을 거두며 안 좋은 흐름을 끊었다. 28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만난 이강철 감독은 "일단 위닝시리즈보다는 선발투수들이 게임을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투구를 해준 게 고무적이다"고 전했다. 이어 "박석민의 홈런이 나왔을 때는 더그아웃 분위기도 조금 떨어졌다. 그러나 (심)우준이가 1점 차로 따라붙는 홈런을 쳤다. 덕분에 따라갈 수 있었다. 이 경기 키포인트였다"고 평가했다. 선수단 분위기도 높이 평가했다. 내부에서도 NC전 박빙 승부 패전이 유독 잦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감독은 주장 유한준에게 "편하게 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고참들이 1점 차라는 패전 추세에 연연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승리 의지는 컸고, 부담을 덜었다. 덕분에 3차전에 임한 결과 승리까지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KT는 이 승리로 다시 승차 마진을 플러스로 만들었다. 28일부터 4연승 중인 KIA와 대결이다. 우천 취소가 되지 않는다면 1차전 배제성, 2차전 소형준, 3차전 데스파이네가 나선다. 마무리투수 김재윤이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명단에 오른 상황. 이 감독은 "등판 관리, 7~9회 상대 타선을 고려해 상황에 맞춰 마무리투수를 내세우겠다"고 전했다. 28일 NC전 9회를 책임진 이보근이 주로 활용될 전망이다. 광주=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7.28 17:43
야구

[IS 광주 코멘트]윌리엄스 감독 "와인 투어, 그저 환영에 고마움 표현"

"그저 환영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었다." '와인 투어' 이슈화에 대한 맷 윌리엄스(55) 감독의 답변이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토록 관심을 받을 줄 몰랐고, 의도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28일 광주 KT전을 앞둔 윌리엄스 감독에게 지난달 21일 최원호 한화 감독 대행에게 받은 인삼주를 마셨느냐는 질문을 했다. 웃어 보인 윌리엄스 감독은 "(술병이)너무 예뻐서 마시지 못하고 있다. 감독실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고 전했다. 인삼주는 윌리엄스 감독이 최 대행에게 선물은 와인의 답례다. 지난 5월 29일 LG전에 앞서 류중일 LG 감독이 윌리엄스 감독을 찾아 인사를 했고, 윌리엄스 감독은 친분이 깊지 않더라도 시즌 초, 3연전 첫 경기는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누는 KBO 리그 특유의 문화를 알게 됐다. 이후 와인 세트 9개를 주문했고 만나는 팀의 사령탑에 선물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물을 받은 사령탑들도 자신과 팀의 개성을 담은 답례를 했다. 이 와인 투어는 야구팬 사이도 큰 관심을 끌었다. 윌리엄스 감독에게 가장 먼저 와인을 받은 사령탑이 최 대행이다. 3주 뒤인 지난 21일 대전 KIA전 첫 경기를 앞두고 '대형' 금산 인삼주를 선물했다. . 윌리엄스 감독도 환한 웃음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음 한구석에는 걱정도 있다. 윌리엄스 감독은 "드린 (작은)선물에 비해서 받는 선물이 너무 커지는 것 같다. 변화를 생각해봐야겠다"고 전했다. 좋은 의도 시작된 작은 교류에 야구팬도 흐뭇하다. 국민 타자 이승엽의 은퇴 투어 이후 '경기 전' 이벤트에 기대가 생기고 있다. 광주=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0.07.28 16:58
야구

[IS 피플] 키움 불펜에 숨통, 요키시 진짜 가치는 '이닝'

"요키시가 7이닝을 잘 막아줘서 투수 운영에 도움이 됐다" (6월 21일 고척 SK전) "요키시가 많은 이닝을 소화해 불펜 투수들을 아꼈다" (5월 29일 고척 KT전) 손혁 키움 감독은 요키시가 등판한 날마다 경기 후 비슷한 코멘트를 내놓는다. 바로 '이닝'과 관련된 답변이다. 요키시는 올 시즌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다. 첫 9번의 선발 등판에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1.63을 기록했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이 0.94에 불과하다. 좀처럼 주자를 내보내지 않는다. 피안타율도 0.210으로 수준급. 선발 투수의 기본 척도인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8경기에서 달성했다. 비율로는 무려 88.9%이다. 그의 가치가 빛나는 건 '이닝'이다. 9경기에서 55⅓이닝을 소화했다. 산술적으로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시즌 첫 등판이던 5월 6일 광주 KIA전(5이닝 1실점) 이후 8경기 연속 기본 6이닝을 넘겼다. 요키시가 등판하는 날에는 그만큼 불펜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필승조 가동을 최소화한 상태로 경기를 마칠 수 있으니 팀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5월 29일 고척 KT전이 대표적이다. 당시 키움은 4연패에 빠졌던 상황. 직전 경기인 28일 창원 NC전에서 '임시 선발' 정대현이 2⅔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3회부터 가동된 불펜은 무려 6명이 마운드를 밟은 뒤에야 경기가 끝났다. 이영준·김상수·오주원을 비롯해 필승조를 쏟아부었지만 6-9로 패했다. 다음 날 경기의 부담감이 커졌다.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끌어줄 필요가 있었다. 요키시는 KT를 상대로 7이닝 1실점(비자책) 하며 팀 연패를 끊어냈다. 손혁 감독은 불펜에서 이영준(⅓이닝)과 조상우(1⅔이닝)만 기용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요키시는 이미 지난해 181⅓이닝을 소화했다. 리그 7위. KBO 리그 첫 시즌부터 수준급 활약을 보여줬다. 계약 당시에는 낮은 몸값(총액 50만 달러) 때문에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팀 내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지며 성공적인 첫해(13승 9패 평균자책점 3.13)를 보냈다. 재계약한 올해 더 단단해진 투구로 히어로즈 마운드를 지킨다. 팔색조에 가깝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패스트볼을 다양하게 섞는다. 9이닝당 볼넷이 1.46개. 컨트롤도 수준급이니 흠잡을 곳이 없다. 올 시즌에는 직구 스피드까지 끌어올려 더 위력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1년 차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2년 차에 들어가면서 심리적으로 편안해졌다. 몸 상태도 좋고 구속이 나오니까 아프지만 않으면 계속 잘 던질 것 같다"고 했다. 키움은 현재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이 팔꿈치 부상 여파로 빠져있다. 6월 내내 선발 등판을 하지 못하면서 '임시 선발' 체제가 가동되고 있다. 자칫 불펜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지만 큰 문제가 없다. 에이스 역할을 해내고 있는 '이닝이터' 요키시의 존재감이 그만큼 크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06.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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